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는’ SM벡셀 직원 탄압 의혹

“내보내려 안달” vs “기업 흠집내기”
2년 동안 질질 끈 진실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내 건전지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SM벡셀. 2020년 한 직원이 퇴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부당 징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까지 앓은 직원. 이 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했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해명이 석연치 않다. 2년을 끌어온 양측의 진실공방은 이제 그 종착역만을 남겨뒀다.

직원 A씨가 SM벡셀에 입사한 때는 2019년 8월. 그는 정규직 입사 약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직을 강요받았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집요한 사직 요구는 8번이나 반복됐다. A씨는 “2020년 3월16일, B 영업본부장(이하 B 본부장)이 나를 부르더니 ‘퇴사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사직 요구가 반복될 때마다 그 이유를 물었지만,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뜬금없이
사직 강요

이어 “인사총무팀에게 사직 요구의 이유를 물었더니 ‘전혀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B 본부장은 내가 인사팀에게 문의한 사실을 알고 그것까지 질책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2020년 3월26일 이뤄진 A씨와 B 본부장의 면담 녹취를 입수했다. A씨는 B 본부장에게 사직 이유를 계속 물었다. 하지만 B 본부장은 30분간 이어진 대화에서 “회사가 준비가 안 됐다”거나 “너 정말 모르냐”는 등 두루뭉술한 답변만 반복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와 제27조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정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고, 그 이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제시해야 한다.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일방적인 요구. A씨가 이에 응해줄 이유는 없었다. A씨 증언에 따르면 그는 보름 동안 사직 요구를 네 번 받았고, 이를 모두 거절했다.

결국 B 본부장이 칼을 빼들었다. B 본부장은 A씨가 네 번째 사직 요구를 거절한 직후, 다른 직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A씨에게 “야, 어디가!”라고 소리치거나 “내가 참 대단한 직원 하나 뽑았네” 등의 비꼬는 말을 일삼았다.

얼마 뒤에는 A씨에게 ▲일일업무 작성 ▲법인카드 반납 ▲외근 통제 ▲모든 업무의 최초 계획과 지연 사유 보고 ▲기존 업무 배제 후 본인의 업무역량 보고 등 각종 지시를 내렸다.

A씨는 이를 두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비정상적이고 부당한 지시였다”며 “사직 요구를 거절한 뒤 이런 지시가 쏟아진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꼬집었다.

A씨에 대한 압박은 계속됐다. 어느 날에는 A씨 자리가 B 본부장 바로 앞으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B 본부장이 전 직원을 소집한 자리에서 A씨를 일으켜 세운 뒤 “A씨 입사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과정을 조사하겠다”며 “입사 과정에서의 허위사실·상품 출시 및 인증과 관련된 문제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구체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공식석상에서 사람을 죄인 취급했다. 내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퇴사 요구 거부하자 부당 징계 주장
사측 “사실과 달라…법적 대응 고려”


이윽고 휴대폰 요금, 자동차 보험료 등 영업사원 수당 지급도 끊겼다.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면서 비급여액을 몰래 삭감하려다 A씨에게 사전 적발되기도 했다.

갖은 괴롭힘이 이어지는 동안, A씨는 큰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을 드나들게 됐다. 약을 먹지 않고서는 잠들 수조차 없었다.

이후로도 ‘A씨 죽이기’는 계속 이어졌다. 2020년 6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A씨는 적극적인 진술과 소명서 제출로 대응했지만, 결국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B 본부장을 비롯해 그를 괴롭혔던 여러 사람들이 인사위원·참고인 등으로 속속 참여한 가운데, A씨에게는 ‘무급 정직 3개월’이라는 처벌이 내려졌다.

A씨는 재심을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10월경 복직한 A씨는 곧바로 인사발령됐다. 하루 1~2건의 고객 불만 접수를 처리하고, 일이 없을 때는 모니터만 보고 있는 한직에 배치됐다. 정직 전의 업무와 연관성도 없었다. A씨가 항의하자 “업무가 없으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없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B 본부장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을뿐더러, 내 성과가 적힌 업무평가 결재를 반려했다”며 “복직 이후로도 몸과 마음 모두 힘든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의 몸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급기야 호흡곤란 증세와 함께 실신했고,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A씨는 사흘간 입원해 집중 약물치료를 받았다.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든 상황에서 그는 재택근무를 요청했다.

갑자기
정직 처분

A씨의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당지시·부당조치·차별대우를 받았는가.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피해 사실 중 일부를 열거한 답신을 보냈지만 묵살당했다.

재택근무를 요청한 바로 다음 날 ‘코로나 유행’을 이유로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지시받았지만, 여기서도 A씨는 재택근무 대상에 들지 못했다.

사내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그는 벡셀을 인수한 SM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 그룹 건의함·이메일 등을 통해 그룹 측에 피해 사실을 꾸준히 알렸다. 한때 조사가 잠시 이뤄지긴 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내사종결됐다.

A씨는 “그룹 감사실 또한 벡셀의 비위행위를 감출 뿐,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생각에 힘들고 허탈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9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적응장애’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회사는 A씨의 병원 진료·유급휴가·병가 등을 반려했다. 오히려 A씨에게 결근을 지시했고, 그가 병원 진료를 위해 결근하자 주휴수당을 차감했다.

진료를 위한 무급휴가·결근은 계속 이어졌고, 그만큼 급여가 깎였다. 심할 때는 한 달에 70만원씩 공제되기도 했다. 반대로 A씨가 감당해야 할 병원비는 계속 불어났다. 그가 스스로 지불한 병원비는 이미 500만원을 넘어섰다. 지원금이라고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한 80만원뿐이었다. 

지노위·복지공단이 피해자 손들자
“당연히 근로자 편들 것” 재심 포기

회사에서 생긴 병을 치료하겠다는데, 회사에서는 돈을 지원해주긴커녕 오히려 줄 돈도 깎은 셈이다.

이 와중에도 B 본부장은 사직을 종용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무급 병가를 쓰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A씨는 “어떻게 되든지 오는 7월이면 회사에 복귀해야 한다”며 “회사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대충 예상이 되는데, 그걸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좀 힘들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A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려 했지만, 과도한 요구 조건을 내걸어 수용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A씨에게 이를 통보하자 그때부터 산업재해 신청·재택근무 요청·공론화 위협 등을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쪽(SM벡셀) 임원들이 제기한 근무태만·업무 불이행 등 여러 문제점 중 하나만 갖고도 얼마든지 해고 사유가 되는 것 아니냐”며 “따돌림을 당한 것,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 등은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씨의 ‘징계결의서’에 따르면 SM벡셀 측이 주장하는 A씨의 잘못은 ▲상사 업무지시 불이행 ▲업무상 과실로 회사 손실 야기 ▲개인사업 영위 ▲허위 보고 ▲동료 간 공포감 조성 등 총 5가지다. 

하지만 회사 측의 이 같은 주장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럿 존재한다. 일단 대부분의 주장에 ‘증거’가 부족하다. A씨는 피해사실 입증을 위해 각종 녹취와 문건·회사 이메일 등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A씨의 근무태도를 지적하는 일부 직원들의 진술서 이외에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가 마땅치 않다.

직장 내 
괴롭힘?

이와 관련해 SM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증명을 잘 못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직원들을 질책하면서 매번 녹음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사측 주장 중 일부가 명확하게 틀린 점도 확인됐다. 사건의 기본적인 선후 관계를 무시한 결과다. 앞서 사측은 “A씨의 요구를 거절하자 A씨가 산업재해(산재)를 신청하고 재택근무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우선 B 본부장이 A씨를 불러 “6개월치 급여를 줄 테니 사건을 정리하라”고 제안하고, 다시 A씨가 역제안을 하다 협상이 결렬된 날은 2020년12월22일로 확인된다. 당일 관련 내용을 주고받은 메일이 남아있다. 사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산재 신청과 재택근무 요구는 이날 이후에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이로부터 5개월 전인 2020년 7월 말에 이미 산재 신청을 마쳤다. 재택근무 요청도 이보다 앞선 2020년12월10일에 있었던 일이다.

‘요구’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A씨는 “회사에서 ‘몇 개월치 급여를 줄 테니 나가달라’는 식으로 계속 말하길래 홧김에 조건을 올려쳤다”며 “나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런데 이를 가지고 돈을 이유로 ‘회사를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다.

결정적으로 지방노동위원회, 근로복지공단 등에서도 A씨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이들은 사측의 주장도 검토했지만, 대부분 근거가 부족해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0년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는 A씨에게 내려진 정직 3개월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지노위는 사측에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A씨에게 3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적응장애’ 업무상 질병 인정
회사는 진료·휴가·병가 반려

판정서에 따르면, 당시 사측이 제시했던 세부 징계 사유는 8가지였다. 지노위는 이 중 한 가지만을 정당한 징계사유로 보고, 나머지 7가지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일일업무보고·주간업무보고 지시 불이행은 인정되지 않았고, 월간업무보고 지시 불이행만 인정된 것이다.

지난해 9월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업무상질병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판정서에서 A씨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위원회는 “퇴직 종용 과정에서 각종 부당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반박하는)회사 측 주장은 사실로 판단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복직 후 인사발령을 두고는 “사측은 징벌적 배치 전환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신청인 1인이 근무하는 부서로 업무 배제에 가까운 전환으로 생각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상기된 내용으로 미뤄볼 때 회사와의 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신청인에게 ‘고도’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부연했다.

사측에 이 같은 판정 결과에 대해 문의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지노위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업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 편을 들어주는 게 맞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측은 판정에 대한 별도의 재심 요청을 하지 않았다.

각종 판정이 있었던 후로도 회사의 ‘탄압’은 계속돼왔다. A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각종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부당 징계를 넘어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다퉈온 양측의 대립을 결판낼 마지막 ‘한 방’이다.

A씨는 “이미 벌어진 부당노동행위를 부정하며 근로자에게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등 사용자 의도가 아주 불순하다”며 “판정이 아닌 판결이 나와도 이렇게 발뺌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의 다툼
마지막 승부 

한편 SM그룹 관계자는 “회사에 ‘소송하겠다’고 통보했으면 그대로 하면 될 일이다. 계속 언론에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A씨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아직 ‘팩트’도 없고, 쌍방의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보도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유감이다. 결국 ‘대기업 흠집내기’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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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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