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외국인학교 수상한 사무실 추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12 09:06:42
  • 호수 1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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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이사장 회사가 학교 건물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학교는 범죄로부터 학생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타 시설에 비해 외부인 출입에 더 엄격하다. 하지만 경기수원외국인학교에선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외부인은 사무실이 학교 건물에 있어 출퇴근을 했을 뿐이다. 

경기수원외국인학교(이하 수원외국인학교)는 2006년 9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투자해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개교했다. 경기도가 100억원, 지식경제부가 50억원 등 모두 150억원의 건축비를 지원했고, 수원시는 100억원의 터 3만3000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총 250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

250억원
혈세 투입

수원외국인학교는 유치원 1학급, 초등학교 5학급, 중학교 3학급, 고등학교 4학급 등 모두 13개 학급(학생 정원 260명)으로 이뤄졌다. 도서관, 체육관(수영장), 강당 등 각종 편의시설과 64실 규모의 기숙사가 설치됐고 초·중·고교 전 과정 13개 학급에 520명의 외국인 학생을 수용하며 200명 중 25%는 내국인에게 할당된다.

장기적으로 이 학교의 학생 정원을 500명으로 늘리고 교육 언어도 영어는 물론 독일어, 일본어까지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히면서 수원 인근 거주 외국인들에게 큰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수원외국인학교에서 교비 불법 전용 문제가 불거졌다. 설립자였던 P씨가 수원외국인학교 교비 136억원을 빼돌려 대전외국인학교 공사대금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나 형사 처벌을 받았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P씨에게서 운영권을 돌려받고자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2019년 10월, 법원의 조정 결정이 내려졌는데 P씨가 교비 30억여원을 학교에 변제하고 미국에 주소지를 둔 비영리법인 ‘효산국제교육재단’에 운영권을 넘기라는 내용이었다.

시민단체는 “효산국제교육재단 이사진이 P씨와 함께 대전외국인학교를 운영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학교 운영권을 넘기지 말아야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효산교육재단이 결격사유도 없을 뿐더러 인가를 하지 않으면 학교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법원 결정에 따라 효산국제교육재단에 운영권을 넘겼다. 

2020년 1월 수원시와 효산국제교육재단이 맺은 운영 협약서에는 “효산국제교육재단은 학교 건축물과 토지를 어떤 경우에도 담보물로 제공하거나 임대, 매각, 기타 처분을 할 수 없다”며 “효산국제교육재단이 법령 또는 협약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본 협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임대계약서도 없이 무상 사용
외부인 출입…솜방망이 처벌

그런데 효산국제교육재단이 운영하는 수원외국인학교에 한 중소기업 사무실이 입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8월 에이치앤드씨는 취업 포털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렸다. 부동산 임대 및 개발업과 무역업이 주력 사업인 에이치앤드씨의 주소지는 수원외국인학교와 동일했다. 

모집 분야는 사업기획이며 세부 업무 내용으로 보유 부동산 매각, 필요 부동산 매입, 건물 신축과 관련된 업무 소개 등이었다. 이외에도 대관 업무와 민원 신청인 법무 업무도 있었다. 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업무들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 수원 시민 A씨가 에이치앤드씨 위장 사무실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에이치앤드씨의 거짓 구인공고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이하 경기지청)은 “해당 기업은 수원시를 소재지로 해 채용공고 당시인 8월24일부터 10월23일까지 실제 근무장소가 수원시였음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결국 지난달 3일 A씨는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에 “에이치앤드씨가 취업 포털사이트를 통해 수원외국인학교 주소로 특정하고 구인모집 광고를 했다. 학교 건물을 기업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에이치앤드씨 본사 사무실이 평택으로 돼있지만 식당이었으며 거짓 장소로 확인됐다. 비슷한 기간 안양, 군포 등을 근무지라고 한 뒤 채용 공고하는 내용이 있어 현장을 확인했으나, 사무실로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민원을 넣었다.

이어 “수원외국인학교 내에서 부동산 매매하는 기업이 학교 시설물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이 적법한 것이냐”고 물었다. 

교육청 적발
고작 ‘주의’만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학교시설 사용 허가는 교육 목적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학교의 장이 결정할 사항이다. 해당 학교를 방문해 해당 기업이 행정적 처리 없이 학교시설을 이용하고 해당 기업 직원이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또 “법인의 모든 재산의 관리책임은 이사장에게, 학교장은 교육용 기본재산과 학교용 보통재산의 운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해당 기업이 수원외국인학교장의 허가 등 행정적 처리 없이 학교 재산(시설)을 사용한 사실과 관련해 학교 재산(시설)에 대한 관련자의 업무 소홀이 인정되기에 이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도록 조치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수원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기업이 이용한 건물은 학생 출입이 없는 별도의 건물로, 해당 기업의 물건은 모두 반출된 상태고 직원들 또한 더 이상 학교를 출입하지 않고 있다.

초·중등 교육법 제60조2(외국인학교) 및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 제5조(설립 자격)에 의거해 수원외국인학교 운영권이 있는 효산국제교육재단은 비영리외국법인으로 수원외국인학교 운영과 관련해 수원시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학교 운영 관련 검토가 요구되기에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원시에 통보하는 작업을 마쳤다. 당해 법인이 학교 재산(시설)을 임대계약서 작성 등 행정적인 처리 없이 기업이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사실 등 접수내역을 전달한 것이다.

등기와 다른
실제 사무실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해당 기업과 효산국제교육재단 이사장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없어 해당 기업에 대한 조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의 사무실 사용 시기와 해당 조치를 묻는 질문에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을 적발하고 ‘주의’ 촉구를 했다. 사무실 사용 기간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경인미래신문>에 따르면 수원시도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시가 재발 방지를 위해 수원외국인학교에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앤드씨는 어떻게 학교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까.

이를 위해서는 에이치앤드씨 연혁을 살펴봐야 한다. 에치앤드씨의 시작은 2003년 샘메디칼로 시작했다가 1년 뒤 2004년 씨에스메디케어로 사명을 변경했다. 5년 뒤 씨에스메디케어 대표이사로 이모씨가 취임하는데, 수원외국인학교 운영을 맡는 효산국제교육재단 이사장과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효산국제교육재단 홈페이지에 이사장 사진과 함께 인사말이 나와 있다. 이씨 밑에서 일했다고 밝힌 A씨에게 효산국제교육재단 이사장 사진을 보여주자 “씨에스메디케어 회장이었던 그 사람이 맞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고용노동부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기업 대표이사를 제외한 근로자 5명이 학교에서 근무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씨가 효산교육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학교 건물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5명 학교로 출퇴근
“별관 사무실 비어서 사용”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이씨와 관련해 ”에이치앤드씨 전임 대표가 수원외국인학교 이사장이었다. 해당 인물이 이사장이었던 시절 학교에 별관 사무실이 비어있어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이어 “해당 주소가 학교다 보니 부동산 등기등본부에 등록하지 않고 평택 사무실로 기재한 뒤 실제 근무는 별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씨가 운영한 씨에스메디케어는 이상한 회사였다. 업무 내용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연수원 관리인 모집, 조경관리, 집사 등 갖은 업무를 직원들에게 시켰다”며 “그뿐 아니라 연장, 휴일수당은 정상적으로 지급하지도 않았다. 모집공고에 표기돼있었는데, 수당에 대해선 면접 때 꼼수를 제안했다”고 이씨가 운영한 회사에 대해 폭로했다.  

이어 “이씨는 ‘실질적으로 야근과 주말 근무도 있다. 주 40시간 이상 초과근무하게 되면 세금을 더 내게 되니 그 나머지 금액은 현금으로 지불할 테니 증거를 남기지 말자’고 말했다. 그 말만 믿고 야근했는데 현금으로 지불하지 않았다”며 “나 말고도 다른 직원들도 초과근무를 거절하면 이씨 말 한마디에 해고를 당했다. 또 연중무휴 근무는 자연스럽게 강요되고 하루만 쉬어도 퇴직 사유가 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에이치앤드씨(당시 씨에스메디케어)와 부당 해고와 임금체불건으로 법정 다툼을 벌였다. A씨는 부당해고에 관한 보상으로 280여만원을, 임금체불에 관한 보상으로 100여만원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에이치앤드씨 사무실은 2004년부터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내에서만 움직였다. 2016년 5월부터 만안구 안양로 모 빌딩 지하에 자리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기자가 해당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에이치앤드씨에 대해 묻자 해당 건물 관리 경비원은 “이 건물에서 이사간 지 1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에이치앤드씨가 사용했던 지하 1층은 다른 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1년 전
이사 갔다”

현재는 에이치앤드씨 군포지점으로 이름을 바꾼 뒤 주소까지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포지점 주소로 찾아갔지만 회사 간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외국인학교 측은 “해당 내용에 답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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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