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해성그룹 10년 후계전쟁 막전막후

땅부자 왕회장 똑같이 한입씩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은 슬하에 장남 단우영 부회장과 차남 단우준 사장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들은 10년 전 나란히 그룹에 들어와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두 아들은 직책, 지분, 권한 등을 거의 똑같이 2등분해왔다. 하지만 해성그룹 3세 후계구도 역시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는 변혁기를 맞이하면서 시험대 위에 올랐다.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은 수차례에 걸친 한국제지 지분 매입과 부친인 단사천 명예회장의 상속 등을 통해 탄탄한 2세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에 가족회사인 해성산업이 단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탄탄한 체제
손자들 약진

1947년 3월생인 단재완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한국제지에 입사했다. 이후 한국제지의 자회사인 한국팩키지 대표이사 등을 겸임하며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1년 단사천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제지 회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2세시대를 열었다.

단 회장의 경영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단 명예회장과 부인인 김춘순 여사 사이에 9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아들은 단 회장 하나였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된 단 회장은 오너 2세들 중 한국제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단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 강화 작업은 2000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단 명예회장이 한국제지 수장으로 재직하던 1997년 말까지만 해도 단 회장의 지분율은 5%대였다. 최대주주였던 단 명예회장(17.6%)과 해성문화재단(6.16%)에 이은 3대주주였다.


이듬해 단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되자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단 회장은 1998년 한국제지 주식 13만6000주(2.72%)를 매입해 지분율을 8.54%로 끌어올렸다. 해성문화재단을 제치고 단숨에 2대주주로 올라섰다.

1999년 단 회장은 한국제지 주식 27만5000주(5.5%)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14.04%로 끌어올렸다. 같은 해 단 명예회장은 손자인 단우영 해성디에스 사장과 단우준 해성디에스 부사장에게 한국제지 주식 일부를 증여해 지분율을 8.33%까지 낮췄다.

그 결과 한국제지 창사 이후 40년 만에 최대주주가 단 명예회장에서 단 회장으로 바뀌었다.

상속 등 장차남 2등분…안정적인 2세 구도 
‘컨트롤타워 구축’ 3세 후계작업 변화 조짐

화룡점정은 지분 상속이었다. 단 회장은 부친 타계 후 이듬해인 2002년 한국제지 주식 22만8477주(4.6%)를 넘겨받았다. 이 거래로 단 회장의 지분율은 18.61%까지 상승했다. 사실상 단 회장 1인 체제가 온전히 구축된 셈이다.

이후 2004년 단 회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한국제지 지분율을 18.85%까지 끌어올렸다.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2012년 단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더 강화됐다. 이번엔 모친인 김춘순 여사가 외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여사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단 회장에게 한국제지 주식 4만4135주(0.88%)를 물려줬다. 그 결과 단 회장의 한국제지 지분율은 19.73%까지 상승했다.


탄탄한 오너십의 또 다른 근간은 단 회장 가족회사다. 단 회장 일가가 직접 소유·경영하고 있는 해성산업이 15년째 한국제지 2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며 지배력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다.

1954년에 설립된 해성산업은 부동산 임대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성수빌딩과 중구 해남빌딩, 부산 중구 송남빌딩 등을 소유·관리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해 알짜 회사로 불린다.

지난 6월말 기준 해성산업의 최대주주는 단 회장(33.25%)이다. 단 회장의 두 아들인 단우영 부회장(14.61%)과 단우준 사장(14.46%)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단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해성산업 지분율만 60%가 넘는 셈이다. 

해성산업은 단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활동할 때부터 한국제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당시 지분율은 1.09%로 미미했다.

강남 부자
알짜 회사

한국제지 경영권이 단 회장에게로 넘어가면서부터 해성산업의 지분 매입 행보가 활발해졌다. 해성산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제지 주식 22만72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5.63%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단 회장에 이은 한국제지 2대주주다.

해성산업의 잇단 지분 매입으로 단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제지 의결권이 25.36%까지 높아졌다. 해성산업이 대를 이어 오너 일가 지배력 구축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3세 승계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성그룹은 현재 해성산업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첫 단계로 제지 사업 부문만 따로 떼어내 신설법인 ‘한국제지’를 세울 계획이다. 5000억원대 자산을 가진 100% 자회사가 생기면서 지주비율 50%를 달성, 지주사 성립 요건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장에선 그동안 기계적으로 진행돼왔던 3세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단우영 부회장과 단우준 사장은 ‘데칼코마니’에 비견될 정도로 동일하고, 균형에 맞춰 승계 절차를 밟아오고 있다.

1979년생과 1981년생으로 두 살 터울인 형제는 어려서부터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두 형제는 나란히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졸업 후에는 똑같이 삼일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2008년 장남이 먼저 경영 수업을 시작했고 곧 차남도 그룹에 합류했다.

독자적 분담?
유리한 장남

단 회장은 동일하게 기회를 열어줬다. 일찍이 사업 영역을 분리해 독자경영 기반을 마련해주는 여타 그룹사들과 달리 두 형제는 항상 같은 시험 무대에 섰다. 이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제지와 계양전기, 해성산업, 해성디에스 등 핵심 계열사의 사내이사로서, 이사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두 아들이 양쪽에서 아버지를 보좌하고 있는 형국이다.

담당 업무만 다르다. 명목상 단우영 부회장이 운영 총괄을, 단우준 사장은 전략 총괄을 맡고 있다. 제지와 산업용품, 반도체 등 사업 성격이 전혀 다른 전 영역에 걸쳐 3세들이 공동 경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독자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주사 전환 목적은 1차적으로 각 사업 부문별 특성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해 조직 효율성과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에 전문 경영 시스템 도입 없이 기존의 3세 공동 경영 방식을 고수할 경우, 지주사 전환에 대한 명분을 잃어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고 더 나아가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결국 오너 일가 맞춤형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행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인수한 백판지 전문기업 ‘세하’ 이사진 구성 현황이 그 증거다. 단 회장은 두 아들 중 장남인 단우영 부회장에게만 등기임원 자리를 허락했다. 여기에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내줬다. 이전까지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 자리는 단 회장 몫이었다. 유일하게 그 권한을 장남에게 넘겨준 셈이다.

‘데칼코마니’ 형제 행보…항상 같은 시험대
보수적인 일가 장남 유리? “속단은 이르다”


반면, 둘째 단우준 사장은 세하 미등기임원으로 전략 총괄 업무만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성그룹은 향후 단 회장과 두 아들이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두루 경영하는 구도로 움직일 것”이라며 “당장 물리적인 계열분리나 승계 작업이 진행되지는 않더라도 후계자들이 독자경영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조성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남인 단 부회장이 차남에 비해 승계를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적인 해성그룹 일가에서 ‘장남’이라는 지위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데다 2011년 단 부회장이 출시를 직접 진두지휘한 복사지 ‘밀크(milk)’가 대성공을 거두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단 부회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2008년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한국제지에 입사했다. 전무로 승진한 직후인 2011년에는 직접 수차례 소비자 조사를 나가는 등 8개월간의 준비 끝에 밀크라는 복사지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다.

단 부회장은 보수적인 제지기업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네이밍 업체와 협력하는 한편 해성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해성여고 학생 등 젊은 고객층을 두루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밀크는 출시 1년 만에 점유율 45%를 달성하며 복사지 시장 1위를 달성했다.

더불어 그룹의 지주사격인 해성산업의 지분 역시 근소하기는 하지만 단 부사장이 동생인 단우준 전무보다 0.15%포인트 앞서있다.

속단은 금물
가능성 다양

재계에서는 해성그룹 3세 경영승계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점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단재완 회장이 형제간 공동경영 체제를 만들지, 실적에 따라 한쪽으로 지분을 몰아줄지, 아니면 한국제지 및 해성산업 등 주요 계열사는 형 단우영 부회장에게 주고 계양전기, 해성MDS 등 전기, 반도체 계열은 동생 단우준 전무에게 나눠줄지 알 수 없으며 현재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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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