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 문정부 헛발질 순간들

줏대 없는 방역에 국민만 피 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차기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 정부의 5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성적표가 속속 나오는 시기다. 이번 정부를 관통한 사건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K-방역’을 강조하며 정부의 성공적인 대응을 자찬했다. 실상은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 지지율은 전례 없이 높은 편이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 지지율이 4%까지 떨어졌고, 이전 대통령 역시 레임덕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짙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그 공식을 깨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지지율 유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지난해 마지막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다. 지난달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은 결과다. 비토율은 54%, 유보율은 4%였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런 경향이 고착된 수준이다. 

지난 한 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1%~39%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비토율 역시 51%~60% 사이를 오갔다.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움직이는 요소는 부동산 정책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다. 

실제 한국갤럽의 12월3주(14~16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코로나19 대처’를 뽑은 비율은 21%였다. 반면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코로나19 대처는 18%로 부동산 정책(27%)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정부 대응 긍정률은 64%(2020년 2월)로 시작해 최고 85%(2020년 5월)까지 치솟았다. 

2020년 2월 대구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1차 확산이 시작됐을 무렵(41%),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지난해 4월(43%), 4차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7~8월(47%)에는 부정률이 긍정률보다 높았다. 그 외 시기엔 줄곧 긍정률이 부정률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이 같은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달(7~9일) 조사에서 긍정률은 44%, 부정률은 47%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일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 폭증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할 무렵이다. 전달(11월)과 비교해 긍정률은 13%포인트(57%→44%) 폭락했고, 부정률은 15%포인트(32%→47%) 폭증했다.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51%)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비마다 늑장 대책
실효성 논란 계속돼

문 대통령과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줄곧 강조해온 K-방역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 백신 접종 등 예방 정책을 충실히 따랐던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경제적인 타격을 심하게 입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이미 조직적인 움직임이 나타난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회 안정을 위해 기본권 제한에도 묵묵히 견뎌왔던 국민이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시적이 아니라 2년 동안 쌓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12월27일 중국 후베이성 의사 장지셴은 중국 보건당국에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나흘 후인 31일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다음 해(2020년) 1월 중국은 이 정체불명의 폐렴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잠정 판정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의 시작이다. WHO는 2020년 2월11일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COVID-19이라고 칭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WHO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태)을 선언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전 세계적 사건이 된 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이다. 이후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중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정부는 입국 금지 대신 특별입국 절차 확대 카드를 제시했다. 입국자의 증상 여부를 추적하는 절차다.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명 가까이 동의를 표하는 등 여론도 좋지 않았다. 정부는 방역의 실효적 측면과 국민의 이익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K-방역 자찬
현실은 실망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국 금지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후 대구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1차 확산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 폭증과 함께 문제가 된 부분은 의료체계였다. 확진자 수가 갑자기 크게 늘어나면서 병상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국금지를 주장한 전문가는 그 기간 동안 의료체계 확충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확진자 수가 순식간에 세 자리 숫자로 불어나면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WHO는 물리적 거리두기로 표현 권장)는 사람 사이의 접촉을 감소시켜 질병의 전파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감염 관리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두 달 만인 2020년 3월2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에 대한 영업 제한을 골자로 했다. 이후 사적모임 인원 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구체적 지침이 더해졌다.

자영업자에 가장 큰 타격이 갈 수 있는 정책이라 확실한 기준과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정책이 혼란을 야기했다. 수도권을 조이자 비수도권으로 ‘원정’을 가는 사람이 늘면서 실효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기에 영업제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까지 일어났다.

적용 단계에 대한 개편안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 나온 상태다. 개편안이 나올 때마다 혼란은 덤이었다.

들쭉날쭉
혼란만 가중

특히 지난해 7~8월 정부는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를 시행했다. 4단계 시행에 앞서 정부는 2주가량이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도권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두 달 가까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실효성 논란에 또 다시 휩싸였다. 

적용 시기도 문제로 떠올랐다. 여러 가지 방역 지표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난 뒤에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때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늦었다’ ‘한 주 빨랐어야 한다’는 탄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비판은 위드 코로나 시행에 있어서도 똑같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일 위드 코로나, 즉 단계적 일상회복을 천명했다. 자영업자의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고, 국민의 피로도 역시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에서 시행한 조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의료체계가 확진자 수 1만명까지 버틸 수 있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공언이 식언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5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이 되기도 전에 의료체계는 붕괴 직전에 몰렸고, 일부 전문가는 이미 붕괴됐다는 암울한 지적을 내놨다. 하루 단위로 몇 천명씩 증가하는 확진자 수에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이전과 비교해 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카드를 꺼내든 것.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박미경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되돌아간 방역 조치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1년10개월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국민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위드 코로나 실패 사과 
차기 대선의 화두도 방역?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도 정부 대응이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백신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현재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있는 기모란 당시 국립암센터 교수는 ‘백신 미리 맞을 필요 없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선구매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별로 백신 확보 전쟁이 활발하던 때였다. 우리 정부가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한정된 백신 물량은 다른 나라 차지가 되면서 연일 백신 물량 도입과 관련한 비판이 나왔다. 백신 도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접종 주기가 들쭉날쭉 조정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부랴부랴 백신을 들여온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을 강하게 독려했다. 지난해 추석 이전에 백신 1차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초반의 느긋한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위드 코로나 실패 이후 확진자 수가 폭증한 이후부터는 마치 ‘백신 만능론’을 펼치듯 독려 수준이 더 높아졌다.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성인이 9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3차 부스터샷 접종을 강조하고 있는 것. 청소년도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방역 실패를 백신 미접종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방역패스가 또 다른 논란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기본권 제한이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음성을 확인한 일종의 증명서를 뜻한다. 식당, 카페, 영화관 등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 들어가려면 이 증명서를 확인시켜 줘야 한다. 

종교 시설은 예외로 두면서 학원, 독서실 등까지 방역패스 적용 시설로 지정한 점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는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이상무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 대표 등 5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특별방역대책후속조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서 일부 인용한 것. 

재판부는 방역패스라는 방식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며, 이는 충분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으로도 백신 접종률 상승이라는 법익을 획득할 수 있다고 봤다.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법원 판결과 동시에 즉시 정지됐다.

이번 판결로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이 식당·카페·대형마트 등 17종에 적용되고 있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사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고한 상태다. 정부는 일상회복을 위해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민 반발
법원 제동

코로나19의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2개월 남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여야 대선후보들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등 국민에 지원금을 쓰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선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문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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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