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논란’ 독자 절반 이상 “지불할 필요 없어”

<일요시사> 자체 설문조사 “지불해야” 29.1%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일요시사> 독자 중 절반 이상은 이른바 CP(콘텐츠 제공업체)와 ISP(인터넷서비스 제공자)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시사>가 지난 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 동안 홈페이지 기사면 하단을 통해 조사한 설문조사 집계 결과에 따르면 ‘CP 업계 전반에 위축 우려로 지불할 필요 없다’가 55.5%(101명)를 기록했다.

반면 ‘형평성에 맞게 구글‧넷플릭스도 지불해야 한다’는 29.1%(53명), 잘 모르겠다(7.1%, 13명), 관심 없다(8.2%, 15명)로 각각 집계됐다.

앞서 2020년 국내에선 대형 콘텐츠 사업자들도 망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이 시행됐다.

SKB‧KT 등 ISP들은 CP들이 국내 통신사 인터넷 망을 사용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도 망에 대한 투자비용은 전적으로 통신사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CP들은 “이미 시청자들이 인터넷 사용료로 내고 있다”며 지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ISP인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전에서도 OCA(오픈커넥트) 자체 캐시서버 구축을 근거로 체납된 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클 켄드 애널리시스 메이슨 넷플릭스 선임고문은 “규제가 시장을 변화시키면 결국엔 구독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등에 따로 요금을 내야 하니까 (구독자가)내야 할 요금이 계속해서 증가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ISP와 CP간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해외 CP들도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해 10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망 이용료 계약 회피 방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대형 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한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두 차례 밝힌 바 있으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외신과의 인터뷰서 “(넷플릭스가)통신망의 대부분을 이용하면서도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여론몰이를 등에 업고 발의된 해당 법안들에 대해 온라인 일각에선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망 사용료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 개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외 CP들이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게 될 경우 CP 가입자들에게 그만큼 이용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 이용자들 입장에선 딱히 대체제가 없는 구글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동영상 플랫폼 선택지가 많지 않아 구조적으로 2중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망 사용료 논란과 관련한 피해는 이미 현실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인 ‘트위치’는 최근 한국에서만 서비스 화질을 1080(FHD)에서 720(HD)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트위치는 구글이나 넷플릭스와는 달리 망 사용료를 내고 있었는데 ‘망 사용료 상승’을 우려해 이 같은 조치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보에 따르면 트위치가 우리나라 통신 3사에 북아메리카와 유럽 국가 대비 30배 이상, 아시아 국가 대비 15배 이상의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한다”며 “이 회사가 국내에 내는 망 비용이 전 세계 지급액의 절반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망 사용료 논란은 지난 2016년 발신자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면서 데이터 사용료는 데이터를 보내는 쪽에서 부담해야 하며, 접속 용량이 아닌 사용량 방식으로 정산 방법이 바뀌면서 시작됐다. 당시 ISP들은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유튜브 이용자가 증가하자 트래픽 부담이 과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분쟁이 제기되자 과학기술통신부는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망 중립성 유지‘로 일단락 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을 두고 CP와 ISP 사이에서 서로 다른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이 26만명의 동의를 얻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망 중립성을 지키자며 진행 중인 서명운동이 구글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3일, 국회 과방위 소속 변재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오픈넷에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억6000여만원을 후원했다.

구글코리아는 2013년 오픈넷 설립 당시 홀로 3억원을 출연해 ▲2014년 2억750만원 ▲2015년 2억200만원 ▲2016년 2억6200만원 ▲2018년 1억2100만원 ▲2020년 2억2000만원 ▲2021년 5000만원을 지원했다.

특히 2020년 구글코리아 후원금(2억2000만원)은 네이버(6000만원), 카카오(3000만원), 넷플릭스(3000만원), 오픈소사이어티재단(약 5700만원) 대비 압도적인 규모다.

그는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구글코리아에서 오픈넷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서 망 사용료 법안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구글이 설립 당시부터 후원해온 오픈넷과 적극적인 법안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오픈넷에 오랫동안 기부해온 것은 맞지만, (오픈넷 외에도)여러 단체를 지원하고 있고 금액도 파악 못했다”고 답변했다.

현재 해당 오픈넷에 작성된 글들은 첫 화면에 ‘표현의 자유’ ‘망 중립성’ ‘프라이버시’ ‘지적재산권’ ‘열린정부’ ‘혁신과 규제’ 순으로 분류돼있다(25일 기준). 하지만 망 중립성 카테고리의 경우 첫 게시글은 2013년 2월24일의 ‘한국 인터넷 조율의 역사’라는 제목의 글로 이미 망 사용료 논란이 있기 한참 전부터 운영돼왔다.


구글이 오픈넷에 꾸준히 후원해온 것은 틀림없지만 적극적인 법안 반대 활동을 펼쳤다는 변 의원의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통신사는 건물주고 유튜브, 넷플릭스는 세 들어 장사하는 사람’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장사가 잘돼서 떼돈 버는데 자기는 주차비랑 월세 받는 것 밖에 없어서 심기가 뒤틀린다”며 “니들 손님이 많아 다른 사람 주차할 자리 없어 증축하고 지하주차장 짓기 위해 기존 월세에 손님 1인당 1만원씩 더 내라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당은 가계 유지비용 더 드니 이익 유지하려고 가격 올리거나 원가 아끼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격 올리면 아프리카처럼 욕 듣는 거고 원가 낮추면 트위치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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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