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부작용' 공공임대주택 빛과 그림자

주거 복지 사이 허점투성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공공임대주택. 공공 주택 사업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거나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일종의 ‘주거복지사업’이다. 집값이 급등한 상황 속에서 그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불법투기·입주민 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많이 짓기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지난 15일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37.59%, 서울은 61.59%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중위 주택 가격은 약 6억600만원에서 10억9000만원으로 4억8000만원 이상 올랐다.

‘영끌’ 매입
젊은층 각광

가능한 사람들은 앞다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 집을 샀다. 결국 무주택자로 남겨진 것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이다. 이들에게는 같은 아픔이 있다. 모아둔 돈은 비교적 적은데 오히려 주거안정은 가장 절실하다는 것이다.

전셋값도 지난 5년간 급등(전국 19%·서울 30%)한 가운데, 대출도 어려워졌다. 이들이 기댈 곳은 사실상 공공임대주택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 정부와 차기 정부 모두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적극적이다. 문정부는 임기 중 공공임대주택을 85만호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각각 21만호, 40만호 공급된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제도 개선도 이어졌다. 우선 문정부는 저소득층·신혼부부·청년 등에게 입주 우선권을 부여했다. 아울러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통합 공공임대주택’으로 일원화했다.

앞서 공공임대주택은 1989년 도입된 영구임대주택, 1998년 국민임대주택, 2013년 행복주택 등 10가지 유형으로 세분화돼있었다. 각 유형별 소득·자산 기준이 제각각이라 수요자들이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문정부 들어서부터는 ‘중위소득 150% 이하, 자산 2억9200만원 이하인 무주택세대 구성원’ 등으로 신청 기준이 단순해졌다. 

공급 방식도 바뀌었다. 주택 유형별로 고정된 면적을 공급하던 것을 가구원 수에 따라 수요자가 여러 면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60㎡가 넘는 중형 면적도 새로 도입했다.

공공임대주택 보급은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대선 기간 중 ‘비정상 거처 거주자 완전 해소’를 공약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추가 보급을 시사했다.

“임대차 시장이 공공임대주택 위주에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론을 펴면서도, 주거 복지 차원의 공공임대주택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공약집 98페이지에 “건설임대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연평균 10만호씩 50만호 공급”이라고 명시했다. 문정부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이지만 과거 보수정권들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한편 일부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은 “많이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정부와 관련 기관들을 비판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늘어가면서 여러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이른바 ‘사후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공임대주택과 관련된 논란은 크게 4가지다. 공공임대주택 불법투기 문제·꼼수 입주 문제·분양전환가 폭등 문제·임대 주민 차별 문제 등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급되는 만큼, 각종 거래·임대가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매매·임대하는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집값 폭등 무주택자 설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

최근 경기도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불법투기를 무더기로 적발한 사례가 눈에 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2월부터 도내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불법 매매·임대, 입주 자격 위반행위 등에 대해 기획수사를 벌여 불법행위자 81명, 불법 중개사 70명 등 총 15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기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하 특사경)은 성남 판교·수원 광교·화성 동탄 등 경기도 소재 7개 신도시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특사경에 따르면 파주 소재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A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임대주택을 매매금지 기간에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10년 거주 뒤 분양전환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거주 9년째에 아파트를 4억원에 팔아넘겼다. 1년 뒤 이 아파트의 분양전환가는 2억3000만원으로 확정됐다. 불법 매매를 통해 1억7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추가로 챙긴 셈이다.

심지어 이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A씨를 포함해 총 7건의 공공임대주택 판매·임대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3달 만에 고객들에게 총 13억6000만원의 불법 이익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83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은 사례도 적발됐다. 성남 판교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B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자신이 들어간 집을 타인에게 임대했다. 보증금 2억8000만원 전세 임대계약 위에 보증금 2억5000만원·월세 265만원 월세 임대계약을 덮어썼다.

이번에 이 같은 수법으로 적발된 불법투기 규모는 484억원에 달한다. 경기도 밖의 다른 지역 사례까지 포함하면 불법투기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불법투기로 취하는 이득에 비해 처벌이 약한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공공임대주택을 불법으로 매매·임대하거나 이를 중개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투기를 통해 최대 수억원을 벌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꼼수 입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꼼수 입주는 애초에 입주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입주한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온다. 입주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이 두 배로 억울한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많이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

꼼수 입주는 대개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이루어진다. 입주 조건을 벗어나는 재산의 일부·전부를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고, 입주 조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방식이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전 5년간 서울시 공공임대주택에서 소득 초과‧불법 전대 등으로 적발된 부적격 입주가 1900여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제출된 자료를 보면, 부적격 사유로는 주택 소유가 1108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소득 초과 551건, 부동산 초과 118건, 차량 가액 초과 68건 순이었다.

차량 가액 초과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았다. 최근 성남·화성 등 여러 행복주택 주차장에서 고가의 외제차가 다수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행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의 일종으로,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된다. 3496만원 보다 비싼 차를 소유했다면 이곳에 입주할 수 없는데도, 이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대의 외제차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특사경에 따르면 화성에 위치한 한 행복주택에는 외제차가 47대나 등록돼있었다. 입주 조건을 위반한 것이 확실한 차량도 12대에 달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는 BMW7 시리즈, 아우디, 머스탱 등의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차량 지분 쪼개기’ 수법으로 차량가액 초과를 피했다. 억대를 호가하는 차량의 지분을 1~2% 정도만 입주자 이름으로 등록하고, 나머지는 부모‧지인 등의 명의로 돌려놨다.

차량 명의를 완전히 돌려놓고, ‘방문 차량’으로 속여 계속 드나든 사례도 덜미를 잡혔다. 무자격 동거인을 활용한 수법도 발각됐다. 한 입주자는 1인 세대 조건 청년 자격으로 당첨됐지만, 무자격 동거인과 함께 거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동거인 명의로 고가 외제차를 소유했다는 혐의도 더해졌다.

당국의 감시가 허술했다는 지적에 이어 ‘공공임대 분양전환 제도의 허점이 입주민을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임대 분양전환은 일정 임대기간을 마치면 분양권을 주는 주거 안정 정책이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분양전환 가격 부담도 덩달아 커졌는데, 현행법에 따르면 커진 부담이 온전히 입주민들에게 향한다는 주장이다.

LH가 “현행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부천의 한 공공임대주택은 오는 10월 조기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2017년 입주 당시에는 2억원 초반이었던 주변 집값이 지금은 8억원대로 폭등했다. 이대로 분양전환이 진행되면 분양전환가는 7억원을 넘어선다. 5년 공공임대주택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넘어오면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이 바뀐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LH는 5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를 주택 감정평가액와 건설원가 평균금액으로 산정한다. 반면 10년 공공임대주택은 감정평가액을 넘지 않게 한다는 상한선만 뒀다. 상대적으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감정평가액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탈감
허탈감

이에 주민들은 “10년 공공임대주택도 5년 공공임대주택처럼 분양전환가를 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분양전환을 기다리고 있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전국에 26만호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LH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가격 책정은 분양시점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법규”라며 “임의로 가격을 다시 책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 기간 동안 집값이 이렇게 폭등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만약 집값이 떨어졌다면 그걸 반영해 분양가가 낮아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집값 폭등 가능성을 상정하지 못했고,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 등 10명이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 산정에도 건설원가 평균금액 등을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의원은 “아직 분양전환되지 않은 10년 공공임대주택 26만8000여호에도 개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국가를 믿고 공공임대에 입주한 국민들의 고통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다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추가 절차에 들어가지는 못한 상태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도 입주민들의 고충이다. 공공임대주택 님비현상부터 각종 별칭까지 생기면서, 일각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꺼리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문정부는 2020년 ‘8·4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으로 마포구 상암 DMC 부지,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부지 등에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지역구 의원들과 지자체장이 이례적으로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만의 돌출행동은 아니다. 국민 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접수된 전체 공공임대주택 관련 가운데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29.8%(1068건)로 가장 많았다.

투기, 꼼수 입주, 차별 등 부상
사후관리 체계 마련 필요성 대두

2020년 LH가 실시한 심층 면접 결과를 살펴보면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동네에 많아져서 마트나 은행에 갔을 때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부모님 보살핌을 못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끼리 어울려 집단을 형성하는데, 불량학생이 많다” 등 실제로도 부정적인 인식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인식은 임대 주민들의 소외로 이어졌다. 설계구조상 임대 주민과 분양 주민의 동선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아파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입주자 대표회의를 따로 구성하는 곳도 생겨났다. 하다 못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거주 학생들의 학군을 분리하라는 학부모 요구도 이어졌다.

아울러 임대 주민을 지칭하는 여러 가지 혐오 표현도 세간에 알려져 논란이 됐다. 몇 년 전부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휴거지(휴먼시아+거지)’, ‘엘사(LH 아파트 사는 거지)’ 등의 멸칭이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것이 드러나면서 온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던 바 있다.

결국 차별적 시선을 견디다 못해 휴먼시아·LH 등이 들어간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곳까지 생겨났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LH휴먼시아’ 아파트는 ‘광교해모로’ 아파트로, 권선구의 능실마을LH 19단지는 ‘호매실 스위첸 능실마을 19단지’로 개명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공공임대주택 차별이 만연해지는 것에 일부 기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존에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임대동과 분양동을 나눴다. 단지 내에서도 공간을 명확하게 분리한 게 차별과 편견의 씨앗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최근 정부에서는 ‘소셜믹스’ 방식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소셜믹스는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 동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한 동에 무작위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동에 산다는 정보만으로 임대‧분양 주민을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더 많이 접촉하면서 각종 편견들을 없앨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오랜 편견을 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길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럭셔리한 공공임대주택에 다양한 계층·연령의 입주자가 들어가고 주변시설이 개선돼 혜택이 제공되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X거지’ 
주홍글씨

산적한 문제에도 존재 필요성은 명확하다. 공공임대주택은 당분간은 무주택자들에게 최적의 대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많이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많이 짓지 말라”는 왜곡된 결론으로 귀결돼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어렵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많이 지으면서도 잘 짓고 잘 나누는’ 방법을 찾아 나서라”는 의미로 읽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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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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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