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 - 윤석열에 바란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대표

“누구나 김연아·손흥민 될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오랫동안 체육계를 감쌌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인을 양성하는 데 집중해 온 기존 시스템은 힘을 잃기 시작했고, 생활 체육으로의 전환이 당연한 수순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기존의 잔재는 남아 있다. 단순히 진일보를 위한 수순이라고 보기에는 ‘성장통’이 예사롭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이 곧 국위 선양을 의미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상대 꼭대기를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가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읊조리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감동의 순간이자, 동기 부여의 원천이었다. 그렇게 리틀 김재엽, 제2의 현정화가 탄생했고, 이들은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시스템을 포기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고, 이들의 뒤편에서 수많은 선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운동을 그만뒀다. 학업을 뒤로한 채 운동에 매달렸던 학생선수가 운동을 관두면 남은 선택지는 없다시피 했다.

그나마 최근에서야 학업과 운동의 병행을 통해 학생선수들이 또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또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된 상태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대표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다음은 허 대표와의 일문일답.

-체육시민연대는?

▲2002년 설립된 체육시민연대는 국내 스포츠 분야 최초의 NGO 단체다. 체육계의 투명성 확보와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정부와 체육단체의 정책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수행 중이다.


학교·생활·엘리트 체육의 연계 활성화, 건강한 체육문화 정착 및 제도 개선, 학원 체육의 정상화, 체육단체의 합리적 운영 및 민주화 등을 도모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체육 활동에 참여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내 체육계는 획일화된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시스템에서 벗어나, 생활체육이 정착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시스템의 변화는 한 순간 이뤄지는 게 아니며, 그 과정에서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최근 흐름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앞장서 국내 체육계의 변화를 위해 힘써주길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점은 어쩌면 체육계의 현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개선 혹은 보완이 필요한 점을 간략하게 나열한다면?

▲크게 보면 재정·체육시설·엘리트 체육·인권·체육단체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열거한 것은 상호 간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다. 잘못된 점을 끄집어내려는 게 아니라, 생활체육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재정 측면에서의 개선이라면,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 확대를 말하는 건가?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가 체육 분야에 투입하는 금액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 체육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 재정의 약 0.2%를 체육 분야에 배정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큰 금액이 아니다. 통상 한국과 비슷한 경제규모를 갖춘 국가들은 예산의 1%를 배정하고, 생활 체육을 중요성을 강조해온 몇몇 국가는 예산의 2%를 체육 분야에 편성하고 있다.

체육 분야에 대한 예산확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문제다. 체육 분야에 1000원을 투입하면 4000~5000원의 국가 의료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앞에서 체육단체를 언급한 것도 재정적 측면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나?

▲큰 틀에서 그렇다. 체육계를 대표하는 수많은 단체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돼있다. 자생적 운영 체계를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열악한 직원 처우는 말할 것도 없다. 재벌그룹 오너를 단체장에 임명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학업 병행 포기하면 안 돼
체육계 변화 위해 힘써주길

그들에게 재정적 후원을 기대하는 게 대다수 단체가 처한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도덕성이 결여된 몇몇 기업인이 단체장을 맡아 논란이 불거지곤 한다. 맷값 폭행으로 사회면을 장식했던 재벌가 경영인이 단체장에 이름을 올렸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소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재정적 지원을 이유로 단체장에 선임하는 광경은 지양해야 한다.

-체육 시설 확충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재정적 지원이 충분하면 기존 시설관리 강화는 물론이고, 시설 확충을 기대할 수 있다. 체육시설은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위한 필수 요소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순간에도 대도시에서 체육시설은 사라지고 있다.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마다 부지로 활용되는 게 바로 기존 체육시설이다. 재정적 뒷받침에 한계가 있다면, 국가 소유의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떠올려봐야 한다. 몇몇 한강다리 하단에는 테니스장이 설치돼있고, 실내체육관은 아니지만, 우천 시 운동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있다. 이처럼 틈새를 활용해 체육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달리 말하면 여전히 생활체육이 완벽히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엘리트 체육인 양성에 집중해온 기존 체육계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로 비춰진다.

▲엘리트 체육인 양성에 집중했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분명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생활체육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자리 잡았고, 학생선수가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 가운데 몇몇은 향후 엘리트 선수로 발돋움할 것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선진 체육 환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관건이다. 여전히 운동하는 자식을 둔 학부모 상당수가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내세운다. 윤석열정부는 운동선수가 학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선수 결석 허용일수를 연간 수업일수의 1/3 범위(63일~64일) 내에서 종목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해당 정책이 학생선수를 운동에만 전념시키는 기존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학생선수 가운데 극소수만 엘리트 선수가 되고, 이들 가운데 극히 일부가 서른 중반까지 선수로 활약한다. 운동을 중도에 그만둔 절대 다수가 또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자. 모든 학생선수가 김연아·손흥민이 될 순 없다.

-성과 중심의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시스템을 극복해야 체육계에 만연한 인권침해 문제가 해결될 거라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수년간 체육계에서 인권침해, 폭력 등 부정적 이슈가 연이어 터졌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례마저 보고됐다. 이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과거부터 곪아있던 것들이 터져버린 결과다. 인권침해 요소는 꽤나 자취를 감췄지만, 그렇다고 신체폭력, 정서 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긴 힘들다.

당장 일상에 대한 통제를 폭력이라고 여기지 않는 부류가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심각성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바로잡아야 체육계에 만연한 인권침해 문제를 심층적으로 볼 수 있다. 일이 터지고 처벌, 질타하는 게 아니라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성적지상주의가 희석돼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도자가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되는 현상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따지고 보면 지도자들 역시 힘든 상황이다. 매년 계약갱신을 걱정해야 하는 학원스포츠 지도자들은 당연히 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결국 잘못된 판단을 내리곤 한다. 학생선수들의 인권이 위협받았던 지난 사례들을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거진 사건쯤으로 보는 건 합당한 결론이 아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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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