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지방선거 5대 승부처 라인업

‘찜찜한 0.73%’ 대선 연장전 승자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6·1 지방선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선거판에 드리운 윤심·명심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질 선거로 각자 이겨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일요시사>가 광역단체장 최대 승부처 5곳을 들여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격전지’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강원·세종 수성에 사활을 걸었고, 국민의힘은 서울 승리를 자신하며 다른 지역 수복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목표는 서로 반대지만 절실한 것은 매한가지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회를 뚫고 정권교체의 연착륙을 지원할 힘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이 2년가량 남은 지금, 지방선거 승리는 ‘여당’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선거다. 대선 석패를 곧바로 설욕하고, 빼앗긴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검수완박 강행 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게 큰 부담이다.

이렇듯 총력전을 위한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를 위한 ‘장외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 대진표는 대부분 확정됐다. 양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할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마쳤다.

앞서 2018년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가져갔고, 기초단체장은 226곳 중 151곳을 가져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중 대구시장·경북지사 단 두 곳만을 사수해내며 참패했었다.


무소속 출마 후 훗날 복당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합쳐도 세 곳뿐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성추행 논란으로 나란히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모두 헌납하고 말았다. 당시 뒤집힌 민심은 대선까지 유지되면서 정권교체의 불씨가 됐다. 특히 서울 민심이 대선 승패의 분수령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보궐선거와 대선을 관통한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선택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초의 4선 서울시장’ 타이틀에 도전하는 오세훈 현 시장이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붙는다. 오 시장은 지난해 열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전 후보를 약 18%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치르는 선거인 만큼, 오 시장 측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오 시장은 현 시장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이후 현장 일정 강행군을 이어왔다. 아울러 공식 후보등록도 마지막까지 최대한 미루며 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비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잠시 두문불출하기도 했으나, 지난달 2일 서울 송파구로 이사하면서 금세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일부 지지자들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받아들인 것. 이후에도 공천에서 잠시 배제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100%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윤심 vs 명심 끝장 대결 민심은?
광역지자체 최대 격전지 전황은?

민주당이 송 전 대표라는 중진 인사를 배치했음에도 ‘험지’ 서울의 초반 판세는 여전히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오 시장이 20%p 내외의 제법 큰 격차로 송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차범위 밖 우세다.


변수는 남아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 견제론’이 급부상하면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 역시 과거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다가 역전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20%p 이상 앞서다가 선거에서 지는 경험을 두 번 했다. 종로, 광진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제20대 총선 때 서울 종로, 제21대 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모두 낙선한 바 있다.

인천에서는 전·현직 시장이 재격돌한다. 인천시장 자리를 두고 벌인 양당의 쟁탈전은 꽤 오래전부터 반복돼왔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안상수 전 시장의 3선을 저지한 데 이어,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송 전 대표의 재선을 막았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박남춘 현 인천시장이 유 후보를 제쳤다.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의 재대결이 성사되면서, 유 후보가 지난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의 판세는 유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유 후보가 박 시장에게 조금이나마 앞서는 조사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돼왔다.

다만 큰 변수가 등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확정된 것이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였던 송 전 대표의 의석을 이 고문에게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이 고문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자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최근 지도부가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대해 이 고문도 동의했다”며 “계양을에 출마하는 동시에 선대위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오던 일명 ‘이재명 등판론’이 현실화됐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와 각 주자는 약 열세거나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 지역 지원을 위해 “이 고문이 직접 뛰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천시장 선거가 초박빙이나 민주당 쪽 열세로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지원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뛰면서 견인해야 하지 않나’ 하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선거에 이번 지방선거 성패가 달려있어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우리 출마자들에게 동력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 고문 출마가)유효성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고문 출마가 확정되면서 인천시장을 비롯한 수도권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에 
청문회까지


강원도에선 기사회생한 이들이 맞붙는다.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불교 관련 발언 논란으로 한차례 컷오프됐다가 기사회생했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2011년 강원지사에 당선됐다가 앞서 기소된 박연차 게이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지사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뒤 야인으로 지내오다, 2019년 12월 특별사면됐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부활을 알렸다.

지난달 민주당 지도부에서 강원지사 출마를 권유받았고, 결국 이 후보가 이를 조건부 수용하면서 민주당은 이 후보를 강원지사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약 10년 만의 지사직 재도전이다.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가 3선에 성공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 민심이 다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7회 지방선거에서 30%에 육박하는 격차로 최 지사를 밀어줬던 강원 민심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반 득표를 안겼다. 이 고문 득표율과는 13%p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이 같은 민심 흐름이 김 후보의 초반 우위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김 후보는 이 후보와 10%p 안팎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원주권, 춘천권, 강릉권, 삼척권 등 도내 모든 권역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 원주권에서도 김 후보가 앞섰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이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다. 김 후보는 60세 이상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세종시장 선거는 행복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출신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1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세종시장 선거 후보로 이춘희 현 시장을 확정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최민호 전 행복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 시장은 노무현정부 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과 초대 행복청장을 지냈다. 그는 자신이 ‘세종시 설계자’임을 강조하며 2012년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재도전에 성공한 이후,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내리 당선돼 8년째 세종시 행정을 도맡아왔다.

이 시장은 “세종시를 설계하고 도시 골격을 만든 사람”이라며 “세종시를 완성하라는 시민의 명령에 응답해 ‘대한민국 행복 1번지 세종시’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최 후보와 똑같이 행복청장을 지냈지만 나는 행복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한 데다 세종시장으로도 8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세종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고 강조했다.

제5대 행복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는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장, 소청심사위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지낸 정책통이다. 공직을 떠난 후 옛 새누리당 후보로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재기를 노리다 이번에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 전 청장은 “세종시의 빚은 4450억원에 달하고, 청렴도는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맡아온 지난 8년간 세종시정에 대해 시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나는 그동안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세종시정을 바라봐온 게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는 신도시인 동과 농촌 지역인 읍·면 간 표심이 뚜렷이 대비된다는 점이 특징인 지역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세종시에서 44.1%의 득표율로 51.9%를 가져간 이 고문에게 7.8%p 차이로 밀렸다. 하지만 조치원읍 등 9개 읍·면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이 우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선 국면에 들어 지지세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 역시 희소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회 지방선거 당시 세종시에서 무려 53%p의 득표율 차이로 참패한 바 있다. 이전에 비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출범 이후 계속해서 민주당의 강세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지역이다.

선거 앞두고 
극한 대치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는 경기도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심과 명심의 ‘끝판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양당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친윤(친 윤석열)·친명(친 이재명) 세력의 총력 지원이 이어지면서 대리전 양상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초선 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중진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밀렸지만 당심에서 유 전 의원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 취임 전 대변인을 맡던 시절 출마설부터 경선 승리까지, 김 의원 뒤에는 항상 ‘윤심’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김 후보는 경선 당시에는 이를 부인했지만, 본선 무대에 오른 뒤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후보의 주요 선거전략 중 하나는 윤석열정부와의 정치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2일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이들은 이날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현장을 점검했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 역시 이재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경선에서 승리했다. 본선 캠프에도 ‘이재명 사단’이 대거 합류했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이 고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지난달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경선 결과 나오고 바로 이 고문과 통화했는데, 돕겠다고 답을 주셨다”고 밝혔다.

서울 큰 격차, 경기는 초박빙 형세
민, 강원·세종·인천 사활 방어전

한편 양당의 첨예한 신경전 속,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나왔다. 조사마다 순위도 뒤바뀌는 등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동연 후보는 중도·진보층에서 우세를 굳히고 있다. 김은혜 후보는 고령·보수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 양측의 공세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2일 YTN 라디오에서 김은혜 후보의 인지도가 높다는 진행자 질문에 “경기지사는 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과 진정성, 국정과 경제 운영의 경험들이 포함돼서 경기도민과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가 MBC 앵커,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등의 이력을 가진 점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김은혜 후보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생을 당당하게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온 저로서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성 정치인이지만 ‘여성’임을 강조한 적도 없다. 여성으로서 가산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며 “오직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했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는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 그는 글 말미에서 “김동연 후보는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와 당선인을 줄곧 비판하며, 이재명 전 지사를 승계하겠다고 한 것 이외에 경기도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의아해 하시는 도민이 많다”고 꼬집었다.

경기지사 선거 판도를 뒤흔들 변수 역시 보궐선거다.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김은혜 후보가 내려놓은 분당갑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이 고문 출마에 ‘맞불’을 놨다. 분당갑 지역구에는 안 위원장이 세운 안랩 등 여러 IT회사들이 몰려있어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전 대선후보들이 수도권 선거에 뛰어들면서 수도권 판세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누구의 영향력이 더 클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당운 걸었다
양당 총력전

한편 양당은 오는 12~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신청을 마친 뒤 19일부터 공식 선거기간에 돌입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윤석열정부의 초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정치권을 넘어 온 국민의 눈길이 다음 달 1일로 모여들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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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