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지방선거 5대 승부처 라인업

‘찜찜한 0.73%’ 대선 연장전 승자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6·1 지방선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선거판에 드리운 윤심·명심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질 선거로 각자 이겨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일요시사>가 광역단체장 최대 승부처 5곳을 들여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격전지’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강원·세종 수성에 사활을 걸었고, 국민의힘은 서울 승리를 자신하며 다른 지역 수복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목표는 서로 반대지만 절실한 것은 매한가지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회를 뚫고 정권교체의 연착륙을 지원할 힘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이 2년가량 남은 지금, 지방선거 승리는 ‘여당’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선거다. 대선 석패를 곧바로 설욕하고, 빼앗긴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검수완박 강행 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게 큰 부담이다.

이렇듯 총력전을 위한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를 위한 ‘장외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 대진표는 대부분 확정됐다. 양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할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마쳤다.

앞서 2018년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가져갔고, 기초단체장은 226곳 중 151곳을 가져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중 대구시장·경북지사 단 두 곳만을 사수해내며 참패했었다.


무소속 출마 후 훗날 복당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합쳐도 세 곳뿐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성추행 논란으로 나란히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모두 헌납하고 말았다. 당시 뒤집힌 민심은 대선까지 유지되면서 정권교체의 불씨가 됐다. 특히 서울 민심이 대선 승패의 분수령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보궐선거와 대선을 관통한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선택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초의 4선 서울시장’ 타이틀에 도전하는 오세훈 현 시장이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붙는다. 오 시장은 지난해 열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전 후보를 약 18%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치르는 선거인 만큼, 오 시장 측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오 시장은 현 시장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이후 현장 일정 강행군을 이어왔다. 아울러 공식 후보등록도 마지막까지 최대한 미루며 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비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잠시 두문불출하기도 했으나, 지난달 2일 서울 송파구로 이사하면서 금세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일부 지지자들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받아들인 것. 이후에도 공천에서 잠시 배제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100%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윤심 vs 명심 끝장 대결 민심은?
광역지자체 최대 격전지 전황은?

민주당이 송 전 대표라는 중진 인사를 배치했음에도 ‘험지’ 서울의 초반 판세는 여전히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오 시장이 20%p 내외의 제법 큰 격차로 송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차범위 밖 우세다.


변수는 남아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 견제론’이 급부상하면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 역시 과거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다가 역전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20%p 이상 앞서다가 선거에서 지는 경험을 두 번 했다. 종로, 광진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제20대 총선 때 서울 종로, 제21대 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모두 낙선한 바 있다.

인천에서는 전·현직 시장이 재격돌한다. 인천시장 자리를 두고 벌인 양당의 쟁탈전은 꽤 오래전부터 반복돼왔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안상수 전 시장의 3선을 저지한 데 이어,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송 전 대표의 재선을 막았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박남춘 현 인천시장이 유 후보를 제쳤다.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의 재대결이 성사되면서, 유 후보가 지난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의 판세는 유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유 후보가 박 시장에게 조금이나마 앞서는 조사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돼왔다.

다만 큰 변수가 등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확정된 것이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였던 송 전 대표의 의석을 이 고문에게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이 고문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자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최근 지도부가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대해 이 고문도 동의했다”며 “계양을에 출마하는 동시에 선대위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오던 일명 ‘이재명 등판론’이 현실화됐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와 각 주자는 약 열세거나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 지역 지원을 위해 “이 고문이 직접 뛰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천시장 선거가 초박빙이나 민주당 쪽 열세로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지원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뛰면서 견인해야 하지 않나’ 하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선거에 이번 지방선거 성패가 달려있어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우리 출마자들에게 동력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 고문 출마가)유효성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고문 출마가 확정되면서 인천시장을 비롯한 수도권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에 
청문회까지


강원도에선 기사회생한 이들이 맞붙는다.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불교 관련 발언 논란으로 한차례 컷오프됐다가 기사회생했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2011년 강원지사에 당선됐다가 앞서 기소된 박연차 게이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지사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뒤 야인으로 지내오다, 2019년 12월 특별사면됐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부활을 알렸다.

지난달 민주당 지도부에서 강원지사 출마를 권유받았고, 결국 이 후보가 이를 조건부 수용하면서 민주당은 이 후보를 강원지사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약 10년 만의 지사직 재도전이다.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가 3선에 성공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 민심이 다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7회 지방선거에서 30%에 육박하는 격차로 최 지사를 밀어줬던 강원 민심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반 득표를 안겼다. 이 고문 득표율과는 13%p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이 같은 민심 흐름이 김 후보의 초반 우위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김 후보는 이 후보와 10%p 안팎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원주권, 춘천권, 강릉권, 삼척권 등 도내 모든 권역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 원주권에서도 김 후보가 앞섰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이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다. 김 후보는 60세 이상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세종시장 선거는 행복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출신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1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세종시장 선거 후보로 이춘희 현 시장을 확정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최민호 전 행복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 시장은 노무현정부 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과 초대 행복청장을 지냈다. 그는 자신이 ‘세종시 설계자’임을 강조하며 2012년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재도전에 성공한 이후,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내리 당선돼 8년째 세종시 행정을 도맡아왔다.

이 시장은 “세종시를 설계하고 도시 골격을 만든 사람”이라며 “세종시를 완성하라는 시민의 명령에 응답해 ‘대한민국 행복 1번지 세종시’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최 후보와 똑같이 행복청장을 지냈지만 나는 행복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한 데다 세종시장으로도 8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세종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고 강조했다.

제5대 행복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는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장, 소청심사위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지낸 정책통이다. 공직을 떠난 후 옛 새누리당 후보로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재기를 노리다 이번에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 전 청장은 “세종시의 빚은 4450억원에 달하고, 청렴도는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맡아온 지난 8년간 세종시정에 대해 시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나는 그동안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세종시정을 바라봐온 게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는 신도시인 동과 농촌 지역인 읍·면 간 표심이 뚜렷이 대비된다는 점이 특징인 지역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세종시에서 44.1%의 득표율로 51.9%를 가져간 이 고문에게 7.8%p 차이로 밀렸다. 하지만 조치원읍 등 9개 읍·면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이 우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선 국면에 들어 지지세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 역시 희소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회 지방선거 당시 세종시에서 무려 53%p의 득표율 차이로 참패한 바 있다. 이전에 비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출범 이후 계속해서 민주당의 강세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지역이다.

선거 앞두고 
극한 대치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는 경기도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심과 명심의 ‘끝판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양당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친윤(친 윤석열)·친명(친 이재명) 세력의 총력 지원이 이어지면서 대리전 양상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초선 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중진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밀렸지만 당심에서 유 전 의원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 취임 전 대변인을 맡던 시절 출마설부터 경선 승리까지, 김 의원 뒤에는 항상 ‘윤심’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김 후보는 경선 당시에는 이를 부인했지만, 본선 무대에 오른 뒤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후보의 주요 선거전략 중 하나는 윤석열정부와의 정치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2일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이들은 이날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현장을 점검했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 역시 이재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경선에서 승리했다. 본선 캠프에도 ‘이재명 사단’이 대거 합류했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이 고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지난달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경선 결과 나오고 바로 이 고문과 통화했는데, 돕겠다고 답을 주셨다”고 밝혔다.

서울 큰 격차, 경기는 초박빙 형세
민, 강원·세종·인천 사활 방어전

한편 양당의 첨예한 신경전 속,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나왔다. 조사마다 순위도 뒤바뀌는 등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동연 후보는 중도·진보층에서 우세를 굳히고 있다. 김은혜 후보는 고령·보수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 양측의 공세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2일 YTN 라디오에서 김은혜 후보의 인지도가 높다는 진행자 질문에 “경기지사는 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과 진정성, 국정과 경제 운영의 경험들이 포함돼서 경기도민과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가 MBC 앵커,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등의 이력을 가진 점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김은혜 후보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생을 당당하게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온 저로서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성 정치인이지만 ‘여성’임을 강조한 적도 없다. 여성으로서 가산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며 “오직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했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는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 그는 글 말미에서 “김동연 후보는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와 당선인을 줄곧 비판하며, 이재명 전 지사를 승계하겠다고 한 것 이외에 경기도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의아해 하시는 도민이 많다”고 꼬집었다.

경기지사 선거 판도를 뒤흔들 변수 역시 보궐선거다.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김은혜 후보가 내려놓은 분당갑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이 고문 출마에 ‘맞불’을 놨다. 분당갑 지역구에는 안 위원장이 세운 안랩 등 여러 IT회사들이 몰려있어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전 대선후보들이 수도권 선거에 뛰어들면서 수도권 판세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누구의 영향력이 더 클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당운 걸었다
양당 총력전

한편 양당은 오는 12~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신청을 마친 뒤 19일부터 공식 선거기간에 돌입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윤석열정부의 초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정치권을 넘어 온 국민의 눈길이 다음 달 1일로 모여들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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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