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대선판 뒤흔든 출구 없는 블랙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야권 대선 지지율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흔들린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해당 의혹은 대선판을 뒤흔들 만큼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검찰개혁 목소리가 높아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은밀한 움직임을 보였다. 누군가를 고발하기 위함이다. 작성된 고발장은 실명이 다 드러난 채 유출돼 어딘가로 전달됐다. 

누가 유출?
보이는 경로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온라인 매체 <뉴스버스>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시절 의혹을 제기한 인물을 고발하도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고발 대상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MBC 기자 등 성명 불상자를 포함한 11명이다. 고발장 속 피해 대상은 윤 전 총장 본인, 아내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이다. 

당시 여권 인사와 후보들은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윤석열 심판을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은 윤석열 수호로 맞섰다.
이에 따라 손준성(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검사가 고발장을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건네 고발하게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사정보정책관은 총장의 비서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참모로 분류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고발장은 열린민주당 최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쓰인 4월8일 고발장이다. 

고발장이 작성된 4개월 뒤 그해 8월 미래통합당이 최 대표를 고발했다. 현재 지난해 4월8일 고발장과 8월에 작성된 고발장이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고발장은 현직 판사와 검사만 볼 수 있는 실명 판결문까지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현재 김 의원은 SNS 캡쳐 화면 등 100건이 넘는 자료를 전달받아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텔레그램 속 대화 내용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가장 큰 핵심 관건은 윤 전 총장의 개입이다. 해당 의혹은 검찰개혁과 검찰총장 간의 대립 속에서 윤 전 총장이 직접 고발할 경우 보복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던 사안으로 풀이된다.

당사자들 전부 의혹 전면 부인
정치권 강타한 메가톤급 타격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고발을 직접 사주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전 총장에게는 대선주자로서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손 검사가 고발장을 직접 작성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해당 고발장의 고발인이 비워져 있어서다. 이 의혹도 사실로 확인되면 검찰이 정치보복을 위해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게 사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혹이 불거지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대검찰청에는 제보자에 의해 공익신고서도 제출됐다. 

또 대검 감찰부는 당시 손 검사가 사용했던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컴퓨터에 고발장 관련 파일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대검은 강제수사 전환을 전제로 연구관을 대폭 증원할 예정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관련 의혹들을 일괄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자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검토 중이다. 전날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 점을 미루어 보아 수사 착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됐다고 여겨진 인물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자료를 김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횡설수설
오락가락

그러나 손 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에 등장하는 이름 등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손 검사의 개입 여부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손 검사가 부인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장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총선 선거운동에 집중하느라 자신에게 제보되는 많은 자료에 대해 검토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뉴스버스> 기사에 나온 화면 캡처 자료에 의하면 제가 손 검사에게 파일을 받아 당에 전달한 내용으로 나와 있다”며 “정황상 제가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했을 수 있지만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고 명의를 차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맹탕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고발 사주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김 의원이 구체적인 진위에 대해 말이 바뀌고,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사실상 의혹만 더 키워서다. 

김 의원은 최초 보도 전날인 지난 1일 <뉴스버스>와의 통화에서 최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과거와는 다른 해명이었다. 

개입 의혹을 받는 윤 전 총장도 해명에 나섰다. 그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출처가 없으면 괴문서”라며 “누가 작성했는지 나와야 증명이 된다. 이는 정치공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제보자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대검에 고발하라고 한 게 사실이라면 제보자가 근거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켜?
말아?

윤 전 총장은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 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제보자로 지목된 인물은 조모씨다.

조씨가 제보자로 의심받은 이유는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지낸 이력과 김 의원과 함께 ‘N번방 사건 TF(태스크 포스) 대책위’를 함께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성 공격이 잇따르자 조씨는 자신은 제보자가 아니라고 입장문을 내놓으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연일 제보자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자 결국 지난 9일 자신이 공익제보자라고 밝힌 인물이 JTBC와 가진 인터뷰서 “김 의원에게 자료를 받은 사실을 제보했을 뿐 정치공작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김 의원에게 당시 자료를 받은 것은 맞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고발 사주 의혹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여당은 당 지도부를 포함해 대선후보들까지 나서 총공세를 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김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만 반복하는 맹탕 기자회견을 했고 윤 전 총장은 난폭 기자회견을 했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정치공작을 누가 했다는 것인지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며 “국민의힘 의원이 전달한 것 같은데, 정치공작을 국민의힘이 했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야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야당은 대검이 김 의원 기자회견 직전 언론에 고발 사주 의혹을 제공한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지정한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형적인 정치공작 프레임?
핵심은 윤석열 개입 여부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건넨 인사를 대검이 전광석화로 공익신고자로 만들었다”며 “며칠 만에 초특급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자칫 당이 당할 수도 있는데, 당이 특정 후보를 위해 나서는 것은 난센스”라며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당의 파상공세에 정치공작 프레임이라고 규정해 맞불을 놓고 있다. 당내에서는 윤 전 총장을 보호하려다 당이 함께 위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일단은 윤 전 총장 엄호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진상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공명선거추진단을 운영하기로 의결했다”며 “단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뒤 하루 만에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보폭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윤석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논란에 비해 현재 사안이 검찰의 정치공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 때문이다.

핵심은
개입 여부

아직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는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손 검사 혼자서 했을 리가 없다”며 “총장 부부의 일과 아내의 경제활동까지 법적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 법리검토까지 한 뒤 고소장에 담는 행동은(윤 전 총장에게) 확인 없이 고소장 형식으로 외부에 보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제보자 쪽으로 시선이 쏠리며 핵심 본질이 흐려졌다”며 “중요한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의 이상한 언론관

고발 사주 의혹과 더불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정치공작을 하려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내 대선주자들도 윤 전 총장 비판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마이너 언론은 마치 공신력 없는 것 같이 표현한 것 자체가 굉장히 비뚤어진 언론관”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특권의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정치공작을 할 거면 처음부터 메이저(언론)로 치고 들어가지 왜 인터넷 매체를 동원해서 정치공작을 하냐고 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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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