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수’ 박지원의 큰 그림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권 술렁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 9단’ ‘정치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변하는 수식어다. 몸풀기에 나선 박 전 원장은 등장과 동시에 정치권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민주당이 분열한 틈을 타 강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지는 중이다. 박 전 원장이 던진 메시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016년 주류 세력으로 불리던 친문(친 문재인)계와 갈등 끝에 민주당을 뛰쳐나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몸담았던 국민의당에 합류한 바 있는 4선 중진인 그는 2018년 국민의당을 탈당했고, 2020년에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정치 9단
컴백 초읽기

지난달까지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일하다가 새 정부가 박 전 원장에게 사퇴를 통보하며 국정원장직에서 내려왔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그는 곧바로 SNS를 통해 정치 복귀 신호탄을 쏴 올렸다. 

본격적인 시작은 호남 지역 방문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본격적인 정치 재개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호남행 이후 최근에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I’m back”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박 전 원장의 발언은 정치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정원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에 대한 X파일을 만들어 보관 중”이라고 발언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해당 자리에서 박 전 원장은 정치인이 돈을 버는 방식, 연예인과의 관계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을 제정해 폐기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발언으로 여권과 국정원에서는 박 전 원장을 향해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고 있다. 직전까지 몸담았던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을 향해 “국정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취지는 동의하나 박 전 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원장은 즉각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X파일 발언으로 몰매를 맞고 죽을 지경이라며 앞으로 유의하겠다고 사과했다. 

사과를 했음에도 여전히 억울한 게 남은 모양새다. X파일을 띄운 이유가 국정원이 과거 정보수집 등을 할 때 관련 문서가 정쟁으로 이용된 것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원장의 X파일 발언을 두고 의도된 실수라는 시각이다. 

최근 민주당 복당을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위해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초석을 깔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은연 중에 자신이 많은 정보를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졌다는 것이다. 

전격 본격 복귀 선언
1선 아니고 2선서만?

호남을 방문한 이유도 박 전 원장의 정치적 기반이 호남에 있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터줏대감으로 불려오고 있는 박 전 원장은 목포에서만 3선 의원을 지낸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정치 9단으로 불리는 인물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띄우기 위한 발언이라고 분석한다.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박 전 원장이 정치 재개를 시작한 이유는 현재 민주당의 내부 분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계파 문제로 유례없는 내홍을 겪는 중이다.

민주당 세력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친낙(친 이낙연)계, 친문(친 문재인)계 세력 등으로 갈라져 있다. 내분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한 상황이다. 

3·9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급하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물러났다.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계파색이 옅은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고삐를 잡았지만 전당대회까지 남은 시간이 짧은 탓에 무언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이 틈을 재빨리 간파한 인물이 박 전 원장이다. 그는 민주당으로 복당 선언을 하며 최근 민주당에게 연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일찍부터 포석을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데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본인 입으로는 대표로 나서지 않고 2선에서 당을 돕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직접 친명과 친문 계파 싸움에 뛰어들겠다는 액션으로 읽힌다. 박 전 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당 대표 도전설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당으로 복당을 선언을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 내에서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당이 민주당이고, 과거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이념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라는 점이라는 게 이유다.

입만 열면
폭탄급 파장

그는 “현재까지는 1선에 나서서 하지 않겠다. 민주당에 복당하더라도 2선에서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병풍 역할만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복당 후 당 편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에게 협력할 사안에 대해 협력을 요구하고, 잘못해나가는 부분은 야권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보수와 진보가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제시한 셈이다.

박 전 원장은 최근 대선 등 선거에서 연패한 후로 민주당이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목포서 낙선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져 한동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탓에 자신의 과거 결과와 민주당의 현 상황 역시 비슷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민들레, 수박 등 계파 전쟁을 끝내고, 싸움보다는 여야가 국회를 정상화한 후 머리를 맞대고 대책 논의해야 할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주장이다.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도 부담을 느끼면서도 정치 원로, 정치 9단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과거 민주당 당 대표 경선 과정이나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박 전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한 바 있다. 아침에 눈 뜨면 쓴소리를 해대는 탓에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박 전 원장은 곧바로 쓴소리를 멈췄다.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여론을 주도했다. 

아직은
시기상조?

현재 민주당에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이유도 과거와 비슷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정치 재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다르다. 박 전 원장의 민주당 복당 선언 자체가 민주당 당권잡기 경쟁에 참전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가 미국행을 택해 친문, DJ계, 친노 세력을 묶을만한 리더가 딱히 없다. 이들 세력을 통합할 인물로 몇몇 인사가 거론되긴 하지만, 현재 친문 세력인 초금회(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들의 금요일 모임) 역시 당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탓에 박 전 원장이 친명 세력을 견제할 카드로 DJ계, 친노계, 친문계를 통합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 역시 박 전 원장의 민주당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박 전 원장의 정치 재개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과거 민주당은 젊은 이미지가 강했다. 현재는 너무 고루한 이미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은 젊고, 역동적인 본연의 민주당으로 복원돼야 하는데 그의 참전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젠 정치원로로서 막후에서만 지원할 때라는 말로 읽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전 원장이 띄운 586 용퇴론도 쉽게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의 등판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이 아직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인사들에게 자기 세일즈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재자 역할은 가능
내부선 부담 목소리

아직까진 박 전 원장 본인이 당권을 잡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당 대표 등 큰 역할에 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 역시 민주당 중진 의원의 의견과 비슷하다. 민주당에서 전당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경우 최소한 비대위원장 혹은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당 대표 및 지도부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은 10명에 이른다. 친명계에서는 단연 이재명 의원 본인이 거론된다. 현재 친명계에서 당권에 도전할만한 인물로 이 의원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인물은 없다.

친문계에서는 설훈·홍영표·전해철 의원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3선 이상이지만 당내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이 의원을 제외하고는 중량감을 가진 인물이 없는 셈이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의 인지도가 민주당 내 거론 인사들 중에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관계자도 “민주당의 지도부, 차기 당 대표로 오르내리는 사람이 박 전 원장에 비해 급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급되는 인물들이 정치력도 부족하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 한다는 게 이유다. 또 자신의 몸값을 띄우기 위한 것으로 읽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그에게 역할을 제시하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등판만 한다면 당내서 중재자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명 세력과도 DJ 계열인 박 전 원장이 척을 지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민주당 내 대세가 이 의원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과 박 전 원장의 물밑 접촉은 활발하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박 전 원장 카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박 전 원장의 이미지가 좋은 편이 아닌 탓이다.

박 전 원장이 완벽한 민주당 편이라는 분위기도 크지 않다. 정치 9단으로서의 중재자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을 하게 될 경우 국민적 신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당장 국정원장직을 마무리한 뒤 정치권에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 박 전 원장이 민주당의 빈틈을 파고든 이유는 민주당 지도 체제가 붕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나름의 역할론을 제시해 구심점 역할을 하고 활동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탄탄했다면 박 전 원장의 역할론 자체도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심점 
역할론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원장 스스로는 당 대표설 등에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원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이는 노욕”이라며 “본인 스스로 말하긴 어렵고, 민주당에서 등 떠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도부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지원 복귀와 악재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 복귀를 선언했지만 상황은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박 전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공수처 수사2부는 공직선거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에 대해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서 윤 전 총장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의 발언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봤다. 

최근에는 국정원 X파일과 관련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하 의원은 “나누지도 않은 대화를 날조해 국민과의 신뢰에 흠집이 났다. 국가 기밀을 언론 관심 끌기용으로 이용한 행위”라며 박 전 원장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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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