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만나는 '칸의 여왕' 전도연

“배우로선 성공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전도연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배우 전도연과 연기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은 하나같이 전도연의 상대역이 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연기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맡은 인물의 본질을 찾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전도연은 글자로 적힌 인물의 내면을 오롯이 구현해내고야 만다. 깊고 풍부한 감정의 파편을 포착해내는 배우 전도연이 5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다. 허진호 감독의 연출작 JTBC 토일드라마 <인간실격>이다. 

영화 <무뢰한>을 본 후 이동진 평론가는 한 줄 평을 이렇게 남겼다.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 

그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작품을 진단하는 평론가로부터 이 같은 평가를 받는 배우가 또 누가 있을까. 이 평론가는 <무뢰한>에서 배우 전도연은 퇴물이 된 술집 여인 혜경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사랑의 설렘을 느끼는 동시에 점점 나락으로 치닫는 한 여인의 절박함, 그리고 그 사이 빚어지는 갈등에서의 분노, 안으로 삭아 들어가는 참담함까지 표현했다고 했다. 

극한의
리얼리즘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력은 평가마저도 예술적으로 바꿔내는 듯하다.

<무뢰한>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술집 여자 혜경은 희망처럼 찾아온 한 남자가 사실은 경찰로 전 남자친구였던 살인범을 잡기 위한 도구로밖에 자신을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절망하는 인물이다.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는 평생 경험하기 힘든 삶을 몸소 체험하는 인물이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인해 온전히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당당했던 첫 장면부터 너무 안쓰러워 쳐다보기도 힘든 처지에 이른 마지막 장면까지, 전도연이 만든 혜경은 극한의 리얼리즘을 갖고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인물을 추측으로 풀어내는 건 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전도연에게 주어진 배역은 언제나 상상하기 힘든 최악의 사건과 갈등이 즐비했다. 어떤 험난한 상황과 내면적 고통이 주어지더라도 전도연은 늘 마치 그 인물이 우리 옆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연기했다. 

전도연의 연기 인생은 한 잡지사의 상품을 받기 위해 간 자리에서 모델로 발탁되면서 시작한다. 애초에 연기자의 꿈이 그리 크지 않았던 10대 시절 전도연은 톡톡 튀는 외형과 밝은 에너지로 광고모델을 거쳐 연기자로서도 비교적 쉽게 데뷔한다. 

이름이 크게 알려지기도 전에 영화 <접속>에 캐스팅돼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 뒤 엄청난 흥행을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 각인시킨다.

할리우드나 홍콩영화에 밀려 한국영화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절 <접속>의 누적 관객 기록은 한국영화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도연이 매우 뛰어난 연기를 하는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한 작품은 <해피엔드>부터다.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다 걸린 뒤, 결국 남편의 복수심으로 인해 상해를 당하는 내용의 이 작품에서 그가 보인 애정은 리얼리즘 그 자체였다.

다양한 애정신에서 그가 보인 얼굴은 이전에는 없었던 현실성이 담겨있었다. 이기적인 언행조차 공감되게 이끌었으며, 표현하기 어려운 쾌락의 영역 또한 온몸으로 구현했다.


JTBC 10주년 특집 <인간실격> 주인공
<굿와이프> 이후 5년 만 드라마 복귀

전도연은 <해피엔드>를 기점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비로소 인식했다고 한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촬영 전에는 그가 연기한 보라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촬영 말미에서야 비로소 그의 마음을 알았다면서 처음으로 배우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전도연의 작품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영화 <밀양>에서는 결혼 전이었음에도, 한 아이의 엄마로 나와 극단적인 모성애를 표현했다. 

<밀양>의 신애는 신을 빌미로 장사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이상한 시스템 때문에 상처받고 점점 미쳐가는 인물이었다. 괴로움을 겪다 희망을 찾았다가 밀려오는 배신감으로 분노하고 급기야 광기로 이어지는 신애의 변천사를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고 완벽히 표현한다.

문화의 본고장인 유럽의 영화인조차 감동하게 한 연기력이었다. 

아시아권에서도 손에 꼽히는 업적을 남긴 후, 영화인 누구나 전도연이 대작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그가 향한 곳은 저예산 영화 <멋진 하루>였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를 갑작스레 찾아와 다짜고짜 300만원 가까이 되는 빌린 돈을 갚으라고 땍땍거리는 희수를 연기했다. 

다소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전도연에게는 그리 어려운 미션이 아니었다. 시나리오가 가진 비현실성이라는 여백을 전도연이 충분히 있을법한 인물로 채워낸다. 그 과정에서 배우 하정우와 함께 일으키는 연기적 시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전도연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고인이 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에서 그는 파출부였지만, 주인집의 가장 훈(이정재 분)과 애정을 통해 계급 상승을 노리는 은이를 연기했다.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모든 것이 불가능한 욕망에 불과했던 것으로 점철되는 내용의 <하녀>에서 전도연은 또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선을 드러냈다.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하녀>가 이토록 회자되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까. 

도전의 연속
필모그래피

매 작품 인간의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오롯이 끌어내는 그다 보니, 전도연에게는 점점 어둡고 무거운 작품만 밀려오게 된다.

10일 안에 목숨을 구해야 하는 남자와 손을 잡은 사기 전과범이었던 <카운트다운>,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에 순진하게 마약을 싣고 가다 10년 동안 가족과 생이별했던 <집으로 가는 길>, 말 그대로 전도연이 어떤 여배우인지 보여준 <무뢰한> , 우연히 알게 된 새로운 남자와 사랑에 빠진 뒤 저돌적으로 돌진한 <남과 여>, 우리에게 여전히 아픈 상처인 2014년 4월의 사건을 재구성한 <생일>까지, 전도연에게는 늘 어렵고 고된 삶을 사는 인물이 주어졌다.


연기하기 어렵고 힘든 작품을 피하고 싶었던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비상선언>으로 비교적 가벼운 톤의 상업 영화에 출연한다. 아무리 톤이 가볍다 해도, 전도연이 스크린에 등장하면 공기는 전도연의 내음으로 바뀌어버리지만, 그간 전도연이 걸어온 필모그래피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그런 전도연이 다시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인물을 연기한다. JTBC 드라마 <인간실격>에서다. JTBC 10주년 특집 <인간실격>은 다소 무거운 작품이다. 출판사의 작가에서 모든 걸 잃은 40대 여인과 20대임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무겁고 어려운 작품을 피해 계속 기다리다가 만난 작품”이었다고 밝힌 전도연은 “어둡지만,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4회까지 공개된 이 작품에서 전도연은 다시 깊은 우울감을 그려낸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부정은 꽤 잘나가는 출판사의 작가였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통째로 빼앗긴 후 호텔에서 파출부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자신의 삶을 앗아간 정아란 작가(박지영 분)에게 악성 댓글을 남기고 경찰 조사를 받기도 한다. 복수심과 분노가 지나치게 넘쳐 극도의 우울함에 빠져 있다. 자신을 아니꼽게 보는 시어머니(신신애 분)와 악을 쓰며 싸우기도 한다.

우울한
낙오자


고부간에 낀 남편은 어떻게든 중간다리 역할을 해보고자 하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할 뿐 현명하지는 않다.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남은 게 하나도 없는 인생이라 여기고, 목숨을 던지려 용기를 내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그나마 부정을 극진히 아끼는 아버지(박인환 분)가 있지만, 그저 미안한 존재일 뿐이다. 

숨은 붙어 있지만, 마음이 오롯이 작동하지 않는 아픈 인간을 공감되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 겨우 초반부임에도 전도연은 엄청난 열연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어린 나이부터 배우로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쌓은 그가 사회의 낙오자인 부정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다. 국내 수많은 여배우의 롤모델이자, 창작자라면 누구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전도연 아닌가.

그런 그가 인생의 반을 살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는 부정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사람들이 제게 ‘너가 부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고 질문했어요. 부정은 꽉꽉 닫혀있는 인물이거든요. 그 인물의 마음을 어떻게 열어갈지 걱정이 너무 됐었어요. 부정을 알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고요. 촬영하면서 조금씩 부정의 마음을 알아간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명백하게 ‘인간 실격’이라고 규정지은 적은 없어요. 그럼에도 제게는 배우로서의 삶 외에 다른 삶도 존재해요. 다른 쪽의 삶을 생각해보면 완성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여전히 그 여백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방영 전에 모든 촬영을 마친 <인간실격>은 공개되기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영화 위주로 작품활동을 해오던 전도연의 5년 만의 복귀작이기도 하고, 상대역이 청춘을 대표하는 류준열인데다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만든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기 때문이다.

본질 찾아 늘 치열하게 싸우는 ‘연기 달인’
“나 역시 부족한 사람, 노력으로 채워가요”

특히 전도연의 복귀작이라는 데 대중의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 기대감이 만족감으로 채워지기에, 충분한 초반부다.

연기력에서 경지에 오른 전도연은 어떤 상황에서든 여유 있게 대처할 듯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인물의 본질을 찾기 위한 그의 치열한 싸움이 있다. 상대역인 류준열은 전도연 덕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전도연이 연기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전도연 선배님을 보면 연기 달인으로서 굉장히 여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촬영하는 동안에 괴로워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제가 경력은 얼마 안 되지만, 촬영장에서 여유를 찾은 부분이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점검하게 되고 초심을 되찾는 계기가 됐어요.”

현장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뛰어난 연기력의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듯하다. 전도연이라는 이름은 많은 남자배우의 캐스팅 이유가 되기도 한다. <멋진 하루>의 하정우나, <무뢰한>의 김남길, 이번 <인간실격>의 류준열조차도 전도연의 상대역이라는 것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됐다.

그저 전도연과 한 번 연기해보는 것이 목적이 된 셈이다. 빠른 호흡으로 자극적인 사건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요즘 국내 드라마계에서 트렌드로 통용된다. 하지만 <인간실격>은 처음부터 느리며, 호흡도 길다. 장면이 빠르게 넘어가서 눈을 사로잡기보다는, 한 곳을 지긋이 바라보며 깊은 감정을 염탐하는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전도연에게도 상대역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듯 보인다.

“저는 준열씨가 이 작품 안 할 줄 알았어요. 남자 배우들은 대체로 크고 화려한 작품을 하고 싶어 하잖아요. 강재를 준열씨가 연기한다고 했을 때 의외였어요. 그래서 초반 촬영할 때 스태프들에게 ‘우리 잘 어울려?’라고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이제 드라마는 서서히 속도를 낸다. 초반 던져진 갈등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부정은 여러 고난에 정면으로 부딪힐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전도연이 그려내는 희망이 무엇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설렘
희망

“이 작품에는 설렘이 있어요. 벼랑 끝에 서 있는 부정이 한 남자를 만나면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거든요. 실격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이 안에는 내가 있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요. 사건이 크고 미사여구가 화려하진 않지만, 인간이 느끼는 풍부한 감정이 오롯이 살아 있는 작품이에요. 역경 속에서도 힘을 내고 용기를 내는 부정을 시청자분들이 응원해주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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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