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치는 휴대폰 개통 사기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0.25 11:08:19
  • 호수 1346호
  • 댓글 0개

“싸게 해줄게” 한 달 뒤 요금폭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신 발육이 불완전한 장애인들이 휴대폰 판매점 직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직원들이 장애인들을 속인 뒤 핸드폰을 개통시키고 있는 것. 장애인들은 친절한 판매점 직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 대리점에서 호객 행위·현금 지급 유인 등의 방식으로 장애인을 속인 뒤 휴대전화를 개통시키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악마의 속삭임

지난 15일 경북 영주경찰서는 영주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를 사기 및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60~70대 노인들과 지적장애인 등 10명을 대상으로 “매월 요금을 할인해주겠다”며 속이고 건네받은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이런 수법으로 인출해 가로챈 현금은 약 2억여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또 이들의 명의를 도용해 무단으로 휴대폰을 개통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도 받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A씨가 이렇게 개통한 휴대전화(대포폰)를 판매해 부당이익을 취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또 천안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B씨는 평소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며 살갑게 따랐던 휴대폰 대리점 직원 C씨에 의해 약 700만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C씨는 B씨에게 “가입하고 해지하면 돈을 돌려주겠다” “통신사에서 가입 확인 전화 오면 그냥 ‘네’라고 대답하라”며 최신 기기 5대를 가입하도록 권유했다. C씨는 B씨의 명의를 도용해 갤럭시 탭을 비롯한 기기를 본인이 이용했다. B씨에게는 인터넷 결합상품 가입을 종용하며 B씨 집이 아닌 자신이 묵고 있는 오피스텔에 인터넷을 설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B씨는 수백만원의 과태료를 확인했다. 조사 과정 중에 B씨가 해당 계약 건을 인지하고 있으니 사기행위로 볼 수 없다고 C씨는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대리점 직원들에게 정신장애인들이 사기극의 타깃이 되고 있다. 

실제 상담센터로 밀려드는 피해 신고 188건 중 휴대폰, 보험사기에 관한 금전적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 지역의 지적장애인 일가족 5명이 휴대폰 사기에 휘말려 신용불량자로 나앉게 된 사건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6일 국회서 열린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휴대폰 사기 피해 사례를 들며 “장애인의 권익 옹호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가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며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강 의원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호객 행위해서 휴대폰을 줄줄이 개통시키는 사기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부처에 따라 현황 파악하는 것이 다른데, 복지부에서는 학대 장소를 기준으로 해 정확한 숫자를 알기에는 한계가 많다”며 “과학기술정통부(이하 과기부)로부터 통신 3사 대상, 장애인 명의 3개 이상 개통 사례를 파악한 결과 6000명이 넘는다. 수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친절한 판매점 직원에 속수무책
최신 전자기기 5대 등 가입권유

이에 대해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 부분에 그간 소홀했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부처와 협의해 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방과 구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강 의원은 “복지부는 휴대폰 판매와 관련해서 안일한 태도를 취해왔다. 장애인 권익을 옹호하는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부처는 복지부다. 현재 과기부 입장은 복지부와 논의해 장애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라인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과기부, 방통위, 통신 3사, 장애계, 국회 모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장애인 휴대전화 개통 피해 사건은 70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47건(67%)이 지적장애인과 정신 장애인에게 발생했다. 대부분 장애인의 대리인이 이통사에 개통·청약 철회를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부의장은 “장애인들의 휴대전화 개통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고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우려했다.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의 문턱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애인 이동통신 관련 피해 접수 건수는 36건에 불과했다. 실제 피해를 본 장애인 중 다수가 구제 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피해 구제 신청 사유로는 계약 해제·해지(15건), 무능력자 계약(8건), 부당행위(7건) 순으로 집계됐다. 

장애인협회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나 소비자원 등 피해 접수 창구가 있지만, 장애인과 가족이 피해를 곧장 접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개통하는 문제뿐 아니라 판매자의 속임수나 대출·소액결제 같은 금융 범죄가 늘고 있어 피해 금액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는 단순한 명의도용 사건이 많았던 것에 비해 최근 장애인의 휴대전화에서 예금이나 보험 등의 돈을 빼가는 수법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 대책은?

양승국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팀장은 “정부 지침이 생기면 이통사 다회선 가입 제한 시스템과 연동해 전 통신사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개통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의장은 “장애 특성을 악용하는 일부 대리점의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애인 보험사기 수법

한 시각장애인은  지난해 보험 약관이 좋다는 보험설계사의 말에 “필요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설계사의 종용에 어쩔 수 없이 보험 가입을 했다고 토로했다.

시각장애인은 서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설계사가 반강제로 서명을 시킨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것은 활동지원사를 통해서였다. 해당 상품은 시각장애인이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품이었고, 이후에도 다른 상품에 가입하도록 권유했다.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해지 요청을 하자 설계사는 차일피일 해지를 미뤘고, 결국 상담센터 측에 고발하고 나서야 보험사로부터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