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팔이 타깃' 마약에 빠진 힙합계 막전막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10 17:52:36
  • 호수 13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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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라고? 애들이 따라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마약은 예술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마약을 하면 예술적인 영감이 더 잘 떠오른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힙합 래퍼들도 마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나이가 어린 래퍼 지망생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에게 마약은 악마의 유혹이다.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할 때마다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마약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한국 록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신중현부터 시작해서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등 70년대 한국 포크록을 풍미했던 인물들이 대마초에 연루된 적이 있다.

줄줄이
감옥행

그 이후로도 가수 조용필, 신해철, 이승철, 현진영, 전인권, 개그맨 주병진 등이 마약 혐의로 연루된 바 있다. 과거 마약에 연루된 일부 연예인들은 창작의 고통을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해철, 현진영, 싸이는 마약한 혐의로 체포된 후 “창작의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인권은 2001년도 학술 계간지 <사회비평>에서 “마약을 3년만 허용하면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를 자신이 있다”며 “마약을 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힙합 음악을 주로 하는 가수들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업타운, 드렁큰 타이거의 일부 멤버가 미국에서 성장해 한국인만큼 마약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마약 거래가 한국보다 성행했기 때문이다.


또 마약을 경험해봤던 모 가수는 “마약을 복용하면 음악적 필링이 고조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유독 마약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직업적 특수성을 거론한다. 대중에 노출되는 직업인만큼, 심리적 부담이나 압박이 심하다는 것.

또 어린 나이부터 연예인이 되기 위한 준비로 필요 이상의 사회화 과정을 겪으면서 오는 부작용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상담사는 “어린 나이에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연습생의 경우 성장 기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지니게 된다. 온전히 성숙할 기회를 잃게 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의 심리는 일반적이지 않고 복합적일 수 있다. 비연예인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탓에 정신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 공허감 등 수많은 요소가 작용한다는 의미다.

한 방송국 PD도 “연예인의 마약 복용은 청소년들의 흡연 심리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면서 “창작의 고통을 운운하지만 사실상 ‘겉멋’ 혹은 호기심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극적 문화 속에 사는 연예인들이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음악 작업실서 대마 흡입
동료 래퍼가 구해주기도


2010년대 중반부터 <쇼미더머니3>가 큰 인기를 끌자 래퍼들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이후 엠넷은 <고등래퍼>도 론칭하며 10대 래퍼를 조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음악시장에서 힙합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인기가 많은 래퍼는 돈, 차, 시계 등을 자랑했다. 이마저도 그들에게는 멋이었다. 돈 자랑에도 모자라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에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10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그러던 중 꽤 인기가 많은 래퍼들이 마약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 대마초 흡연 등으로 입건된 씨잼과 빌스택스(당시 활동명 바스코) 역시 같은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있는 래퍼다.

지난해 3월 래퍼 킬라그램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로부터 불구속 입건됐다. 앞서 ‘쑥 타는 냄새가 난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킬라그램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킬라그램은 2020년 12월 서울 이태원에서 모르는 외국인으로부터 40만원가량을 주고 대마를 사서 일부는 피웠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10월에도 힙합계 마약 흡연 사건이 발생했다.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 래퍼인 루피, 나플라, 블루, 오왼, 영웨스트는 과거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적발된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나플라와 루피가 대마초 흡입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계에 적발됐으며, 모발과 소변을 검사한 결과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 나플라는 경찰서에서 “소속사 작업실에서 루피 등과 대마를 흡입했다”며 “대마초는 소속사의 다른 래퍼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멋있게 포장
모방 우려도

특히 같은 소속사의 또 다른 래퍼 3명과 지인 5명 등에게서도 마약 양성반응이 나와 충격을 안겼다. 경찰은 2019년 11월 이들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영웨스트 1명을 기소했고, 나머지 4명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또 다른 래퍼 자메즈가 과거 대마와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를 흡입했다고 인정했다. 자메즈는 지난달 28일 SNS에서 “저는 과거 대마초와 LSD를 해본 적 있다. 이와 관련해 법적으로 처벌 받을 것이 있다면 처벌을 받음으로써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메즈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은 그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의 폭로로 불거졌다. 누리꾼은 자메즈가 대마와 LSD를 흡입했으며 자신에게 폭력을 저질러 경찰 신고도 여러 번 했다고 주장했다.

자메즈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난 데는 제 잘못과 책임도 분명 상당할 것”이라며 자신이 대표직을 맡은 힙합레이블 GRDL을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불리다바스타드는 “교도소에서 뉴스를 보는데 10대들 펜타닐 관련 뉴스가 나왔다. 제가 사용하던 기구들 그대로 나왔다”며 “솔직히 저는 래퍼들 영향이 크다고 본다. 마약이 10대에게 퍼지게 된 이유가 있다. 래퍼들이 마약한 것에 대해 당당하고 멋지게 포장을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친한 형이 (펜타닐을)하는 걸 보고 한 번 해봤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때 당시는 필로폰이나 이런 마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처방전이 나오는 합법 마약이니까 저는 당연히 전문의약품이 그렇게 강한 마약일지 생각도 못했다. 일주일까지는 특별한 금단증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창작의 고통?
웃기고 있네∼

불리다바스타드는 마약에 손을 대는 순간, 몸이 본인의 것이 아니라 악마의 것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이들에게도 경각심을 알렸고 끊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자신에게 연락해달라고 말을 남겼다. 

또 “약을 하는 래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10대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거 인지를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는 “2020년 4월부터 지금까지 마약을 다 끊은 상태에서 죗값을 받기 위해서 글라인더에 남아있던 대마초를 피운 후 2020년 11월11일 자수하게 됐고 소변과 모발을 제출하고, 소변에서 THC만 양성이 나왔고 혹시나 오래돼 나오지 않을 마약들도 처벌받기 위해 형사님께 증거사진들을 직접 제 손으로 보내드렸다”고 전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에는 10대 래퍼 지망생이 마약에 빠지는 과정에 대해 소개됐다. 마약을 하는 래퍼가 10대 래퍼 지망생에게 접근하는 수법은 은밀하면서도 교묘하다.


A 래퍼는 사운드클라우드 내에서 반응이 좋은 B 지망생에게 접근해 B의 음악이 좋다고 칭찬한다. A 래퍼는 B 지망생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만남을 갖는다. 지하실 같은 곳에 도착한 B 지망생은 A 래퍼뿐 아니라 다른 래퍼들도 함께 만나게 된다. 

SNS 10대 지망생 은밀히 유인
랩 레슨 대신 마약 거래 유도

TV에서만 보던 래퍼들이 B 지망생의 음악을 듣고 칭찬해주자 그는 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고 만다. 이때 대마초를 권유하는 식이다. 

B 지망생 입장에서는 이들과 같이 활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성의 끈을 놓고 시작한다. 특히 흡연 경력이 있다면 대마초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음악 작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만나 대마초를 같이 하고 다른 마약도 권한다.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하다가 B 지망생이 약물에 중독됐다고 판단되면 돈을 받기 시작한다.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도 권한다. 펜타닐은 지속기간이 짧아 더 짜릿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B 지망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구해 온다. B 지망생은 이미 마약에 중독됐으며 A 래퍼 무리에게 종속이 된다. 

래퍼의 꿈을 꿨던 10대가 힙합 우상의 유혹에 넘어가 랩은커녕 마약만 하다가 일상이 파괴되는 사례다. 

업계 관계자들은 10~20대 초반의 어린 계층이 힙합씬에 들어가면서 이들에게 약에 대한 잘못된 관점이 주입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짚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마약이 절대 ‘쿨’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인지도가 있는 래퍼가 새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약 혐의로 유죄까지 받은 래퍼들이 마치 한국은 ‘쿨’하지 못해서 아티스트의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어린 지망생들을 현혹하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약의 강력한 중독성은 인간의 삶을 파괴한다. 지속적인 마약 투약으로 흐려진 판단력은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는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범죄는 피해자를 낳고, 사회는 혼탁해진다. 마약은 한 사회를 제대로 기능할 수 없게 만들고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

홍대·이태원
뒷거래 성행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도 홍대, 이태원, 강남을 중심으로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SNS상에서 마약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마약 중간 판매책, 배달책 등 거래 및 전달 방식이 전보다 더 치밀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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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