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2.7℃흐림
  • 강릉 23.3℃흐림
  • 서울 24.6℃
  • 대전 26.0℃구름많음
  • 대구 22.0℃구름많음
  • 울산 23.2℃구름많음
  • 광주 24.7℃흐림
  • 부산 25.2℃구름많음
  • 고창 27.7℃흐림
  • 제주 26.4℃구름조금
  • 강화 22.6℃흐림
  • 보은 24.5℃구름많음
  • 금산 25.3℃구름많음
  • 강진군 26.5℃구름많음
  • 경주시 22.1℃흐림
  • 거제 23.5℃구름많음
기상청 제공

1342

2021년 09월27일 15시15분


<추석특집> '내 땅에 모르는 산소가?' 2021 분묘 분쟁 천태만상

URL복사

조상님 앞에 두고 멱살잡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우리나라는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분묘’를 만들어 땅에 매장했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진 관습이자 전통이다. 과거와 다르게 최근 화장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탓에 땅 주인과 분묘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벌초를 하며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춘다. A씨도 추석 전 벌초를 하려고 고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게 어렵게 되자 일부만 모여 벌초라도 하자는 마음에 아버지를 모신 분묘에 방문한 것이다.

전통이냐 
재산이냐

아버지를 모신 선산에는 여전히 녹음이 우거졌다. 바쁜 생활로 자주 오지 못한 탓에 아버지의 묘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A씨는 자녀와 함께 묘의 풀을 베어내고, 근처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낯선 사람이 A씨에게 찾아와 말을 걸었다. A씨에게 찾아온 사람은 얼마 전 아버지 묘가 있는 토지를 구입한 새로운 소유자였다. 소유자는 A씨에게 토지 주인이 바뀌었으니 이장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조상들을 모신 곳이라 이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유자는 이장이 불가하면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전 까지 그런 경우가 없다며 소유자와 말다툼을 벌였다. 

2019년 제주도에서는 세입자와 벌초를 하려고 찾아온 가족에게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 당일 B씨와 가족은 고조할머니 산소를 벌초하기 위해 세입자의 집 인근을 찾았다. 당시 고조할머니의 산소는 세입자의 집 옆에 마련됐다.

B씨의 고조할머니 묘는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B씨 가족에 따르면 세입자는 B씨 고조할머니 산소를 무연고 산소로 면사무소에 신고했다.

세입자는 B씨 가족이 1년 전 벌초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입자는 신고 뒤 나무를 잘라 고조할머니 산소가 보이지 않도록 덮어놨다.

B씨 아버지는 산소의 모습을 보고 세입자에게 따졌다. 이에 세입자 B씨 아버지와 세입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B씨 가족은 산소에 쌓인 나무를 치우겠다며 트럭을 몰고, 집 안마당까지 들어와 주차 시비로도 이어졌다. 격분한 세입자는 창고에서 ‘전기톱’을 들고 와 B씨에게 휘둘렀다. 

B씨는 전기톱을 든 세입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톱은 B씨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 결과 B씨의 오른쪽 다리의 신경과 근육이 절단돼 전치 20주의 부상을 입었다.

분묘를 둘러싼 갈등은 또 있다. C씨는 2014년 본인이 소유했던 땅에 조상 분묘를 한 관리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했다. 당시 C씨는 경매를 통해 토지를 샀다. 하지만 해당 토지에는 관리자의 조부와 부친 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남 땅에 조상묘’ 분묘기지권 갈등 빈번
“돈 내” “못 내”…대법 “사용료 내야”

C씨는 자신이 토지의 소유권을 갖게 돼 관리인이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자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분묘를 관리해 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선 사례들의 공통적인 갈등 원인은 ‘분묘기지권’에 있다. 분묘기지권이란 묘지를 보호, 관리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 위에 묘를 설치하는 게 가능한 관습법상 권리다. 

우리나라는 과거 부모가 사망해도 자신이 소요한 토지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소유한 토지에 묘를 설치하곤 했다. 이 때문에 조상을 섬기는 한국인의 관습이 인정돼 생긴 권리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토지 소유자가 바뀌어도 분묘를 개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사실상 지상권(남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유사한 물권인 셈이다. 몇 가지 요건만 충족된다면 타인의 토지에 분묘가 존재해도 개장할 필요가 없다.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묘를 설치한 사람과 약속을 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경우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마찰 등이 없이 점유한 경우와 같은 조건이 충족할 때 발휘된다.

다만 분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부에 실제로 시신이 안장돼있어야 한다. 만일 시신이 안장돼있는 경우라도 분묘라는 게 인식되지 않으면 분묘기지권 획득이 불가하다. 이에 새로운 분묘 설치, 합장 등을 할 수 없다.  

분묘의 존속 기간은 토지 소유자와 분묘 설치자 사이의 약정을 통해 정할 수 있다.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자가 분묘를 관리하는 기간 동안 해당 권리가 유지된다. 

바뀐 판례 
어떻게?

이 같은 이유로 분묘의 처분은 쉽지 않다. 토지 소유자는 분묘 개장(이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전 분묘 설치자나 권리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무연고 분묘로 분류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소 3개월 전 2개 이상의 일간 신문(중앙 일간 신문 하나 이상 포함)에 공고를 내야 한다. 

비슷한 방법으로는 관할시·도 등의 홈페이지와 일간 신문 1개에 공고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공고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토지 소유자는 분묘 권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장한 뒤 유골을 10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또 이런 사실을 관할 시청 등에 통보해야 한다.

이런 탓에 토지 소유자와 분묘 권리자 사이에 분쟁이 심화되자 법적인 장치가 마련됐다.  2001년 1월13일 이후 설치된 분묘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 시행됐다. 장사법은 신설된 묘지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골자다.

장사법이 시행됐음에도 문제가 되는 점은 그 이전에 설치된 분묘다. 소유자의 토지에서 2001년 이전 설치된 남의 분묘를 뒤늦게 발견한 경우가 생겨서다. 이 때문에 토지 소유자들은 분묘 시효 완성 전 분묘의 권리자를 찾아 시효를 중단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분묘 권리자들이 토지 소유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대법원에서도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문제가 끊이지 않자 관습법인 분묘기지권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봤다. 절차적 측면에서는 관습법이 헌법소원이 가능한지 여부와 내용적 측면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헌법재판소는 법률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 아니라 법률 효력을 가진 조약 등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알아서∼ 
대책 없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적 효력을 가진 관습법도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분묘기지권이 조상을 섬기는 관습으로 인해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 공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판결이 내려진 데는 화장을 하는 등의 장묘 문화가 변화했지만,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대목이다. 

당시에는 재산권보다는 관습을 따라야 한다고 보는 기류가 강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 관리에 따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돼있다는 게 이유다. 

이는 분묘기지권으로 인해 소유주가 재산권 침해나 제한을 받는 게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효 취득(권리가 없는 자가 일정 기간 점유하면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한 경우 때문이다.

또 해당 헌법소원에 대한 소수의견도 위헌이 아닌 ‘각하’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당시 한 재판관은 “관습법은 헌법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소유주와 분묘의 권리자간 분쟁이 더욱 발생했다. 소유자들이 당시 결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던 건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해 해당 토지를 이용해서라는 게 이유다. 소유자들이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침해가 우려되고, 장례문화의 변경을 고려했을 때 관습법이 재검토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분묘기지권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은 반대된다. 분묘의 안정성과 조상의 존엄성이 재산권에 앞선다는 것. 전통적인 측면에서의 관점과 재산권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관습·전통 때문에 불거져
법원 판결 ‘이랬다 저랬다’

결국 분묘기지권은 소유자와 권리자 중 누구의 권리를 우선시할 것인지가 주요 화두다. 이런 문제로 최근 대법원 판결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 4월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땅값)를 요구하면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판결에 따르면 구체적인 비용은 당사자 간 협의로 정할 수 있다. 지료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며, 땅값에 따라서 증감도 가능하다. 분묘 권리자가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하게 되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료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권리자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토지 소유자는 소멸청구가 불가하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등 규정의 취지를 종합했을 때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사용 대가를 청구하면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시효 취득을 인정해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토지 소유자의 권리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지 않아도 지료가 발생한다거나 무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판결은 2001년 1월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최근 판결은 앞으로 분묘에 대한 법적 절차 처리가 가능해 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판결 역시 논쟁이 불거질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토지 소유자와 분묘기지권을 획득한 권리자 사이에 법적인 분쟁이 많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분묘 대부분이 사유지 곳곳에 조성된 경우가 많아서다. 

객관적인
기준 필요

전문가들은 판결이 달라졌어도 지료 지급을 둔 분쟁이 잦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전문가는 “오랜 기간 묘지를 무상으로 이용해오다가 지료를 지주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을 수용하기 힘들 수 있다”며 “지료 지급을 둘러싼 저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가 지료 산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고자 있어도 무연고 시신, 왜?
마지막 길도 홀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장례 없이 시신만 처리되기도 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일 발행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947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820건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나 기피하는 건수는 2091건이다.
기준하 입법조사관은 “장례 없이 시신만 처리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사법에서는 사망자의 유언이 아닌 경우, 장례를 치룰 수 있는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직계비속 등의 순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혈연이나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애도를 원하는 사람이 연고자가 돼 장례를 치르게 하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가족 있어도 인수 거부 빈번
장례 치르게 하는 제도 필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행정처리지침 ‘장사업무안내’를 제작했다. 장사업무안내에 따르면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장례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처리나 조례에서 따를 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시신 처리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 입법조사관은 “장례를 사망자의 의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과 권리가 장례 절차 처리에서 반영돼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많이 본 뉴스

더보기

일요시사 주요뉴스

윤석열 등 노리는 검찰 막전막후

윤석열 등 노리는 검찰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의 뿌리가 검찰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는 30여년 가까이 ‘검사 윤석열’로 살아왔다. 조직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이름 앞에는 ‘강골 검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친정의 반란일까. 검찰의 칼끝이 윤석열을 겨누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94년 9수 끝에 대구지검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뗐다. 이후 부산지검에서 일하던 그는 2002년 초 사표를 내고 대형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1년 만에 다시 검찰로 돌아왔다. 당시 복귀 이유로 밝힌 ‘자장면 일화’는 여전히 회자된다. 검찰청에 왔다가 자장면 냄새를 맡고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검찰 조사실이라 생각했다는 것. 검사서 정치인으로 윤 전 총장의 검사 인생은 영광과 굴욕의 반복이었다. 검찰 복귀 이후 그는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눈치를 보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수사 스타일은 그에게 강골 검사라는 이미지를 안겨줬다. 2013년 10월 윤 전 총장의 검사 인생이 한차례 크게 뒤틀리는 일이 일어난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수사팀장이었던 그는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 전 총장은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허락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는 등 댓글수사를 강행했다. 이날 국감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전 총장의 ‘시그니처’ 발언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국감 스타로 떠오르는 등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 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을 맡고 있다가 한직으로 분류되는 대구고검, 대전고검에 좌천되기에 이른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후 그의 검사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정권이 교체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발탁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정부와 여당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윤 전 총장은 검찰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된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1년 넘게 ‘추·윤 갈등’이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검찰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은 수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직무배제 조치를 당했던 윤 전 총장은 행정소송도 불사한 끝에 법원의 판결로 검찰에 돌아왔다. 고발사주 의혹 3곳서 잡아 가족·측근 동시다발 수사 하지만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도 갈등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결국 지난 3월 여권이 발의를 예고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에 반대를 표명하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여권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내세우며 중수청을 통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윤 전 총장은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후보는 선거 당일까지 검증의 잣대를 피할 수 없다. 지지율이 상위권인 유력 후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서 퇴임하기 전부터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였다. ‘정치 선언을 하는 순간 꺼질 거품’ ‘찻잔 속의 태풍’ 등의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아직까지도 상당히 견고한 편이다. 윤 전 총장은 이제 검증의 대상이 됐다. 검사 시절에는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 수사 주체로 활동했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과거 언행, 가족, 측근, 동료, 지인 등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모든 부분에 검증의 칼날이 가해지고 있다. 이 중 몇몇 건은 이미 검찰 수사 단계에 돌입한 상황. 검찰의 칼날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 14일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뛰어 들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대검찰청 감찰부 등 총 세 곳이 같은 의혹을 두고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 등 7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했다. 대검은 고소 다음날인 14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맡겼다. 공공수사1부는 정보통신범죄전담부인 형사12부 소속 검사와 대검 감찰부에 파견된 적 있는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 연구관 2명을 파견 받아 수사팀을 꾸렸다. 지지율 높은 유력 주자 최 대표 등은 윤 전 총장이 손준성 검사를 통해 민간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작성한 고발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부인 김건희씨와 한동훈 검사장이 합세해 윤 전 총장과 손 검사의 범죄 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성명불상자는 손 검사의 지시를 받아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공안수사 전문가로 지목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지난 2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공수처도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손 검사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공수처와 수사 범위가 겹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이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 사건과 관련해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계일보>는 14일 대검이 지난해 3월 최씨 관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자료라며 A4 용지 3쪽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경기 성남시 부동산 사기 사건 ▲최씨 분쟁 상대 정대택씨 사건 ▲파주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양평군 오피스텔 사기 사건과 관련한 관계자 목록과 처리 경과 등이 담겼다. 대검은 “오보 대응 차원에서 만든 문서”라는 해명을 내놨다. 윤 전 총장 측도 대검의 해명을 인용해 “언론 등 문의에 응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주기 위해 소관부서에서 작성한 문서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수사 속도 내는 중 문제는 해당 문건의 존재가 여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대검 사유화 의혹과 맞물려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해당 문건의 성격과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 등을 둘러싸고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6일 오전 출근길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결 따라 수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윤 전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최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된 업체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 측 인사들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올해 중반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씨는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이모씨와 공모해 자사 주가를 조작할 당시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로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2~2013년 도이치모터스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한 의혹도 있다. 해당 수사팀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불법 수수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스폰서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윤 전 서장과 관련자들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선 5개월 앞둔 시점에 전례 없는 선거개입 우려 윤 전 서장은 2017~2018년 인천의 한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인허가 로비 자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부동산 개발업자는 지난해 11월 윤 전 서장에게 정·관계 로비 자금 약 4억원을 건넸고, 전·현직 검사와 고위 공무원의 접대비를 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와 별개로 윤 전 서장은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에서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윤 전 서장은 2010~2011년경 육류 수입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과 골프비 등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경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2015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검 중수1부과장이던 윤 전 총장이 윤 전 서장에게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임 담당관은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작년 9월,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맡으며 결국 직무배제될 것을 예상했기에 다 기록에 남겼다”며 “있는 그대로 상세히 설명하고 올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부에 재배당하려 하고,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었던 임 담당관을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 8일 임 담당관을 불러 11시간에 걸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 압박 대선 영향은?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를 두고 검찰 등이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수사에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유력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이뤄진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수사기관들은 선거 중립 차원에서 대선주자들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왔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