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습기살균제’ 사참위 비참한 결말

‘얼렁뚱땅’ 의문만 키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세월호·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기간이 종료됐다. 3년6개월에 걸쳐 조사해왔으나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두고 대다수 전문가는 ‘외력설(잠수함 충돌설)’ 조사에만 몰두했다. 또 다른 조사 대상이던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피해자 지원책 마련은 미진한 데 이어 가해 기업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다.

“저희 조사 내용이 부족하고 그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실 것으로 짐작되며,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문호승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9일, 4·16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조사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참사 피해자와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핵심 의혹 검증 실패

결론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는 냈으나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눈높이에 맞는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사참위는 이날 조사 종료를 하루 앞두고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년6개월간 수행한 조사 결과(직권 사건 52건·피해자 진정 사건 25건)와 20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핵심 진상규명 대상이었던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발견하지 못했다.

사참위는 “세월호가 외력에 의해 침몰했는지 조사했으나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종합적 결론을 내렸다.


2018년 7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단일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인설’과 ‘열린안(외력설 포함)’ 보고서를 각각 냈던 반면, 사참위가 외력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낸 부분이 진전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한 결론을 도출해내진 못했다.

문 위원장은 “확보된 증거에 한계가 있었다. 증거가 불충분한데 무리해 결론을 내리면 많은 문제를 낳아 이 정도로 정리했다”며 “(원인을)확실히 밝히지 못했다는 비판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사참위 진상규명국이 제기했던 ‘세월호 CCTV 영상 조작 및 선박자동식별장치 조작(AIS)·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바꿔치기 의혹 조사’도 모두 신빙성이 낮아 최종 부결됐다.

앞서 사참위는 ‘세월호 DVR 바꿔치기’ ‘세월호 내 CCTV 데이터 조작’ ‘DVR 관련 청와대를 비롯한 당시 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검은 지난해 8월 모든 의혹에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특검팀은 세월호 DVR이 이전에 수거됐거나 수거된 DVR이 가짜라고 볼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은 사참위 해체 뒤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참사 당일 청와대의 대응을 알 수 있는 ‘세월호 7시간’ 기록물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있다.

활동 종료…3년6개월 조사결과는?
참사 진상규명 영원히 가라앉나


2017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30년까지 기록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실·국가안보실이 생산한 문서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까지 패소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윤석열정부에서 ‘진상규명 협조’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 활동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되지 않은 국정원의 세월호 관련 자료 공개 등을 요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 문서에서 조사 활동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적극 지원할 것 ▲보고서 작성 기한 전에 사참위 위원 임기가 끝나는 법적 미비점을 개선할 것 ▲생명안전기본법의 제정을 약속할 것도 요구했다.

사참위는 3개월 안으로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사참위 설립 근간인 ‘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사참위 권고를 ‘국가기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행해야 하며 ‘권고를 받은 기관은 이행 내역과 불이행 사유를 매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은 조사를 통해 2020년 7월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약 627만명, 건강 피해 경험자는 약 67만명, 사망자는 1만4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2017년 추산치(사용자 약 400만명·피해인구 약 50만명)보다도 컸다.

사참위의 2020년 11월 발표를 보면, 1990년대 초 국내에서 가습기살균제 시장이 형성될 당시 유공,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중 어느 기업도 안전성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1994년 유공이 가습기메이트를 선보인 이후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이 이를 벤치마킹해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결정하고 제품을 내놨다.

가습기메이트를 포함한 모두 19개 제품의 라벨에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습니다” “인체에 안전한” “인체 무해” 등의 문구가 표기됐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질본)는 가해 기업들의 요구로 유해성 발표 당시에 성분명을 숨겼다. 2012년 SK케미칼과 애경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에 대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된 근거의 실험이 허술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DVR·CCTV 조작 특검 무혐의
SK케미칼·애경 허위 과장광고

질본과 SK케미칼 등 가해 기업들은 2011년 8월26·27·29일 3차례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당시 질본은 조사를 통해 ‘옥시싹싹’ 원료(PHMG)의 유해 가능성 및 SK케미칼·애경의 가습기메이트 원료 주성분(CMIT·MIT)을 파악했다.

사참위는 SK케미칼이 면담에서 유해성이 최종 확인되기 전까지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 유발 요인일 수 있다는 점과 기업 및 성분명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질본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질본은 3차 면담 이틀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인미상 폐질환 요인이 가습기살균제일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도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질본은 같은 해 11월 옥시 등 제품 6종에 대해 수거 명령을 내리면서도 가습기메이트는 제외했다.


질본의 성분 미공개로 SK케미칼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 자료를 제출을 미룰 수 있었다. 2011년 11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애경은 공정위의 조사를 받게 되자 SK케미칼에 안전성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SK케미칼은 애경에 “질본의 입장을 존중해 질본 발표가 있기까지 (제품 안전성과 기능성 자료의)대외적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질본이 가습기 참사의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결정적인 정황도 포착됐다. 2011년 질본의 초기 독성실험이 CMIT·MIT 성분만 예비시험을 생략한 것이다.

질본의 동물 흡입 실험은 ▲기도 내 투여량을 결정하는 예비시험 ▲기도 내 투여시험 ▲흡입독성시험 순으로 진행됐다.

사참위에 따르면, 질본은 2011년 10월 CMIT·MIT에 대해 예비시험을 건너뛰고 곧바로 기도 내 투여 시험을 실시했다. 투여량은 이미 예비시험을 거친 PHMG 투여량(제품 1/10 희석 배율)과 동일하게 맞춰졌다. PHMG는 CMIT·MIT보다 독성이 높기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CMIT·MIT에서 독성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실제 동물실험 결과, 폐섬유화가 확인된 PHMG와 달리 CMIT·MIT 투여 쥐에서는 폐섬유화 증상이 나오지 않았다. 질본은 이 같은 허술한 실험을 통해 가습기메이트의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은 지난해 5월 사참위법 시행령 개정안이 개정되면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당시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국’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업무범위가 피해자 구제, 제도 개선, 사건 관리로 축소된 것이다.

미진한 성과

사참위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활동 자체를 무력화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는 끝났다”고 발언해 피해자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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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