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악마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10여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성범죄자가 다음 달 사회로 돌아온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또 다른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한 지 2년 만이다. 출소 일자가 다가오면서 범행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의 신상이 공개되는 성범죄자 알림e도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2017년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조두순은 2008년 8세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성폭력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당초 징역 15년의 징역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면서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또 다른 악마
해당 청원에는 무려 61만5000명의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청원에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면 청와대 혹은 정부 관계자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조두순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두순 사건 때문에 성폭력특례법이 강화됐고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며 “술을 먹고 범행을 한다고 봐주는 일은 불가능하다. 향후 이 같은 일이 설혹 발생하더라도 조두순 같이 가벼운 형을 받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2018년 12월에도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국민적 여론이 일었다. 당시에도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야 한다는 청원글에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 버튼을 눌렀다.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둔 조두순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청원에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당시 성폭력 특례법에 한해 심신미약 감경 규정이 강화됐다”며 “최근 심신미약 감경을 제한한 일명 ‘김성수법’이 통과된 것도 모두 국민이 만들어낸 제도 변화”라고 말했다.
조두순에 대한 관심은 출소 당일까지 이어졌다. 2020년 12월 조두순이 다시 사회로 돌아온 순간 성범죄 피해자와 그가 머물기로 한 집 주변 주민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와 별개로 수많은 유튜버가 조두순의 출소 당시 모습을 담기 위해 몰려들었다.
한동안 조두순의 집 근처는 유튜버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미성년자 11명 성폭행
다음 달 출소해 불안감
최근 또 다른 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두순 때와 마찬가지로 출소 당일 유튜버 등이 몰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동 성범죄자의 이름은 김근식. 그는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김근식은 2006년 인천 서구와 계양구, 경기 고양‧시흥‧파주시 등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받았다. 2000년 강간치상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06년 5월, 출소한 지 16일 만에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겼다.
전과 19범이었던 김근식은 2006년 5월 등교 중이던 9세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데 이어 이듬해 9월까지 초‧중‧고생 10명을 성폭행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다. 그는 무거운 짐을 드는 데 도와 달라는 말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승합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형 집행을 마친 지 불과 16일 만에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교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피해자들이 평생 지니고 살아갈 신체적,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보면 피고인을 평생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면서도 “피고인의 실명과 사건을 공개하며 수배에 나서 도주가 어렵게 되자 자수한 뒤 검거 이후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근식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2011년 1월1일 시행)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2011년 4월16일 시행) 제정 후 도입된 신상정보 등록제도 및 공개·고지명령 적용 전에 범죄를 저질렀다. 이 때문에 출소 이후 김근식의 신상정보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김근식의 정보공개 요청을 청구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출소와 동시에 ‘성범죄자 알림e’에 정보가 공개될 길이 열렸다. 성명과 사진, 주소, 직업 등 8가지 정보가 공개된다.
성범죄자 알림e 정보공개
유포 안 되고 고지 안 돼
문제는 ‘고지’는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상정보 공개명령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일정 기간 공개해 누구든지 해당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제도다. 신상정보 고지명령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등을 공개명령 기간 동안 고지명령 대상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일정한 주민 등에게 알리는 제도다.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의 차이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있다.
공개명령에 따른 신상정보 공개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들어가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반면 고지명령에 따른 신상정보 공개는 인터넷 열람 없이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여기에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의 경우 공개 정보를 신문과 잡지 등 출판물,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개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공개정보를 캡처해 카카오톡 등을 통해 자녀에게 보내도 처벌받을 수 있다. 현행법으로는 오로지 ‘확인’만 가능한 셈이다. 김근식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러온 만큼 부모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김근식의 신상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김근식의 신상정보는 출소 후 5년 동안만 공개된다. 현행법으로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 가능 최대 기간은 10년이다. 5년 뒤면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서도 김근식의 신상정보를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숨으면?
지역 주민의 불안이 커지자 법무부는 지난 5월부터 관리 방안을 마련해왔다고 밝혔다. 방안은 ▲매월 사전접견을 통한 수형생활 중 특이사항과 출소 후 계획 등 파악 ▲1:1 전자감독 대상자 지정 ▲19세 미만 여성 접촉금지 준수사항 추가 등의 조치다. 또 김근식만을 감독하는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 출소 시부터 24시간 집중 관제 및 관리감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