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정치인을 만나다> 서울시의회 임규호 의원

“대권 위해 시장직 악용 말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임규호 서울시의회 의원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휑한 사무실 벽과 달리 책상에는 각종 문서들이 쌓여있었다. 임 의원은 최근 현안을 챙기고,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인 중랑구를 자주 찾는다. 잠은 하루에 2~3시간만 잔다. 말 그대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지경인 상황이지만 인터뷰 내내 웃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임규호 서울시의회 의원은 민주당 서영교 의원 밑에서 4년간 정책비서관으로 일한 바 있다. 정책비서관으로 일하며 구하라법, 정인이 보호법 등을 만들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진 뒤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일요시사>는 임 의원에게 중랑구의 현안,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협치 방식, 의원으로서의 각오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시의원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치는 우리 삶을 바꾸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라고 줄곧 생각해왔습니다. 그 속에는 정쟁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만이 더 좋은 사회, 더 잘사는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왔고 그런 믿음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만드는 데 제가 일조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습니다.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출신으로서 정치라는 것이 시민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를 이야기했을 때 많은 분이 조금 괴리감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정치를 할 때 저는 정쟁이 아니라 그런 정책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지역구로 계신 중랑구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 궁금합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을 말씀드리면 우선 면목선 도시철도 조성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일입니다. 면목선 도시철도는 이곳 주민의 숙원사업입니다. 교통 인프라를 시급하게 확충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 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고, 제가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협의해나가겠습니다.

두 번째는 공공 재개발 부분입니다. 모아 주택, 신속 통합주택 같은 재개발 재건축입니다. 일단은 재건축·재개발은 주민의 공감이 있으면 진행돼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주민과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면서 재개발 재건축할 수 있는 부분들은 서울시와 협의해 빠르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방선거에서 청년 정치인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청년세대 담론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지방선거에서 많은 청년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좋은 결실 맺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도 지역사회에서 약간 부족하지 않나 하는 평가가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그럴수록 저희가 더 뛰어야 합니다.

청년이 주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저도 이제 초심을 잃지 않고 만방으로 부지런히 뛰어다닐 생각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그러나 시민에게 실망감을 준 것도 맞습니다.

“대통령 사실상 없냐는 말도 나온다”
절대 소수 상황…“시장과 협력할 것”

지방선거에 나온 청년들도 정치를 하겠다는 명분만 있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기득권 정치와 무엇이 다르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청년이 가지고 있는 신선함이라든지, 몰두할 수 있는 정책 현안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구시대적 정치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정치인들이 지속해서 배출돼서 자기가 그 어떤 지향성을 갖고 정치를 해나가야 하겠다. 세상을 이렇게 바꾸겠다는 표현들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빠릅니다

▲항간에서는 ‘대통령이 없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많이 말씀하고 계십니다. 시장에 가보시면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금리도 올랐고, 환율도 올랐습니다. 경제적인 민생 파탄 지경까지 이른 상황에서 대통령은 “경제는 대통령의 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거나 아니면 경제부총리가 나와서 “물가 오르니까 월급은 올리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마음을 얻지 못하는 행위들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경제정책을 만들어나갈 것인지 걱정됩니다. 

-서울시의회에서 TBS 관련 조례 발의가 됐습니다

▲정쟁적인 요소에 치중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TBS를 폐지하는 조례안을 낸 이유가 한 프로그램의 한 진행자를 내쫓기 위함으로 많은 분이 인식하고 계십니다. 그렇게까지 한 사람을 내쫓기 위해서 방송국 전체를 없앤다는 게 시민의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겠냐고 하는 부분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정말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국민의힘 의원님들이 교통방송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계신다고 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다원적인 기능을 부여하면서 교통방송이 좀 더 다체적으로 방송이 될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서울시에는 수많은, 수두룩한 현안들이 지금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19가 계속 번져가고,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정쟁적인 이슈에 치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소야대가 뒤바뀐 서울시와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이뤄나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저희가 절대 소수인 상황에서 협력은 필수적입니다. 견제할 것은 확실히 견제해나가면서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 시장이 이번에 캐치프레이즈로 갖고 온 ‘약자와의 동행’ 이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정말 약자에게 힘이 되고 살이 될 수 있는 정책으로 구현됐으면 합니다.

많은 분이 좀 살기 좋게 바뀐다면 저는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향이 있습니다. 다만 오 시장의 그런 정치가 향후 대권을 준비하는 그런데 좀 악용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의원 정치인으로서 각오와 목표를 밝혀주신다면


▲분명합니다. 제가 꿈꾸는 좋은 국가는 1%가 아닌 99%의 서민들의 행복한 나라입니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치가 앞장서야 합니다. 청년 시의원으로서 발로 뛰면서 부지런히 주민 말씀을 들으러 다니겠습니다. 경청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실천하는 겁니다. 균형 있는 안목으로 책임감 있게 실천하는 시의원이 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