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팔이 타깃' 마약에 빠진 힙합계 막전막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10 17:52:36
  • 호수 13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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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라고? 애들이 따라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마약은 예술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마약을 하면 예술적인 영감이 더 잘 떠오른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힙합 래퍼들도 마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나이가 어린 래퍼 지망생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에게 마약은 악마의 유혹이다.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할 때마다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마약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한국 록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신중현부터 시작해서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등 70년대 한국 포크록을 풍미했던 인물들이 대마초에 연루된 적이 있다.

줄줄이
감옥행

그 이후로도 가수 조용필, 신해철, 이승철, 현진영, 전인권, 개그맨 주병진 등이 마약 혐의로 연루된 바 있다. 과거 마약에 연루된 일부 연예인들은 창작의 고통을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해철, 현진영, 싸이는 마약한 혐의로 체포된 후 “창작의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인권은 2001년도 학술 계간지 <사회비평>에서 “마약을 3년만 허용하면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를 자신이 있다”며 “마약을 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힙합 음악을 주로 하는 가수들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업타운, 드렁큰 타이거의 일부 멤버가 미국에서 성장해 한국인만큼 마약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마약 거래가 한국보다 성행했기 때문이다.

또 마약을 경험해봤던 모 가수는 “마약을 복용하면 음악적 필링이 고조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유독 마약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직업적 특수성을 거론한다. 대중에 노출되는 직업인만큼, 심리적 부담이나 압박이 심하다는 것.

또 어린 나이부터 연예인이 되기 위한 준비로 필요 이상의 사회화 과정을 겪으면서 오는 부작용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상담사는 “어린 나이에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연습생의 경우 성장 기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지니게 된다. 온전히 성숙할 기회를 잃게 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의 심리는 일반적이지 않고 복합적일 수 있다. 비연예인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탓에 정신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 공허감 등 수많은 요소가 작용한다는 의미다.

한 방송국 PD도 “연예인의 마약 복용은 청소년들의 흡연 심리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면서 “창작의 고통을 운운하지만 사실상 ‘겉멋’ 혹은 호기심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극적 문화 속에 사는 연예인들이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음악 작업실서 대마 흡입
동료 래퍼가 구해주기도

2010년대 중반부터 <쇼미더머니3>가 큰 인기를 끌자 래퍼들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이후 엠넷은 <고등래퍼>도 론칭하며 10대 래퍼를 조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음악시장에서 힙합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인기가 많은 래퍼는 돈, 차, 시계 등을 자랑했다. 이마저도 그들에게는 멋이었다. 돈 자랑에도 모자라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에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10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그러던 중 꽤 인기가 많은 래퍼들이 마약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 대마초 흡연 등으로 입건된 씨잼과 빌스택스(당시 활동명 바스코) 역시 같은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있는 래퍼다.

지난해 3월 래퍼 킬라그램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로부터 불구속 입건됐다. 앞서 ‘쑥 타는 냄새가 난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킬라그램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킬라그램은 2020년 12월 서울 이태원에서 모르는 외국인으로부터 40만원가량을 주고 대마를 사서 일부는 피웠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10월에도 힙합계 마약 흡연 사건이 발생했다.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 래퍼인 루피, 나플라, 블루, 오왼, 영웨스트는 과거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적발된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나플라와 루피가 대마초 흡입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계에 적발됐으며, 모발과 소변을 검사한 결과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 나플라는 경찰서에서 “소속사 작업실에서 루피 등과 대마를 흡입했다”며 “대마초는 소속사의 다른 래퍼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멋있게 포장
모방 우려도

특히 같은 소속사의 또 다른 래퍼 3명과 지인 5명 등에게서도 마약 양성반응이 나와 충격을 안겼다. 경찰은 2019년 11월 이들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영웨스트 1명을 기소했고, 나머지 4명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또 다른 래퍼 자메즈가 과거 대마와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를 흡입했다고 인정했다. 자메즈는 지난달 28일 SNS에서 “저는 과거 대마초와 LSD를 해본 적 있다. 이와 관련해 법적으로 처벌 받을 것이 있다면 처벌을 받음으로써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메즈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은 그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의 폭로로 불거졌다. 누리꾼은 자메즈가 대마와 LSD를 흡입했으며 자신에게 폭력을 저질러 경찰 신고도 여러 번 했다고 주장했다.

자메즈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난 데는 제 잘못과 책임도 분명 상당할 것”이라며 자신이 대표직을 맡은 힙합레이블 GRDL을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불리다바스타드는 “교도소에서 뉴스를 보는데 10대들 펜타닐 관련 뉴스가 나왔다. 제가 사용하던 기구들 그대로 나왔다”며 “솔직히 저는 래퍼들 영향이 크다고 본다. 마약이 10대에게 퍼지게 된 이유가 있다. 래퍼들이 마약한 것에 대해 당당하고 멋지게 포장을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친한 형이 (펜타닐을)하는 걸 보고 한 번 해봤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때 당시는 필로폰이나 이런 마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처방전이 나오는 합법 마약이니까 저는 당연히 전문의약품이 그렇게 강한 마약일지 생각도 못했다. 일주일까지는 특별한 금단증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창작의 고통?
웃기고 있네∼

불리다바스타드는 마약에 손을 대는 순간, 몸이 본인의 것이 아니라 악마의 것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이들에게도 경각심을 알렸고 끊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자신에게 연락해달라고 말을 남겼다. 

또 “약을 하는 래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10대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거 인지를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는 “2020년 4월부터 지금까지 마약을 다 끊은 상태에서 죗값을 받기 위해서 글라인더에 남아있던 대마초를 피운 후 2020년 11월11일 자수하게 됐고 소변과 모발을 제출하고, 소변에서 THC만 양성이 나왔고 혹시나 오래돼 나오지 않을 마약들도 처벌받기 위해 형사님께 증거사진들을 직접 제 손으로 보내드렸다”고 전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에는 10대 래퍼 지망생이 마약에 빠지는 과정에 대해 소개됐다. 마약을 하는 래퍼가 10대 래퍼 지망생에게 접근하는 수법은 은밀하면서도 교묘하다.

A 래퍼는 사운드클라우드 내에서 반응이 좋은 B 지망생에게 접근해 B의 음악이 좋다고 칭찬한다. A 래퍼는 B 지망생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만남을 갖는다. 지하실 같은 곳에 도착한 B 지망생은 A 래퍼뿐 아니라 다른 래퍼들도 함께 만나게 된다. 

SNS 10대 지망생 은밀히 유인
랩 레슨 대신 마약 거래 유도

TV에서만 보던 래퍼들이 B 지망생의 음악을 듣고 칭찬해주자 그는 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고 만다. 이때 대마초를 권유하는 식이다. 

B 지망생 입장에서는 이들과 같이 활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성의 끈을 놓고 시작한다. 특히 흡연 경력이 있다면 대마초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음악 작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만나 대마초를 같이 하고 다른 마약도 권한다.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하다가 B 지망생이 약물에 중독됐다고 판단되면 돈을 받기 시작한다.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도 권한다. 펜타닐은 지속기간이 짧아 더 짜릿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B 지망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구해 온다. B 지망생은 이미 마약에 중독됐으며 A 래퍼 무리에게 종속이 된다. 

래퍼의 꿈을 꿨던 10대가 힙합 우상의 유혹에 넘어가 랩은커녕 마약만 하다가 일상이 파괴되는 사례다. 

업계 관계자들은 10~20대 초반의 어린 계층이 힙합씬에 들어가면서 이들에게 약에 대한 잘못된 관점이 주입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짚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마약이 절대 ‘쿨’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인지도가 있는 래퍼가 새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약 혐의로 유죄까지 받은 래퍼들이 마치 한국은 ‘쿨’하지 못해서 아티스트의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어린 지망생들을 현혹하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약의 강력한 중독성은 인간의 삶을 파괴한다. 지속적인 마약 투약으로 흐려진 판단력은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는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범죄는 피해자를 낳고, 사회는 혼탁해진다. 마약은 한 사회를 제대로 기능할 수 없게 만들고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

홍대·이태원
뒷거래 성행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도 홍대, 이태원, 강남을 중심으로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SNS상에서 마약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마약 중간 판매책, 배달책 등 거래 및 전달 방식이 전보다 더 치밀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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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