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지방선거 5대 승부처 라인업

‘찜찜한 0.73%’ 대선 연장전 승자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6·1 지방선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선거판에 드리운 윤심·명심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질 선거로 각자 이겨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일요시사>가 광역단체장 최대 승부처 5곳을 들여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격전지’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강원·세종 수성에 사활을 걸었고, 국민의힘은 서울 승리를 자신하며 다른 지역 수복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목표는 서로 반대지만 절실한 것은 매한가지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회를 뚫고 정권교체의 연착륙을 지원할 힘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이 2년가량 남은 지금, 지방선거 승리는 ‘여당’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선거다. 대선 석패를 곧바로 설욕하고, 빼앗긴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검수완박 강행 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게 큰 부담이다.

이렇듯 총력전을 위한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를 위한 ‘장외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 대진표는 대부분 확정됐다. 양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할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마쳤다.

앞서 2018년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가져갔고, 기초단체장은 226곳 중 151곳을 가져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중 대구시장·경북지사 단 두 곳만을 사수해내며 참패했었다.

무소속 출마 후 훗날 복당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합쳐도 세 곳뿐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성추행 논란으로 나란히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모두 헌납하고 말았다. 당시 뒤집힌 민심은 대선까지 유지되면서 정권교체의 불씨가 됐다. 특히 서울 민심이 대선 승패의 분수령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보궐선거와 대선을 관통한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선택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초의 4선 서울시장’ 타이틀에 도전하는 오세훈 현 시장이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붙는다. 오 시장은 지난해 열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전 후보를 약 18%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치르는 선거인 만큼, 오 시장 측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오 시장은 현 시장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이후 현장 일정 강행군을 이어왔다. 아울러 공식 후보등록도 마지막까지 최대한 미루며 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비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잠시 두문불출하기도 했으나, 지난달 2일 서울 송파구로 이사하면서 금세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일부 지지자들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받아들인 것. 이후에도 공천에서 잠시 배제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100%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윤심 vs 명심 끝장 대결 민심은?
광역지자체 최대 격전지 전황은?

민주당이 송 전 대표라는 중진 인사를 배치했음에도 ‘험지’ 서울의 초반 판세는 여전히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오 시장이 20%p 내외의 제법 큰 격차로 송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차범위 밖 우세다.

변수는 남아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 견제론’이 급부상하면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 역시 과거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다가 역전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20%p 이상 앞서다가 선거에서 지는 경험을 두 번 했다. 종로, 광진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제20대 총선 때 서울 종로, 제21대 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모두 낙선한 바 있다.

인천에서는 전·현직 시장이 재격돌한다. 인천시장 자리를 두고 벌인 양당의 쟁탈전은 꽤 오래전부터 반복돼왔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안상수 전 시장의 3선을 저지한 데 이어,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송 전 대표의 재선을 막았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박남춘 현 인천시장이 유 후보를 제쳤다.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의 재대결이 성사되면서, 유 후보가 지난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의 판세는 유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유 후보가 박 시장에게 조금이나마 앞서는 조사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돼왔다.

다만 큰 변수가 등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확정된 것이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였던 송 전 대표의 의석을 이 고문에게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이 고문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자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최근 지도부가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대해 이 고문도 동의했다”며 “계양을에 출마하는 동시에 선대위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오던 일명 ‘이재명 등판론’이 현실화됐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와 각 주자는 약 열세거나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 지역 지원을 위해 “이 고문이 직접 뛰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천시장 선거가 초박빙이나 민주당 쪽 열세로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지원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뛰면서 견인해야 하지 않나’ 하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선거에 이번 지방선거 성패가 달려있어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우리 출마자들에게 동력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 고문 출마가)유효성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고문 출마가 확정되면서 인천시장을 비롯한 수도권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에 
청문회까지

강원도에선 기사회생한 이들이 맞붙는다.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불교 관련 발언 논란으로 한차례 컷오프됐다가 기사회생했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2011년 강원지사에 당선됐다가 앞서 기소된 박연차 게이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지사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뒤 야인으로 지내오다, 2019년 12월 특별사면됐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부활을 알렸다.

지난달 민주당 지도부에서 강원지사 출마를 권유받았고, 결국 이 후보가 이를 조건부 수용하면서 민주당은 이 후보를 강원지사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약 10년 만의 지사직 재도전이다.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가 3선에 성공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 민심이 다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7회 지방선거에서 30%에 육박하는 격차로 최 지사를 밀어줬던 강원 민심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반 득표를 안겼다. 이 고문 득표율과는 13%p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이 같은 민심 흐름이 김 후보의 초반 우위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김 후보는 이 후보와 10%p 안팎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원주권, 춘천권, 강릉권, 삼척권 등 도내 모든 권역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 원주권에서도 김 후보가 앞섰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이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다. 김 후보는 60세 이상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세종시장 선거는 행복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출신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1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세종시장 선거 후보로 이춘희 현 시장을 확정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최민호 전 행복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 시장은 노무현정부 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과 초대 행복청장을 지냈다. 그는 자신이 ‘세종시 설계자’임을 강조하며 2012년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재도전에 성공한 이후,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내리 당선돼 8년째 세종시 행정을 도맡아왔다.

이 시장은 “세종시를 설계하고 도시 골격을 만든 사람”이라며 “세종시를 완성하라는 시민의 명령에 응답해 ‘대한민국 행복 1번지 세종시’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최 후보와 똑같이 행복청장을 지냈지만 나는 행복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한 데다 세종시장으로도 8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세종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고 강조했다.

제5대 행복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는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장, 소청심사위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지낸 정책통이다. 공직을 떠난 후 옛 새누리당 후보로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재기를 노리다 이번에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 전 청장은 “세종시의 빚은 4450억원에 달하고, 청렴도는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맡아온 지난 8년간 세종시정에 대해 시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나는 그동안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세종시정을 바라봐온 게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는 신도시인 동과 농촌 지역인 읍·면 간 표심이 뚜렷이 대비된다는 점이 특징인 지역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세종시에서 44.1%의 득표율로 51.9%를 가져간 이 고문에게 7.8%p 차이로 밀렸다. 하지만 조치원읍 등 9개 읍·면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이 우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선 국면에 들어 지지세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 역시 희소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회 지방선거 당시 세종시에서 무려 53%p의 득표율 차이로 참패한 바 있다. 이전에 비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출범 이후 계속해서 민주당의 강세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지역이다.

선거 앞두고 
극한 대치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는 경기도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심과 명심의 ‘끝판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양당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친윤(친 윤석열)·친명(친 이재명) 세력의 총력 지원이 이어지면서 대리전 양상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초선 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중진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밀렸지만 당심에서 유 전 의원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 취임 전 대변인을 맡던 시절 출마설부터 경선 승리까지, 김 의원 뒤에는 항상 ‘윤심’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김 후보는 경선 당시에는 이를 부인했지만, 본선 무대에 오른 뒤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후보의 주요 선거전략 중 하나는 윤석열정부와의 정치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2일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이들은 이날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현장을 점검했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 역시 이재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경선에서 승리했다. 본선 캠프에도 ‘이재명 사단’이 대거 합류했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이 고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지난달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경선 결과 나오고 바로 이 고문과 통화했는데, 돕겠다고 답을 주셨다”고 밝혔다.

서울 큰 격차, 경기는 초박빙 형세
민, 강원·세종·인천 사활 방어전

한편 양당의 첨예한 신경전 속,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나왔다. 조사마다 순위도 뒤바뀌는 등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동연 후보는 중도·진보층에서 우세를 굳히고 있다. 김은혜 후보는 고령·보수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 양측의 공세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2일 YTN 라디오에서 김은혜 후보의 인지도가 높다는 진행자 질문에 “경기지사는 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과 진정성, 국정과 경제 운영의 경험들이 포함돼서 경기도민과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가 MBC 앵커,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등의 이력을 가진 점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김은혜 후보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생을 당당하게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온 저로서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성 정치인이지만 ‘여성’임을 강조한 적도 없다. 여성으로서 가산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며 “오직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했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는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 그는 글 말미에서 “김동연 후보는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와 당선인을 줄곧 비판하며, 이재명 전 지사를 승계하겠다고 한 것 이외에 경기도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의아해 하시는 도민이 많다”고 꼬집었다.

경기지사 선거 판도를 뒤흔들 변수 역시 보궐선거다.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김은혜 후보가 내려놓은 분당갑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이 고문 출마에 ‘맞불’을 놨다. 분당갑 지역구에는 안 위원장이 세운 안랩 등 여러 IT회사들이 몰려있어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전 대선후보들이 수도권 선거에 뛰어들면서 수도권 판세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누구의 영향력이 더 클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당운 걸었다
양당 총력전

한편 양당은 오는 12~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신청을 마친 뒤 19일부터 공식 선거기간에 돌입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윤석열정부의 초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정치권을 넘어 온 국민의 눈길이 다음 달 1일로 모여들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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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