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안철수 오른팔 박선숙 역할론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26 11: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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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도 원순처럼… "정공법으로 대통령 만든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저는 안철수 원장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하겠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그의 진심을 믿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선거전략통' 박선숙 전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 안철수 캠프의 선거총괄 역으로 자리를 옮겨 '안철수의 오른팔'을 자청했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 가운데 안 전 원장 캠프에 합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선숙 전 의원이 어떤 인생사를 거쳐왔는지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출마 선언 다음 날인 지난 20일 민주통합당의 '전략통'으로 통하는 박선숙 전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 안철수 전 원장의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박 전 의원의 공식 명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안 전 원장의 선거를 총괄하는 선거대책위원장 격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민주통합당 측 인사가 안 전 원장 쪽으로 자리를 옮긴 최초의 인물이 됐다.

DJ정부 때 인연
"진정성 믿는다"

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며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해 시대의 무거운 숙제를 감당하기로 결심한 이상 안 원장의 새로운 변화에 함께하겠다"며 "당의 지도부와 문재인 후보,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해온 동료들과 저를 아껴주셨던 당원 동지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결정이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라는 큰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길 바라고 또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박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 당시 정보화시대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안 전 원장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고, 그때 안 전 원장을 만나 우리 사회와 이웃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종종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의 진심을 믿는다"며 안 전 원장과의 오랜 인연을 설명했다. 

이날 박 전 의원은 안 전 원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자리에 동행해 바로 곁에서 수행하며 대선정국이 끝날 때까지 안 전 원장 옆자리를 지킬 것을 예고했다.


박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실 공보기획비서관에 이어 최초의 여성 대변인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선 2년간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당시엔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본부장을 맡았고,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전략홍보부장, 2008년 18대 총선, 2012년 19대 총선의 선거대책본부장 등을 연달아 맡으며 선거분야의 '기획·전략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또 지난 4·11 총선에 앞서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를 맡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민주당 선거전략통서 안캠프 선대위원장
최초의 청와대 여성대변인 "일 잘한다"

지난 20일 민주통합당은 박 전 의원이 안 전 원장 측 대선캠프에 합류한 데 대해 '개인의 선택'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음 날 우상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이 분이 사심을 갖고 친정을 버리고 도망간 것이 아니고, 좀 더 큰 판을 만들어보겠다는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어서 (민주당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이 안 전 원장에게 조력을 했다는 사실은 보도를 통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1995년 이후 오랫동안 민주당에서 활동해 온 박 전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당의 후보와 경쟁을 펼쳐야 하는 안 전 원장 측으로 간 데 대해 서운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가 '용광로 선대위'를 약속했지만,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선 과정에서 불만이 쌓인 비문세력이 안 전 원장 쪽으로 연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박 전 의원이 소속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평련은 고 김근태 상임고문계 인사들의 모임으로 민주통합당 내 최대 계파인 만큼 앞으로 안 전 원장의 우군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박 전 의원의 이탈에 따라 전·현직 의원들의 추가 이탈이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박 전 의원이 향후 예상되는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화에 청춘 바친
'386세대' 선두주자

안 전 원장 측 캠프의 선거를 총괄하게 된 박 전 의원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청춘을 불사른 '386세대'다.
그는 1960년 경기도 포천의 한 기지촌에서 태어나 미군이 철수하면서 동네 전체가 쇠락하는 걸 목격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치원이 없는 동네라서 다섯 살 반에 초등학교를 입학했고,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서울 이주를 결행한 덕분에 중·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닐 수 있었다.


박 전 의원은 수도여사대(현 세종대) 역사학과에 진학해 친구 따라 야학에 갔다가 학생운동을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70년대 학번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유신 체제하에서 성장하면서 '내가 살아생전에 민주주의 된 나라를 볼 수 있을까'라는 절망 속에서 숨 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1983년 박 전 의원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 참여하게 되고 이때 김근태 고문과 인연을 맺게 된다. 박 전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민청련을 비공개 의사결정구조에서 민주적으로 토론해서 결정하되 정치적 탄압은 공개된 지도부가 감당하도록 만든 조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 고문이 민청련을 조직·활동하다 온갖 고문을 받고 고초를 당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민청련 소속이었던 박 전 의원도 학생운동을 하다 군인에게 잡혀 많이 맞았다고 회상했다. 박 전 의원은 그 당시 너무나도 두렵고 끔찍했지만 김 고문을 비롯해 선배들 여럿이 고문당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 일들을 버텨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81년에 유인물 만들어 뿌렸다가 대공분실에 잡혀가 온몸을 구타당했고 85년 구로 동맹파업 지지시위 당시엔 닭장차 안에서 불을 꺼놓고 군인들의 군홧발에 사정없이 짓밟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밥값' 위해
의정활동 힘껏 해야 해

박 전 의원은 김 고문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하다 정치에 떠밀리듯 들어오게 된 것이라 한다. 김 고문이 정치계에 입문하고 후배들이 선배를 돕기 위해 팀을 만들면서 박 전 의원의 정치인생도 시작된 것. 그렇게 넉 달간 함께 일하다가 1995년 6월 첫 지방선거 당시 김 고문은 박 전 의원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추천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대변인 및 공보수석으로 청와대를 지키며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박 전 의원은 이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으로 활동하며 김 고문과 각별한 사이가 된다.

국회에는 지난 18대 때 비례대표로 입성해 경제금융 관련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1위 평가를 받는가 하면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등 '일 잘하는' 국회의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18대 국회를 '최악의 몸싸움 국회, 난장판 국회'라고 정의하면서도 '보이스피싱 피해보전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화한 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갈 때쯤 대개가 짐을 싸느라 분주할 때도 박 전 의원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박 전 의원은 2011년엔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선정한 2011년 국정감사 우수 의원상 수상했고 대규모 유통업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에 기여한 공로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일 잘한다는 칭찬을 두고 박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최소한의 밥값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의원은 올해 4·11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향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낼 수 없어 나라도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박 전 의원은 당시 서울 동대문갑 후보로 거론됐지만 본인이 고사한 뒤 어떤 당직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비례대표 초선인 그를 두고 '쉬운 지역구'를 받으려 한다는 뒷말도 무성했지만 불출마 선언으로 그러한 비판을 단칼에 쳐낸 것이다. 그 이후 박 전 의원은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를 맡아 야권 단일화를 주도했다.

고 김근태 고문과의 인연이 정치에 발들인 계기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MB와 한나라당의 복사판"

그러다 박 전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의 요청을 받고 공천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4·11 총선을  총괄 지휘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불렸다. 그러나 새누리당에 기운 선거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가장 먼저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 자리를 사퇴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민주당의 여러 미흡한 점으로 인해,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 결과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이 지난 4년간 벌여왔던 문제를 국민이 용인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지금까지 대외활동을 자제해 왔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박원순 범야권 단일화 후보 캠프에 민주당 몫으로 합류해 기획과 전략을 짰다. 이 같은 이력을 보면 향후 '문재인·안철수'단일화 논의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의원은 학생민주화운동, 환경부 차관, 국회의원 등 민주화 운동과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 모두를 두루 경험했다. 그런 그에게 각 영역에서 공통되는 핵심 가치를 물으니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대답했다. 그 연장선에는 휴머니티라고 하는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3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을 할 때와 정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생각의 차이가 늘 존재했고 그것들을 좁혀가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 정치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이 있는 동료의 의견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다수인 국민의 생각과 바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냐"며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상대방을 없애기 위해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을 두고는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과 MB의 한나라당은 정말 다른 것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박 후보가 협력하지 않았으면, MB는 4대강도 부자감세도 재벌 편들기도 할 수 없었다. 박 후보의 새누리당은 전혀 새롭지 않은 MB와 한나라당의 복사판으로 본다. 이대로 가면 정말 위험해진다"고 말해 박 전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정권 이양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치의 과정은
차이를 좁히는 것

박 전 의원은 정치 판세를 읽는 눈이 탁월하고, 선거 전략을 내놓는 데 있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대변인을 맡아본 이력 때문인지 언론관계도 매끄럽게 처리한다는 호평을 듣는 편이다. 또 박 전 의원은 예의를 중시하면서도 재치가 넘쳐 생전의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보궐선거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임도 남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 80여 일을 앞두고 박 전 의원은 안 전 원장의 든든한 오른팔로 활동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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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