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①안동 가일서가

책과 한옥이 만드는 아름다운 날들

평소 마음에 둔 책 한 권 들고 대청마루에 앉는다. 살랑거리는 가을바람 벗 삼아 책장을 넘긴다. 잠시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한옥 마당을 내다보고, 마당 위로 열린 하늘도 바라본다. 그러다 깜빡 졸아도 좋다. 앉아 있기 싫으면 스르르 마루에 누워도 괜찮다. 이런 가을날의 호사를 누리러 안동 ‘가일서가’에 갔다.

가일서가는 안동 권씨 집성촌 가일마을에 있는 한옥 책방이다. 아름다울 가(佳)에 날 일(日)을 쓰는 마을 이름은 ‘따사롭고 아름다운 햇빛이 드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가일의 사전적 의미는 ‘날씨나 일진 따위가 좋은 날’이다. 이래저래 기분 좋은 마을 이름을 따 책방도 가일서가라 했다.

문화 공간

좁은 마을 길 끝자락에 고풍스러운 한옥 두 채가 나란히 서 있다. 경북 안동시 문화유산 노동서사와 노동재사다. 노동서사는 1770년에 조선 후기 학자 권구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이고, 노동재사는 유생들이 숙소로 쓰던 건물이다. 1919년에는 가일마을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권오설이 이곳에 원흥학술강습소를 열고 교육 활동을 펼쳤다.

그 뒤 100년이 흐른 2019년, 가일서가가 문을 열었다. 책방지기 부부는 팍팍한 도시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바람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안동에 내려와 빈 한옥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노동재사를 만났고 ‘바로 여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문중 어르신의 허락을 받고 노동재사에 작은 책방을 열기로 했다.

부부는 한동안 비어 있던 노동재사를 직접 보수했다. 우선 ‘ㅁ 자형’ 집에서 대청마루와 이어진 큰방을 책방으로 정했다. 천장에 덧씌워 있던 패널을 모두 떼어 서까래가 보이는 원래 한옥 상태로 되돌리고, 나무로 서가를 짜 넣었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대청마루는 광나게 닦고 또 닦아 지금은 책방의 자랑이 됐다. 대청마루에서 보이는 네모난 마당에는 커다란 돌을 가져다 깔았다. 가치 있는 노동 끝에 노동재사가 가일서가로 다시 태어났다.


인터넷 서점에서 편하게 책을 사는 세상에 굳이 시골 책방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터넷 서점이 결코 주지 못하는 특별한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일서가에는 책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책방지기 부부가 마음을 담아 고른 책이다. 오래 두고 읽어도 좋은 책,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책,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 위주로 선정한다. 책에는 책방지기가 감상과 소개가 자필로 적혀 있다. 짧은 글이지만 책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책방지기와 방문객이 교감한다. 작은 책방이 주는 특별함이다.

안동 가일마을에 있는 한옥 책방
가을바람 벗 삼아 넘기는 책장

가일서가는 지역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공간을 꿈꾼다. 뜻 맞는 사람들과 전시회, 토크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6월에는 안동 대표 로스터리 카페 ‘396커피컴퍼니’와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외양간을 개조해 커피 내리는 아담한 공간으로 삼았다. 지금도 주말이면 커피를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이곳에서 396커피컴퍼니의 원두로 커피를 내린다. 대청마루에 앉아서 보는 커피 내리는 모습이 운치 있다. 

지역 아이들과 함께하는 글쓰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들의 글을 모아 <나를 쓰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향후 꾸준히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가일서가에서 준비한 질문지를 뽑아 자기 생각을 담은 책을 엮어본다. 대청마루에 앉아 에코백도 만들 수 있다. 가일서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는 수~금요일은 예약제, 토·일요일은 자유롭게 방문 가능하다(월·화요일 휴무).

가일서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한옥 건축물이 있다. 보물로 지정된 안동 체화정은 뒤에 산이, 앞에 연지가 펼쳐져 한 폭의 한국화를 완성한다. 1761년 이민적이 세운 곳으로, 형과 함께 머물며 형제애를 돈독히 했다고 알려진다. 체화라는 이름도 형제의 두터운 우애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체화정 앞 연지에는 신선 사상과 음양론 등을 반영한 인공 섬이 세 개 있는데, 이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한다. 연못을 따라 찬찬히 산책하기 좋다. 정자 옆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울 때 최고 절경을 자랑한다. 

풍산 류씨가 대를 이어 살아온 집성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한국의 역사마을’로 등재된 하회마을도 방문해보자. 골목을 따라 기와집과 초가집이 이어진다. 양진당, 충효당, 옥연정사, 염행당 고택, 양오당 고택 등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이 많아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조선 시대에 맞은편 부용대의 거친 기운을 완화하기 위해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어 조성했다는 만송정 숲(천연기념물)도 놓치지 말자.


하회마을

낙동강변에 조성한 마애솔숲공원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수려하다. 강변을 따라 걷다가 벤치나 정자에 앉아 호젓하게 쉬기 좋다. 공원을 조성할 때 구석기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돼 마애선사유적전시관을 건립했다. 전시관에서 발굴 유물과 구석기시대 문화상을 살펴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하회마을→가일서가→체화정→마애솔숲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하회마을→가일서가→체화정→마애솔숲공원 
둘째 날: 영호루→안동찜닭골목→신세동벽화마을→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가일서가 www.instagram.com/gail_bookshelf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
- 안동하회마을 www.hahoe.or.kr
- 마애선사유적전시관(안동시시설관리공단) www.andongsisul.or.kr:452/coding/sub4/sub6.asp

문의 전화
- 가일서가 010-6713-6722
- 안동관광 054)840-3433
- 안동하회마을 054)852-3588
- 마애선사유적전시관 054)850-4615 

문의 전화
[버스] 서울-경북도청,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6:40~19: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회(07:00, 12:20, 18:2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경북도청시외버스 정류장에서 976-2번 일반버스 이용, 가곡리 정류장 하차, 가일서가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안동시버스정보시스템 www.kobus.c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서안동톨게이트→예천·경북도청 방면 좌회전→경서로→하회마을·경북도청 방면 오른쪽→도청대로→지하차도 오른쪽 옆길→신도시교차로에서 하회마을·병산서원 방면 좌회전→가곡로→가일선원길 방면 좌회전→노동길 방면 좌회전→가일서가

숙박 정보
- 락고재 안동하회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풍천면 하회강변길, 054)857-3410 
- 죽헌고택(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서후면 태장죽헌길, 010-5217-2174 
- 케이스호텔 안동점(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안동시 강남2길, 054)857-0007

식당 정보
- 풍전(풍전프렌치브런치): 풍산읍 안교1길, 054)858-4036
- 황소곳간(불고기전골): 풍산읍 풍산태사로, 054)843-1002
- 탈빙고(빙수): 풍천면 전서로(하회세계탈박물관 1층), 010-8582-2938 

주변 볼거리
안동 병산서원, 하회세계탈박물관, 안동 봉정사,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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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