<일요시사TV> ‘이태원 참사 애도 억압하지 말라’ 무소속 민형배가 생각하는 추모의 의미

[기사 전문]

-이태원 참사 집회에서 ‘관재’라는 표현을 썼는데…

'관재'는 '벼슬 관'에 재난이잖아요. 정부 책임을 강조하는 거죠.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국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이고 일어나지 않을 재난이었다.

또 이것은 굉장히 사회적인 성격의 것이다. 어떤 개인이나 어떤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쓰는 표현이죠. 그러니까 ‘행정 대참사’ 이렇게... ‘관재, 즉 행정 대참사’ 이렇게 쓰고 있는 겁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무엇의 부재로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는지?

이번에 더욱 결정적으로 관재라고 얘기하는 건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고 직접적인 신고까지 있었는데, 대응을 안 한 거예요. 핵심은 그거죠.


여러 가지 징후가 있었고 신고가 있었잖아요. 벌써 서너 시간 전에 “이건 사고 난다”. 심지어 그때 압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잖아요. 그런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그냥 방관한 거죠. 유족들이 다 그 얘기를 하잖아요. “15명 내지 20명만 인파에 대비했어도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정부 대응은 이를 참사라고 보지 않았어요. 그냥 사고라고 했어요. 근데 그냥 사고는 주체가 없어요. 그리고 거기에는 공감이 없어요. 정서적 접근이 없어요.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이나, 그 사고에 대한 애도나, 그 사고에 대한 슬픔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이거는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거예요. 관재도 아니고 사회적 대참사도 아니고… 그래서 애도도 그렇게 가는 거예요. 애도 못하게 한 거잖아요. 제 표현으로 얘기하자면 분노를 분산시킨 거예요. 애도를 억압한 거예요.

왜냐하면 애도, 추모한다는 것은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누구의 책임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이상민 장관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망발을 하는 거예요. “알았어도 막지 못했다” “경찰이 거기 있었어도 막지 못했다”.

-애도를 막았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이 분향소를 방문했다.

정부가 그렇게 애도하려면 원인 규명부터 해야 해요. 진상부터 알아야 해요. 누가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를 알아야 애도할지 말지 결정이 되는 거예요. 근데 누가 죽었는지를 얘기하지 않잖아요.

그건 뭐냐면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학습효과가 있는 거예요. ‘유족들이 모여서 분노가 집적되고 폭발하면 이게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사전에 철저하게... 이를테면 애도를 진압한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돼요? 추모제 한 번도 안 했잖아요. 합동 장례식도 안 치렀잖아요. 그리고 대통령은 매일같이 가서 흉내를 낸 거예요. 그러니까 이를테면 쇼한 거죠. 애도 쇼, 추모 쇼를 한 거죠.

근데 누구한테 도대체 추모를 한 거예요? 거기 위패가 없었잖아요. 영정이 없었잖아요. 죽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왜 죽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애도가 됩니까?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생각은?

저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요. 그리고 정말 죄송한 표현인데, 이건 정말 정부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억지인데요. 모든 유족이 다 명단을 공개했어요. 장례 현장에 가보셨어요? 거기 명단 없던가요? 다 있었죠.

가령 이런 거잖아요. 내가 애도를 하려면 내 친구가 죽었는지, 내 가족이 어떻게 됐는지(알아야 하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돼요? 희생자 가족이 알리는 거예요, 결국은… 그거를 대신하기 위해서, 희생자 가족들이 ‘우리 아이가 이렇게 죽었어’라고 알리기가 그러니까 보통 그런 참사가 나면 공개하는 거예요. 사회적인 애도가 가능하게, 정부가 애도할 수 있도록, 이미 모든 장례식장에 가 보면, 제가 한 여섯 군데쯤 가봤는데요. 모두 다 공개돼있어요. 그런데 정부만 ‘명단 공개를 하느냐, 마느냐’ 그러고 있는 거예요.

저는 그 얘기(명단공개 논란)를 듣고 이게 논란이 될 일인가?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이미 (공개)됐는데… 다만 그것을 대하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이걸 대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는데.

그중에는 “나는 내 아이의 죽음을, 혹은 내 가족의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아. 얼굴이 드러나는 게 싫어” 이런 분들이 계실 수 있죠. 이런 분들은 공개 안 하면 되죠.

그리고 지난번에 어디 무슨 언론에서 이렇게 명단을 공개했잖아요. 그게 공개인가요? 누군지도 알 수 없는데 그냥 이름만 이렇게 했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렇게 공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누군지 알아야죠.

김춘수 시인의 시 중에 <꽃>이라는 시가 있잖아요. 그거 아시잖아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분을 호명했을 때, 그분을 알았을 때 그게 비로소 우리의 이웃이 되고 우리 사회적 구성원이 되는 거지. 누군지 모르게 해라?

-희생자 명단을 제대로 공개한다는 건 어느 범위까지?

그러니까 사전에 유족들하고 그런 것에 대해 논의를 할 기회가 있었어야죠. 그런데 그거를 주선 자체를 행안부가 막았잖아요. 이런 사회적인 참사에는 그 사회가 가진 기본적인 룰이 있죠. 그 룰을 가지고 유족들이 일단 만나게 해야 해요.

그래서 “장례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각각 개인적으로 치르실까요”(물어야 해요) 당연히 연락해서... 경황이 없겠지만 유족 중에 대표자들이 한 분씩이라도 모이든지, 아니면 유족들이 아니더라도 대리인이라도 와서 “이걸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냐?”고 하는 게 시민과 주권자들에 대한 예의죠.


그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리고, 사실 인륜을 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그 후로부터 엉터리 접근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접근을 잘못한 거죠, 처음부터. 그러니까 우리 아이의 죽음, 우리 가족의 죽음에 “국가는 어디 있었냐?”고 묻는 거예요.

-결국 국가의 대응 방식이 집회로 이어졌다고 보는지?

거기 촛불집회는 원래 이것 때문에 있었던 게 아닌데. 그 전부터 윤석열정부의 문제 때문에 그 문제를 지적하는 그런 집회였는데, 집회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 참사가 났고, 이 참사가 나자 추모행사를 한번 한 거죠. 그때 추모집회에 많은 분이 나왔었죠.

그때는 크게 보면 저는 세 가지 정도였다고 봐요. 일단은 진상을 몰라요. 왜 죽었는지, 누가 죽었는지. 그래서 진상을 밝혀라, 그다음에 진상이 밝혀지면... 그러기 전부터도 정부는 해야 하지만, 사과를 해야 하는 거예요. 희생자들에게, 희생자 유족들에게...

그런데 그 사죄는 처벌과 연관돼요. 책임과 연관돼요. “정부가 제 역할을 했으면, 국가가 그 곁에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못 막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희생의 책임은, 이 참사의 책임은 저희입니다”라고 그렇게 사죄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비가 적게 와도 걱정,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었습니다. 그게 다 내 탓인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입니다. 그게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세에요.


-촛불집회 맞은편에서 태극기집회가 있었다고…

그 추모집회 다음에 전국 집회할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하고 갔었는데... 저는 거기 안 가보는 게 더 이상해요. 수십명, 수백명도 아니고 수천명도 아니고 수만명, 수십만명이 모여서 뭔가 외치는데 정치인이 거기를 안 가보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저희가 거기 갈 때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때 어떤 기자가 “집회에 갈 거냐?”고 물어본 거예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정치적인 셈을 해서 앞뒤를 따져서 가보자고 한 게 아니죠.

그런데 가서 행진하면서 보니까 저쪽에는 정치인들이 안 왔다고 그래요. 아주 앰프를 고성능으로 해서… 아마 그 측정해보면 데시벨이 엄청 높았을 거예요. 나는 그런 집회가 어떻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진행되는지 모르겠던데, 그 규정을 저는 어겼을 것 같아요.

거기에 정치인이 없었다면 그런 집회에 참여할만한 정치인들이 없는 거고. 그것은 정치인들이 판단해볼 때 그런 집회가 정치인이 가볼만한 집회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없었겠죠.

-<일요시사> 구독자에게 한마디

<일요시사>의 독자 여러분,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주권자 시민입니다.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어떻게 이 사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정부도 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정치인들도 하는 행동이 달라집니다.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오늘을 판단하게 됩니다. 과거를 심판하게 됩니다.

적극적인 참여가 세상을 바꿉니다. 정치를 외면하지 마시고 더 올곧게 나갈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일요시사>도 좋은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취재: 정인균
기획: 강운지
촬영: 김희구
편집: 배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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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