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윤캠프 새 수장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

지고 있는 8회 구원투수 등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5일,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해촉을 포함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을 발표했다. 대선을 63일 앞두고 후보 직할의 실무형 선거대책본부가 중심이 되는 쇄신안을 발표하며 ‘홀로서기’라는 승부수를 택했다. 선거대책본부장은 4선의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맡게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대위와 당을 잘 이끌어 국민들께 안심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모두 오롯이 후보인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메머드 선대위, 민심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캠프의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다시 바로잡겠다”고도 했다.

김 ‘아웃’
권 ‘원톱’

윤 후보는 “새로운 선거대책본부를 꾸리겠다. 선거대책본부 본부장은 권영세 의원이 맡는다”고 알렸다. 선대본부장 단일 지도 아래 핵심 팀만 후보 직속으로 두는 초슬림형 조직을 운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힌 윤 후보는 ‘윤핵관’(윤 후보의 핵심 관계자)을 언급하며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 그런 걱정 끼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또 “2030 세대에게 실망을 줬던 행보를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국민이 기대했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가족 논란에 대해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부족함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드시는 회초리와 비판 달게 받겠다”며 “제가 일관되게 가졌던 원칙과 잣대를 똑같이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겠다. 시간을 좀 달라. 확실하게 달라진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당 사무총장도 겸한다. 윤 후보와의 직접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한편, 당 사무총장으로서 조직관리도 맡게 되면서 ‘원톱’으로 떠올랐다. 

권 의원은 1959년 서울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배재고등학교(92회),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 1983년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5기)에 합격해 검사로 근무했다.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지검, 독일 법무부 파견 등 검사로서 소위 ‘엘리트 검사’의 길을 걸었지만, 김대중정부 출범 후 검찰청 부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청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하버드 케네디 스쿨과 하버드 로스쿨로 유학, 전공 분야를 다시 한 번 점검하며 실력을 가다듬은 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측으로부터 정계 입문 제의를 받고 본격적으로 정계에 뛰어들게 된다.

대선 63일 전 선대위 해산 ‘슬림화’ 선언 
새 선대본부장 4선 의원…이준석도 ‘찬성’

권 의원은 윤 후보와 오래전부터 가까운 사이로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면서, 대학 시절 형사법학회 활동을 함께했다.

검사였던 윤 후보와 꾸준히 친분을 유지했고, 권 의원이 2013년 주중대사로 내정됐을 때 송별회를 함께하는 등 각별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으로 입당을 고민할 때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며 가교 역할을 했고, 최종 대선후보 선출 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으며, 이번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역할을 대신할 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권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내정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윤 후보와 친분이 있지만 이를 내세우지 않고 뒤로 물러나 있는 모습을 보였던 점, 당내 ‘비토’ 세력이 거의 없다는 점 등과 함께 비강남권 유일의 서울 지역구 의원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수도권 표심을 잡지 않고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권 의원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선거에서 당 사무총장과 상황실장을 맡아 대선을 이끌었던 경험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현재 윤 후보의 선거를 돕는 사람 중 전면에 나서 대선을 치러 본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지난해 6월 중순,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로부터 받은 사무총장 제의를 고사하고 그 대신 대외협력위원장직 제안은 받아들였다. 당 외부 대선주자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자리다.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권 의원은 7월 초부터 본격적인 영입 행보를 시작했다. 

권 의원은 빅2인 윤 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물론 ‘DJ(김대중 전 대통령) 적자’라 불리는 호남 출신의 장성민 전 의원(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과도 회동했고, 세 사람 모두 입당을 성공시켰다. 

서울법대 출신
입당의 고수

서울대 법대 77학번인 권 의원은 최 전 원장(75학번)의 2년 후배, 윤 후보(79학번)의 2년 선배다. 당내에서는 권 의원이 한 달 동안 두 유력 대선주자를 영입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이 같은 인연을 꼽는다.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권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당 사무총장직을 제안받았는데 왜 거절했냐는 질문에 “이 대표가 아무래도 정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경험 많은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싶어 했다”며 “그래서 사무총장을 해본 내게 요청을 했는데, 반대로 내 입장에서는 이미 두 차례(2008·2011년 한나라당)나 사무총장을 했기 때문에 또 사무총장을 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당을 돕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대외협력위원장을 수락한 것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나와 굳이 같이 일하길 바랐던 이유는 내가 당내 다른 정치인보다 대선을 치러본 경험을 더 갖고 있으면서 현재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들과 인연 때문”이라며 “내가 이 대표에게 ‘타이틀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으니, 대선주자를 영입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그렇다면 대외협력위원장이 적절하지 않겠나’라고 해서 내부적으로 그렇게 결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세 차례 대선을 치러본 노하우가 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당시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2007년과 2017년 대선에도 그는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권 의원은 과거 주중대사 시절 안현태 전 경호실장을 비판해 주목받은 바 있다.

권 의원은 당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장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볼 때 안현태씨는 물론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다른 공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5공 비리로 처벌받은 이상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 자체가 국립묘지의 명예성을 훼손한다”며 “그런 점에서 심의기구에서 제대로 심의를 해줘야 된다고 보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1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권이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가 교원 임용을 위해 과거 5개 대학에 허위 경력과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윤석열 후보가)김씨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털고 갈 건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털고 간다는 얘기는 본인이 인정하고 사과하고”라고 부연했다.

선대위 개편
산적한 과제

당시 권 의원은 김종인 ‘원톱’ 선대위에 대해 “그건 아마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했다. 권 의원은 당내 갈등 상황과 관련해 “정권교체라는 대의가 있기 때문에 사적으로 감정이 안 좋았던 분들이라 하더라도 윤 후보와 정권교체라는 두 화두를 중심으로 얼마든지 뭉칠 수 있고 또 뭉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윤 후보가 선거대책본부 개편 구상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이 대표와 정면으로 임명안을 두고 맞부딪혔다. 이 대표가 급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오늘 임명안 상정은 전면 거부”라고 했다. 다만 임명안은 최고위 의결사항이 아닌 협의사항인만큼 당무우선권을 가진 윤 후보가 이 대표가 반대해도 임명을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선거조직 재구성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이 대표가 권 의원에 대한 사무총장 임명에는 찬성 입장을 밝혀 정면충돌은 피했다.


이에 따라 권 의원은 선거대책본부장과 사무총장을 겸임하게 됐고,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맡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선대본 정책본부장으로 인선하는 안건도 무리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하는 안건에 대해선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이 의원은 당 내분에 대한 ‘이준석 책임론’을 제기해 이 대표와 불편한 관계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권영세 사무총장 임명에는 어떤 이견도 없지만, 나머지 사안에 대해선 큰 이견이 있었고 내 의견을 정확하게 이야기했다”며 이철규 부총장 임명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정치적인 상황”이라며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도 있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반면 윤 후보는 “협의 절차는 임명권자가 의견을 구하는 것”이라며 “협의 절차가 끝났으니 임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행 의사를 밝혔다. 

윤 대학 선배…세 차례 대선 경험
“단일화가 없이 이기는 것이 목표”

권 의원은 “이철규 부총장 지명에 대해 (이 대표가)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 같다”며 “이 대표도 선거 승리를 위해 같은 뜻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인 감정으로 반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적은 대선후보 단일화가 없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가 선대위 쇄신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토론 제안에 “3회 법정 토론으로 부족하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우리는 언제라도 준비가 돼있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주제는 (대장동 의혹을 넘어)한정 없이 하자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토론은 혼자 할 수 없는 만큼 구체적인 부분은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 후보의 대장동을 비롯한 여러 개인 신상과 관련한 의혹, 공인으로 정책과 결정, 선거운동 중 발표한 공약들과 관련해 국민들 앞에서 검증하는 데 3번의 토론은 부족하다”며 “효과적인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실무진에게 법정토론 외에 토론에 대한 협의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의원은 “오전 윤 후보가 산만한 조직에서 오직 일, 실무 중심의 선대위로 하는 내용을 말했다”며 “위원장도 없고, 병렬적 구조에 더해 밑에는 기능 단위로 상황실 등 일정, 메시지, 전략을 구성하는 실무적으로 꼭 필요한 (조직으로)구성되는 선대위로 개편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실무 단위를 구성하는 과정 중에도 꼭 필요한 기능 단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이번 선거는 부침이 굉장히 많은 선거”라며 “주요 후보들이 비교적 정치 쪽에서 새롭게 등장한 분들이라 새로운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지지율)흔들림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후보의 지지율이 연초 여론조사를 보면 조금 낮은 상황이지만, 그게 고착될 것으로(생각하지 않고) 이 자리도 ‘독배’를 받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골짜기에 있지만 조금 노력하고 진정성을 보이면 얼마든지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단일화 없다”
승리 자신감

권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절대, 전혀 없다고 본다”며 “우리 목적은 후보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기현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에 대해선 “윤 후보가 반려를 하겠다는 것이니 원내지도부는 유지된다. 김 원내대표가 대여 투쟁의 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