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 문정부 헛발질 순간들

줏대 없는 방역에 국민만 피 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차기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 정부의 5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성적표가 속속 나오는 시기다. 이번 정부를 관통한 사건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K-방역’을 강조하며 정부의 성공적인 대응을 자찬했다. 실상은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 지지율은 전례 없이 높은 편이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 지지율이 4%까지 떨어졌고, 이전 대통령 역시 레임덕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짙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그 공식을 깨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지지율 유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지난해 마지막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다. 지난달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은 결과다. 비토율은 54%, 유보율은 4%였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런 경향이 고착된 수준이다. 

지난 한 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1%~39%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비토율 역시 51%~60% 사이를 오갔다.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움직이는 요소는 부동산 정책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다. 

실제 한국갤럽의 12월3주(14~16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코로나19 대처’를 뽑은 비율은 21%였다. 반면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코로나19 대처는 18%로 부동산 정책(27%)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정부 대응 긍정률은 64%(2020년 2월)로 시작해 최고 85%(2020년 5월)까지 치솟았다. 

2020년 2월 대구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1차 확산이 시작됐을 무렵(41%),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지난해 4월(43%), 4차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7~8월(47%)에는 부정률이 긍정률보다 높았다. 그 외 시기엔 줄곧 긍정률이 부정률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이 같은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달(7~9일) 조사에서 긍정률은 44%, 부정률은 47%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일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 폭증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할 무렵이다. 전달(11월)과 비교해 긍정률은 13%포인트(57%→44%) 폭락했고, 부정률은 15%포인트(32%→47%) 폭증했다.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51%)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비마다 늑장 대책
실효성 논란 계속돼

문 대통령과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줄곧 강조해온 K-방역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 백신 접종 등 예방 정책을 충실히 따랐던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경제적인 타격을 심하게 입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이미 조직적인 움직임이 나타난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회 안정을 위해 기본권 제한에도 묵묵히 견뎌왔던 국민이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시적이 아니라 2년 동안 쌓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12월27일 중국 후베이성 의사 장지셴은 중국 보건당국에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나흘 후인 31일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다음 해(2020년) 1월 중국은 이 정체불명의 폐렴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잠정 판정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의 시작이다. WHO는 2020년 2월11일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COVID-19이라고 칭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WHO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태)을 선언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전 세계적 사건이 된 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이다. 이후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중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정부는 입국 금지 대신 특별입국 절차 확대 카드를 제시했다. 입국자의 증상 여부를 추적하는 절차다.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명 가까이 동의를 표하는 등 여론도 좋지 않았다. 정부는 방역의 실효적 측면과 국민의 이익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K-방역 자찬
현실은 실망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국 금지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후 대구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1차 확산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 폭증과 함께 문제가 된 부분은 의료체계였다. 확진자 수가 갑자기 크게 늘어나면서 병상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국금지를 주장한 전문가는 그 기간 동안 의료체계 확충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확진자 수가 순식간에 세 자리 숫자로 불어나면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WHO는 물리적 거리두기로 표현 권장)는 사람 사이의 접촉을 감소시켜 질병의 전파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감염 관리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두 달 만인 2020년 3월2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에 대한 영업 제한을 골자로 했다. 이후 사적모임 인원 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구체적 지침이 더해졌다.

자영업자에 가장 큰 타격이 갈 수 있는 정책이라 확실한 기준과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정책이 혼란을 야기했다. 수도권을 조이자 비수도권으로 ‘원정’을 가는 사람이 늘면서 실효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기에 영업제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까지 일어났다.

적용 단계에 대한 개편안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 나온 상태다. 개편안이 나올 때마다 혼란은 덤이었다.

들쭉날쭉
혼란만 가중

특히 지난해 7~8월 정부는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를 시행했다. 4단계 시행에 앞서 정부는 2주가량이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도권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두 달 가까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실효성 논란에 또 다시 휩싸였다. 

적용 시기도 문제로 떠올랐다. 여러 가지 방역 지표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난 뒤에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때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늦었다’ ‘한 주 빨랐어야 한다’는 탄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비판은 위드 코로나 시행에 있어서도 똑같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일 위드 코로나, 즉 단계적 일상회복을 천명했다. 자영업자의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고, 국민의 피로도 역시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에서 시행한 조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의료체계가 확진자 수 1만명까지 버틸 수 있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공언이 식언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5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이 되기도 전에 의료체계는 붕괴 직전에 몰렸고, 일부 전문가는 이미 붕괴됐다는 암울한 지적을 내놨다. 하루 단위로 몇 천명씩 증가하는 확진자 수에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이전과 비교해 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카드를 꺼내든 것.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박미경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되돌아간 방역 조치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1년10개월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국민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위드 코로나 실패 사과 
차기 대선의 화두도 방역?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도 정부 대응이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백신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현재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있는 기모란 당시 국립암센터 교수는 ‘백신 미리 맞을 필요 없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선구매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별로 백신 확보 전쟁이 활발하던 때였다. 우리 정부가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한정된 백신 물량은 다른 나라 차지가 되면서 연일 백신 물량 도입과 관련한 비판이 나왔다. 백신 도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접종 주기가 들쭉날쭉 조정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부랴부랴 백신을 들여온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을 강하게 독려했다. 지난해 추석 이전에 백신 1차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초반의 느긋한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위드 코로나 실패 이후 확진자 수가 폭증한 이후부터는 마치 ‘백신 만능론’을 펼치듯 독려 수준이 더 높아졌다.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성인이 9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3차 부스터샷 접종을 강조하고 있는 것. 청소년도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방역 실패를 백신 미접종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방역패스가 또 다른 논란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기본권 제한이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음성을 확인한 일종의 증명서를 뜻한다. 식당, 카페, 영화관 등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 들어가려면 이 증명서를 확인시켜 줘야 한다. 

종교 시설은 예외로 두면서 학원, 독서실 등까지 방역패스 적용 시설로 지정한 점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는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이상무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 대표 등 5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특별방역대책후속조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서 일부 인용한 것. 

재판부는 방역패스라는 방식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며, 이는 충분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으로도 백신 접종률 상승이라는 법익을 획득할 수 있다고 봤다.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법원 판결과 동시에 즉시 정지됐다.

이번 판결로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이 식당·카페·대형마트 등 17종에 적용되고 있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사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고한 상태다. 정부는 일상회복을 위해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민 반발
법원 제동

코로나19의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2개월 남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여야 대선후보들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등 국민에 지원금을 쓰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선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문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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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