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8명' 느는 강력범 신상공개, 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20 13:51:16
  • 호수 13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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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까면 나아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범죄자라고 해서 모두 신상이 공개되는 건 아니다. 법적 기준에 의거해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결정하는데 최근 신상이 공개되는 강력범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또 한 명의 강력범 신상이 공개됐다. 과거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여성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4일 열린 신상공개심의위원회에서 이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한 달 새 3명

경찰청은 ▲사전에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 주거지에서 1명을 살해하고 1명을 중태에 빠지게 하는 등 중대한 피해를 끼친 점 ▲범행을 시인한 점 ▲현장 감식 결과와 CCTV 영상 등으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점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및 2차 피해 우려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사이 김병찬, 권재찬에 이어 세 번째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김병찬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했고, 권재찬은 지난 4일과 5일, 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을 잇달아 살해했다.

최근 강력범의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것은 극악무도한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찰은 2010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특정 강력범죄자의 신상 공개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범죄 피의자 얼굴 및 신상 공개 지침’을 마련했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법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 알 권리와 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이 요구될 때 ▲피의자가 미성년자가 아닐 때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심의를 거쳐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해 경찰이 올해 신상을 공개한 강력범죄 피의자는 이석준, 김병찬, 권재찬을 포함해 총 8명이다. 이 중 7명은 여성 및 약자를 스토킹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4월 신상이 공개된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이 연락을 거부하자 2개월간 스토킹하고 지난 3월, 여성의 여동생과 어머니 등 3명을 차례로 살해했다. 7월 제주에서는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과 관계가 나빠지자 해당 여성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백광석 사건도 있었다.

해당 여성 역시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였다. 백씨는 공범인 김시남씨에게 돈을 주고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극악무도한 흉악범죄 늘어나
국민적 분노 게이지 커진 탓

지난 9월 신상이 공개된 강윤성은 8월 위치 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 후 여성 2명을 살해했다. 5월 허민우는 노래주점에서 술값 시비가 붙어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시기별로 보면 얼굴이 공개된 강력범죄 피의자는 ▲2015년 2명 ▲2016년 5명 ▲2017년 3명 ▲2018년 3명 ▲2019년 5명 ▲지난해 2명 ▲올해(12월16일까지) 8명이다. 

전문가들은 흉악범이 증가한 배경을 두고 범죄에 관한 사회 구성원들의 분노가 높아졌지만 국가 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또 최근 스토킹이나 약자 대상 범죄의 사회적 우려와 관심이 높아져 관련 피의자 신상공개도 늘었다고 보고 있다.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이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감수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국민 분노와 함께 관심이 증폭되기도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흉악범죄를 보면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재찬, 강윤성 등이 벌인 사건을 보면 막을 수 있었던 범죄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국가 교정이나 사법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보고, 보호수용제 도입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피의자 얼굴 공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법이나 시행령에는 얼굴 공개 방식이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에 공개된 얼굴과 실제 얼굴이 다른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는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에 한해 이름, 나이,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하면 추후 언론 등을 통해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 모습이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방식으로, 피의자가 얼굴을 가리거나 마스크를 쓰면 이를 강제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

신상공개위원회는 공개 여부 검토 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인지,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지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 눈치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흉악범죄자의 신상공개는 필요하지만, 핵심이 돼야 할 범죄 예방 없이 강력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 여론 눈치를 보며 신상공개를 논의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상 공개 성폭력 피의자는?


올해 아동 성착취물 제작으로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사람은 최찬욱, 김영준 등 2명이다. 

최찬욱은 2016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에게 접근한 뒤, 성착취 사진 및 영상을 촬영해 전송하도록 하는 수법으로 성착취물을 상습 제작했다. 

김영준은 1300여명의 남성과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자위 행위 등을 녹화한 뒤 이를 유포·판매했다.  

지난해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사건의 주범이었던 조주빈을 비롯해 강훈, 이원호, 문형욱, 안승진, 남경읍 등이 신상이 공개됐다.

같은 해 7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배준환의 신상이 공개됐다. 

배준환은 자신을 전직 영어 강사라고 밝히며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기프티콘·기프트카드·문화상품권으로 불특정 다수 청소년을 유인해 성 착취물 총 1293개를 제작했고 이 중 88개를 음란 사이트에 유포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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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