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신에 걸린 이재명 데드라인

검날 막을 최후의 보루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동생이 제대로 화가 났다. 입에서 폭탄이 나온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작심하고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본인이 말하던 최측근들까지 검찰에 하나둘 불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다음은 본인 차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 1년 만인 지난 20일 석방됐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재판 중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추가 구속된 바 있다. 

유동규 
작심 폭로

약 1년간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유 전 본부장이 최근 마음을 바꿨다. 급작스레 검찰 수사에 협조 중인 그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나온다. 검찰과 ‘딜’을 했거나 ‘회유’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며 최소한 뭔가에 회유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하나가 나오면 또 하나가 나온다.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고 물러서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발언에는 배신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분노마저 느껴진다. 구속 당시 대장동 사태를 풀 수 있는 핵심 ‘키맨’으로 거론된 바 있는 그였기에 이후로 어떤 폭로들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이다. 앞서 지난해 대장동 사태가 터졌을 당시, 유 전 본부장은 대부분 탈탈 털렸던 바 있다. 모든 이목이 그에게 집중됐고, 과거 이력들까지 만천하에 공개됐다.

잠잠하던 유 전 본부장은 자유의 몸이 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민주당 이 대표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모양새다. 석방 이후 윗선의 지시가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 정진상 정무조정실장과 통화했을 정도”라며 친분을 폭로하는가 하면 “(제게)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검사장과 이야기가 됐으니 입원하라고 종용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까지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과 김 부원장, 정 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대장동 수사 도중에 나온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속에는 위의 세 인물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의형제를 맺었다는 내용까지 등장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 전 본부장은 이들과 한 배를 탄 사이로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사이가 틀어진 모양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들을 두고 “진짜 형으로 생각했다”며 자신을 <삼국지> 장비에 비유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사실상 피를 나눈 형제나 다름없던 유 전 본부장의 손절은 비단 김 부원장과 정 실장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의 측근들도 대거 그를 손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한주 가천대 부총장은 이 대표의 측근 중 한 명으로 통한다.


과거 형제서 이젠 남으로
최측근 줄줄이 수사 타깃

이 부총장은 이 대표와 30년 넘게 활동해왔다. 전 국민 기본소득 등을 설계하는 정책통으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이 대표 대선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으나,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거 유 전 본부장 임용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성남시설관리공단은 2010년 기획본부장 공고를 냈다. 면접 심사 결과 고득점자였던 유 전 본부장은 최종 합격자로 확정됐다. 이는 공고 후 10일 만에 이뤄졌는데 당시 이 부총장은 임용추천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일요시사>는 이 부총장에게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물었다. 이 부총장은 “성남에서 왔다갔다 해서 얼굴은 알지만 ‘정분’을 나눈 사이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나이 차가 많아 그들이 하는 일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며 기획본부장 채용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이 이 대표 최측근들을 향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재 수사의 방향은 대장동에서 대선자금으로 옮겨간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약 4개월간 정민용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 측근인 이모씨로부터 현금 총 8억4700만원을 받았다. 

이후 4차례 유 전 본부장에게 8억원을 건넸고, 이 돈은 다시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이 중 1억원은 배달사고가 났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배달사고가 난 1억원은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지난해 9월 돌려줬다.

결국 김 부원장에게 7억원이 전달된 셈이다. 정 변호사는 자신이 돈을 전달했다고 시인했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검찰은 김 부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후 김 부원장은 구속됐다. 구속된 이유는 검찰 조사 때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때문이다. 

동생의 역공
아직은 침묵

김 부원장은 구속 상태서도 여전히 “돈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대표의 최측근 중 최측근으로 사실상 이 대표의 오른팔로 불린다. 실제로 앞서 이 대표도 “유동규 같은 인물이 최측근이라기보다는 김용, 정진상 정도는 돼야 최측근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 부원장과 이 대표가 맺은 인연은 20년 전부터다. 성남 분당 지역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하며 만난 게 인연의 시작이다. 2009년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변호사였던 이 대표에게 리모델링 관련 법률 자문을 받으면서 가까워졌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성남시의원으로 재직했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직을 지낼 때는 대변인으로 줄곧 함께해왔다. 김 부원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출판 기념회를 열었을 당시 이 대표는 직접 김 부원장을 “자신의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대선 기간 이재명 캠프에 합류해 열린 캠프 총괄부본부장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대선자금 조달 및 조직관리 업무를 담당했고,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이후에 민주연구원 부원장직을 맡았다. 탄탄대로는 딱 여기까지였다. 

그는 성남시의원이던 시절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부원장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난 26일 김 부원장을 접견했는데 그의 입장은 동일하다. 돈을 받은 적 없고, 검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검찰이 메모를 우리 측에 제시한 적이 없다”며 “중요한 증거라면 제시해야 하는데 어떻게 돈을 전달했고, 마련했다는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남 변호사 측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이 전달된 시기, 장소, 메모, 차량 등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되고 곧바로 김 부원장이 구속된 게 중요 포인트라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검찰은 추가 영장을 발급받아 유 전 본부장의 구속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현 변호사는 “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구속을 연장할 사유가 있는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김 부원장을 구속한 이유가 증거인멸이라는 점에서 혹시라도 밖에서 유 전 본부장과 말을 맞출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받았나
안 받았나


현재 유 전 본부장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실행만 했고, 윗선에서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받는 혐의는 배임, 뇌물 수수인데 그 책임을 윗선으로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변호사는 “이해관계가 검찰과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인멸로 유 전 본부장이 추가 기소될 때만 해도 영장 청구가 들어갔는데, 약식 재판 중이다. 검찰과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여전히 김 부원장이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검찰은 범죄 혐의 입증에 자신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서다. 또 자금책인 남 변호사, 중간책인 정 변호사 진술도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27년 함께해온 정진상 정무조정실장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정 실장도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최근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그 역시 이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불리며 1995년부터 시작된 인연은 30년 가까이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출마 당시 선거대책본부 참모직을 맡았으며 성남시장 당선 후엔 정책비서관, 경기도지사 때는 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냈다. 지근거리서 이 대표를 계속 보필해온 셈이다.

정치권에서 정 실장은 이 대표의 ‘복심’으로 통한다. 대선 기간 전면에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캠프 1인자였다고 전해진다. 그는 자신이 받는 혐의가 허위사실이라며 관련 의혹들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정치자금 흐름을 추적할 예정이다. 

김용·정진상 입에 달린 운명
남욱·김만배 나오면 더 파장

그에게는 2020년에 돈을 받고, 명절마다 고가의 명절 선물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를 고리로 추가 자금 수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둘러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과연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디에 쓰였는지를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 부원장의 시의원, 또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말이 가장 무성하다. 이 밖에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등 청탁의 대가 성격인지에 대한 가능성도 따져 본다는 방침이다. 

만일 청탁의 대가 등이 입증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다. 공소시효가 비교적 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한 셈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향해 수사 초점을 맞추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입을 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이 대표 역시 다음 목표로 설정된다. 

유 전 본부장은 지금도 추가 폭로 중이다.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이 참여했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정무방에는 ‘이너서클(중추세력)’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유 전 본부장에 따르면 해당 대화방은 산하기관장 모임, 정무방, 법조팀 등 3~4개다. 이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은 클라우드 비밀번호까지 제출했다. 추후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관련 폭로를 하게 될 경우, 이 대표에게는 적잖은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대장동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발설하지는 않았지만, 폭로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한 취재진의 ‘대장동 개발사업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알았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환수시켰다고 치적을 자랑했다”며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이야기가 거짓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중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는 직원의 건의를 받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틀 뒤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무자 간에 이뤄졌고,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 대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대신 특검을 띄우며 민주당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일단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전방위적인 방어 태세에 돌입했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더 큰 역풍
또 다른 변수

이 대표에게는 구속 중인 남 변호사와 김만배씨도 하나의 변수다. 지난해에는 이 대표가 꼼짝도 하지 않던 사람이라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기류가 달라졌다. 유 전 본부장과 일치된 진술이 나오기 시작한 까닭이다. 두 인물은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이 공통된 진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석방될 경우 어떤 종류의 매머드급 폭로가 쏟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아들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큰아들 이동호씨에게 제기된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상습도박 혐의를 인정한 모양새다.

지난 26일 이씨를 불구속 송치했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씨를 상습도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는 2019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과거 미국에 서버가 있는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포커 머니 구매 글을 올렸고, 심지어 판매까지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강남구의 도박장에 갔던 후기가 포착돼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바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이씨는 온라인 도박 혐의는 대부분 인정했다고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로 이 대표의 또 다른 위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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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