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듯 말듯' 김동연 대망론

정치판 각설이 또 단일화 타령?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윤 전 총장은 아직도 야권의 유력 주자로 뛰고 있고, 최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힘 2차 컷오프에 탈락하며 낙마했다. 김 전 부총리는 과연 2022 대선에서 어디까지 뛸 수 있을까?

시장 바닥에 1년마다 찾아오는 손님이 각설이라면, 정치 바닥에는 10년마다 ‘제3지대 대망론’이란 손님이 찾아온다.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제3지대 대망론’은 어느새 정계에 ‘제3지대 10년 주기설’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들의 결과는 하나같이 좋지 못했다.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오래된 양당 정치에 지친 국민들은 제3의 인물에 큰 기대를 갖다가도, 금방 실망하며 양당의 기존 후보들을 찾아가곤 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기존 정치는 구태의연하다”는 구호에 공감한다. 어떤 누가 권력을 갖던 바뀌지 않는 부조리를 보며 ‘그놈이 그놈’이라 생각에 공감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판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한다’는 뜻은 항상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이를 실제로 이뤄낸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무엇보다 이 일을 믿고 맡길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유권자들은 과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이 역할을 기대했던 적이 있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안철수라는 인물에 ‘정치 혁신’을 기대한 것이다.

안 대표는 당시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고, 믿음직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로 하여금 ‘저 사람은 다를 것’이란 기대를 심어줬다.

얼마 후, 그는 유권자들의 바람대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2011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 정국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안 대표는 녹록지 않았던 정치판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더니, 급기야 본인이 지향했던 중도의 길까지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기존 양당의 입장을 거부해오던 그는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럴 때마다 지지자는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한 정치 평론가는 “양쪽의 뜻을 정확히 이해한 다음에 중립을 지키는 것은 중도지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중도를 가는 건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아직도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안 대표는 지난 약 10년의 세월 동안 정치적으로 굵직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입지만 계속 줄어들어 가고 있다.


제3지대 대선 출마 선언
부동층 표심잡기 총력전

2002년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례가 있다. 당시 정 이사장은 ‘월드컵 4강 신화’라는 바람을 타고 등장해 안 대표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월드컵 개최를 강하게 추진했던 그의 리더십과 외국인 감독인 ‘거스 히딩크’를 선임하는 파격적인 행보는 국민들에게 새 정치의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이는 곧 그를 강력한 2002년 대선후보로 거듭나게 했다.

그러나 그 역시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는 ‘국민통합21’을 창당하며 제3지대의 길을 걸을 줄 알았으나, 현실의 높은 벽 앞에 좌절하며 당을 해체했고, 본인 또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국민들이 당초 기대했던 ‘새 정치’가 아니라 기존 정치인과 손잡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합의 직후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전격 철회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다 2014년 서울시장선거에서 낙선하며 정계서 자취를 감췄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22년이 다가왔다. 곧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은 2022년 제3지대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알게 모르게 주목하고 있다. 어떤 성격의 빅텐트가 처지느냐에 따라 본인이 속한 당에 득이 될 수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캠프 측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엔 우리”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캠프 측은 “2002년 정몽준, 2012년에 안철수, 그리고 2022년에는 누구라고 떠오르지 않지만, 50%의 부동층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거대 양당의 극성 지지층을 제외한 50%의 유권자들이 ‘지금 투표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표가 안철수로 가지도, 심상정으로 가지도 않을 것이라 했고, 김동연이 그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미미한 지지율이지만,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들어가면 김 전 부총리가 ‘막강한 제3의 선택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캠프의 설명이다. 다만 과거의 안철수·정몽준의 사례와는 선을 그었다.

10년 주기설
결과는 ‘꽝’

캠프의 한 인사는 “안철수·정몽준은 새로운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기존의 악습을 똑같이 따라 한 인물들”이라 평가하며 “공천 방식과 의사 결정 방식을 찍어 내리기식으로 했고, 청년이나 장애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면서도 그들을 병풍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이런 것들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실망했을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공천 방식을 포함한 모든 의사 결정 방식을 아래에서 위로 할 것이며, 약자의 목소리를 끝까지 지켜주실 거란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전했다.


정계와 언론 또한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언론은 연일 김 전 부총리의 ‘새로운 물결’ 창당 소식과 함께 정계 데뷔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창당식에 참여해 김 전 부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송 대표는 “민주당도 (새로운 물결과)같이 껴안고 머리를 맞대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같이 협력해 다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 김 전 부총리의 말을 듣고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동지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 진영 모두 그를 포섭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제3지대의 노선을 선언하고,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김동연은 어떤 인물일까. ‘충청도 출신’ ‘흙수저·소년가장’ ‘경제통 이미지’ ‘문정권과 대립’ 등등 김 전 부총리는 벌써부터 정치인으로서의 매력 포인트를 두루 갖추고 있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촌을 전전했고, 돈이 되는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벌었다.

후에 덕수상고에 진학, 졸업도 마치기 전인 1976년에 은행원이 됐고, 은행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야간대학(국제대)에 진학한다. 


이런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그가 본격적으로 ‘경제전문가’의 커리어를 쌓은 건 행정고시 합격 후다. 제26회 행시와 제6회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한 김 전 부총리는 곧바로 경제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된다.

이번엔 
다르다?

그는 지난 32년간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에 주로 근무했고, 근무 중 참여정부의 ‘국가비전2030’ 작성 총괄, 이명박정부의 경제금융비서관·국정과제비서관, 박근혜정부의 국무조정실장과 문재인정부의 초기 내각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일해왔다.

거대 양당이 배출한 여러 대통령 밑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고루 일했는데 그중 경제와 관련 없는 직함은 단 하나도 없었다.

경제 관료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옷을 벗은 것은 지난 2018년 11월의 일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라는 힘 있는 자리에서 그는 비로소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하성 정책실장과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비롯한 모든 경제정책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혁신성장과의 양립론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끝내 경질됐다.

캠프의 한 인사는 김 전 부총리가 기존 정치권에 대한 회의감을 문재인정부에서만 느낀 것이 아니라 설명했다.

그는 “김 전 부총리는 양 진영의 정무직을 두루 거쳤다. 참여정부 시절에 ‘국가비전2030’을 총괄하며 실행에 옮기려 하셨지만, 당시 야당(지금의 국힘)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며 “이게 여야가 바뀐 이명박정부 때도, 박근혜정부 때도, 또다시 진영이 바뀐 문재인정부 때도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고, 김 전 부총리는 진영논리 안에선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경제정책이 이념에 갇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온 것을 몸소 체험했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는 “김 전 부총리는 이념보다 중요한 게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정몽준·2012년 안철수 답습?
'새로운 물결’ 과연 끝까지 흘러갈까?

기존 정치권에 대한 회의감은 김 전 총리가 한 신당창당 때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정치 교체를 위해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다”며 “대한민국 시장 중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시작이 정치시장이고, 이 벽을 허물기 위해, 그리고 정치의 판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다. 오늘 출발하는 새로운 물결이 장엄한 폭포가 돼 기득권 공화국을 깨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제3지대의 다른 인사들을 함께 언급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제3지대 논의는 안철수 대표든 심상정 의원이든 기득권 양당 구조 타파에 뜻을 같이한다면, 언제든 만나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제3세력이 힘을 합하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취지의 언급이었다.

그러나 캠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를 전제한 것이라 알려왔다. 그는 “안철수 대표님은 야당의 기류에 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심상정 의원은 경기도지사 설이 돌고 있다”며 “만약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대화의 여지는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기존 양당의 구태 정치를 거부하고, 대한민국의 개혁과 미래세대의 기회창출이라는 대의에 공감한다면 언제든지 대화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양당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수차례 강조하며 이같이 알려왔다.

그가 말하는 ‘미래세대에 대한 기회 창출’은 김 전 부총리가 믿는 ‘새 정치’의 주요 신념이다. 정치권이 그동안 돈이나 집값, 일자리 등을 강조해온 것과는 달리, 그는 기회의 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그는 비대면 대선 출마 선언식을 통해 “이제는 ‘기득권 공화국’에서 ‘기회 공화국’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스타트업과 청년들의 도전 기회를 차단하는 규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캠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 가지 노선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회의 재분배를 넘어 기회를 더 많게, 기회를 더 고르게, 기회의 질을 더 좋게 하겠다는 말”이라며 “이는 20년 전부터 김 전 부총리가 갖고 있던 생각이다. 정치권에 막혀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제 직접 실천하려고 대선에 출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구 편도 
절대 아니다

‘대선 완주, 끝까지 하시겠느냐’란 <일요시사>의 질문에 캠프 측은 “보시면 안다. 끝까지 간다”고 답했다. 그는 특정 후보와의 단일화나 대선 완주를 의심하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같이 대답했다. 과연 김 전 부총리가 안철수와 정몽준의 전례를 답습할지, 아니면 진짜 정치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동연표 국가비전2030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김동연 전 부총리가 총괄한 국가 비전이다.

당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비전대로라면 한국은 2010년대에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는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해 2030년에는 ‘삶의 질’이 세계 10위에 오른다”고 쓰여있다.

이를 위해 실무진은 경제 성장과 복지가 양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도의 혁신과 선제적 투자를 들었다.

제도의 혁신은 약 26개로 중소기업 지원체제 재정비, 영세 자영업자 대책 개혁, 지방행정체제 개편,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등이 포함되며 선제적 투자는 약 24개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청년인적자원의 활용, 농어촌 활력 증진, 국방개혁 등이 담겨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어느 부서의 예산을 줄이고 투자할 것인지, 또 혁신 대상들에 대한 효율성이 재고되었는지는 빠져있다.

이는 곧 야권의 비판의 대상이 됐고,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공허한 청사진’이라 조롱하기도 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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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