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변신과 변심 사이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27 12:56:49
  • 호수 13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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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침 뱉은 자리에 앉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인생에서 기회는 꼭 세 번은 오기 마련이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에게 국민의힘 합류는 기회일지 모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원군으로 나선 신 대표는 김한길 새시대준비 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결국 자신이 침 뱉은 자리에 앉은 꼴이 됐다. 여성인권에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여성인권, 성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신 대표가 영입되자 당내 분열까지 일어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격 합류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불리는 신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신 대표는 “새 시대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가는 데 동참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신 대표는 이번 영입 제안을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는 강력하게 법치를 준수하는 분인 만큼 국민을 위한 행복 추구 의지가 보였다”며 “국민의힘에 몸담지는 않더라도 시민으로서, 새시대준비위 부위원장으로서 윤 후보를 밀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합류 배경에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신 대표를 영입한 것은 2030세대 표심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상황에서 2030 여성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 대표의 영입이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힘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국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5월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젠더 갈등’을 주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영입이 발표된 지난 20일, 신 대표 영입에 대해 이 대표는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수정 교수 (영입)때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영입에 대해 노골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핵심지지 기반은 60대 이상 고령층과 함께 2030세대 남성층, 이른바 ‘이대남’이다. 이대남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 대표는 이 대표가 작은 정부론 등을 설파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자 지난 7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정치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반페미니즘’ 최전선에 섰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신 대표 영입에 공개 반대를 표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신 대표 영입을 두고 “페미니즘을 추가하면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이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일 것”이라며 “심각성을 잘 몰라서 그런다”고 지적했다. 

“윤석열과 새 시대 만든다”
갑자기 돌아선 그녀는 왜?


이어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산불에 바람을 불어넣었으니 갈등은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의 시선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신 대표의 국민의힘 영입 소식이 전해지자 직접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신 대표의 영입에 대해 반대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을 일단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민주당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의미하는 새시대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하나, 요술에 넘어간 자기 부정의 극치를 보여준 젊은 정치인 하나, 국힘의 주류도 아닌 곁가지에 붙들려 결국 쓸려갈 미래 하나”라고 글을 올렸다.

신 대표가 국민의힘에 영입된 것이 자기부정이며 향후 신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용만 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는 ‘조폭과 양아치 중에 대통령을 뽑아야 하나(10월7일)’ ‘거대 양당 간의 권력 돌려 먹기로부터 이번 선거를 지킬 수 있게 담대한 대화의 장을 엽시다(11월4일)’ 등 신 대표의 SNS 글을 언급하며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고 논평했다. 

신 대표가 페미니즘과 소수자 인권,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밝혀왔던 가치 지향과 정반대 기조의 정당을 택했다는 의견이다.

정의당도 신 대표에 대해 “변절”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씨가 국민의힘으로 가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며 “신씨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말씀하시며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이나, 국민의힘 정권이나 다를 게 있느냐”고 지적했다.

진보 정당과 여성계에서도 신 대표에 행보에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페미니즘당 이가현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마음이 급했던 게 아닐까. 매번 선거에서 질 때마다 ‘지는 선거를 계속한다’는 패배감이 그만큼 컸던 걸까”라며 “그럼에도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민주주의는 당연히 충돌과 대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풍경은 느티나무도 있고, 작은 꽃도 있는 다양하지만 공정할 수 있는 정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도 아침 회의 때 ‘다른 얘기라도 조율하고 협의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며 “협력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30 여성 
표심 잡기

신 대표가 대중에게 각인된 건 2018년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신 대표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초록색 배경에 포스터로 유권자에게 눈길을 끌었다. 

5월 당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선거 벽보가 게시됐다. 강남구 21개, 동대문구 1개, 노원구 1개, 구로구 1개, 영등포구 1개, 서대문구 1개, 강동구 1개 등 총 27개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


선거벽보 훼손은 도난부터 날카로운 물건으로 얼굴 특정 부위에 흠집을 내거나 담뱃불로 지지는 행위까지 다양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벽보에 있는 포스터에 신 대표 눈빛이나 표정 등을 두고 저급한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혼자서 28개나 되는 벽보를 훼손한 30대가 검거됐다. 전부 신 대표의 벽보를 훼손한 것은 아니고 인지연 후보의 것도 훼손했다고 밝혔다. 여성인권이 신장되면 자신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당시 신 대표 선거 결과는 8만2874표를 받아 안철수 바로 다음인 4위에 올랐으며, 전체 표 중 1.7%를 득표했다. 이는 원내 정당인 정의당, 민중당, 대한애국당 후보를 모두 제친 성적이다. 정의당 소속 김종민 후보(8만1664표, 1.6%)를 약 1200표라는 간소한 차이로 이겼다.

신 대표는 여성이슈 등 현안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신 대표는 “한 달만 더 있었다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자도 이겼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선거 다음 날 언론사 인터뷰만 11개를 진행했다고 한다. 신 대표는 선거 종료와 함께 6600여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신 대표의 추진력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1990년 6월20일 인천시 강화군에서 태어난 신 대표는 중학교 시절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로 두발 자유 운동을 한 적 있다. 


2000년대에도 두발 규제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교육부가 각 학교에 두발 자율화를 권고한 적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세 주체가 함께 논의해서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칙을 정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교사나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규정을 아주 조금 완화하는 수준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두발 제한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귀도 뚫을 수 있고 파마도 자유롭게 했다. 중학생이 되니까 머리를 귀밑 4㎝로 자르라 했다. 제가 다니던 여중에서는 심지어 양말도 몇 번을 접어라, 속옷도 베이지색이나 하얀색만 입어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용돈 모아서 배지 만들고 학교에서 팔았다”고 말했다. 

두발 자유화 배지를 학우들에게 100원에 팔기도 한 신 대표는 교장 선생님에게 불려가기도 한 일화가 있다. 이후 연세대학교 산하 서울시립 청소년미래진로센터라는 대안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대신 검정고시를 통해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학사를 졸업했다.

2011년 민주노동당에 잠시 입당한 뒤 출당을 했고 이듬해 3월 녹색당 입당해 정계 입문했다. 2013년에는 오늘공작소라는 청년기업을 차리기도 했다.

2015년 신 대표는 녹색당 비례대표 5번 후보로 나선다.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에서도 재직한 신 대표는 서울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사회적경제’ ‘풀뿌리운동’ ‘청소년인권’ ‘주거권’ 등의 실현을 주장했다.

기회 잡은 
페미니스트

다음 해 제20대 비례대표 방송토론회에 출연한 신 대표는 “우리 사회에 혐오가 너무 만연하다. 지금 이 토론회에도 인권의식 없이 차별적 정책을 내놓는 정당들이 자리해 있다”며 “기득권 정당들도 소수자를 위한 발언과 정책을 말하지 않는다. 녹색당은 불평등 사회에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라고 차별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녀평등을 위한 사회를 넘어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그동안 무시당했던 동성애자, 바이섹슈얼, 인터섹스, 트렌스젠더를 위한 정책과 동성결혼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동성애자, 바이섹슈얼 등의 단어를 방송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 대표를 비롯해 녹색당 비례대표 5명 모두 낙선했다. 신 대표는 같은 해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녹색당 서울시당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6개월 뒤부터는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 등을 2년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신 대표는 녹색당을 탈당했다. 탈당 이유로는 당직자에게 성폭력을 겪었다고 밝혔다. 부산성폭력상담소와 부산여성단체연합 등은 신 대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한 재판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결국 해당 당직자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됐다. 

또 더불어시민당 구성 과정의 갈등도 있었다. 녹색당은 당원 투표를 거친 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녹색당이 제시한 김기홍 후보에게 비례 공천을 주는 것을 꺼리면서 결국 녹색당을 패싱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참여 결정 자체부터가 잘못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서대문갑 무소속후보로 등록하고 21대 총선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송은 래퍼 최삼이 제작에 참여했다. 특이하게 선거 당시 본인의 테마 색을 홀로그램 색으로 뽑았고 이때 ‘(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다음 달 신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다소 선전해 전·현직 국회의원인 우상호(민주당), 이성헌(국민의힘)과 함께 선관위 주관 서대문구 갑 토론회에 참석했다. 원내정당인 민중당과 우리공화당 후보는 여론조사 득표 미달로 참석하지 못했다. 

2018년 서울시장 4위 기록  
출마 때마다 선거벽보 훼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벽보가 또 훼손된 채 발견됐다. 이번에도 다른 후보자 벽보는 멀쩡했으며, 유독 신 대표 벽보만 온전치 않았다. 후보자의 두 눈 부분이 불로 지져진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사건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이나, 서대문경찰서는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활용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신 대표는 여성을 불안하게 만드는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일로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무렵 다른 젊은 페미니스트 후보자들에게도 유사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서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사건,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에서 여성의당 유세를 돕던 자원봉사자가 돌을 맞은 사건 등이 있다.

신 대표는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3위(3.2%)의 성적을 거뒀다. 20대 총선에서 녹색당 후보가 거둔 기록보다 높다.

지난 2월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와 금태섭에게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2021년 4월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신 대표는 거대 정당에서는 뒤로 밀려나는 여성 의제를 강조했다. 

신 후보는 출마 선언식에서 “한국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재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으로 재보선을 치르는 기막힌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눈부시게 평등한 대한민국을 여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민에게 ▲성폭력과 혐오 범죄에 무관용 원칙 ▲서울시민인권헌장 발표 및 동반자 등록 조례 제정 ▲서울시 임금격차해소 및 여남동수제 도입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당일 개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신 대표는 후원을 지지자들에게 요청했다. 부시장 후보들과 선거캠프 인사들이 출연해 정책, 선거 정국에 대한 방송을 했다. 당초 선거 빚이 6300만원 발생할 뻔 했지만 방송 덕분에 5000만원을 모아 만회했다.

결국 신 대표는 1만8039표를 받으며 득표율 0.37%를 받고 낙선했다. 여담이지만 허경영 후보에게는 지지 않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으나 득표 수도 허 후보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모를 당했다. 

당 안팎
손가락질

신 대표는 “유권자를 만나보면 신지예 개인에게 기대고 싶어 하더라.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고, 거기에 평생을 바칠 생각을 하고 있지만 특정 인물이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니라 집단이 정치를 하면서 서로 견제하고 좋은 정책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 인물이 정치를 오래하면 부패하게 된다. 아무리 신적인 존재라고 하더라도 정치인을 오래하면 기득권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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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