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일요시사>에 ‘안철수 과거와 윤석열 미래’를 게재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주장했었다.
그런데 진부한 표현으로,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그를 입증해주는 또 다른 일이 발생했다. 이른바 토론회와 관련해서다.
먼저 안 대표와 토론에 관련해서다. 시간은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자 2014년 4월에 실시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당시로 돌아간다.
선거 기간 중 집에서 한창 집필에 열중하고 있었던 중 밖이 시끄러웠다. 창문을 열고 바라보자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이 집 앞 공터에서 확성기를 통해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여 로고송을 틀어놓고 마이크로 주민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너무나 시끄러워 관계자에게 확성기 볼륨을 낮추라 주문하자 들은 척도 않고 ‘안철수 후보가 주민들과 토론회를 가질 것’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 크게 한숨을 내쉬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집필을 중단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
물론 토론회를 갖겠다고 한 대목 때문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발생했다. 유세 현장에 도착한 안 후보는 그야말로 짤막하게 ‘상계1동 주민 여러분 안철수입니다’라고 인사하고 근 20여분을 몰려든 주민들과 사진만 찍고 급하게 현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이를 감지하고 그를 막아섰다.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간략하게 신상을 밝히고 토론회를 가지자고 주장하자 다음 일정이 급하다며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를 바라보자 절로 육두문자가 흘러나왔음은 물론이다.
당시 필자는 안철수에게 새정치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직을 양보한 대가로 민주당 후보를 사퇴시키고 야당 단일후보로 나선 일이 새정치에 부합하는지 등 그가 그 순간까지 보인 행적들과 정치를 연계시켜 그의 실체를 주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려 했었다.
이제 시선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돌려보자. 최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대선후보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하자 윤 전 총장 측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심지어 윤 캠프의 한 인사는 그 배후로 이준석 대표를 지적하며 대표직 탄핵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토론회는 결국 취소됐지만 캠프에 비중 있는 인물이 거품 물고 덤벼든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윤 캠프는 윤석열이 토론회에 참석한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왜냐, 사실 필자가 살필 때 윤석열은 안철수보다 더 토론에 취약하다. 안철수의 경우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즉 정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만으로 무장돼있던 반면 윤석열은 오만에 더해 지독한 편견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인 윤 전 총장의 언행을 살피면 정치와 검찰의 일을 동일시 여기고 있다. 한마디로 지독한 편견이다. 검찰의 일은 엄밀하게 살피면 정치 행위에 정확하게 역행한다. 그런데 그런 편견을 지닌 윤석열이 토론회에 참여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홍준표, 유승민 특히 검사 출신이지만 완벽하게 정치인으로 변신한 홍준표에게 처참하게 당했으리라 본다.
정치는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사회구성원들이 조화를 이뤄 함께 보듬으며 세상을 살아가도록 유도하는 일련의 종합예술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어쭙잖은 검찰 경력으로 정치를 재단하려는 의도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