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과학여행 ③국립대구기상과학관

날씨와 과학의 ‘흥미진진한 만남’

국립대구기상과학관은 삶터와 가깝다. 금호강이 유유히 흐르는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옆에 자리한다. 강변 산책로에서 벗어나면 기상과학관으로 연결된다. 국립대구기상과학관은 날씨와 과학의 흥미진진한 만남이 실현되는 곳이다. 무심코 지나친 날씨를 들여다보고, 느끼고, 과학과 함께 체험하는 일이 재미있다. 우리나라 기상과학의 역사와 세계의 기후변화를 쉽게 이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기상과학관 입구에는 물방울 모양 마스코트 ‘기상이’가 방문객을 반긴다. 우산과 온도계를 들고 본격적인 날씨 탐구 여행의 출발을 알린다. 2014년 개관한 기상과학관은 3개 주제관으로 나뉘며, 3전시관은 올봄 새 단장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했다.

새 단장

1층 1전시관 주제는 ‘기상과의 만남’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세계 날씨 변화를 한눈에 보는 지구ON 모형이 눈길을 끈다. 지구ON은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지구의 기상, 자연재해 등을 구 표면에 실감 나게 투영한다. 1전시관에서 4개 지구본으로 하루 온도가 달라지고 사계절이 생기는 까닭 등을 살펴본다. 강풍 체험기로 바람을 맞고, 기상청에서 실제로 사용한 옛 기압계와 습도계도 구경할 수 있다. 1전시관은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과 물, 바람에 대해 꼼꼼히 이해하는 공간의 의미가 짙다.

날씨 체험은 ‘날씨 속 과학’이 주제인 2층 2전시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체험 시설이 가득한 2전시관은 기상과학관을 찾은 아이들에게 인기 높다. 전시관 중앙에는 커다란 구름 소파가 놓였다. ‘날씨아카이브’에서 구름 소파에 누워 천장의 화면을 보며 사계절 날씨를 입체적으로 체험한다. 세계 곳곳의 기후변화를 보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손전등으로 찾는 게임도 흥미롭다.

‘날씨 만들기’는 눈 내리고 번개 치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직접 만들어보는 코너다. 벽면에 구름과 태양, 바람 모형을 붙이면 움직이는 그림 날씨가 만들어진다. 날씨 아이콘을 결합하면 무지개와 토네이도가 등장하기도 한다. 글과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귀여운 그림으로 날씨가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2전시관에는 태풍,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를 구현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새로운 태풍 이름을 만들어 메일로 보내거나 토네이도 발생 과정을 보고, 지진과 해일로 건물이 물에 잠기는 현상도 재현한다. 2전시관의 마지막 코너는 ‘기상탐험대’ 체험이다. 대형 화면 앞, 모형 열기구를 타고 대구 시내를 내려다보며 대구가 왜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지 알아본다.

올해 4월 새롭게 꾸민 3전시관 주제는 ‘예보의 과학’이다. 날씨 예측의 심장으로 불리는 기상 슈퍼컴퓨터의 역사와 현재 활용되는 슈퍼컴퓨터 5호기 두루·마루·그루 삼총사를 만나고, 기상예보관이 돼서 일기도를 직접 그려본다. 우산을 들고 기상 캐스터로 변신해 일기예보의 주인공이 되고, 날씨와 관련된 생활 현상이나 기상청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들여다본다. 3전시관 관람은 탄소 중립을 약속하는 손도장 찍기로 마무리된다. 기상과학관에는 날씨를 입체적으로 관람하는 4D영상관과 VR체험기도 있으며,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따라 일부 시설은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주말에는 기후 관련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후변화 쉽게 이해하는 공간
재미있게 직접 보고 체험

야외에는 측우기와 해시계, 풍기대 등 역사 속 기상관측 도구, 실제로 사용되는 날씨관측기 등이 전시된다. 기상과학관 옆에는 대구지방기상청이 자리한다. 국립대구기상과학관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30분이며(월요일, 1월1일, 명절 연휴 휴관), 예약제로 운영한다.

기상과학관을 나서면 금호강 산책로를 따라 망우당공원으로 연결된다. 임진왜란 때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곽재우 장군을 기려 조성한 공원이며, 중앙에 곽재우 동상이 있다. 공원 이름은 장군의 호에서 따왔다. 공원 남쪽 조양회관은 일제강점기에 대구 지역 청년들이 민족의식을 일깨우던 공간이다. 달성공원 앞에서 옮겨 온 건물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망우당공원에서 금호강이 내려다보이며, 임란호국영남충의단전시관과 영남제일관 등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동촌유원지를 지나 금호강 북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옛 대구선 기찻길을 따라 오붓한 산책로가 조성됐다. 열차가 오가던 철교인 아양기찻길은 카페와 전망대가 들어서 시민 쉼터로 거듭났고, 밤이면 야경이 아름답다. 아양기찻길은 지저동 벚꽃길을 비롯해 금호강 변 꽃길 산책로와 이어진다.

2008년 운행을 중단한 옛 대구선 도심 구간은 여러 추억의 공간을 남겼다. 입석동 옹기종기행복마을은 기찻길 옆 마을의 잔영이 있다. 철길 옆에는 예전 마을을 오가던 증기기관차가 벽화로 재현됐으며, 골목 곳곳에서 만나는 벽화가 정겹다. 철로는 벚꽃 터널로 단장했고, 골목에 차 한잔할 카페도 있다. 옹기종기행복마을 인근 대구 구 동촌역사(국가등록문화재)는 2014년 작은도서관으로 변신했다. 도서관 내부에 동촌역에서 사용하던 빛바랜 철도 장비를 전시하며, 야외에는 기찻길이 보존됐다.


옻골마을

옛 대구의 향수에 더 깊이 취하려면 옻골마을로 이동한다. 옻나무가 많던 마을은 경주 최씨 집성촌으로, 20여 채 고택을 품고 있다.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마을에는 대구 백불암고택(국가민속문화재), 수구당(대구문화재자료), 동계정(대구문화재자료), 화전고택 등 수려한 가옥이 옛 담장 따라 단아한 자태를 뽐낸다. 마을 입구에 수령 350년 된 회화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이며, 한옥 숙박이 가능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국립대구기상과학관→망우당공원→옹기종기행복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대구기상과학관→망우당공원→동화사
둘째 날: 아양기찻길→옹기종기행복마을→동촌역사작은도서관→옻골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국립대구기상과학관 http://science.kma.go.kr/daegu
- 동구 문화체육관광 https://dong.daegu.kr/main/pagec.htm?mnu_uid=52   

문의 전화   
- 국립대구기상과학관 053)953-0365
- 동구청 관광과 053)662-4077
- 동촌역사작은도서관 070-4214-6859
- 옻골마을 053)983-6407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동대구역, KTX 수시(05:05~23:00) 운행, 약 1시간45분 소요. 동대구역 맞은편 정류장에서 156번 간선버스 이용, 대구지방기상청 정류장 하차, 국립대구기상과학관까지 도보 약 20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대구광역시버스정보시스템 https://businfo.daegu.go.kr
[버스] 서울-동대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9~22회(06:00~다음 날 01: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맞은편 정류장에서 156번 간선버스 이용, 대구지방기상청 정류장 하차, 국립대구기상과학관까지 도보 약 20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대구광역시버스정보시스템 https://businfo.daegu.g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동대구 IC→화랑교→동촌유원지 방면 우회전→국립대구기상과학관

숙박 정보
- 퀸벨호텔: 동구 동촌로, 053)282-1000, http://queenvell.com
- 호텔에밀리아: 동구 팔공산로, 053)623-1000, www.emillia.co.kr
- 팔공산온천관광호텔: 동구 팔공산로185길, 053)985-8081, www.palgongspa.co.kr
- 표충재 전통체험관: 동구 신숭겸길 17, 053)428-9980
- 한옥 1957: 중구 국채보상로 101길 20-2, 053)214-1957

식당 정보
- 미소명가미역(가자미미역국): 동구 효동로6길, 053)956-9658
- 고향집칼국수(칼국수): 동구 송라로, 053)751-6850, http://gohyangjip.itrocks.kr
- 솔연회물회(물회): 동구 화랑로25길, 053)745-7016, https://solyeon.modoo.at
- 명산가(곤드레밥정식): 동구 공항로, 053)984-3550

주변 볼거리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대구 불로동 고분군, 대구방짜유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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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