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수’ 박지원의 큰 그림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권 술렁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 9단’ ‘정치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변하는 수식어다. 몸풀기에 나선 박 전 원장은 등장과 동시에 정치권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민주당이 분열한 틈을 타 강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지는 중이다. 박 전 원장이 던진 메시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016년 주류 세력으로 불리던 친문(친 문재인)계와 갈등 끝에 민주당을 뛰쳐나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몸담았던 국민의당에 합류한 바 있는 4선 중진인 그는 2018년 국민의당을 탈당했고, 2020년에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정치 9단
컴백 초읽기

지난달까지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일하다가 새 정부가 박 전 원장에게 사퇴를 통보하며 국정원장직에서 내려왔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그는 곧바로 SNS를 통해 정치 복귀 신호탄을 쏴 올렸다. 

본격적인 시작은 호남 지역 방문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본격적인 정치 재개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호남행 이후 최근에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I’m back”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박 전 원장의 발언은 정치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정원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에 대한 X파일을 만들어 보관 중”이라고 발언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해당 자리에서 박 전 원장은 정치인이 돈을 버는 방식, 연예인과의 관계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을 제정해 폐기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발언으로 여권과 국정원에서는 박 전 원장을 향해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고 있다. 직전까지 몸담았던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을 향해 “국정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취지는 동의하나 박 전 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원장은 즉각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X파일 발언으로 몰매를 맞고 죽을 지경이라며 앞으로 유의하겠다고 사과했다. 

사과를 했음에도 여전히 억울한 게 남은 모양새다. X파일을 띄운 이유가 국정원이 과거 정보수집 등을 할 때 관련 문서가 정쟁으로 이용된 것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원장의 X파일 발언을 두고 의도된 실수라는 시각이다. 

최근 민주당 복당을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위해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초석을 깔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은연 중에 자신이 많은 정보를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졌다는 것이다. 

전격 본격 복귀 선언
1선 아니고 2선서만?

호남을 방문한 이유도 박 전 원장의 정치적 기반이 호남에 있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터줏대감으로 불려오고 있는 박 전 원장은 목포에서만 3선 의원을 지낸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정치 9단으로 불리는 인물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띄우기 위한 발언이라고 분석한다.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박 전 원장이 정치 재개를 시작한 이유는 현재 민주당의 내부 분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계파 문제로 유례없는 내홍을 겪는 중이다.

민주당 세력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친낙(친 이낙연)계, 친문(친 문재인)계 세력 등으로 갈라져 있다. 내분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한 상황이다. 

3·9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급하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물러났다.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계파색이 옅은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고삐를 잡았지만 전당대회까지 남은 시간이 짧은 탓에 무언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이 틈을 재빨리 간파한 인물이 박 전 원장이다. 그는 민주당으로 복당 선언을 하며 최근 민주당에게 연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일찍부터 포석을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데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본인 입으로는 대표로 나서지 않고 2선에서 당을 돕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직접 친명과 친문 계파 싸움에 뛰어들겠다는 액션으로 읽힌다. 박 전 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당 대표 도전설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당으로 복당을 선언을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 내에서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당이 민주당이고, 과거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이념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라는 점이라는 게 이유다.

입만 열면
폭탄급 파장

그는 “현재까지는 1선에 나서서 하지 않겠다. 민주당에 복당하더라도 2선에서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병풍 역할만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복당 후 당 편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에게 협력할 사안에 대해 협력을 요구하고, 잘못해나가는 부분은 야권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보수와 진보가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제시한 셈이다.

박 전 원장은 최근 대선 등 선거에서 연패한 후로 민주당이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목포서 낙선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져 한동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탓에 자신의 과거 결과와 민주당의 현 상황 역시 비슷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민들레, 수박 등 계파 전쟁을 끝내고, 싸움보다는 여야가 국회를 정상화한 후 머리를 맞대고 대책 논의해야 할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주장이다.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도 부담을 느끼면서도 정치 원로, 정치 9단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과거 민주당 당 대표 경선 과정이나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박 전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한 바 있다. 아침에 눈 뜨면 쓴소리를 해대는 탓에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박 전 원장은 곧바로 쓴소리를 멈췄다.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여론을 주도했다. 

아직은
시기상조?

현재 민주당에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이유도 과거와 비슷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정치 재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다르다. 박 전 원장의 민주당 복당 선언 자체가 민주당 당권잡기 경쟁에 참전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가 미국행을 택해 친문, DJ계, 친노 세력을 묶을만한 리더가 딱히 없다. 이들 세력을 통합할 인물로 몇몇 인사가 거론되긴 하지만, 현재 친문 세력인 초금회(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들의 금요일 모임) 역시 당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탓에 박 전 원장이 친명 세력을 견제할 카드로 DJ계, 친노계, 친문계를 통합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 역시 박 전 원장의 민주당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박 전 원장의 정치 재개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과거 민주당은 젊은 이미지가 강했다. 현재는 너무 고루한 이미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은 젊고, 역동적인 본연의 민주당으로 복원돼야 하는데 그의 참전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젠 정치원로로서 막후에서만 지원할 때라는 말로 읽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전 원장이 띄운 586 용퇴론도 쉽게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의 등판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이 아직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인사들에게 자기 세일즈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재자 역할은 가능
내부선 부담 목소리

아직까진 박 전 원장 본인이 당권을 잡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당 대표 등 큰 역할에 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 역시 민주당 중진 의원의 의견과 비슷하다. 민주당에서 전당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경우 최소한 비대위원장 혹은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당 대표 및 지도부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은 10명에 이른다. 친명계에서는 단연 이재명 의원 본인이 거론된다. 현재 친명계에서 당권에 도전할만한 인물로 이 의원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인물은 없다.

친문계에서는 설훈·홍영표·전해철 의원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3선 이상이지만 당내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이 의원을 제외하고는 중량감을 가진 인물이 없는 셈이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의 인지도가 민주당 내 거론 인사들 중에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관계자도 “민주당의 지도부, 차기 당 대표로 오르내리는 사람이 박 전 원장에 비해 급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급되는 인물들이 정치력도 부족하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 한다는 게 이유다. 또 자신의 몸값을 띄우기 위한 것으로 읽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그에게 역할을 제시하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등판만 한다면 당내서 중재자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명 세력과도 DJ 계열인 박 전 원장이 척을 지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민주당 내 대세가 이 의원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과 박 전 원장의 물밑 접촉은 활발하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박 전 원장 카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박 전 원장의 이미지가 좋은 편이 아닌 탓이다.

박 전 원장이 완벽한 민주당 편이라는 분위기도 크지 않다. 정치 9단으로서의 중재자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을 하게 될 경우 국민적 신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당장 국정원장직을 마무리한 뒤 정치권에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 박 전 원장이 민주당의 빈틈을 파고든 이유는 민주당 지도 체제가 붕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나름의 역할론을 제시해 구심점 역할을 하고 활동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탄탄했다면 박 전 원장의 역할론 자체도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심점 
역할론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원장 스스로는 당 대표설 등에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원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이는 노욕”이라며 “본인 스스로 말하긴 어렵고, 민주당에서 등 떠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도부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지원 복귀와 악재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 복귀를 선언했지만 상황은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박 전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공수처 수사2부는 공직선거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에 대해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서 윤 전 총장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의 발언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봤다. 

최근에는 국정원 X파일과 관련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하 의원은 “나누지도 않은 대화를 날조해 국민과의 신뢰에 흠집이 났다. 국가 기밀을 언론 관심 끌기용으로 이용한 행위”라며 박 전 원장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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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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