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불사조'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걱정 마쇼잉∼ 호남 홀대 없응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불사조’가 돌아왔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직 제의를 전격 수락했다. 호남 4선 의원이 보수 진영 대통령 취임식을 총괄하게 되는 진풍경이 예고됐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올라 있다. 한편으로는 어색해 보이기도 하는 중용(설)의 연속. 많은 이가 박 위원장의 이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1949년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태어났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이름난 수재였다. 보성남초등학교, 보성중학교, 광주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1974년,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응시한 사법시험(16회)에서도 수석으로 합격했다.

출세 가도
돌연 암초

이후 검사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일명 ‘특수통’으로 승승장구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검찰 내에서는 호남 출신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순전히 ‘개인기’로 불리한 여건들을 이겨냈다.

영남 출신 일색이었던 대통령·검찰 수뇌부 아래에서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2·3과장, 서울지방검찰청 특수 1·2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지냈다. 이때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외화 밀반출 사건, 손성훈 비리 사건 등 당대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처리했다.

1997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15대 대선에 얽혀 있던 ‘김대중 후보 비자금 의혹’의 수사 유보를 건의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는 계기가 됐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실 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직책은 향후 검사장 승진·검찰총장 후보군 부상 등이 사실상 보장되는 최고 요직으로 꼽혔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박 위원장을 “나와 역사를 함께 쓸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로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5년간 순항하던 그의 출세 가도에도 암초가 나타났다. 1999년 벌어진 ‘옷 로비 의혹 사건’에서 공문서 유출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청와대에서 쫓기듯 나와야 했다. 이후 해당 혐의는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무죄가 선고됐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명예 회복’을 명분으로 정계 입문을 선언,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인생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제16대 총선에서 보성‧화순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결국 첫 선거부터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서는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득표율 59.92%를 기록하면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선 후에는 다시 새천년민주당으로 복당했다.

정계 입문 뒤에도 ‘친정’인 검찰과의 악연은 계속 이어졌다. 검찰 수사로 정치생명에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초선 의원 임기 막바지이던 2004년, 검찰은 나라종금 뇌물수수와 현대건설 비자금 혐의 2가지를 묶어 박 위원장을 또다시 구속 기소한다. 당시 그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라고 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악재는 다시 이어졌다. 그가 구속돼있던 때, 지역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보성군은 고흥군에, 화순군은 나주시로 병합됐다. 박 위원장은 고향인 보성이 포함된 고흥·보성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옥중 출마까지 감행했지만, 그는 결국 17대 총선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두 혐의는 훗날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나라종금 뇌물수수 혐의는 같은 해 11월, 현대 건설 비자금 혐의는 2005년 5월 확정됐다.

결백이 입증된 날, 박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아 위로를 구했다고 전해진다. 정치적 부담을 털어낸 후에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민주당에 복당하는 등 재기를 준비했다. 그러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 출마한다.

처음에는 전남도지사 예비후보로 선거를 준비했다. 그러다 한화갑 당시 당 대표의 의중에 따라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전략공천됐다. 본선에서는 7.7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낙선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 이은 3위였다.

호남 괄시 
이겨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새 출발을 알렸다. 줄곧 출마해오던 ‘고향’ 보성을 떠나 통합민주당 후보로 광주광역시 동구에 출마했다. 광주 동구는 금남로와 충장로 등 광주 중심가를 포함한 지역구로, 예전부터 ‘호남 정치 1번지’로 불려왔다.

박 위원장은 선거운동 당시 “광주시장과 동구청장, 지역 당원 5000명이 광주 동구로 와달라고 요청했다”며 “처음에는 주저하고 사양했지만 광주 동구의 낙후된 모습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라진 동구의 빛을 반드시 되살려놓겠다”고 출마의 변을 전했다.

그는 이곳에서 88.7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당대 최고 득표율이었다. 여세를 몰아 당 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며 정치적 입지를 쌓았다.

19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 출마를 준비했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민주통합당이 19대 총선에서 광주 동구 지역구에 무공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때 광주 동구에서 발생했던 ‘불법 선거인단 모집’ 사건의 여파였다. 

민주통합당 선거운동원으로 알려진 조모씨가 2012년 2월26일 선거인단 대리 모집 의혹으로 선관위 조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지검은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을 앞두고 사조직을 결성, 활동한 혐의로 동구 구의원과 통장 여러 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지역구 현직 의원이었던 박 위원장도 수사망에 올랐다. 검찰은 그를 선거 사조직 운용·사전선거운동 혐의 등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사법고시 수석 출신…호남 4선 중진
4번 구속 4번 무죄 파란만장 정치역경

금품·동원 선거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상조사단 파견·동구 전략공천 지역구 선언 등 비판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무공천’ 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박 위원장이 이에 반발해 탈당·무소속 출마하면서 내홍은 더욱 확산됐다. 당시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광주 동구에 출마한 후보만 3명에 달했고, 다른 진보 정당 후보들도 가세하면서 범진보진영 후보들의 각축장이 됐다.

혼전 상황에서, 현직 의원이라는 강점을 살린 박 위원장이 결국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던 박 위원장은 19대 총선에서 전국 당선인 중 최저 득표율(31.55%)을 기록했다.

당선 후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박 위원장은 ‘불법 선거인단 모집’ 사건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 중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됐다가 선고 후 석방되는 고초도 겪었다.

연말에는 무소속 의원 신분으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 의사를 발표하려다 자신의 지지자 30여명에게 끌려가 갇혀 기자회견을 열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1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다만 동장들에 대한 지지 호소 부분만 죄가 인정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은 지켜냈다.

박 위원장은 판결 직후 ‘판결에 대한 소회’라는 입장을 내고 그간 겪어온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총 5번의 기소돼 4번 구속됐고, 구속된 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불사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에 “그동안 ‘4번 구속, 4번 무죄’를 경험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정치 역경이었다”며 “상상할 수 없고 유례가 없는 동서고금 전후무후한 법살(法殺)이었다”고 적었다.

이후에는 전보다 순탄한 정치활동을 이어왔다. 통합신당 창당을 추진하다 국민의당으로 통합한 뒤, 최고위원 지명·20대 총선 당선(광주 동·남 을, 54.7%) 등을 시작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제20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했고, 국민의당 대선 예비후보로 나서 예비경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본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독주체제 아래에서 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되는 등 중진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2018년 2월, 바른미래당 창당에 합류해 유승민 전 의원과 공동대표를 맡은 것을 마지막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4개월 뒤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바른미래당 해체 후 호남 다선 의원들과 민생당을 창당했지만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21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했다. 당의 좁은 입지와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내분 등이 패인으로 지목됐다.

‘친정’ 검찰
인연과 악연

박 위원장이 다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건 지난해 말부터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또 다른 호남 4선 의원인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공개 지지선언에 나섰다.

그는 지지선언문에서 “공정과 정의, 상식은 우리 두 사람과 윤 후보가 만나는 지점”이라며 “정파를 떠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우리가 국민의힘 소속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은 그가 참된 공정과 정의를 실현할 유일한 후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전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대선후보)을 도왔다. 선대위 동서화합미래위원장도 겸임하며 윤 당선인이 호남 민심 소구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지난 1월 선대위가 해체된 이후에도 광주·전남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윤 당선인을 계속 지원해왔다.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윤 당선인이 지난 14일, 직접 연락해 “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박 위원장은 워낙 수많은 정치 역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데 헌신적인 역할을 해왔다. 정의롭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완성하기 위해 국정 통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은 윤석열정부의 가치와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취임식 준비 위원장으로서 윤 당선인의 가치와 철학을 국민에게 전달하기에 가장 적임자”라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임명 비화를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완곡히 사양했는데 재차 요청해 수락했다”며 “윤정부 출범부터 앞으로 끝날 때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밀알의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 대통령 취임식 총괄 진풍경
국무총리 등 차기 정부 역할론 ‘솔솔’

박 위원장은 임명 직후부터 위원회 구성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는 같은 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담당부처인 행정안전부로부터 연락이 오면 완벽한 취임식과 취임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탁월한 위원들을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위원 8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위원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전례를 살펴보고 학계, 관계, 일반 국민 대표들을 망라해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과 경륜을 가진 분에게 기회를 드릴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박 위원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취임사에 포함할지 실무진과 논의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6일 <해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은 5·18정신이 그동안 헌법 전문에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수차례 광주 정신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통령 취임사에서 5·18정신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다. 논의가 구체화된다면 윤 당선인은 취임사에서 5·18정신을 언급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만약 실현될 경우, 국민 통합을 논하며 ‘5·18정신을 계승한다’ 정도로 짧게 언급될 것이라는 게 주된 관측이다.

정계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관련 논의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 위원장 역할론은 인수위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이름이 차기 정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인수위원회 측은 아직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박 위원장 역시 “전달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16일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크게 기대하거나 바라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내가 바란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평가해주셔야만이 가능할 수 있는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인수위까지?
총리직까지? 

정치인생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화려하게 재기해왔던 ‘불사조’ 박 위원장. 21대 총선 낙선의 수모를 딛고 또다시 국내 정치 한복판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과연 그의 이번 여정은 어디까지일까. 그 종착지가 인수위원회일지, 국무총리실일지 온 정계가 주목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수위 호남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안에는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외에도 호남 인사들이 여럿 포진돼있다.

대표적으로는 김동철 전 의원,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이사장 등이 있다.

김 전 의원은 광주 광산구에서만 내리 4선을 쌓은 호남 중진 인사로 지난해 10월, 박 위원장과 함께 윤 당선인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인수위에서는 윤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호남(전라북도 남원시·임실·순창군)에 지역구를 둔 인사다.

제21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인수위에서는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에 임명됐다.

장 이사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정무비서관을 지낸 동교동계 핵심 인사다.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그간 ‘DJ 적자’라고 불려왔다. 

그는 대선 기간 중 윤 당선인에게 거침없이 ‘쓴소리’를 해온 것으로 전해지며 인수위에서는 정무특보를 맡았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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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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