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등친' 농업용 드론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25 00:00:00
  • 호수 1359호
  • 댓글 0개

애물단지 들고 논밭만 멍하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땐 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농민들이 농사 일을 편하게 하고자 고가의 농업용 드론을 구매했지만 비용이 비싼 데다 사후처리 서비스도 원활하지 않아 피해 목소리가 늘고 있다.

드론 활용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드론이 제일 처음 쓰인 군사용 무기에서부터 건설, 에너지, 물류, 재난 구조, 교통 관측, 과학 연구, 농업, 환경 오염물 제거, 촬영, 취재, 취미 등 각종 분야로 활동 영역이 사실상 무한대로 넓어졌다.

파종 농약
일손 해소

최근 농촌의 인력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을 해소하고 농업환경을 크게 개선하고자 농업용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전문기업인 DJIsms도 농업용 드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PWC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드론 시장의 25%를 농업용 드론이 차지한다. 오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육박하면 식품 소비량이 늘면서 농업 생산성 유지를 위해 드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용 드론으로 한 자리에 앉아서 3D 매핑을 통한 토양 상태 측정부터 파종·농약 등 살포, 작물 모니터링, 생육 상태 파악 등이 가능하다.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농현장에는 드론을 통해 인력난 해소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벼농사의 경우 이미 농약살포에 드론을 활용해 농업인이 농약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고 작업 능률도 향상시키고 있다.

드론을 이용하면 논 위를 2~3m 높이로 낮게 날면서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바람(하향풍)을 이용해 약제가 벼 아랫부분까지 골고루 침투가 가능해 방제효과가 높다. 

일반 유인 항공방제의 경우 광범위한 면적을 대상으로 하고 살포 고도가 높아 주변 지역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드론 방제는 낮은 고도에서 목표 지역만 집중적으로 살포할 수 있어 항공방제의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표 말 믿고 1964만원 선입금
구입 후 환불 요구에 묵묵부답

트랙터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력체에 다양한 부착기구를 붙여 트랙터를 다양한 농작업에 활용하는 것처럼 드론도 추진체 역할을 하는 본체에 다양한 임무장비(RS 카메라, 방제 장치, 파종 장치, 조수 퇴치 장치)를 붙이면 농업적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하지만 트랙터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트랙터의 등장으로 생긴 관련 문제도 많다. 트랙터의 고장·사고, 구매를 위한 고액의 부채, 토질의 압축 등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장벽들이 농업인 앞에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가축과 달리 분뇨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비료를 농장 밖에서 구매하게 돼 농장 내 자원순환을 단절시키기는 결과도 초래했다.

최근 광주에서 농업용 드론 구매를 위해 거액의 돈을 입금했지만 드론을 받지도 못하고 환불처리도 되지 않아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광주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 지난해 3월 농업용 드론 구입을 고민했다. A씨는 농업용 드론 조종 자격증(1종) 취득을 위해 광주 소재의 교육기관인 아시아항공드론 교육원(이하 교육원)을 방문했다. 


A씨는 교육원 대표와 면담하면서 교육 비용과 이수 시간에 대해 문의했다. A씨는 “국토교통부가 지정해준 전문교육기관에서 300만원짜리 드론을 구입할 경우 교육비를 50% 할인해준다는 말을 믿었다. 또 교육을 20시간 모두 채워야 필기시험이 면제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약 두 달 뒤 A씨는 사전에 구입하기로 한 T16 모델에서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T20 모델을 주문했다. 해당 모델은 중량이 25㎏가 초과돼 항공안전기술원에서 안전성 인증검사가 필요했다. 

A씨는 “(교육원)대표는 방제할 수 있는 기간인 ‘7~8월에 드론을 받으려면 계약금을 얼른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수리비용

A씨는 교육원 계좌로 1964만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A씨가 지인을 통해 해당 교육원에선 드론을 받지 못하거나 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교육원에서 들었던 내용과 달리 드론 수입 업체와 교육원은 계약한 사실이 없다는 게 드러났고 거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게 됐다. 이후 계약금 환불 진행 요청을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교육원 대표는 거짓말을 계속하며 시간을 보냈고 결국 광주 광산경찰서에 신고했다. 또 추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고도 했다.

교육원 대표는 “A씨가 기체를 산다고 해서 교육비를 할인해 준다고 한 것”이라며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당시 회사가 좀 어려워서 선입금을 요구했고 A씨가 이를 이행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원이 (재정적으로)어렵다 보니 기체 납품을 못하게 됐다. 우리가 발주해야 하는데 회사가 어려워 발주를 못했다. A씨가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리지 못해서 이렇게까지 된 것이다. 현재 신용거래정보로 넘어간 상황이고 한 달 안으로 환불 처리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A씨는 자신이 본 금전적 피해를 드론 관련 카페에 게시했고 게시글에는 “판매 사기를 하거나 판매 후에도 사후 관리가 잘 안되는 업체를 공유할 수 있는 글이 많아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동” 등 상당수 위로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고령
핸들링 미숙

과거 농업용 드론은 농민들에게 애물단지가 되기도 했다. 경북 시군이 임대용으로 사들인 농업용 드론의 경우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도 잦았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에서 기계 조작 미숙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군은 지난 2017년 2억100만원을 투입해 방역 약제 약 8ℓ가 탑재되는 임대용 드론 7대와 장비 등을 구입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농가에서 방역을 위해 드론을 임대한 횟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예천에는 공군 비행장이 있어 비행이 제한되는 구역이 많고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승인 절차까지 필요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인근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봉화군은 2018년 12월 약 2000만원을 들여 농업용(임대용) 드론 1대를 구입했지만 단 한 차례도 임대해간 농가가 없었다.

봉화군에 있는 민간단체 ‘블루스카이’가 군의 위탁을 받아 지역주민 11명에게 자격증반 위탁교육을 한 게 활용 사례의 전부다. 찾는 이가 없다 보니 농업용 드론 대부분은 시군 농기계임대사업소 창고에 그대로 방치돼있다. 작은 프로펠러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드론은 조작 시 충분한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기계로 꼽힌다.

드론이 워낙 고가다 보니 보험에 가입돼있더라도 사고 시 사용자가 내야 할 자부담금도 만만치 않다. 대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드론을 빌려 쓰다 추락이라도 하면 농민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배터리 문제…고작 10~15분 비행
조작미숙으로 타작물 피해 주기도


일각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방제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 방제는 전문가가 아니면 집중적인 농약 살포가 어렵고 대량살포를 하려면 차라리 무인헬기 등 다른 장비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농업용 드론이 활용이 저조한 이유로 배터리 용량 부족에 따른 비행 시간 제한도 꼽힌다.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살포기, 파종기 등을 부착한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15분이다. 드론 구매 비용도 부담이다. 농업용 드론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이르는 데다 고장 시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농가에서 자체 도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드론 방제 시 농약이 날아가 인접 포장 및 타작물에 피해를 주는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또 조작 미숙으로 다치거나 정밀한 작업을 하지 못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드론 활용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민원 및 문제점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개선, 기술·매뉴얼 개발, 교육 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농민은 “이번에 보조로 받은 농업용 드론이 바람과 기후에 따라 배터리 사용시간이 다르고 방역에 사용되는 시간이 적어 농지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용 시간은 적고 충전 시간은 길어 방제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날 잡고 방역을 하기 위해 인근 영동군의 농가에서 배터리를 빌려와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도 수명 기간과 충전 횟수가 있어 빌려오기 미안한 마음에 배터리를 추가 구매하려 했는데 제일 저렴한 가격이 50만원으로 책정돼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농가들 입장에선 구매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드론 구매 전에 업체가 사용시간 등을 농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추가 구매 같은 민원 내용은 제기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후처리
나몰라라

드론을 실제 사용을 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사용시간 문제보단 방역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과수 등의 농장 시설물의 경우 그물로 가지를 고정하고 있어 그물에 걸릴 위험이 있는 드론은 사용자체가 어려워 과수보단 벼농사 같은 걸림이 적은 농사에만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