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3대 배우 집안 ‘내조의 여왕’ 진송아만 아는 이야기①

연기 버리고 연기자를 품다

배우 박준규의 아내로 더 잘 알려진 진송아가 자신의 삶의 여정을 담백하게 전합니다. 3대가 배우의 길을 걷는 가운데, 주위의 남자들을 내조해온 진송아의 시선으로 우리네 일상을 되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16년째 사는 우리 동네 사우나는 내 아지트다. 남들은 건강을 위해 걷기나 필라테스를 한다는데, 어차피 땀 빼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운동하는 셈 치고 사우나에서 삶의 노고를 보상받는다.

사우나에 있다 보면, 내 주위를 맴도는 여성들을 발견하곤 한다. 계속 힐끔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그들의 얼굴에는 ‘맞나? 아닌가? 맞는 거 같은데’라고 쓰여 있다. 그러면 대뜸 말한다. ‘네. 맞아요’라고.

그러면 ‘제가 바깥분 팬이에요’라며 나를 반긴다.

가끔 있는 일이다. 남편 따라 방송에 자주 나가다 보니, 이렇게 알아보는 경우가 생긴다.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한다. 

배우가 되고 싶어했던 소녀는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이루지 못한 꿈의 아쉬움을 이렇게 풀곤 한다. 진송아라는 이름보다 박준규 아내로 더 알려졌다.


이제는 그동안 가려졌던 진송아의 인생을 슬며시 꺼내 보려고 한다. 

예쁜 게 좋았고, 예쁘다고 하면 더 좋았던 나의 10대 시절 우연히 관람한 뮤지컬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제목은 <사운드 오브 뮤직>.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청아한 목소리와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 걷어지는 커튼콜에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는 내게 설렘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줬다.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었다.

그날부터 내 마음은 무대로 향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게 우선이었던 내 삶에 뜨거운 소망이 자리하게 됐다. 

무대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열병이 시작됐다. 가슴이 쿵쾅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지금이야 명문 학교가 됐지만, 당시에 지원하고자 했던 계원예고는 학교에서 원서조차 써주지 않던 작은 학교였다.

꿈을 이루고자 부모님을 설득했는데, 선생님이 가로막았다. 무대에 오르는 길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선생님의 고집마저 꺾고 우여곡절 끝에 계원예고에 입학했다. 3일간 무단결석을 한 게 ‘킬 포인트’였다.

내가 하고 싶었던 분야를 배운다는 건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모든 게 신기하고 행복했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남녀공학도 흥미로웠다. 연기실습, 연극이론, 탈춤 등등 모든 수업이 즐거웠다. 일반 교과목 수업에 실기까지 병행하니 몸은 늘 녹초가 됐지만, 나만을 위해 가장 열심히 살았던 3년이 아니었을까.


학교 가는 기분은 늘 소풍 가는 느낌이었으니. 

3년 만에 결실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입학으로 이어졌다. 대망의 입학 날, 나는 충격에 빠졌다. 난 내가 꽤 예쁜 애인 줄 알았는데, 김희애와 전인화, 조용원, 박중훈까지. 지금도 레전드인 그 친구들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예쁜 거로 경쟁하기엔 내가 너무 작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대학생활은 더 악착같았다. 전략을 세웠다. 리포트 30장을 써오라면 300장을 썼고,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 다녔다. 국립 미술관이나 프랑스 대사관처럼 학생이 드나들기 어려운 곳도 교수님이 언급만 하면 어디든 갔고, 하루에 네 편의 영화를 보기도 했다.

누벨바그라는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공부도 미친 듯이 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학교 생활에 매진했다. 열심히 했던 게 독이 된 걸까 4학년 때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다음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대로 열심히만 하면 당연히 배우가 되는 줄 알았다. 준비운동만 열심히 했던 거다.

당황스러웠다. 공채 탤런트 시험을 보기에는 예쁜 친구들이 많았고, 대학로 극단에서 시작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운명처럼 알게 된 서울예술단이 희망의 한 줄기 빛이었다. 재즈댄스에 목숨을 걸었다. 단원이 돼 발레와 무용, 성악까지 배우게 됐다.

공연이 있을 때면 도시마다 다니며 시립 문화회관에서 공연했다. 

얼마나 고된 시간 끝에 일궈낸 결실인가. 예술을 사랑했던 나는 당시 만나고 있던 남편 박준규와도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연기자로서 예술단원으로서 삶을 준비하고 있던 내게 장차 될 시아버님의 엄명이 떨어졌다. ‘한 집안에 배우가 둘이어서는 안 된다.’

한 명은 내조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야 아무리 시아버지라도 그런 제안을 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30년 전에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사랑에 눈이 먼 나는 단번에 꿈과 남편 중 남편을 택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지금의 나는 평범한 애 엄마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후회는 없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왜 없으랴. 배우로 또는 감독으로, 제작자로 자기의 길을 멋지게 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가끔 서글퍼지기도 한다. 

아쉬움은 그게 전부다. 남편을 선택하고 달려온 지금의 내 모습도 멋지다고 나를 다독인다. 시부모님을 모셨고, 남편을 근사하게 내조했다. 배우의 길을 걷는 두 아들은 어디 가서도 부끄럽지 않게 예쁘게 컸다. 더 바랄 건 뭐가 있을까.


무대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자부하며 스스로를 칭찬한다. 내 대신 무대의 주인공이 된 남편을 빛나게 해주는 것 또한 진송아가 아닌가. 남편은 내게 고마움을 느끼고 늘 감사하다고 표현한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면 어떤가, 행복하다면 괜찮지 않을까.

늘 이렇게 주위를 헤아려보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특별한 사람이 어디 있나. 누구나 다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는데. 특별한 내 인생 이만하면 됐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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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