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장애인체육회 2인자 월권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18 14:56:58
  • 호수 13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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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해도 눈 밖에 나면 ‘파리 목숨’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명확하지 않은 규정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이 같은 모호한 규정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기존에 없던 직위인 경영본부장에게 직원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이하 체육회)는 2006년 11월 창립해 경기도 장애인 전문체육 및 생활체육 분야에서 장애인체육 활성화에 꾸준히 노력해왔다. 2020년 제17회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 종합우승으로 경기도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2006년 설립
혼선과 잡음

2020년 2월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발생으로 전국 단위 체육대회 및 생활체육대회가 도민과 체육인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취소돼 보조금 집행이 53.8%로 매우 저조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비대면 체육활동을 병행해 추진할 프로그램 지원사업 발굴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체육회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직원 근무 성적 평가와 관련해 모호한 규정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2006년 11월20일에 설립됐다. 6년 뒤 2012년 1개처 2개과에서 1개처 3개과로 늘어났다. 2016년에는 1처 3과에서 1처 1부 2과로 조직이 개편됐다.

2016년 9월28일 제정한 사무처 직원 근무 성적 평정 내규 제9조(평정자와 확인자의 역할)에 따르면 “각 부서별 직원의 평정은 소속 부서장이 하며 사무처장이 확인한다. 단 평정 시 사무처장과 협의해 평정한다”고 돼있다. 


당시만 해도 A 경영본부장은 총무과 과장 역할도 하며 겸직하고 있었다. 소속 부서장이 과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A 본부장이 평정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음 해 새 과장이 오면서 과장직을 내려놓고 본부장 역할에만 충실했다. 

규정 위반에 부서장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A 본부장은 근무 성적 평정을 계속했다. 부서장이 본부장을 의미하게 된 셈이다. 그러던 중 2020년 한 직원이 해당 규정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규정대로라면 부서장은 각 부서의 과장을 의미하는 것이며 본부장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주장했다. 

체육회의 한 직원은 “체육회 대부분 직원이 A 본부장과 적이 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본부장도 직원들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규정에 어긋난 것을 말했을 뿐인데 본부장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A 본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정도로 업무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존 없던 경영본부장 직원 평가 권한
부서장이 좋게 평가해도…모호한 규정

이어 “(본부장)라인을 만들어 맘에 드는 직원의 업무 결재는 빨리해주는 대신 반기를 든 직원 서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결재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려 해도 꼭 A 본부장만 결재해주지 않았다. 모두 괜찮다고 하는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본부장이)결재를 내려주지 않아 일을 하기 힘들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6월 체육회는 경기도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2020년도 도비 보조사업 집행 실태 정산검사 결과, 전반적으로 적정하게 처리됐으나, 일부 집행 부적정 사례가 드러났다. 향후 재발방지 및 명확한 회계처리를 위해 노력과 지적사항을 연찬·시정하도록 조치됐다. 


또 경기도장애인체육회의 예산, 회계, 인사, 복무 등 일련의 절차에 따른 매뉴얼 확립과 직원별 역할 및 관련 규정 숙지 등 투명하고 안정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길과 장애인체육회 간 적극적 소통·협력도 요구됐다. 

이외에도 근무 성적 평정 부적정으로 경징계를 받았다. 내규에 따라 6월30일과 12월31일 매년 2회 근무 성적 평정을 실시해야 하지만 2018년과 2019년 각각 1회씩만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무처장은 근무 성적 평정 기준일에 속하는 해당 월의 20일 전에 근무 성적 평정서를 각각 평정자에게 배부하고 있으나 계획 수립을 지연했다. 

‘사무처 직원 근무 성적 평정 내규’에 따라 사무처 직원의 계획안을 수립해야 하나 내규와 다르게 수립하는 등 부정적인 업무 사례가 적발됐다. 

인사권 
쥐락펴락

계획 수립이 지연되는 과정에 있어서 A 본부장의 결재 지연 의혹이 제기됐다.

체육회의 한 직원은 “계획안이 늦은 이유는 단순하다. 근무평정에 있어 규정상 평정자에서 본부장이 빠져야 하는데 빠지지 않았다. 결재해주지 않으면서 시간을 지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규정에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사무처장과 본부장은 시간을 지연하면서까지 평정자 대상에 넣었다”고도 했다.

처음 냈던 계획안에는 부서장, 사무처장, 감사실장 등 3명의 직급이 평정자로 표기됐다. 사내 규정에 따라 부서장이 평정한다는 의미다. 

수정된 계획안에는 좀 더 세부적으로 평정자가 구분됐다. 부서장, 사무처장 말고도 경영본부장이 평정할 수 있게 명시됐다. 경영본부에 한해서는 70%를 평가하는 1차 평정에는 일반직(계약직) 5급 과장을 본부장이 평정하고 30%에 해당하는 2차 평정에는 일반직(기능직) 6급 이하를 평정하게 됐다. 

본부장 평가가 커지다 보니 체육회를 좌지우지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지도자들도 전부 본인이 개입해서 평가하는데 운동선수 등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을 어떻게 다 평가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 성적 평정은 진급, 성과 상여금 등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본부장은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70점대를 주는 등 권력을 독단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평가 방법
개편 예정”


서울장애인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에 연락해 본부장 직위 존재에 대해 확인했으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북도 장애인체육회의 경우 대외협력본부장이란 직위가 존재했지만 대외협력 부분에서만 업무를 담당할 뿐 사무처를 총괄하는 역할은 아니었다.

울산광역시 장애인체육회에선 본부장 직급을 사용하고 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체육회 사무처장은 “근무 평정 사업계획과 관련해 기관 경고를 받은 이유는 업무 미숙으로 인해 징계였다”고 말했다.

규정에 나와 있는 부서장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규정은 본부장이 없을 때 부서장이란 지칭이 생겼다. 부서장의 의미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부서라는 의미는 본부도 부서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했고 평가라는 것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쏠리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평가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할 수 있는 일부 역할을 본부장에게 준 것이다. 과장들이 70% 하고 본부장이 30%를 평가하기로 했다. 본부 산하에 있는 과라고 해석했다. 과거 본부장을 부서장으로 인정할지 말지 논란이 있었다”며 “이후 본부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부서장으로 인정하게 됐다. 매번 평가 때마다 서로 논의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무 성적 평정…내규 위반?
성과상여금 평가지표 사용


또 “이 부분에 대해 말이 많이 나와서 전면적으로 평가 방법을 개편하기로 했다. 외부 의견이 반영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올해 상반기부터 바뀔 것”이라며 “이게 성과금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투명성·객관성을 키우기 위해 전문가를 도입해 거의 완성단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 관련한 본부장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본부장과 친한 직원들이 제1 노조를 운영하고 있어 사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한 근무 성적 평가와 관련해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해당 내용은 ▲기본 부서장 평가가 100%에서 부서장 70%와 본부장 30%로 바뀐 점 ▲근무 성적 평정을 토대로 성과 상여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성과 상여금 평가 지표로 부서장 50%와 본부장 50%로 이뤄져 본부장이 당연히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된 점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제2노조 소속 조합원은 근무 성적 평정에서 탁월 등급 2명, 우수 등급 1명을 받았지만 성과 상여금 평가에서 본부장의 악의적인 낮은 점수로 인해 최종 상여금 등급은 A 등급 1명, B 등급 2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제1노조 조합원은 근무 성적 평정에서 우수 등급 1명, 보통 등급 2명을 받았지만 본부장이 높은 점수를 주는 바람에 S 등급 2명, A 등급 1명으로 평가가 뒤집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고 부서장이 좋게 평가해도 최종 평가자인 본부장에게 잘못 보이면 근무 내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같은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있는 전임지도자는 성과 상여금을 받고 직장 운동부 선수 및 감독과 코치는 성과 상여금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것 또한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부장은 “근무 성적 평정 계획안을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것은 복합적인 이유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근무 성적 평정에 대해서는 2017년에 경영본부라는 게 신설됐다”며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본부장이 부서장을 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규모 커져
생긴 직위”

이어 “예전엔 과장이 부서장이었지만 지금은 감사실도 생기고 조직이 커지면서 부서장에는 본부장이 포함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는 내부적으로 결재가 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근무 성적 평정을 하는데 본부가 생겼으니 본부장도 근무 성적 평정에 있어(내부적으로) 정리가 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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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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