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즐기는 액티비티 ②고흥 남열해돋이해수욕장

호젓한 해변에서 짜릿한 서핑을

‘대한민국 우주 항공의 메카’ 전남 고흥에 있는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은 떠오르는 관광 명소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해돋이 풍경과 넓고 깨끗한 모래톱, 울창한 솔숲 등으로 입소문을 타다가, 몇 해 전부터 ‘남도를 대표하는 서핑 포인트’로 이름을 알렸다. 앞바다를 막는 섬이 없으니 먼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크고 깨끗해 서핑에 안성맞춤이다. 이런 파도가 4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밀려와 서핑 시즌도 길단다. 2019년에는 이곳에서 도쿄올림픽 출전 서핑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호젓한 분위기도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의 자랑이다. 옥색 바다와 마주한 황금빛 모래톱에는 휴지 한 장 없다. 남도 끄트머리 고흥반도에서도 외진 곳에 자리 잡아 사람 손을 덜 탄 덕이다. 해수욕장 인근에 번듯한 식당 하나 없을 정도로 오염과는 거리가 멀다. 울창한 솔숲에 들어앉은 캠핑장에는 유료 몽골텐트도 있다.

아름다운 풍경

개인 장비가 있는 서퍼라면 캠핑장에 머물면서 온종일 서핑을 즐기기 좋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의 터줏대감 ‘낭만서프하우스’를 비롯한 몇몇 서핑 숍에서 장비 대여와 서핑 강습을 한다. 초보자도 90분 강습을 받으면 혼자서 짜릿한 서핑에 도전할 수 있다. 얕은 바다가 한동안 이어져 안전한 서핑에 도움이 된다. 충분히 발이 닿는 깊이에서 제법 높은 파도를 탈 수 있다는 게 해외 서퍼들도 부러워하는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의 장점이다.

초보자를 위한 서핑 강습은 웨트슈트로 갈아입고 실내 강의를 듣는 것부터 시작한다. 안전과 체온 보호를 위해 입는 웨트슈트는 자체 부력이 있어 물에 뜨는 걸 돕는다. 실내 강의에서는 보드의 종류와 파도의 명칭을 알아보고, 서핑 룰과 에티켓, 안전 사항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피시보드, 펀보드, 건보드, 숏보드, 롱보드 등 다양한 보드 종류를 알아야 자기에게 알맞은 걸 선택할 수 있고, 파도의 종류와 명칭을 알아야 서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서핑 룰과 에티켓 등은 여럿이 함께하는 서핑에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실내 강의가 끝나면 각자 보드를 챙기고, 모래톱에서 지상 훈련을 받는다. 초보자는 길고 폭신한 소프트롱보드가 적당하다. 모래톱에선 좀 더 작은 그룹으로 나눠 강사에게 패들링과 테이크오프 등을 배운다. 바다에서 이동하거나 파도를 잡을 때 양팔로 물을 젓는 패들링과 보드에 엎드린 상태에서 중심을 잡으며 일어서는 테이크오프는 서핑의 기본 동작이다. 이렇게 지상 훈련을 하면서 멀리 언덕 위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는다.


패들링과 테이크오프 연습에 파도를 잡아서 타는 방법과 몇 가지 주의 사항까지 듣고 나면 드디어 실전에 들어갈 시간. 처음에는 강사가 옆에 서 있다가 적당한 파도가 오면 해변 쪽으로 힘껏 밀어준다. 일단 파도에 오른 뒤 조금 전 배운 테이크오프 동작으로 일어서면 되는데, 이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모래톱과 달리 움직이는 파도 위에선 넘어지기 일쑤다.

몇 번이나 넘어져 물을 잔뜩 마신 뒤, 운 좋게 테이크오프에 성공할 때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다. 파도와 내가 하나 되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조금씩 서핑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서핑 마니아가 되어 전국의 서핑 명소를 성지 순례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도를 대표하는 서핑 포인트
밀려오는 파도가 크고 깨끗해

아름다운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은 서핑 말고도 즐길 거리가 많다. 그림 같은 해돋이, 고흥우주발사전망대와 어우러진 해변이 장관이다. 서핑이 부담스럽다면 깨끗한 모래톱을 산책하거나, 바닥이 완만한 바다에서 제법 큰 파도를 맞으며 해수욕을 해도 좋다. 해수욕 공간과 서핑 공간이 분리돼, 안전한 바다 수영이 가능하다.

햇살이 따가우면 울창한 솔숲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자. 주변에 유흥 시설은 물론이고 24시간 편의점조차 없는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은 한적한 분위기에서 깨끗한 자연을 감상하며 여름을 보내기 적당하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고흥의 랜드마크다. 로켓발사대를 본뜬 모양도 인상적이지만, 여기서 직선거리로 17㎞ 떨어진 나로우주센터에서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을 드넓은 바다와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세계에서 13번째이자 우리나라의 첫 우주센터인 나로우주센터가 2013년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이며, 고흥우주발사전망대 7층에는 바닥이 360° 회전하는 전망 턴테이블을 갖춘 카페가 있다.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멀리 다도해의 절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야외전망대에서는 다랑논과 어우러진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 손에 잡힐 듯하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영남용바위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작은 바위산이다. 해안가로 뻗어 나온 바위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을 닮은 돌개구멍이 보인다. 이는 바위틈이나 암석이 빠져나간 자리에 작은 돌이 들어갔다가 거센 파도에 의해 맴돌며 깎아 만든 지질 현상이다.

영남용바위에는 돌개구멍 말고도 주상절리와 기공 등 화산활동이 만든 기암괴석이 여럿이다. 바로 옆에는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도 있다. 제주도 용두암보다 사뭇 작지만 비슷한 모양이 눈길을 끈다. 영남용바위 일대는 1년 열두 달 낚시꾼이 끊이지 않는 갯바위 낚시 명소이기도 하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이곳에서 자동차로 20분 남짓 떨어진 고흥해창만간척지공원은 고흥의 또 다른 낚시 포인트다. 3㎞가 넘는 방조제 앞에 바다가, 뒤에 저수지가 있어 민물낚시와 바다낚시가 동시에 가능하다. 널찍한 제방에 오토캠핑장과 야외공연장, 산책로 등을 조성해 휴식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야외공연장 옆에는 1969년 세운 해창만간척지준공기념탑이 우뚝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서핑→고흥우주발사전망대→영남용바위→고흥해창만간척지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영남용바위→고흥우주발사전망대→남열해돋이해수욕장 서핑
둘째 날: 남열해돋이해수욕장→고흥해창만간척지공원→팔영산편백치유의숲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흥 관광(고흥군 관광 홈페이지) tour.goheung.go.kr
- 남도여행길잡이 www.namdokorea.com
- 전남해수욕장 jnbeach.jeonnam.go.kr

문의 전화
- 고흥군청 관광정책실 061)830-5347
- 고흥종합관광안내소 061) 830-5637
- 남열해돋이해수욕장 관리사무실 061)832-8966
- 고흥우주발사전망대 061)830-5871
- 고흥해창만간척지공원 061) 830-5224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3회(08:00, 09:30, 17: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고흥공용버스정류장에서 10-4번·13-10번·18-7번·19-12번 농어촌버스 이용, 남열 정류장 하차, 남열해돋이해수욕장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고흥공용버스정류장 061)833-0009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톨게이트→고흥로 고흥 방면 우회전→우주항공로 고흥·도양 방면 왼쪽 도로→과역로 호덕리 방면 좌회전→해맞이로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방면 좌회전→남열해돋이해수욕장 

숙박 정보
- 호텔 하얀노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동일면 와다리길, 010)9622-9999 
- 나로비치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5-9001
- 낭만서프하우스: 영남면 해맞이로, 061) 835-3625 
-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캠핑장: 영남면 남열리, 061) 832-8966 
- 해오름펜션: 영남면 해맞이로, 061)833-0976

식당 정보
- 낭만치킨(치킨): 영남면 해맞이로, 061)835-3625
- 산내식당(백반): 영남면 팔영로, 061)832-9173
- 용암슈퍼횟집(문어회): 영남면 용바위길, 061)835-6565 


주변 볼거리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발포해수욕장, 팔영산자연휴양림, 소록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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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