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 - 윤석열에 바란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대표

“누구나 김연아·손흥민 될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오랫동안 체육계를 감쌌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인을 양성하는 데 집중해 온 기존 시스템은 힘을 잃기 시작했고, 생활 체육으로의 전환이 당연한 수순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기존의 잔재는 남아 있다. 단순히 진일보를 위한 수순이라고 보기에는 ‘성장통’이 예사롭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이 곧 국위 선양을 의미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상대 꼭대기를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가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읊조리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감동의 순간이자, 동기 부여의 원천이었다. 그렇게 리틀 김재엽, 제2의 현정화가 탄생했고, 이들은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시스템을 포기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고, 이들의 뒤편에서 수많은 선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운동을 그만뒀다. 학업을 뒤로한 채 운동에 매달렸던 학생선수가 운동을 관두면 남은 선택지는 없다시피 했다.

그나마 최근에서야 학업과 운동의 병행을 통해 학생선수들이 또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또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된 상태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대표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다음은 허 대표와의 일문일답.

-체육시민연대는?

▲2002년 설립된 체육시민연대는 국내 스포츠 분야 최초의 NGO 단체다. 체육계의 투명성 확보와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정부와 체육단체의 정책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수행 중이다.

학교·생활·엘리트 체육의 연계 활성화, 건강한 체육문화 정착 및 제도 개선, 학원 체육의 정상화, 체육단체의 합리적 운영 및 민주화 등을 도모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체육 활동에 참여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내 체육계는 획일화된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시스템에서 벗어나, 생활체육이 정착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시스템의 변화는 한 순간 이뤄지는 게 아니며, 그 과정에서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최근 흐름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앞장서 국내 체육계의 변화를 위해 힘써주길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점은 어쩌면 체육계의 현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개선 혹은 보완이 필요한 점을 간략하게 나열한다면?

▲크게 보면 재정·체육시설·엘리트 체육·인권·체육단체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열거한 것은 상호 간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다. 잘못된 점을 끄집어내려는 게 아니라, 생활체육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재정 측면에서의 개선이라면,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 확대를 말하는 건가?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가 체육 분야에 투입하는 금액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 체육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 재정의 약 0.2%를 체육 분야에 배정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큰 금액이 아니다. 통상 한국과 비슷한 경제규모를 갖춘 국가들은 예산의 1%를 배정하고, 생활 체육을 중요성을 강조해온 몇몇 국가는 예산의 2%를 체육 분야에 편성하고 있다.

체육 분야에 대한 예산확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문제다. 체육 분야에 1000원을 투입하면 4000~5000원의 국가 의료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앞에서 체육단체를 언급한 것도 재정적 측면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나?

▲큰 틀에서 그렇다. 체육계를 대표하는 수많은 단체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돼있다. 자생적 운영 체계를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열악한 직원 처우는 말할 것도 없다. 재벌그룹 오너를 단체장에 임명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학업 병행 포기하면 안 돼
체육계 변화 위해 힘써주길

그들에게 재정적 후원을 기대하는 게 대다수 단체가 처한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도덕성이 결여된 몇몇 기업인이 단체장을 맡아 논란이 불거지곤 한다. 맷값 폭행으로 사회면을 장식했던 재벌가 경영인이 단체장에 이름을 올렸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소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재정적 지원을 이유로 단체장에 선임하는 광경은 지양해야 한다.

-체육 시설 확충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재정적 지원이 충분하면 기존 시설관리 강화는 물론이고, 시설 확충을 기대할 수 있다. 체육시설은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위한 필수 요소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순간에도 대도시에서 체육시설은 사라지고 있다.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마다 부지로 활용되는 게 바로 기존 체육시설이다. 재정적 뒷받침에 한계가 있다면, 국가 소유의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떠올려봐야 한다. 몇몇 한강다리 하단에는 테니스장이 설치돼있고, 실내체육관은 아니지만, 우천 시 운동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있다. 이처럼 틈새를 활용해 체육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달리 말하면 여전히 생활체육이 완벽히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엘리트 체육인 양성에 집중해온 기존 체육계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로 비춰진다.

▲엘리트 체육인 양성에 집중했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분명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생활체육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자리 잡았고, 학생선수가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 가운데 몇몇은 향후 엘리트 선수로 발돋움할 것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선진 체육 환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관건이다. 여전히 운동하는 자식을 둔 학부모 상당수가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내세운다. 윤석열정부는 운동선수가 학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선수 결석 허용일수를 연간 수업일수의 1/3 범위(63일~64일) 내에서 종목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해당 정책이 학생선수를 운동에만 전념시키는 기존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학생선수 가운데 극소수만 엘리트 선수가 되고, 이들 가운데 극히 일부가 서른 중반까지 선수로 활약한다. 운동을 중도에 그만둔 절대 다수가 또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자. 모든 학생선수가 김연아·손흥민이 될 순 없다.

-성과 중심의 엘리트 체육인 양성 시스템을 극복해야 체육계에 만연한 인권침해 문제가 해결될 거라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수년간 체육계에서 인권침해, 폭력 등 부정적 이슈가 연이어 터졌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례마저 보고됐다. 이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과거부터 곪아있던 것들이 터져버린 결과다. 인권침해 요소는 꽤나 자취를 감췄지만, 그렇다고 신체폭력, 정서 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긴 힘들다.

당장 일상에 대한 통제를 폭력이라고 여기지 않는 부류가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심각성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바로잡아야 체육계에 만연한 인권침해 문제를 심층적으로 볼 수 있다. 일이 터지고 처벌, 질타하는 게 아니라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성적지상주의가 희석돼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도자가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되는 현상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따지고 보면 지도자들 역시 힘든 상황이다. 매년 계약갱신을 걱정해야 하는 학원스포츠 지도자들은 당연히 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결국 잘못된 판단을 내리곤 한다. 학생선수들의 인권이 위협받았던 지난 사례들을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거진 사건쯤으로 보는 건 합당한 결론이 아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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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