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경기도다르크 임상현 센터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15 10:40:18
  • 호수 1401호
  • 댓글 2개

“마약, 배웠듯 끊는 것도 배워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빨간 벽돌 주택집. 일반 가정집으로 보이지만 대문에는 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인 ‘경기도다르크’ 마크가 붙어있다. 경기도다르크 센터장인 임상현 목사는 “3년간 65명이 치료받았다. 33명은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하고 있지만 실패해서 교도소나 재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마약을 끊으려면 삶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다르크는 마약을 사용해서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치유하는 민간단체다. 전신은 일본의 다르크 시설로, 입소 대상자는 ▲마약(약물) 문제가 있는 사람 ▲교도소 약물 사용 출소자 ▲마약으로 병원 입원 후 퇴원한 사람 등 각종 약물 사용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이곳은 일반 약물치료를 하는 병원 시스템과는 다르다. 입소 기간은 무조건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고, 학교처럼 규칙적인 일과표를 따라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는 마약을 끊기 위해서는 삶 자체가 정상적이어야 한다는 임상현 경기도다르크 센터장의 철학이다.

임 센터장은 2019년 4월 경기도다르크를 개소했다. 마약중독재활센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서 다년간 일한 경험이 바탕이 도움이 됐다. <일요시사>는 지난 2일 경기도다르크에서 임 센터장이 한국에서 마약 치료를 하며 느낀 점과 에피소드,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임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마약 치료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100% 치료되는 사람도 많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회복이 된 것도 트라우마라서 알려지기 싫어한다. 자신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중독 치료는 100%가 없다. 전부 회복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들이 아무렇지 않아도 약을 먹지 않느냐. 약을 먹으면서 증상을 관리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통 마약을 할 때 사람을 통해서 중독에 빠지는 것처럼 치료 전문가를 통해 치료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어렵지만 회복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가치관, 습관, 규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생활 전반적인 문제를 고쳐야만 마약중독에서 나을 수 있다. 교도소만 가도 마약은 못 하지만 출소 후 생활하다 너무 힘들면 마약을 한다. 그러니 삶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규칙적이고 평범한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약을 접하는 연령이 낮아진 걸 실제로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3년 전만 해도 입소생들의 나이가 많았다. 보통 교도소에서 출소했거나 전과가 있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었다. 1년 전부터는 20~30대가 많아졌는데 특히 20대가 많다. 10대도 연락이 온다. 여기 입소한 친구들도 22, 26, 27세가 많다. 마약을 접하는 연령이 낮아진 게 체감이 된다. 예전에는 보통 대면으로 마약 거래를 했는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산다. 클럽도 그렇지 않냐. 지금은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이 아니라 클럽에 약을 하러 간다고 한다.

1년 전부터 20대 젊은 환자 늘어
치료 핵심은 ‘삶을 정상적으로’

클럽에서 서로 서로에게 마약을 배운다. 여기에는 유학을 다녀온 애들도 있다. 보통 마약을 살 때는 비트코인으로 거래한다. 지금은 남녀노소 차이가 없다. 파는 사람은 그냥 주니까. 외국은 전화만 하면 15분 안에 집 앞으로 배달 온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 같다. 16세 여학생이 펜타닐 때문에 상담하러 온 적도 있다. 민간시설이라 미성년자 입소는 못하지만, 상담은 가능하다.

-마약 치료 과정 중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치료 중에 갑자기 환청이나 망상이 오는 경우가 있다. 마약을 끊고 나서 시간이 지나도 그 증상이 있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갑자기 나한테 “중앙정보부에서 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사람들이 쫓아온다고 하기도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다가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한다. 


지금도 입소해 있는 아이 중 한 명은 내년에 대학 복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0일이 이미 1년째 날인데, 이 아이는 가정이 화목하지 않다. 복학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을 마실 수도 있다. 그러면 보통 마약도 한다.

가정환경이 좋아서 돌아갈 수 있으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이 친구는 이곳에서 스태프로 생활하면서 또래 아이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마약 치료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경기도다르크는 6개월이나 1년 동안 단체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들어온다. 그런데 입소 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됐다고 생각한다. 약을 안 하니까 얼굴과 혈관이 살아난다. 당연히 건강도 좋아진다. 과정 중인데 회복됐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좀 더 있어야 한다고 타이른다. 

중독자 치료병원 중 90%가 거부
“어려운 아이들 정부가 지원해야”

그러나 일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며 무조건 나간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처음엔 나가도 모임에 참석하지만, 보통 초반에만 오고 소식이 끊긴다. 그 뒤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거나 교도소서 재판받는다는 소식을 접한다. 마약 치료에 실패하는 아이들은 짧게 입소 후 나가는 경우다. 그나마 6개월 이상 있는 아이들이 회복된다. 이렇게 센터를 나가고 재발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제일 힘들다.

-마약 치료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병원 정신과 의사 중 마약 치료에 관해서 제대로 배운 의사가 없고, 중독자 치료 지정병원 중 90%가 마약 환자는 받지 않는다. 당연히 회복을 원해도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 그런데 경기도다르크는 치료시설로 등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치료시설로 등록하면 6명만 입소할 수 있는데,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운영도 불가능해진다. 

현재 경기도다르크는 아이들의 식비를 포함한 시설 운영비로 한 달에 40만원 받는다. 돈이 없는 아이는 무료로 지내기도 하는데, 보통 본인이 눈치가 보이는지 오래 못 지낸다. 이런 경우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면 아이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으니 좋을 텐데 아쉽다.

이 와중에 센터가 내년 3월이면 이사를 해야 한다. 마약중독치료시설이라고 싫어하는데 이런 것도 힘들다. 나 역시 급여를 받지 않고 봉사로 하는 일이다. 내가 돈을 받으면 애들은 어떻게 사냐. 정부가 알고 도와줬으면 좋겠다. 시설 등록을 왜 할 수 없는지, 마약 치료를 받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방법 등을 관계부처에서 조사하고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약을 하는 것은 범죄가 맞다. 당연히 처벌받는 것도 맞지만, 이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나 친구 모두가 마약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마약을 하면 처음엔 몸이 죽고, 나중엔 가족이 죽는다. 결국 직장도 빼앗기고 종국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접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만약 했다면 혼자서 끊을 수 없다. 이를 염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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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