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변신과 변심 사이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27 12:56:49
  • 호수 13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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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침 뱉은 자리에 앉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인생에서 기회는 꼭 세 번은 오기 마련이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에게 국민의힘 합류는 기회일지 모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원군으로 나선 신 대표는 김한길 새시대준비 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결국 자신이 침 뱉은 자리에 앉은 꼴이 됐다. 여성인권에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여성인권, 성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신 대표가 영입되자 당내 분열까지 일어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격 합류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불리는 신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신 대표는 “새 시대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가는 데 동참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신 대표는 이번 영입 제안을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는 강력하게 법치를 준수하는 분인 만큼 국민을 위한 행복 추구 의지가 보였다”며 “국민의힘에 몸담지는 않더라도 시민으로서, 새시대준비위 부위원장으로서 윤 후보를 밀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합류 배경에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신 대표를 영입한 것은 2030세대 표심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상황에서 2030 여성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 대표의 영입이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힘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국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5월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젠더 갈등’을 주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영입이 발표된 지난 20일, 신 대표 영입에 대해 이 대표는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수정 교수 (영입)때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영입에 대해 노골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핵심지지 기반은 60대 이상 고령층과 함께 2030세대 남성층, 이른바 ‘이대남’이다. 이대남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 대표는 이 대표가 작은 정부론 등을 설파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자 지난 7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정치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반페미니즘’ 최전선에 섰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신 대표 영입에 공개 반대를 표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신 대표 영입을 두고 “페미니즘을 추가하면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이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일 것”이라며 “심각성을 잘 몰라서 그런다”고 지적했다. 

“윤석열과 새 시대 만든다”
갑자기 돌아선 그녀는 왜?


이어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산불에 바람을 불어넣었으니 갈등은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의 시선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신 대표의 국민의힘 영입 소식이 전해지자 직접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신 대표의 영입에 대해 반대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을 일단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민주당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의미하는 새시대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하나, 요술에 넘어간 자기 부정의 극치를 보여준 젊은 정치인 하나, 국힘의 주류도 아닌 곁가지에 붙들려 결국 쓸려갈 미래 하나”라고 글을 올렸다.

신 대표가 국민의힘에 영입된 것이 자기부정이며 향후 신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용만 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는 ‘조폭과 양아치 중에 대통령을 뽑아야 하나(10월7일)’ ‘거대 양당 간의 권력 돌려 먹기로부터 이번 선거를 지킬 수 있게 담대한 대화의 장을 엽시다(11월4일)’ 등 신 대표의 SNS 글을 언급하며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고 논평했다. 

신 대표가 페미니즘과 소수자 인권,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밝혀왔던 가치 지향과 정반대 기조의 정당을 택했다는 의견이다.

정의당도 신 대표에 대해 “변절”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씨가 국민의힘으로 가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며 “신씨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말씀하시며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이나, 국민의힘 정권이나 다를 게 있느냐”고 지적했다.

진보 정당과 여성계에서도 신 대표에 행보에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페미니즘당 이가현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마음이 급했던 게 아닐까. 매번 선거에서 질 때마다 ‘지는 선거를 계속한다’는 패배감이 그만큼 컸던 걸까”라며 “그럼에도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민주주의는 당연히 충돌과 대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풍경은 느티나무도 있고, 작은 꽃도 있는 다양하지만 공정할 수 있는 정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도 아침 회의 때 ‘다른 얘기라도 조율하고 협의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며 “협력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30 여성 
표심 잡기

신 대표가 대중에게 각인된 건 2018년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신 대표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초록색 배경에 포스터로 유권자에게 눈길을 끌었다. 

5월 당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선거 벽보가 게시됐다. 강남구 21개, 동대문구 1개, 노원구 1개, 구로구 1개, 영등포구 1개, 서대문구 1개, 강동구 1개 등 총 27개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


선거벽보 훼손은 도난부터 날카로운 물건으로 얼굴 특정 부위에 흠집을 내거나 담뱃불로 지지는 행위까지 다양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벽보에 있는 포스터에 신 대표 눈빛이나 표정 등을 두고 저급한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혼자서 28개나 되는 벽보를 훼손한 30대가 검거됐다. 전부 신 대표의 벽보를 훼손한 것은 아니고 인지연 후보의 것도 훼손했다고 밝혔다. 여성인권이 신장되면 자신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당시 신 대표 선거 결과는 8만2874표를 받아 안철수 바로 다음인 4위에 올랐으며, 전체 표 중 1.7%를 득표했다. 이는 원내 정당인 정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 후보를 모두 제친 성적이다. 정의당 소속 김종민 후보(8만1664표, 1.6%)를 약 1200표라는 간소한 차이로 이겼다.

신 대표는 여성이슈 등 현안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신 대표는 “한 달만 더 있었다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자도 이겼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선거 다음 날 언론사 인터뷰만 11개를 진행했다고 한다. 신 대표는 선거 종료와 함께 6600여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신 대표의 추진력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1990년 6월20일 인천시 강화군에서 태어난 신 대표는 중학교 시절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로 두발 자유 운동을 한 적 있다. 


2000년대에도 두발 규제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교육부가 각 학교에 두발 자율화를 권고한 적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세 주체가 함께 논의해서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칙을 정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교사나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규정을 아주 조금 완화하는 수준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두발 제한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귀도 뚫을 수 있고 파마도 자유롭게 했다. 중학생이 되니까 머리를 귀밑 4㎝로 자르라 했다. 제가 다니던 여중에서는 심지어 양말도 몇 번을 접어라, 속옷도 베이지색이나 하얀색만 입어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용돈 모아서 배지 만들고 학교에서 팔았다”고 말했다. 

두발 자유화 배지를 학우들에게 100원에 팔기도 한 신 대표는 교장 선생님에게 불려가기도 한 일화가 있다. 이후 연세대학교 산하 서울시립 청소년미래진로센터라는 대안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대신 검정고시를 통해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학사를 졸업했다.

2011년 민주노동당에 잠시 입당한 뒤 출당을 했고 이듬해 3월 녹색당 입당해 정계 입문했다. 2013년에는 오늘공작소라는 청년기업을 차리기도 했다.

2015년 신 대표는 녹색당 비례대표 5번 후보로 나선다.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에서도 재직한 신 대표는 서울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사회적경제’ ‘풀뿌리운동’ ‘청소년인권’ ‘주거권’ 등의 실현을 주장했다.

기회 잡은 
페미니스트

다음 해 제20대 비례대표 방송토론회에 출연한 신 대표는 “우리 사회에 혐오가 너무 만연하다. 지금 이 토론회에도 인권의식 없이 차별적 정책을 내놓는 정당들이 자리해 있다”며 “기득권 정당들도 소수자를 위한 발언과 정책을 말하지 않는다. 녹색당은 불평등 사회에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라고 차별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녀평등을 위한 사회를 넘어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그동안 무시당했던 동성애자, 바이섹슈얼, 인터섹스, 트렌스젠더를 위한 정책과 동성결혼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동성애자, 바이섹슈얼 등의 단어를 방송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 대표를 비롯해 녹색당 비례대표 5명 모두 낙선했다. 신 대표는 같은 해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녹색당 서울시당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6개월 뒤부터는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 등을 2년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신 대표는 녹색당을 탈당했다. 탈당 이유로는 당직자에게 성폭력을 겪었다고 밝혔다. 부산성폭력상담소와 부산여성단체연합 등은 신 대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한 재판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결국 해당 당직자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됐다. 

또 더불어시민당 구성 과정의 갈등도 있었다. 녹색당은 당원 투표를 거친 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녹색당이 제시한 김기홍 후보에게 비례 공천을 주는 것을 꺼리면서 결국 녹색당을 패싱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참여 결정 자체부터가 잘못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서대문갑 무소속후보로 등록하고 21대 총선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송은 래퍼 최삼이 제작에 참여했다. 특이하게 선거 당시 본인의 테마 색을 홀로그램 색으로 뽑았고 이때 ‘(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다음 달 신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다소 선전해 전·현직 국회의원인 우상호(민주당), 이성헌(국민의힘)과 함께 선관위 주관 서대문구 갑 토론회에 참석했다. 원내정당인 민중당과 우리공화당 후보는 여론조사 득표 미달로 참석하지 못했다. 

2018년 서울시장 4위 기록  
출마 때마다 선거벽보 훼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벽보가 또 훼손된 채 발견됐다. 이번에도 다른 후보자 벽보는 멀쩡했으며, 유독 신 대표 벽보만 온전치 않았다. 후보자의 두 눈 부분이 불로 지져진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사건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이나, 서대문경찰서는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활용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신 대표는 여성을 불안하게 만드는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일로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무렵 다른 젊은 페미니스트 후보자들에게도 유사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서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사건,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에서 여성의당 유세를 돕던 자원봉사자가 돌을 맞은 사건 등이 있다.

신 대표는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3위(3.2%)의 성적을 거뒀다. 20대 총선에서 녹색당 후보가 거둔 기록보다 높다.

지난 2월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와 금태섭에게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2021년 4월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신 대표는 거대 정당에서는 뒤로 밀려나는 여성 의제를 강조했다. 

신 후보는 출마 선언식에서 “한국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재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으로 재보선을 치르는 기막힌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눈부시게 평등한 대한민국을 여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민에게 ▲성폭력과 혐오 범죄에 무관용 원칙 ▲서울시민인권헌장 발표 및 동반자 등록 조례 제정 ▲서울시 임금격차해소 및 여남동수제 도입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당일 개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신 대표는 후원을 지지자들에게 요청했다. 부시장 후보들과 선거캠프 인사들이 출연해 정책, 선거 정국에 대한 방송을 했다. 당초 선거 빚이 6300만원 발생할 뻔 했지만 방송 덕분에 5000만원을 모아 만회했다.

결국 신 대표는 1만8039표를 받으며 득표율 0.37%를 받고 낙선했다. 여담이지만 허경영 후보에게는 지지 않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으나 득표 수도 허 후보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모를 당했다. 

당 안팎
손가락질

신 대표는 “유권자를 만나보면 신지예 개인에게 기대고 싶어 하더라.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고, 거기에 평생을 바칠 생각을 하고 있지만 특정 인물이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니라 집단이 정치를 하면서 서로 견제하고 좋은 정책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 인물이 정치를 오래하면 부패하게 된다. 아무리 신적인 존재라고 하더라도 정치인을 오래하면 기득권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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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