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망치는 ‘오버부킹’ 피해담

내 객실에 다른 사람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모처럼 휴가를 떠나는 이가 늘고 있다.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고, 황금연휴와 여름휴가 기간이 이어진 결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휴가를 다 망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명 숙소 ‘오버부킹(중복 예약)’ 때문이다. 숙박 앱(App)의 불완전한 대처 아래, 오버부킹 피해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숙박 앱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오버부킹 피해도 덩달아 늘어왔다. 오버부킹은 숙박 앱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숙박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상 줄일 순 있어도 없앨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야놀자
여기어때

한 객실이 여러 플랫폼에 모두 올라가기 때문이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숙소 예약을 위해 다른 플랫폼 이용자들과도 동시에 경쟁하는 셈이다. 어느 한 곳에서 객실이 예약되면, 다른 플랫폼에서는 ‘예약 마감’ 처리를 통해 오버부킹을 막아야 한다.

이때 숙박업체나 숙박 앱의 대응이 늦어지는 게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다. 숙소 마감 처리가 모두 ‘수동’으로 이뤄지는 탓이다.

간혹 숙박업체가 고의로 오버부킹을 유도하는 경우도 목격된다. 객실 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예상한 대로 예약 취소가 발생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버부킹이 대거 발생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방문객의 휴가를 판돈으로 거는, 일종의 ‘도박’이다.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방문객이 피해를 감수할 이유는 없다. 오버부킹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 해결 의무를 진 숙박 앱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여러 대책을 강구해왔다. 

대표적으로 ‘안심예약제’가 있다. 예약이 뜻하지 않게 취소되면 숙박 앱이 예약 비용을 보전해주거나 다른 숙소를 구해다주는 제도다. 

숙박 앱을 운영하는 ‘여기어때’ 측은 “안심예약제를 운영하는 전문 상담 그룹을 배치했다”며 “제도 도입 2년 만에 7000여명 고객을 피해에서 구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 시행 이후 고객 강성 민원은 71%나 줄었고, 오버부킹으로 인한 제휴점의 일방 취소 건수도 14%p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의 노력이 ‘최선’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각종 대책을 연이어 내놨음에도,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숙박업계 고질병 ‘중복 예약’ 피해 여전 
숙박 앱 그림자 같은 존재 “없앨 순 없다”


<일요시사>는 이달 초 오버부킹으로 피해를 봤다는 두 제보자와 연락이 닿았다. 이들은 각각 업계 1·2위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먼저 A씨는 지난 4일 새벽, 야놀자를 통해 한 펜션을 예약했다. 잠시 뒤 카카오톡을 통해 ‘예약 완료’ 알림이 왔고, 다음 날에는 야놀자 앱으로 입실 안내가 전달됐다. 이를 모두 확인한 그는 다음 날 오후 5시경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A씨가 예약한 숙소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놀란 마음에 야놀자 고객센터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 시간째, A씨는 야놀자 대신 펜션 예약 업체와 연락이 닿았다.

펜션 예약 업체는 A씨에게 “지난 4일 오전 10시쯤 예약 내역을 확인했다”며 “예약 금액이 잘못 올라간 것을 확인한 즉시 야놀자 측에 연락해 예약 취소와 가격 수정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야놀자 측이 이를 A씨에게 전달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A씨는 “펜션 예약 업체 쪽에 재차 확인해봐도 ‘분명 지난 4일 오전에 야놀자에게 통보했다’고 한다”며 “야놀자는 어떤 통보도 없었고, 취소 처리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당일에 입실 안내를 보내 끝까지 예약이 됐다고 믿게 했다”고 비판했다.

A씨는 이후로도 야놀자와 전화 연결을 재차 시도했다. 하지만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는 고육지책으로 카카오톡 상담을 시도했다. 그마저도 2시간 뒤인 오후 7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연락이 닿았다.

야놀자 측은 이어진 상담에서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했다. 야놀자 측은 A씨에게 “연휴 기간 동안 즐거운 여행을 계획하셨을 텐데, 저희 측의 과오로 황당함과 불편함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야놀자는 환불과 추가 보상도 약속했다. A씨가 동의하자, 그제야 예약 취소 조치가 이뤄졌다. 시간은 오후 7시58분. A씨가 숙소에 도착한 지 약 3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취소 없이
연락 두절

A씨는 “즐거워야 할 여행이 야놀자의 업무태만으로 엉망이 됐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3시간도 넘게 달려 숙소에 도착했는데 너무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뒤늦게 보상해준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미 휴가를 위해 쓴 시간도, 노력도 모두 버려졌는데 그걸 주워 담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요시사>는 야놀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관계자는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여기어때에서 숙소를 예약한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 3일 전남 목포의 한 호텔을 예약했다. B씨 역시 예약 확인 알림과 입실 안내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호텔에 도착하니 “방이 없어 체크인할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B씨가 자초지종을 따져 묻자, 호텔 측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황에서 실수가 있었다. 오버부킹을 확인한 뒤 여기어때에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여기어때 측은 “숙소 측에서 통보가 왔을 때, 고객들에게 예약 취소 문자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씨는 여기어때로부터 취소 사실을 전달받은 적이 없었다. 여기어때로 예약한 다른 방문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여기어때 앱에서도 예약 취소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B씨는 “다른 방문객들한테도(문자를 받았는지) 물어봤다. 그곳에 있는 아무도 예약 취소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정말 문자를 보냈다면 그 많은 사람이 다 확인하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으냐. ‘책임 회피용 멘트’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B씨는 근처의 다른 숙소를 수소문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대규모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는 탓에 지역 숙소 대부분이 ‘만실’이었기 때문이다. 남는 방이 없으니, 안심예약제도 B씨를 도울 수 없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여기어때 측은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B씨는 우여곡절 끝에 시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여관에 들어갔다. ‘호캉스’를 망친 분을 삭히고 있던 그때, 여기어때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여기어때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예약 취소와 환불 절차를 마무리했다. B씨에게는 사과와 함께 유효기간이 한 달인 3만원짜리 쿠폰이 쥐어졌다.

알아서 조심
교차 검증 필수

B씨는 “앱에서 예약 취소한 뒤 알림을 보내거나 전화를 줬다면 서로 더 확실히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여기어때 측의 응대가 아쉬운 건 사실”이라며 “타지까지 와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휴가 내내 찜찜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어때 측에 따로 바라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추후에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숙소 예약 앱인데 예약이 제대로 안 되면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요시사>는 여기어때 측 입장을 물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취소 통보 문자를 발송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예약 취소가 이뤄진 새벽 3시경 바로 문자를 보낸 기록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불분명한 원인으로 문자가 전달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듯하다”며 “피해 고객에게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숙박업주로서도 ‘오버부킹’이 곤혹스러운 것은 매한가지다. 한 숙박업주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오버부킹은 구조상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업주는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응 방식이 문제”라며 “ A씨와 B씨의 사례는 역시 오버부킹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숙박 앱의 대응이 미흡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숙박 앱의 과실로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경우가 또 있다”고 귀띔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버부킹을 수습하기 위해선 ‘취소’와 ‘마감’ 절차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오버부킹된 예약을 취소하고, 해당 객실을 마감 처리해 추가 예약을 막는 방식이다. 하지만 숙박 앱들이 예약 취소만 하고 마감 처리를 하지 않아 ‘제2의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예컨대 1번 고객이 예약한 숙소를 2번 고객이 오버부킹했다면, 2번 고객 예약을 취소하는 동시에 예약을 마감해야 한다. 하지만 숙박 앱 측 과실로 예약 마감 없이 취소만 이뤄지면 또 다른 3번 고객이 오버부킹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갑질로 비춰질라” 적극적 해결 어려워
업체가 고의로 유도하는 경우도 목격

그는 “이런 허점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여러 번 몰렸었다”고 털어놨다. 잘못은 숙박 앱이 하고, ‘허탕’친 방문객들의 거센 항의는 업주가 받아내야 했다.

업주는 “야놀자에 확인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곧장 숙소로 온 오버부킹 고객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입실 불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게 ‘택시 타고 멀리서 왔는데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따졌다.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이용객과 점주 모두 숙박 앱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숙박 앱 관계자들은 “더 적극적인 노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숙박앱 관계자는 “겉에서 보면 해결법이 간단해 보인다. 객실을 한 플랫폼에만 올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운을 띄웠다.

이어 “하지만 그걸 우리가 요구할 수는 없다. 단독 제공 요구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혹 사업 성격에 따라 상품(객실)을 우리가 일괄 매입하고 단독으로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라며 “모든 숙소 예약을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버부킹은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업계 전체 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다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 업주들에게 뭔가를 제안·요구하면 혹시나 ‘갑질’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개선 방법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혹시 모를 방문객 피해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재발 방지?
안일한 대응

한 업주는 “숙박앱 알림만 믿을 게 아니라, 숙소에 직접 연락해 예약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숙소와 앱은 환불해주면 그만이지만, 방문객은 시간·감정 낭비가 심하지 않느냐”며 “번거롭더라도 확실히 확인해서 스스로 피해를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놀자 ‘송해 광고’ 논란 

야놀자가 방송인 고 송해가 등장하는 광고를 한시적으로 다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앞서 야놀자는 지난 3일 송해가 모델로 출연하는 광고 캠페인 ‘야놀자해’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지난 8일 송해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방영이 중단됐다.

야놀자 측은 “고인을 추모한다는 의미로 방영을 중단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야놀자는 유족과 광고 집행 여부를 다시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야놀자는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전하려 광고에 참여했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TV와 온라인 채널에서 광고를 2주간 다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광고에 나오는 고인의 모습은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기술 등을 활용해 합성된 것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광고가 상영된 후 송해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반응이 많았다”며 “대한민국의 영원한 놀이꾼으로 야놀자와 함께했던 선생님을 영원히 추억하겠다”고 전했다.

여론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놀자 공식 유튜브에는 “이렇게나마 송해 할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마지막까지 즐거움과 희망을 주신 송해 선생님의 마음을 기억한다”는 등 광고 재개를 반기는 댓글과 “위약금 조항 문제가 있을 테니 야놀자 측(입장)도 이해된다. 그래도 기업이윤을 위해 ‘고인의 뜻’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동원해 고인을 활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동시에 달렸다.

한편 야놀자는 2주 뒤 후배 MC가 모델로 참여한 새 광고를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모델은 “송해 선배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광고 제작에 동참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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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