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지방선거 5대 승부처 라인업

‘찜찜한 0.73%’ 대선 연장전 승자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6·1 지방선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선거판에 드리운 윤심·명심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질 선거로 각자 이겨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일요시사>가 광역단체장 최대 승부처 5곳을 들여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격전지’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강원·세종 수성에 사활을 걸었고, 국민의힘은 서울 승리를 자신하며 다른 지역 수복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목표는 서로 반대지만 절실한 것은 매한가지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회를 뚫고 정권교체의 연착륙을 지원할 힘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이 2년가량 남은 지금, 지방선거 승리는 ‘여당’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선거다. 대선 석패를 곧바로 설욕하고, 빼앗긴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검수완박 강행 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게 큰 부담이다.

이렇듯 총력전을 위한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를 위한 ‘장외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 대진표는 대부분 확정됐다. 양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할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마쳤다.

앞서 2018년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가져갔고, 기초단체장은 226곳 중 151곳을 가져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중 대구시장·경북지사 단 두 곳만을 사수해내며 참패했었다.


무소속 출마 후 훗날 복당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합쳐도 세 곳뿐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성추행 논란으로 나란히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모두 헌납하고 말았다. 당시 뒤집힌 민심은 대선까지 유지되면서 정권교체의 불씨가 됐다. 특히 서울 민심이 대선 승패의 분수령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보궐선거와 대선을 관통한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선택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초의 4선 서울시장’ 타이틀에 도전하는 오세훈 현 시장이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붙는다. 오 시장은 지난해 열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전 후보를 약 18%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치르는 선거인 만큼, 오 시장 측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오 시장은 현 시장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이후 현장 일정 강행군을 이어왔다. 아울러 공식 후보등록도 마지막까지 최대한 미루며 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비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잠시 두문불출하기도 했으나, 지난달 2일 서울 송파구로 이사하면서 금세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일부 지지자들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받아들인 것. 이후에도 공천에서 잠시 배제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100%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윤심 vs 명심 끝장 대결 민심은?
광역지자체 최대 격전지 전황은?

민주당이 송 전 대표라는 중진 인사를 배치했음에도 ‘험지’ 서울의 초반 판세는 여전히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오 시장이 20%p 내외의 제법 큰 격차로 송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차범위 밖 우세다.


변수는 남아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 견제론’이 급부상하면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 역시 과거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다가 역전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20%p 이상 앞서다가 선거에서 지는 경험을 두 번 했다. 종로, 광진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제20대 총선 때 서울 종로, 제21대 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모두 낙선한 바 있다.

인천에서는 전·현직 시장이 재격돌한다. 인천시장 자리를 두고 벌인 양당의 쟁탈전은 꽤 오래전부터 반복돼왔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안상수 전 시장의 3선을 저지한 데 이어,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송 전 대표의 재선을 막았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박남춘 현 인천시장이 유 후보를 제쳤다.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의 재대결이 성사되면서, 유 후보가 지난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의 판세는 유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유 후보가 박 시장에게 조금이나마 앞서는 조사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돼왔다.

다만 큰 변수가 등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확정된 것이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였던 송 전 대표의 의석을 이 고문에게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이 고문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자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최근 지도부가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대해 이 고문도 동의했다”며 “계양을에 출마하는 동시에 선대위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오던 일명 ‘이재명 등판론’이 현실화됐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와 각 주자는 약 열세거나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 지역 지원을 위해 “이 고문이 직접 뛰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천시장 선거가 초박빙이나 민주당 쪽 열세로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지원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뛰면서 견인해야 하지 않나’ 하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선거에 이번 지방선거 성패가 달려있어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우리 출마자들에게 동력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 고문 출마가)유효성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고문 출마가 확정되면서 인천시장을 비롯한 수도권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에 
청문회까지


강원도에선 기사회생한 이들이 맞붙는다.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불교 관련 발언 논란으로 한차례 컷오프됐다가 기사회생했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2011년 강원지사에 당선됐다가 앞서 기소된 박연차 게이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지사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뒤 야인으로 지내오다, 2019년 12월 특별사면됐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부활을 알렸다.

지난달 민주당 지도부에서 강원지사 출마를 권유받았고, 결국 이 후보가 이를 조건부 수용하면서 민주당은 이 후보를 강원지사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약 10년 만의 지사직 재도전이다.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가 3선에 성공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 민심이 다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7회 지방선거에서 30%에 육박하는 격차로 최 지사를 밀어줬던 강원 민심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반 득표를 안겼다. 이 고문 득표율과는 13%p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이 같은 민심 흐름이 김 후보의 초반 우위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김 후보는 이 후보와 10%p 안팎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원주권, 춘천권, 강릉권, 삼척권 등 도내 모든 권역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 원주권에서도 김 후보가 앞섰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이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다. 김 후보는 60세 이상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세종시장 선거는 행복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출신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1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세종시장 선거 후보로 이춘희 현 시장을 확정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최민호 전 행복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 시장은 노무현정부 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과 초대 행복청장을 지냈다. 그는 자신이 ‘세종시 설계자’임을 강조하며 2012년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재도전에 성공한 이후,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내리 당선돼 8년째 세종시 행정을 도맡아왔다.

이 시장은 “세종시를 설계하고 도시 골격을 만든 사람”이라며 “세종시를 완성하라는 시민의 명령에 응답해 ‘대한민국 행복 1번지 세종시’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최 후보와 똑같이 행복청장을 지냈지만 나는 행복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한 데다 세종시장으로도 8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세종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고 강조했다.

제5대 행복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는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장, 소청심사위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지낸 정책통이다. 공직을 떠난 후 옛 새누리당 후보로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재기를 노리다 이번에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 전 청장은 “세종시의 빚은 4450억원에 달하고, 청렴도는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맡아온 지난 8년간 세종시정에 대해 시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나는 그동안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세종시정을 바라봐온 게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는 신도시인 동과 농촌 지역인 읍·면 간 표심이 뚜렷이 대비된다는 점이 특징인 지역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세종시에서 44.1%의 득표율로 51.9%를 가져간 이 고문에게 7.8%p 차이로 밀렸다. 하지만 조치원읍 등 9개 읍·면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이 우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선 국면에 들어 지지세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 역시 희소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회 지방선거 당시 세종시에서 무려 53%p의 득표율 차이로 참패한 바 있다. 이전에 비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출범 이후 계속해서 민주당의 강세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지역이다.

선거 앞두고 
극한 대치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는 경기도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심과 명심의 ‘끝판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양당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친윤(친 윤석열)·친명(친 이재명) 세력의 총력 지원이 이어지면서 대리전 양상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초선 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중진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밀렸지만 당심에서 유 전 의원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 취임 전 대변인을 맡던 시절 출마설부터 경선 승리까지, 김 의원 뒤에는 항상 ‘윤심’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김 후보는 경선 당시에는 이를 부인했지만, 본선 무대에 오른 뒤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후보의 주요 선거전략 중 하나는 윤석열정부와의 정치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2일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이들은 이날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현장을 점검했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 역시 이재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경선에서 승리했다. 본선 캠프에도 ‘이재명 사단’이 대거 합류했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이 고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지난달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경선 결과 나오고 바로 이 고문과 통화했는데, 돕겠다고 답을 주셨다”고 밝혔다.

서울 큰 격차, 경기는 초박빙 형세
민, 강원·세종·인천 사활 방어전

한편 양당의 첨예한 신경전 속,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나왔다. 조사마다 순위도 뒤바뀌는 등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동연 후보는 중도·진보층에서 우세를 굳히고 있다. 김은혜 후보는 고령·보수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 양측의 공세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2일 YTN 라디오에서 김은혜 후보의 인지도가 높다는 진행자 질문에 “경기지사는 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과 진정성, 국정과 경제 운영의 경험들이 포함돼서 경기도민과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가 MBC 앵커,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등의 이력을 가진 점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김은혜 후보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생을 당당하게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온 저로서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성 정치인이지만 ‘여성’임을 강조한 적도 없다. 여성으로서 가산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며 “오직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했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는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 그는 글 말미에서 “김동연 후보는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와 당선인을 줄곧 비판하며, 이재명 전 지사를 승계하겠다고 한 것 이외에 경기도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의아해 하시는 도민이 많다”고 꼬집었다.

경기지사 선거 판도를 뒤흔들 변수 역시 보궐선거다.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김은혜 후보가 내려놓은 분당갑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이 고문 출마에 ‘맞불’을 놨다. 분당갑 지역구에는 안 위원장이 세운 안랩 등 여러 IT회사들이 몰려있어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전 대선후보들이 수도권 선거에 뛰어들면서 수도권 판세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누구의 영향력이 더 클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당운 걸었다
양당 총력전

한편 양당은 오는 12~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신청을 마친 뒤 19일부터 공식 선거기간에 돌입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윤석열정부의 초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정치권을 넘어 온 국민의 눈길이 다음 달 1일로 모여들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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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