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 3 살인행렬 이어진 ‘경기서남부’ 현장르포

주민들 두문불출 “7시 이후 외출 겁나요”

‘강호순 잔혹사’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명 이상의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화두로 꺼내놓을 정도다. 잔혹한 연쇄살인마의 행각에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차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선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한 자구책들도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끔찍한 살인행렬이 이뤄졌던 경기 서남부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공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호순의 잔혹사는 이들 주민의 인식과 생활패턴까지 바꿔놓았다.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은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부녀자 7명을 주검으로 만들었다. 성실한 직장인과 자상한 아버지 탈을 쓰고 있었지만 실체는 잔혹한 연쇄살인마였다. 연이은 부녀자 살인 소식에 공포 속에 살아야 했던 경기 서남부지역 주민들. 기자가 만난 이들 주민은 연쇄살인범이 잡혔음에도 아직 ‘공포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지난 3일 오후 4시. 기자는 노래방 도우미 김모(당시 37세)씨가 암매장됐던 화성시 마도면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도면으로 향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비춰진 전경들은 한마디로 서늘한 기운이 맴돌고 있는 듯 ‘오싹’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환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정류장도 텅 빈 모습이고 이동하는 차량 역시 드문드문 이어질 뿐이었다. 눈에 띈 주민의 얼굴에는 밝은 빛이 보이지 않았다. 굳은 얼굴에선 참담함마저 느껴졌다. 아직도 현장에선 스산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마도면 초입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들을 만났다. 이들에게 강호순 사건에 대해 묻자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굳어졌다.
“현장검증하는 곳에 가봤어…사람이 어떻게…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거지. 세상에 무서워가지고 잠을 못자겠어.”
지난 2일, L골프장 암매장 현장검증을 하는 곳을 다녀왔다는 박모(52·여)씨는 말을 하면서 치를 떨었다. 그는 “그게 인간이냐. 짐승만도 못한 놈은 당장 사형시켜야 한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석 달 전 무섭고 두려워서 학생인 아들과 딸들을 모두 서울로 보냈다는 김모(45·여)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강호순은 사형도 아깝다. 시내 한복판에 매달아서 많은 사람에 의해 고통을 당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이 있던 고모(46·여)씨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신용품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먼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져 있다는 것.
“립스틱 모양으로 된 거 있잖아…호신용 스프레이라던데 그걸 주머니나 핸드백 등에 많이 넣고 다녀. 호루라기도 있어. 호신봉도 있고, 손칼이나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봤어. 모두 밤길이 무서워서 그런 거지. 세상 참 무서워졌어….”
 저녁 7시를 조금 넘은 시각. 지난 2007년 1월 강호순이 노래방 도우미 박모(당시 37세)씨를 차에 태워 암매장한 안산시 사사동에 도착했다. 이곳은 개발 전까지 ‘사사리’로 불리며 논과 밭이 주를 이뤘던 곳이다. 아직도 한적한 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어둠이 깔린 이곳은 벌써부터 인적이 끊겼다. 30분 가량 지켜보고 있었으나 거의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고작 4명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나마 그들은 두 명씩 짝을 이루고 있었다.  
“밤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는 등산객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이들도 해 진 후엔 보기 힘들다. 쓰레기조차도 낮에 버리고 있는 추세다.”

맴도는 서늘한 기운…땅거미 내려앉으면 ‘집으로’
학생들 심야수업 기피, 직장인 회식·모임 자제

마을에서 만난 이모(46·마트운영)씨의 말이다. 이씨에 따르면 버스 왕래(30분 간격 배차)가 적고 인적이 드물어 주민들은 항상 불안에 떨었다고. 특히 사건이 일어난 이후 주민들의 왕래가 끊어지다시피 했다. 강호순의 차를 피해자들이 왜 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늦은 밤 퇴근하는 식구라도 있으면 두렵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일찍 귀가한 식구들이 전철역으로 늦은 귀가를 하는 또 다른 식구를 위해 마중을 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하다.”
식품을 구매하러 마트를 찾은 30대 초반 부부의 말이다. 이들 역시 위험하다는 이유로 마트조차 동행해서 온 것. 귀갓길이 요즈음처럼 무서운 적이 없다는 부부는 빠른 시일 안에 서울 입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식당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한곳을 찾았다. 식당종업원들만 한곳에 옹기종기 앉아있을 뿐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사건 이후에는 저녁 손님을 보기 힘들다. 식당들은 저마다 장사가 안 된다고 불만이 높다. 한마디로 손님들이 안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다른 곳으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
식당주인 김모(51)씨의 하소연이다. 김씨의 치안당국에 대한 불만은 높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불안과 공포, 치안에 대한 불신 등이 어우러져 주민들 사이에도 정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는 회사원 강모(34·여)씨. 강씨는  강호순 사건 이후 ‘귀가시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언제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긴급상황에서 화를 모면하기 위한 호신용 도구를 갖추고 일찍 귀가를 서두른다고.

“재테크 차원에서 아파트를 매입해 이사를 왔다. 하지만 지금은 세를 주고서라도 옮겨볼 생각이다. 요즈음 여기 사람들은 직장인의 경우 회식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있고 학생들은 심야수업이나 학원수업 등을 꺼리는 분위기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 여기 주민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실제 귀가시계를 바꾼 경우가 많다. 예컨대 퇴근 즉시 귀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 집안 남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귀가하는 모습이 많아졌다. 만일 귀가 시간이 늦어질 경우 아예 친구나 친척집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저녁 9시. 택시를 타고 인근 안산 건건동으로 향했다. 택시기사에게 요즈음 이곳 분위기에 대해 물으니 주민들 공포만큼이나 택시기사들도 공포 속에 운전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경기 서남부지역에는 택시강도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세상이 무섭다. 때문에 택시운전을 하는 것도 힘들다. 특히 외딴 곳으로 손님을 모시고 갈 때는 무서움을 느낀다. 젊은 남자들이 동승할 때는 그 무서움이 더욱 커진다. 강호순 같은 사람을 만나면 별 도리 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택시기사 장모(43)씨는 일반 손님이 택시 타기 무섭다고 하지만 택시기사도 손님을 태우기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항상 낯선 사람들을 태우게 되는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장씨는 주변 회사 동료들 중에는 한 달 평균 두 세 건 택시강도를 당한다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해 생을 달리한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반월역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조모(18·여)양. 처음 기자를 경계하다가 인터뷰에 응한 조양은 통금시간이 밤 11시에서 9시로 2시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대입을 앞두고 학원수강 등을 하다보면 늦는 경우가 태반인데 밤길이 무서워 두 과목 수강을 없애고 귀가를 서두른다는 것.
“친구들은 저마다 핸드폰 위치추적 장치를 장착하는가 하면 호신용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 핸드폰이나 열쇠고리 등에 끼워 들고 다닌다. 모두들 턱없이 부족한 경찰을 믿었다가는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많다. 때문에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강호순이 잡혔지만 사건지역은 아직도 그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을 뒤로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사람이 사람을 못믿는 흉흉한 현재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이 무거웠다. ‘악마’들과 섞여 사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만 팽배한 싸늘히 식어버린 그곳에 언제 다시 따뜻한 봄날이 찾아올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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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