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내 땅에 모르는 산소가?' 2021 분묘 분쟁 천태만상

조상님 앞에 두고 멱살잡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우리나라는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분묘’를 만들어 땅에 매장했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진 관습이자 전통이다. 과거와 다르게 최근 화장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탓에 땅 주인과 분묘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벌초를 하며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춘다. A씨도 추석 전 벌초를 하려고 고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게 어렵게 되자 일부만 모여 벌초라도 하자는 마음에 아버지를 모신 분묘에 방문한 것이다.

전통이냐 
재산이냐

아버지를 모신 선산에는 여전히 녹음이 우거졌다. 바쁜 생활로 자주 오지 못한 탓에 아버지의 묘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A씨는 자녀와 함께 묘의 풀을 베어내고, 근처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낯선 사람이 A씨에게 찾아와 말을 걸었다. A씨에게 찾아온 사람은 얼마 전 아버지 묘가 있는 토지를 구입한 새로운 소유자였다. 소유자는 A씨에게 토지 주인이 바뀌었으니 이장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조상들을 모신 곳이라 이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유자는 이장이 불가하면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전 까지 그런 경우가 없다며 소유자와 말다툼을 벌였다. 


2019년 제주도에서는 세입자와 벌초를 하려고 찾아온 가족에게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 당일 B씨와 가족은 고조할머니 산소를 벌초하기 위해 세입자의 집 인근을 찾았다. 당시 고조할머니의 산소는 세입자의 집 옆에 마련됐다.

B씨의 고조할머니 묘는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B씨 가족에 따르면 세입자는 B씨 고조할머니 산소를 무연고 산소로 면사무소에 신고했다.

세입자는 B씨 가족이 1년 전 벌초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입자는 신고 뒤 나무를 잘라 고조할머니 산소가 보이지 않도록 덮어놨다.

B씨 아버지는 산소의 모습을 보고 세입자에게 따졌다. 이에 세입자 B씨 아버지와 세입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B씨 가족은 산소에 쌓인 나무를 치우겠다며 트럭을 몰고, 집 안마당까지 들어와 주차 시비로도 이어졌다. 격분한 세입자는 창고에서 ‘전기톱’을 들고 와 B씨에게 휘둘렀다. 

B씨는 전기톱을 든 세입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톱은 B씨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 결과 B씨의 오른쪽 다리의 신경과 근육이 절단돼 전치 20주의 부상을 입었다.

분묘를 둘러싼 갈등은 또 있다. C씨는 2014년 본인이 소유했던 땅에 조상 분묘를 한 관리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했다. 당시 C씨는 경매를 통해 토지를 샀다. 하지만 해당 토지에는 관리자의 조부와 부친 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남 땅에 조상묘’ 분묘기지권 갈등 빈번
“돈 내” “못 내”…대법 “사용료 내야”

C씨는 자신이 토지의 소유권을 갖게 돼 관리인이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자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분묘를 관리해 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선 사례들의 공통적인 갈등 원인은 ‘분묘기지권’에 있다. 분묘기지권이란 묘지를 보호, 관리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 위에 묘를 설치하는 게 가능한 관습법상 권리다. 

우리나라는 과거 부모가 사망해도 자신이 소요한 토지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소유한 토지에 묘를 설치하곤 했다. 이 때문에 조상을 섬기는 한국인의 관습이 인정돼 생긴 권리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토지 소유자가 바뀌어도 분묘를 개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사실상 지상권(남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유사한 물권인 셈이다. 몇 가지 요건만 충족된다면 타인의 토지에 분묘가 존재해도 개장할 필요가 없다.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묘를 설치한 사람과 약속을 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경우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마찰 등이 없이 점유한 경우와 같은 조건이 충족할 때 발휘된다.

다만 분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부에 실제로 시신이 안장돼있어야 한다. 만일 시신이 안장돼있는 경우라도 분묘라는 게 인식되지 않으면 분묘기지권 획득이 불가하다. 이에 새로운 분묘 설치, 합장 등을 할 수 없다.  

분묘의 존속 기간은 토지 소유자와 분묘 설치자 사이의 약정을 통해 정할 수 있다.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자가 분묘를 관리하는 기간 동안 해당 권리가 유지된다. 

바뀐 판례 
어떻게?

이 같은 이유로 분묘의 처분은 쉽지 않다. 토지 소유자는 분묘 개장(이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전 분묘 설치자나 권리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무연고 분묘로 분류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소 3개월 전 2개 이상의 일간 신문(중앙 일간 신문 하나 이상 포함)에 공고를 내야 한다. 

비슷한 방법으로는 관할시·도 등의 홈페이지와 일간 신문 1개에 공고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공고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토지 소유자는 분묘 권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장한 뒤 유골을 10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또 이런 사실을 관할 시청 등에 통보해야 한다.


이런 탓에 토지 소유자와 분묘 권리자 사이에 분쟁이 심화되자 법적인 장치가 마련됐다.  2001년 1월13일 이후 설치된 분묘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 시행됐다. 장사법은 신설된 묘지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골자다.

장사법이 시행됐음에도 문제가 되는 점은 그 이전에 설치된 분묘다. 소유자의 토지에서 2001년 이전 설치된 남의 분묘를 뒤늦게 발견한 경우가 생겨서다. 이 때문에 토지 소유자들은 분묘 시효 완성 전 분묘의 권리자를 찾아 시효를 중단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분묘 권리자들이 토지 소유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대법원에서도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문제가 끊이지 않자 관습법인 분묘기지권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봤다. 절차적 측면에서는 관습법이 헌법소원이 가능한지 여부와 내용적 측면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헌법재판소는 법률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 아니라 법률 효력을 가진 조약 등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알아서∼ 
대책 없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적 효력을 가진 관습법도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분묘기지권이 조상을 섬기는 관습으로 인해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 공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판결이 내려진 데는 화장을 하는 등의 장묘 문화가 변화했지만,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대목이다. 

당시에는 재산권보다는 관습을 따라야 한다고 보는 기류가 강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 관리에 따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돼있다는 게 이유다. 

이는 분묘기지권으로 인해 소유주가 재산권 침해나 제한을 받는 게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효 취득(권리가 없는 자가 일정 기간 점유하면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한 경우 때문이다.

또 해당 헌법소원에 대한 소수의견도 위헌이 아닌 ‘각하’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당시 한 재판관은 “관습법은 헌법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소유주와 분묘의 권리자간 분쟁이 더욱 발생했다. 소유자들이 당시 결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던 건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해 해당 토지를 이용해서라는 게 이유다. 소유자들이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침해가 우려되고, 장례문화의 변경을 고려했을 때 관습법이 재검토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분묘기지권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은 반대된다. 분묘의 안정성과 조상의 존엄성이 재산권에 앞선다는 것. 전통적인 측면에서의 관점과 재산권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관습·전통 때문에 불거져
법원 판결 ‘이랬다 저랬다’

결국 분묘기지권은 소유자와 권리자 중 누구의 권리를 우선시할 것인지가 주요 화두다. 이런 문제로 최근 대법원 판결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 4월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땅값)를 요구하면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판결에 따르면 구체적인 비용은 당사자 간 협의로 정할 수 있다. 지료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며, 땅값에 따라서 증감도 가능하다. 분묘 권리자가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하게 되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료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권리자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토지 소유자는 소멸청구가 불가하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등 규정의 취지를 종합했을 때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사용 대가를 청구하면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시효 취득을 인정해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토지 소유자의 권리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지 않아도 지료가 발생한다거나 무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판결은 2001년 1월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최근 판결은 앞으로 분묘에 대한 법적 절차 처리가 가능해 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판결 역시 논쟁이 불거질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토지 소유자와 분묘기지권을 획득한 권리자 사이에 법적인 분쟁이 많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분묘 대부분이 사유지 곳곳에 조성된 경우가 많아서다. 

객관적인
기준 필요

전문가들은 판결이 달라졌어도 지료 지급을 둔 분쟁이 잦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전문가는 “오랜 기간 묘지를 무상으로 이용해오다가 지료를 지주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을 수용하기 힘들 수 있다”며 “지료 지급을 둘러싼 저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가 지료 산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고자 있어도 무연고 시신, 왜?
마지막 길도 홀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장례 없이 시신만 처리되기도 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일 발행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947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820건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나 기피하는 건수는 2091건이다.
기준하 입법조사관은 “장례 없이 시신만 처리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사법에서는 사망자의 유언이 아닌 경우, 장례를 치룰 수 있는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직계비속 등의 순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혈연이나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애도를 원하는 사람이 연고자가 돼 장례를 치르게 하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가족 있어도 인수 거부 빈번
장례 치르게 하는 제도 필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행정처리지침 ‘장사업무안내’를 제작했다. 장사업무안내에 따르면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장례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처리나 조례에서 따를 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시신 처리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 입법조사관은 “장례를 사망자의 의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과 권리가 장례 절차 처리에서 반영돼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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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