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걷잡을 수 없는 '짝퉁 파문' 프리지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07 14:13:09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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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급 명품 스캔들 송지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인 <솔로지옥>에서 세 명의 남성에게 선택받은 프리지아. 그는 <솔로지옥>의 가장 ‘핫’한 출연진으로 급부상했지만 <솔로지옥>과 SNS에서 착용한 의상이 ‘짝퉁’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에는 본인의 SNS와 유튜브 채널에 각각 사과문을 올리고 활동을 중단했다.

부산 출신인 뷰티 유튜버 프리지아(본명 송지아)는 한양대학교 한국무용학과를 졸업했다. 뷰티 브랜드인 ‘16브랜드’ ‘밀리마쥬’ ‘방수 비치백 랑코백’ 등 다양한 제품의 모델로 활동했다. 2019년 9월부터 유튜브 채널 ‘free지아’로 모델 활동을 한 경험을 내세워 뷰티 노하우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활동 중단

4개월 뒤에는 20만 유튜버로 성장했다. 그간 프리지아는 뷰티 브랜드 모델의 경험, 개인 일상, 메이크업 노하우 등을 담은 콘텐츠로 채널 성장을 빠르게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유튜브에서 화려한 외모, 가녀린 몸매, 고급 아파트, 명품 옷차림,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솔직한 성격과 부산 사투리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개인 뷰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프리지아는 유튜버 활동 이전부터 개인 SNS 팔로워가 77만명에 이르는 인플루언서였고, <솔로지옥> 출연 직전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50만명이었다. 2년3개월 만에 낸 성과다. <솔로지옥> 공개 후 그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00만명을 훌쩍 넘었고, 현재는 활동을 중단했지만 19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솔로지옥>은 그에게 날개를 선물한 것처럼 보였다. 유튜브 구독자와 SNS 팔로워가 2배 이상 늘었고, MBC <전지적 참견 시점>, JTBC <아는 형님>에도 출연했다. 대중들은 프리지아를 ‘영앤 리치’ ‘워너비’라고 불렀다.

<솔로지옥> 후기, 프리지아 스타일, 다이어트 비법, 일상 등이 연일 화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프리지아는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SNS와 유튜브 구독자 수는 계속 늘었다. 그야말로 스타덤에 오른 것이었다. 

고공행진 중이던 프리지아의 기세는 한 달 만에 꺾였다. <솔로지옥>에서 입었던 옷과 가방, 유튜브에서 착용했던 명품들이 대부분 ‘짝퉁’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당 논란은 <솔로지옥>이 공개됐던 지난해 12월 한 명품 카페에서 시작됐다.

프리지아는 자신의 SNS에 반 클리프 앤 아펠(Van Cleef & Arpels)의 목걸이를 착용해서 게시했다. 프리지아가 착용한 목걸이는 네잎클로버 모양의 흰 자개 목걸이로 엄지손톱보다 크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은 보석, 시계, 향수 등을 취급하는 명품 브랜드로 연예인과 일반인들이 모두 좋아한다.

프리지아가 착용했던 제품은 ‘매직 알함브라 펜던트’로 가격은 570만원이다. 이 제품은 가장 큰 사이즈 순으로 매직, 퓨어, 빈티지, 스위트라고 이름을 정해놨다. 프리지아의 게시물에는 ‘이 제품이 가장 큰 매직이 맞냐’ ‘목걸이의 이음새가 이상하다’는 질문이 올라왔다.

프리지아 개인 잘못?
“무책임한 소속사 탓”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는 체인 연결 고리가 클로버 꼭대기를 연결하는데, 프리지아가 착용한 목걸이는 클로버 안쪽 깊숙한 곳에 체인이 연결된다. 또, 해당 목걸이는 화이트골드 색상 뿐이지만, 프리지아가 착용한 목걸이는 자개처럼 보였다. 목걸이는 짝퉁이었다.


프리지아는 평소 유튜브 방송에서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공주처럼 키웠다. 여유 있는 집에서 성장해서 감사하다”고 언급했고, 그녀의 영상을 자주보던 대중들은 프리지아의 짝퉁 사용에 크게 실망했다.

프리지아의 짝퉁 논란은 끝이 없었다. <솔로지옥>에 입고 나왔던 샤넬(CHANEL)의 반팔 니트 티도 짝퉁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티셔츠 정중앙에 있는 샤넬 CC 로고가 정품과 달랐기 때문이다. 프리지아가 입은 반팔 니트 티는 브랜드 로고가 얇았지만, 정품은 브랜드 로고가 두껍다.

<솔로지옥>에서 입고 나왔던 디올(Dior)의 톱도 짝퉁으로, 애당초 디올에는 없는 디자인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 밖에도 프리지아가 <솔로지옥>과 유튜브에서 착용한 가방, 시계, 목걸이, 슬리퍼, 원피스, 수영복, 휴대폰 케이스, 양말 등도 짝퉁이 많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부 대중들은 “짝퉁에도 급이 있는데, 프리지아가 사용한 제품은 짝퉁 중에서도 급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지아는 지난달 17일 SNS에 짝퉁 제품을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했다. “현재 SNS 및 <솔로지옥>에서 입었던 일부 옷에 대한 논란이 있다. 지적해주신 가품 논란은 일부 사실”이라며 “디자이너의 창작물 침해 및 저작권에 대한 무지로 인해 발생했다. 이번 상황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브랜드 론칭이 꿈인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 된 부분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고 공부하겠다. 가품이 노출된 콘텐츠는 모두 삭제하겠다.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브랜드에도 사과한다”고 전했다.

사과에도 논란은 그치지 않았고, 프리지아는 지난달 25일 유튜브를 통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현재 프리지아가 짝퉁을 착용하고 찍은 영상은 모두 삭제됐고, 활동도 중단된 상태다.

짝퉁 구매
처벌 없다?

프리지아는 짝퉁 논란으로 한순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짝퉁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상표법 제230조에 따르면 상표권 또는 전용 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이는 짝퉁으로 발생한 판매 수익을 은닉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사용한 경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도 성립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규정이 병과된다. 또 해외에서 짝퉁을 밀수했다면 관세법 위반죄까지 성립하게 된다.

프리지아가 범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짝퉁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1인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가 아닌 까닭이다. 프리지아는 뷰티 브랜드 모델 시절부터 ㈜효원CNC 소속이었다. ㈜효원CNC는 1인 미디어 커머스를 발굴·양성해 국내외 진출시키는 회사다.

프리지아가 짝퉁을 착용하고 영상을 찍었지만, 내보내기 전 소속사가 확인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효원CNC 관계자는 “소속사에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프리지아가 나쁜 마음을 먹고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한 행동은 아니다. 몇몇 가품은 대학생 때 그저 예뻐서 샀다고 한다”며 “가품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입고 나온 옷이나 소품 중 실제로 유명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산 것들도 있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파오차이’
중국 영상

프리지아의 짝퉁 논란이 시작된 후, 일부 네티즌들은 프리지아의 트리마제 아파트나 금수저 이미지를 소속사에서 만든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송지아가 집을 얻는 데 돈을 보태준 적 없다. 정상적인 매니지먼트 범주에서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꿈을 응원해 함께 만든 것 외에 경제적 지원은 없다”며 “아파트는 프리지아가 대학교 입학 후 꾸준히 모델 활동을 하면서 모든 돈과 당사와 함께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직접 보증금을 모아서 계약한 월셋집”이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프리지아는 중국판 유튜브라고 불리는 빌리빌리(bilibili)에서 2020년부터 ‘Freezia宋智雅’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빌리빌리 구독자 수는 123만명 이상으로 그들을 ‘짜이야’라고 불렀다. 이곳에 올린 영상은 한국 유튜브 계정에 게시한 영상에 중국어 자막을 달아 만들었거나 따로 중국 팬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현재 빌리빌리 영상들도 모두 삭제됐다.


문제가 된 영상은 2020년 8월에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프리지아가 중국어 수업을 받고 식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저는 집에 와서 이렇게 김치찜을 먹을 거예요”라며 김치찜을 보여줬는데 중국어 자막으로 파오차이(泡菜)라고 기재됐다. 

짝퉁은 넘어갈 수 있어도
‘짜오파이’는 수습 불가능

파오차이는 채소를 절인 중국 쓰촨성의 발효 음식이다. 파오차이가 채소를 절인 음식이라는 특징으로 김치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파오차이와 김치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특히, 중국 네티즌은 2020년 11월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를 한국이 훔쳐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난해 1월 중국 유명 유튜버 리쯔치는 김치를 만들고, 김치를 탕에 넣는 모습을 보인 뒤 #ChineseFood, #ChineseCuisin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김치를 중국 음식이라고 소개해 국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리쯔치는 해당 영상에서 “5000년 찬란한 문화유산인 파오차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는 파오차이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고, 여전히 중국은 한국이 파오차이를 김치라고 주장하는 게 억지라고 말한다.

프리지아의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동북공정에 일조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나라 팔아서까지 돈 버는 거냐” “짝퉁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한 것과 친중 사상은 넘어갈 수 없다”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중국 유튜브에서 중국을 찬양하다니” “돈을 벌 수 있으면 영혼까지 파는 것 같다” “자업자득”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한 네티즌은 “중국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파오차이라고 자막 달린 것을 보고 논란이 될 줄 알았다”며 “파오차이 자막을 따지기 전에 한국에 판매 중인 중국어 교재를 문제시 해야 한다. 중국어 교재 예문에는 한국 전통 음식으로 파오차이, 냉면 등이 있다고 써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한자 때문에 다른 나라 말들도 뜻을 이용해서 부른다. 굳이 잘못을 따지면 영상을 미리 확인하지 않은 소속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중국 전통 의상을 입는 장면도 문제 삼았다. 빌리빌리에 올린 영상 중에는 중국 팬에게 중국 전통의상을 선물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영상 설명란에는 “짜이야들에게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았다”며 “덕분에 중국 공주 한번 해봤다”고 중국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 빌리빌리에서 10만 구독자를 달성해 받은 실버 버튼을 공개하며 “역시 중국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중국에 가서 짜이야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인사했다. 프리지아의 중국 활동에 대해 네티즌들은 “중국에서 활동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 황당하다”는 의견과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은 지적할 부분이 아니다”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이 밖에도 집안, 아버지 직업, 스폰서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프리지아는 “가족을 비난하는 것은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지나친
가족 비난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리얼리티가 예능의 대세가 되면서 젊고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갑자기 유명해진 이들은 연예인이 되려고 준비했던 사람들에 비해 사적인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일반인 출연자와 관련한 논란은 사전에 방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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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