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이준석의 플랜C

선대위 걷어차고 “잘되나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결국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선대위원장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출범 전부터 이어진 내홍이 겉으론 수습된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곪아 터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공보단장의 충돌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앞서 이 대표와 조 단장은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곽상도 전 의원 제명 여부를 두고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곽 전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조 단장은 이에 대한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삐걱삐걱
예견된 수순

한 발 더 나아가 조 단장은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문자메시지를 일부 기자들에게 전송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크게 반발했고, 조 단장은 한동안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 대표에게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갈등이 본격적으로 터진 시점은 지난 20일 열린 선대위 비공개 회의 도중이다. 두 인물은 윤석열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씨 및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언론 보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 정면충돌했다. 

회의에서 조 단장은 윤 후보의 메시지라며 김씨에 대한 의혹 제기 부분을 이 대표를 비롯한 인사들에게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해 달라고 주문하자, 일부 인사가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오히려 조 단장에게 ‘윤핵관을 공보단이 잘 처리하라’고 반박하자, 조 단장은 ‘왜 자신이 당 대표의 지시를 받느냐’고 맞받아쳤다. 이 대표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이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재반박한 것. 조 단장도 자신은 윤 후보 말만 듣는다며 강한 어조로 이 대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이런 탓에 회의장 안의 분위기는 얼음장과 같았으며 고성까지 오갔다. 무언가를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가 난 직후 이 대표는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조 단장이 이 대표에 사과하면서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두 인물의 갈등은 메시지 한 통으로 인해 폭발했다. 조 단장이 이 대표를 비판한 영상을 일부 기자들에게 공유하면서다. 

조 단장의 영상 공유가 기폭제로 작용한 모양새다. 분노한 이 대표는 조 단장이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사퇴를 통해 거취를 표명하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만일 조 단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모든 직을 내려놓고 사퇴하겠다고 예고했다.

집안싸움에 사퇴 강수
윤핵관에 마지막 경고?

그럼에도 조 단장은 사퇴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즉각 윤 후보가 울산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 나서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예상과 달리 윤 후보는 두 인물의 갈등에 대해 말을 아꼈다. 갈등 당사자끼리 해결을 봐야 하는 문제로 봤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갈등은 민주주의 일부분”이라며 철저히 관망 자세를 취했다. 윤 후보는 울산 회동 전에도 이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같은 태도를 취했던 바 있다.

이 같은 관망적 태도를 보이면서 윤 후보에게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는 김종인 총괄위원장에게 사태 해결에 대해 일임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에게 닥쳐올 리더십 문제를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친다. 

당 내부에서도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기까지에 이르렀다. 지속적인 압박을 느낀 듯 한 조 단장은 갈등 봉합을 위해 당 대표실을 직접 방문했으나 만남이 불발됐다.

결국 이 대표가 먼저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대위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다며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것.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는 윤 후보와의 극적인 울산 회동 이후 18일 만이다. 선대위 내에서 당 대표로서의 역할과 위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 대표는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윤 후보를 함께 끌어들였다. 동시에 선대위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고 선대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리려는 취지로 읽힌다. 

“끝났다”
배수진

당 대표로서의 역할은 하겠지만, 선대위에 본인이 먼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대선 패배 시 책임을 당이 아닌 윤 후보에게 돌리겠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사퇴의 표면적인 이유는 조 단장과의 직접적인 충돌이지만, 그 이면에는 선대위 체제에 대한 갈등이 핵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대표의 지원이 없다는 것은 윤 후보에게 향후 행보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선대위가 방향성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함께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 역시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대표 지원 없이는 선대위가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 

이번 사퇴는 지난번 잠행과는 전혀 다른 기류가 포착된다. 앞서 당 대표 패싱 갈등이 촉발되자 부산 등을 방문하며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과는 다르게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퇴에 대한 당 내부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당 대표가 갈등을 노출한 뒤 사퇴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또 사퇴로 대선에 패배할 시 모든 책임이 이 대표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선대위가 윤 후보를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 과거처럼 선대위 쇄신의 필요성을 강력히 요구하기 위한 전략이 엿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이 대표가 사퇴를 통해 선대위 쇄신을 요구하는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조 단장의 마찰과는 별개로 선대위 규모와 구성을 둘러싸고, 김 총괄위원장을 중심으로 선대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폭발적인 인사 영입을 하고 있는 선대위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또다시 충돌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울산 회동 당시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을 만큼 갈등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윤 후보의 말과 달리 이 대표와 김 총괄위원장의 뜻이 선대위 내부에 관철되지 않아, 갈등이 재차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또 선대위 잡음의 원인인 윤핵관을 제거해야 한다는 경고를 재차 했다고도 해석된다. 현재까지 윤핵관이 정확히 어느 인사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며 몇몇 인물들만 거론되고 있다. 윤핵관은 김 총괄위원장 합류 전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는 없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언급했다.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 이후 윤핵관이 해당 언론사에 발언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선대위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표가 사퇴를 통해 선대위 개편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비치는 대목이다. 

만약 지면
책임론? 


그동안 선대위의 엇박자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과 같은 인사 영입과 발표만 보더라도 내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윤 후보와 김 총괄위원장, 이 대표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심도 있다. 정책 개발 등 업무가 중첩된다는 문제까지 제기되기도 한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름을 올린 인사만 500명이 넘는다. 조직 역시 거대해 20개가 넘는 위원회가 움직이는 중이다. 

규모가 큰 만큼 선대위 속 총괄상황본부 아래 정책총괄본부·조직총괄본부·종합지원총괄본부 등이 보고체계 역시 복잡하다. 현재의 보고체계는 각 본부를 거쳐 본부장, 이 대표, 김 총괄위원장, 윤 후보로 이어지는 구조로 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도 선대위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 선대위가 김 총괄위원장 그룹, 김한길 위원장 그룹, 파리 떼 그룹으로 갈라져 있다고 직격했다. 안팎에서도 선대위 쇄신 요구는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이런 탓에 이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통해 김 총괄위원장의 힘을 강화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강력한 수를 둔만큼 복귀가 당장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본인 스스로 선대위 복귀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입장마저 밝혔다. 만일 이 대표가 자신의 말을 뒤집고 복귀한다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김 총괄위원장도 이 같은 이 대표의 전략을 단번에 알아차린 듯 사퇴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는 “정치인이 한 번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다”며 “이 대표의 뜻이 완강하다”고 전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이 대표의 전략을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모양새다. 그 역시 이 대표처럼 선대위의 문제점 개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바 있다.

김 총괄 전격 쇄신 예고
지원은커녕 내부 적으로?

다만 김 총괄위원장은 선대위의 전면 재구성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대선까지의 시간이 고작 70여일 남아 물리적으로 촉박한 탓이다. 김 총괄위원장은 총괄상황본부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선대위 내부에서 겹치는 역할을 정리하고, 후보의 전략과 메시지를 총괄상황본부 중심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선대위 조율을 두고서는 윤 후보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이에 일각에선 윤 후보가 김 총괄위원장의 선대위 쇄신 움직임에 얼마나 힘을 실어주고 협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만일 선대위의 변화를 거부한다면 또다시 당 대표 패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윤 후보는 선대위 조율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호남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김 총괄위원장과 만남을 가졌고 해당 자리에서 두 인물은 선대위 관련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대위 조율과 쇄신을 거쳐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여전하다. 선대위 쇄신 이후 인사 중 일부가 역할이 축소돼 밀려나는 게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핵심 요직의 인사들의 줄 사퇴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내부에서도 선대위 조율을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전면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데 조율에 방점을 찍는다고 해서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 존재해서다. 

선대위를 둘러싼 두 번째 갈등인 탓에 자칫 등 돌릴 표심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지속적인 선대위 갈등으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된 탓이다. 

당 안팎에서는 쇄신을 위한 밑그림은 충분히 그려졌다고 본다. 다만 이 대표와 윤 후보가 김 총괄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만큼 선대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윤도
최대 위기

선대위 쇄신 이후 또 다시 내홍이 발생한다면 김 총괄위원장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의 조그만 갈등 자체가 대선 국면에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된다. 현재 상황에 대해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윤 후보 선대위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분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건희 등판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아내 김건씨의 공식 활동 여부에 대해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씨 등판 시점에 대한 질문에 “예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 후보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도 거론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며 영부인의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하는 것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인 영부인을 보좌하는 조직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은 “제2부속실과 관련해 폐지에 대해 공식 논의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후보가 제2부속실 폐지를 언급하며 자신의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김씨 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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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