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즐기는 액티비티 ④인제스피디움

서킷을 질주하는 짜릿한 쾌감

나 홀로 즐기는 가장 짜릿하고 모험적인 액티비티는 단연 카 레이싱이 아닐까. 운전석에 앉아 서킷(레이싱 트랙)을 시속 200㎞로 내달리면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저 멀리 달아난다. 강원도 인제에 자리한 인제스피디움은 최고의 스피드를 만끽하는 곳이다. 총연장 3.908㎞ 서킷이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짜릿한 레이싱을 경험할 수 있다. ATV레저카트장과 인제스피디움클래식카박물관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서킷이 내려다보이는 4성급 호텔과 콘도가 있어 한여름 가족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인제스피디움 정문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면 정면으로 컨트롤타워와 피트빌딩이 보인다. 피트빌딩 앞에는 화려하게 꾸민 자동차들이 있다. 왼쪽 위로 선수와 관객을 위한 숙박 시설인 호텔과 콘도가 자리한다. 콘도 앞 전망 포인트에서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북한 응원단이 인제스피디움에 묵었는데, 당시 북한 응원단 방문을 기념하는 상설 전시관이 피트빌딩에 있다. 응원단이 남긴 메시지와 그들이 두고 간 담배 등이 흥미롭다.

다양한 부대시설

서킷은 앨런 윌슨(Alan Wilson)이 디자인했다. 그는 전 세계 20여 개 서킷을 디자인했으며, 국제자동차연맹의 트랙 품질과 안전성 등 국제 규격을 준수해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설계했다. 강원도 산악 지형을 최대 활용한 폭 12~17m 서킷에는 좌, 우, 고속, 저속, 내리막, 오르막 등 19개 코너와 40m 고저 차이를 이용한 다이내믹 업·다운 구간을 적절히 배치했다. 또 초원과 황무지, 호텔, 콘도, 관중석 등 다양한 구간을 통과한다.

인제스피디움은 국내외 자동차경주가 열리는 경기장이자,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번쯤 찾고 싶은 레저 시설이다.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는 일반인을 비롯한 아마추어 레이서도 서킷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킷에 나가려면 이론 교육 90분과 실전 주행 30분을 이수하고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한다. 실전 주행은 전문 레이서가 운전하는 세이프티 카를 따라 주행하는 것으로, 안전하게 서킷을 완주하기 위한 실습이다. 서킷 라이선스를 소지한 사람은 스포츠 주행이 있는 날에 본인 자동차로 서킷을 주행할 수 있다. 라이선스 유효기간은 1년이며, 해마다 갱신 가능하다.

경험이 많은 아마추어 레이서는 서킷에서 보통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린다. 관람석에서 이들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거대한 엔진 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뛰고 팔뚝에 소름이 돋는다. 이 경험을 시작으로 자동차경주에 빠져드는 이가 많다고 한다. 피트에서 정비 중인 자동차를 구경하는 일도 흥미롭다. 하나같이 시트를 모두 떼어냈는데, 이는 무게를 최소화해 속도를 향상하기 위해서다.


주행에는 관심이 있지만, 아직 초보라서 겁이 난다면 서킷부터 체험해보자. 서킷택시는 전문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하는 프로그램이다. 1인부터 3인까지 동반 가능한 차량을 이용해 개인은 물론 가족 단위로 서킷 주행을 즐긴다. 서킷에 맞게 개조한 레이싱 카를 이용해 3.908㎞ 풀코스를 달리며, 레코드 라인(서킷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낼 수 있는 주행 라인)도 배울 수 있다. 서킷사파리는 전문 레이서가 운전하는 선두 차량을 따라가며 서킷을 완주하는 프로그램이다. 자동차경주장의 풍경을 즐기며 레이서가 된 기분을 만끽한다. 가족 단위 이용도 가능하다.

최고의 스피드 만끽하는 곳
일반인도 레이싱 경험 가능

차량 주행이 부담스럽다면 서킷카트에 도전해보자. 최고 시속 70㎞에 불과하지만, 뻥 뚫린 카트의 구조 덕분에 체감 속도는 150㎞에 이른다. 운전면허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인제스피디움을 찾았다면 ATV레저카트가 좋다. 혼자 탈 수 없는 아이를 위해 보호자가 동승하는 전동 카트도 있다. 아찔한 코너링과 짜릿한 질주를 경험하며 카트를 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양한 부대시설이 인제스피디움 여행을 더욱 즐겁고 알차게 만든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그랜드스탠드 뒤쪽에 자리한 인제스피디움클래식카박물관을 놓칠 수 없다. ‘네오클래식’을 콘셉트로 꾸민 박물관에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킹스맨〉 〈로마의 휴일〉 〈나쁜 녀석들〉 등의 장면을 재현한 공간을 배경으로 1950~ 1990년대 생산된 다양한 클래식 카가 전시돼 있다.

‘독일의 국민차’ 비틀을 지나면 ‘영국 차의 전설’ 미니가 나타난다. 피에스타 옐로가 돋보이는 로버미니, 영국을 상징하는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이 멋스러운 로버미니,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협업해 한정 생산한 파란색 로버미니 폴스미스에디션이 보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영화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몰던 알파로메오스파이더, BMW 3시리즈의 모태가 된 뉴클래스 02시리즈 1502, 캐딜락의 쿠페 엘도라도 역시 눈길을 끈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원대리 속삭이는자작나무숲이 가깝다. 원래 소나무 숲이었는데 솔잎혹파리 피해를 받아 벌채하고, 1989~1996년 138㏊에 자작나무 약 70만 그루를 심었다. 입구에서 탐방로 따라 한 시간쯤 올라가면 자작나무 41만 그루가 있는 숲을 만난다. 껍질이 은빛으로 빛나는 높이 20~30m 자작나무가 빼곡하다. 마치 유럽 어느 나라에 온 기분이다. 심호흡하면 상쾌한 숲 내음이 밀물처럼 가슴 가득 들어온다. 나무껍질을 쓰다듬으면 매끄러운 질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자작나무로 만든 인디언 집이 있는 전망대까지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초등학생 이상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자작나무는 순우리말이다. 나무껍질이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초가 없던 시절에는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속삭이는자작나무숲 탐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3시이며, 월·화요일은 숲을 보호하기 위해 탐방을 통제한다.


속삭이는자작나무숲

인제 여행은 설악산 끝자락 필례계곡에 있는 필례약수에서 마무리한다. 탄산 약수가 솟아나는 곳으로, 피부병과 위장병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철분이 많아 한 모금 마시면 비릿한 맛이 입가에 남는다. 조선 시대부터 영동과 영서를 잇는 길목에 있는데, 가을이면 단풍이 붉게 물든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인제스피디움→필례약수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인제스피디움 
둘째 날: 원대리 속삭이는자작나무숲→필례약수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인제스피디움(서킷, 호텔, 콘도) www.speedium.co.kr
- 산림청(원대리 속삭이는자작나무숲) www.forest.go.kr
- 이제, 인제(인제문화관광 홈페이지) tour.inje.go.kr/tour

문의 전화
- 인제스피디움(서킷, 호텔, 콘도) 1644-3366
- 인제국유림관리소(원대리 속삭이는자작나무숲) 033)460-8014
-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1 

대중교통
[버스] 서울-인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1회(06:30~19:50) 운행, 1시간30분~2시간 소요. 인제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인제·현리 방면 버스 이용, 하답교 정류장 하차, 인제스피디움까지 도보 약 3㎞.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인제시외버스터미널 033)463-2847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IC→인제·설악산국립공원(점봉산지구) 방면→내린천로→기린로→내린천로→설악산국립공원(점봉산지구)·한계령·귀둔리·인제스피디움 방면→상하답로→인제스피디움 

숙박 정보
- 인제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인제읍 인제로187번길, 033) 461-4035
- 방태산자연휴양림: 기린면 방태산길, 033)463-8590
- 맑은물리조트: 기린면 내린천로, 033)463-8703 
- 하늘내린호텔: 인제읍 비봉로, 033)463-5700 
- 호텔스카이락: 인제읍 비봉로, 033)462-5551

식당 정보
- 옛날원대막국수(막국수):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033)462-1515 
- 고향집(두부전골):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7391
- 자작나무집(민물매운탕):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033)462-1357 

주변 볼거리
합강정, 엑스게임리조트, 만해마을, 백담사,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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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