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마지막 키맨' 정진상 미스터리 

‘그분’ 아는 ‘그 사람’ 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가 표류 상태에 빠졌다. 대장동 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재판에 넘겼지만 정작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윗선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핵심 ‘키맨’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 세간의 시선은 이제 대장동 사건 마지막 키맨으로 불리는 한 사람에게 향하는 중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가 결국 해를 넘겼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검찰의 운신 폭은 점점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장동 사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대장동 4인방
신병 확보 후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점화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가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후보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수천억원 수준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천문학적인 돈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대장동 사건 수사의 방향은 ▲민간기업으로 돈이 흘러 들어간 과정 ▲이 과정에서 ‘관’의 역할 ▲대가를 받고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급 인사 등으로 정리된다. 지난해 9월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터져 나오면서 2015년 민관 협력의 틀이 완성된 시기에 관심이 쏠렸다. 

이재명이 인정한 측근
시민운동 때부터 인연

2015년 2월6일 화천대유가 설립됐다. 1주일 뒤인 13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공고했다. 3월27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에 화천대유가 자산관리사로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6월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인물이다.

7월27일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 진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설립했다. 이어 다음 해인 2016년 8월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박씨는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받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의 멤버로 지목된 상황이다.

국민의 관심이 대장동 사건에 집중되면서 검찰은 전방위로 수사를 전개했다. 지난해 11월4일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민용 변호사의 경우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김씨와 남 변호사는 앞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화천대유를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게 하고, 수익 배분 구조 역시 화천대유에 유리한 방식으로 설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개발사업 총괄과 언론 대응‧로비 역할, 남 변호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조달, 정 변호사는 공사에서 공모지침서 작성 등 실무 절차를 처리했다고 봤다. 

위로 못 가고
지지부진 상태

유동규 전 본부장·김씨·남 변호사(구속)와 정영학 회계사(불구속) 등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은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이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분’으로 알려진 윗선에 대한 수사와 곽 전 의원·박 전 특검·권순일 전 대법관 등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 사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지난달 10일과 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김 전 처장은 유한기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핵심인물이란 의혹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대장동 사건 핵심 키맨으로 지목된 상태였다. 이들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당시 성남시청 정책실장)에 대한 조사는 일정 조율을 이유로 늘어지는 중이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사건의 마지막 키맨으로 여겨진다. 

정 부실장은 이 후보가 인정한 측근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3일 경기도청 기자간담회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을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비서실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를 하든지 정진상, 김용(전 경기도 대변인)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정 부실장이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에 비해 노출 정도가 굉장히 적다는 점이다.

최측근이지만
노출은 적어

정 부실장은 1994년 이 후보가 시민운동을 한 성남시민모임에서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는 선거대책본부 참모, 시장 당선 이후에는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이후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지냈고,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비서실 정책실장을 맡았다.

이 후보의 말대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인물인 것이다. 


실제 대장동 사건에서 정 부실장의 이름은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을 맡아 최소 9건의 공문에 서명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하기 직전 통화한 인물도 정 부실장이다. 

정 부실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당시 입장문을 내고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동규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영학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김만배씨, 남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검찰에 자진해 제공했다. 이 녹취록에는 수익금 배부 문제와 정관계 로비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바탕으로 관련 인물의 혐의 구성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4인방 재판에서도 녹취록의 신빙성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정 부실장은 사망한 유한기 전 본부장이 2015년 초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하며 그 윗선으로 지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황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25일 사장 사퇴 압박이 담긴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망한 유한기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시장님’을 언급하며 황 사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이 담겼다. 정 실장은 정 부실장, 시장님은 이 후보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9월 전담수사팀 꾸린 검찰
4개월 되도록 소환 못해

정 부실장은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후 자신은 황 전 시장의 사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문자를 황 전 사장에 보냈다고 한다. 황 전 사장은 해당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검찰에 임의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실장은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라는 항의 차원에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 초기부터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장동 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래 4개월이 다 되도록 정 부실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윗선 수사를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29일부터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정 부실장의 출석 거부로 소환 일정을 잡지 못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검찰이 정 부실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소환통보를 했지만 정 부실장이 여러 이유를 들어 출석을 미뤘다는 것. 

민주당은 해당 보도 이후 ‘검찰 출석 관련 정 부실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지 문자를 취재진에 보냈다.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 출석과 관련해 이미 의견서를 전달했으며 출석 일자를 조율 중”이라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은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 것인 줄만 알았다. 정진상씨의 변호인이 된 걸 보니 정씨의 민주당도 되려고 작정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원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게이트의 교차로에 정진상씨가 서 있다. 죽으려 했던 사람과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 모두 정진상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 만료
면죄부 주나

시간은 검찰의 편이 아니다.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 사건(직권남용, 강요)은 그 날짜를 2015년 2월6일로 볼 때 공소시효(7년)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검찰이 해당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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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