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왜 이래' 극악무도 패륜범죄 실상

아들이 아버지를… 손자가 할머니를…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가족은 ‘천륜’이라고 불린다. 부모와 자식이 하늘의 도리로 이뤄져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천륜도 이젠 옛말이다. ‘패륜범죄’가 만연해서다. 

나이가 여든 가까이 됐지만 할머니는 평소처럼 손자를 위해 주름진 손으로 교복을 빨았다. 빨랫줄에는 정성스럽게 빨아 걸어둔 교복이 지금도 널려 있다. 그런 할머니를 손자가 칼로 찔러 살해했다. 형제가 할머니를 살해한 이유는 잔소리가 심하고, 심부름을 시켜서였다.

남보다
못한 사이

할머니를 살해한 고등학생 형제가 지난달 30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존속살인 혐의로 형제 관계인 A군과 B군을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같은 날 새벽 0시10분경 자택에서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과 어깨 등을 30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기며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할머니는 끝내 숨졌다. 

경찰은 할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군과 B군을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동생인 B군도 함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범행 당시 할아버지는 하반신을 거의 사용하지 못해 범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 할머니와 손자 사이에 특별한 갈등이 있지도 않고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말 한마디 때문에 가족을 살해한 일은 또 있었다. 바로 1994년 벌어진 ‘박한상 부모 살해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대표적인 패륜범죄로 남아있다. 부모를 살해했던 박씨는 부족함 없이 자라왔다. 아버지가 100억원대 자산가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풍족해서다. 

아버지는 박씨에게 사업을 물려주기 위해 공부를 시켰다. 그러나 평소 공부에 관심이 없던 박씨는 대학 진학 후 유흥에 빠졌다. 유학을 가서는 도박을 하거나 용돈을 받아 탕진하는 등 사치를 일삼았다.

부모가 박씨에게 “넌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며 질책하자 이에 분노해 범행 계획을 세웠다. 서울 일대를 돌아다니며 칼과 휘발유를 산 뒤 기회를 엿봤다.

3일 뒤 박씨는 집에 불을 냈다. 화재는 주택을 전부 태울 만큼 크게 번졌다. 2층으로 구성된 주택의 지하 1층이 완전히 불에 탔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화재를 진압한 뒤 감식을 위해 집으로 들어가 불에 탄 박씨의 부모 시신을 발견한다. 시신에는 칼에 찔린 흔적이 가득했다. 몸 곳곳 50군데가 찔려 피가 흘렀다. 

말 거슬리면 칼 드는 사회
구성원 줄면서 범죄율 상승


부검 결과 부모는 화재로 인해 사망한 게 아니라 흉기에 찔려 사망한 것으로 판명됐다. 단순 화재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전환됐다. 

조사 과정에서 박씨는 “급하게 나오느라 부모님을 구하지 못했다”며 울었다. 경찰은 ‘자식이 부모를 죽일 리 없다’며 몇 가지 조사만 진행한 뒤 용의선상서 제외했다. 이후 경찰은 부모의 원한 관계 등을 조사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수사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제보 하나로 인해 수사가 진전을 보였다. 

박씨를 치료한 간호사가 “박씨 발목에 물린 자국이 있고, 머리에 피가 묻어있었다”는 제보를 하면서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재차 수사를 벌였고, 박씨가 자백을 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범행 동기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대한 보복과 ‘유산 상속에 대한 욕심’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여론의 공분을 샀다. 박씨가 키워준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점에서다.

검거된 박씨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박씨는 사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무 중인 상태다. 박씨 사건 이전만 해도 패륜범죄는 전례를 찾기 힘들었을 만큼 잔혹한 범죄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 패륜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패륜범죄란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빚어진 범죄를 일컫는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패륜범죄는 존속살해, 존속상해, 존속폭행 등과 같이 주로 ‘존속에 대해 용인되지 않는 폭력적 범죄행위’로 국한돼 규정한다. 형법상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상대로 살인, 상해, 폭행, 유기, 학대, 체포, 감금,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다.

법에서는 해당 행위를 ‘존속범죄’로 보고 일반 범죄에 비해 더 큰 중형이 내려진다. 일반 살인의 경우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임에 반해 존속살해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잔소리
한다고…

검찰청이 최근 5년간 접수한 존속 대상 범죄 사건은 2016년 3277건, 2017년 2978건, 2018년 3424건, 2019년 3767건, 지난해 3825건이다. 올해 상반기 통계에서는 이미 2000건을 넘어서 지난해 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존속 대상 범죄 중에서는 폭행이 2817건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뒤이어 상해 432명, 협박 374건, 살해 81건 등이다. 비율로 보면 폭행·상해가 84.9%, 살해는 2.1%에 달한다.


신고하지 않은 범죄까지 합하면 존속 대상에 대한 패륜범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법과학회지에 실린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녀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존속살해의 주요 범행 동기 중 가정불화(49.34%), 경제 문제(15.22%)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대근 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부패경제범죄연구실장은 “과거 가족은 혈연을 중심으로 긴밀한 생활 공동체였지만 최근 개념이 희석됐다”며 “기존 가치관이 와해된 탓에 갈등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대가족 중심사회에서는 친인척 등이 개입해 질책이 쉽게 가능했다. 이는 가족 간 공동체 의식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족 간 소통도 문제 중 하나다. 최근에는 핵가족화로 인해 구성원 간 위계질서로 이뤄진 전통적 가족관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가족 구성원 간 존중이 사라진 대목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가족끼리 서로 지지하거나 도와주는 기능이 축소됐다”며 “과거에는 친척이 함께 그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이 같은 행위가 축소돼 폭행, 살인 등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패륜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인 셈이다.

그 밖에도 패륜범죄 발생 원인은 인성교육의 부재, 물질만능주의, 자녀의 늦은 독립 등이 있다. 가족의 기능과 의미보다는 개인의 물질 추구가 더 중요해진 현실이 반영된 탓으로 풀이된다.

끝까지
숨겨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존속살해는 동양 문화권에서 자주 발생하는 범죄”라며 “일찍 가족과 떨어져 사는 서구문화권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 과보호와 높은 기대심리로 부모의 잣대에 맞추어 가기를 강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녀가 독립에 대한 불안감으로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써 범행을 택한다고 보인다. 

가족 간 패륜범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발생 가능성이 다른 중범죄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유대감이 약화된 상태에서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구성원은 빈번하게 마주친다. 

가족끼리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공동의 주거 공간 안에 있는 가족이야말로 언제든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생활 반경 안에서 마주치는 횟수와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패륜범죄는 폭언과 폭행에서 시작된다. 폭행에서 시작된 패륜범죄는 살해까지 이어기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패륜범죄는 우발적인 상황보다는 가족 간의 사소한 범법행위들이 누적되면서 나타난다.

존속폭행은 직계존속에게 폭행을 가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상해 정도가 중상 미만일 경우 피해자가 용서를 한다면 처벌할 수 없다.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 탓이다.

신고가 들어와 수사기관에서 존속폭행, 존속협박죄에 대해 조사를 한다고 해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되지 않는다. 

핏줄이라서 신고 못 하고 은폐
국가적 대책 시스템 마련 필요

한 전문가는 “현재 존속범죄에 대한 실태 파악과 대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패륜범죄 가해자를 단죄하고, 사건에 대한 사례 분석만으로 범죄를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패륜범죄의 더 큰 문제는 특성상 범행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피해를 입더라도 자식 등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우려해 범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에만 신고하는 경우가 다수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족이기 때문에 범죄 발생 장소가 가정으로 한정된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잘못을 용인한다는 점에서도 실제 신고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도 가족 간 패륜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패륜범죄를 개인의 비도덕적이고 비이성적인 행위로만 여기고 대안이 마련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패륜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살해까지 이어지는 범행동기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패륜범죄 행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제기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패륜범죄가 발생하기 전 사회의 인식 전환과 효율적인 치료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 가족 중심 사회의 보양·부양이 해소돼야 패륜범죄 등의 존속살해 근절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사회 특성상 가족 간 접촉이 많고,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 패륜범죄의 발단이 된다는 분석이다. 

자녀의 개성이나 적성 등을 고려할 필요도 제기된다. 진학이나 진로선택 등에 있어서 자녀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 예의를 강조했던 점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이 같은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인성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이러한 패륜범죄가 근절될 수 있다고 여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패륜범죄에 대해 가정의 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적극 개입해 통제해야 한다는 것. 

패륜범죄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연대성 약화에 따른 사회 문제 현상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의 문제?
연대성 약화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패륜범죄 현상에 대한 정확한 규명과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패륜범죄는 형량 가중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면 패륜범죄의 발생 빈도는 더욱 증가 한다”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각한 비속범죄 실상
부모가 자식에 하면 괜찮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존속·비속 관련 범죄가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존속범죄의 경우 가중 처벌 대상이지만 비속범죄는 다르다.

비속범죄란 부모가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뜻한다. 최근 아동 학대 등 부모들의 비속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존속범죄는 가중처벌의 대상인 반면 비속범죄는 그렇지 않다. 특히 살해에 대해선 형량의 차이가 존재한다. 

아동 학대 등 끊이지 않아
관련 법 개정 필요성 대두

존속살해는 잔혹성, 패륜성 탓에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하지만 비속의 경우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이에 비속범죄에도 존속범죄와 똑같은 처벌 수준을 적용해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월 ‘정인이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성인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비속범죄는 여전히 일반 살인죄만 적용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식에 저지르는 범죄는 체벌이나 훈육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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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