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여행 ④남해 섬이정원

다랑논에서 정원으로 ‘향기로운 변신’

남해군의 가장 큰 섬 남해도는 예전에 ‘화전(花田)’으로 불렸다. 섬 전역에 꽃이 흔하게 피어 붙은 살가운 별칭이다. 조선 중종 때 학자 김구는 남해도로 유배된 뒤, 섬의 수려함과 풍류에 반해 ‘화전별곡(花田別曲)’을 쓰기도 했다. 남해군 남면의 섬이정원은 ‘섬 전역이 꽃밭’이라는 남해도의 옛 이름과 사연을 담아낸 곳이다. 다랑논과 돌담을 꽃밭으로 꾸민 정원이 남쪽 바다를 바라보고 소담스럽게 들어섰다.

남해바래길 다랭이지겟길은 다랭이마을에서 유구마을을 지나 평산항까지 이어진다. 유구마을에서 바다를 등지고 언덕을 20분 걸으면 섬이정원이다. 자동차 한 대가 오가는 비포장 길 끝자락에 외딴 정원이 숨어 있다. 

차명호 대표는 2016년 섬이정원을 일반에 공개했다. 2007년에 제주도 대신 남해의 다랑논을 정원의 터전으로 선택하고, 2009년부터 꽃밭을 꾸미기 시작했다. 시금치와 마늘이 자라던 다랑논이 계절 따라 수선화, 꽃창포, 물망초, 금계국, 목마가렛, 수국, 세이지, 동백꽃 등이 피는 유럽풍 정원으로 차곡차곡 변모했다. 총면적 1만5000㎡ 섬이정원에 피는 꽃은 400여 종에 이른다.

하늘연못정원

섬이정원은 다랑논과 논을 받치는 돌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곳곳에 작은 연못과 분수를 만들고 의자를 놓았으며, 정원 사이에는 나무를 심어 벽과 그늘을 만들었다. 산책로에서 수줍게 드러나는 남해는 멀리 여수 향일암까지 담아낸다. 9개 작은 정원은 높고 낮은 다랑논에 각각의 개성을 지닌 채 들어섰다. 물소리정원과 선큰가든을 잇는 다랑이꽃길은 정원의 특색이 함축된 공간이다. 돌담정원의 돌무더기 사이에 핀 꽃도 차 대표가 하나하나 심고 가꿨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하늘연못정원이다. 섬이정원이 남해의 사진 촬영지로 소문나는 데 하늘연못정원이 큰 몫을 했다. 직사각형 연못은 배경이 된 남해와 시각적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구조를 가졌다. 연못 끝자락에서 정원과 연못,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찍을 수 있다. 연못 주변으로 라벤더, 데이지 등이 운치를 더한다.


모네의뜰, 숨바꼭질정원은 유럽 분위기가 완연하다. 모네의 정원을 본뜬 연못을 만들고 다리를 놓는 것은 차 대표의 숙원이었다. 숨바꼭질정원에는 나무 벽과 꽃, 분수가 늘어섰다. 언뜻 놀이 공간 같은 이곳은 꽃 색깔로 정원의 차가움과 따뜻함을 대비한 공간이다. 푹 파인 땅에 연못과 정원, 고동산 봉우리가 한눈에 담기는 선큰가든은 독일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유롭게 꽃밭을 감상하기 좋은 쉼터와 전망대도 있다. 오두막쉼터 주변에는 탁자를 10개 남짓 놓았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골목을 닮은 하늘호수에서는 정원 위로 남해가 펼쳐진다. 홍가시나무로 단장한 물고기정원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때 비늘 모양 윤곽이 또렷하다. 꽃밭 곳곳에 놓은 의자는 정원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에 신경 썼다.

섬 전역에 꽃이 흔하게 피어
꽃밭과 남쪽 바다를 한눈에

한때 의류업에 종사한 차 대표는 꽃을 심어 어떤 색으로 조화시킬까 구상하는 게 가장 행복한 고민거리다. 그가 추천하는 섬이정원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기, 꽃 이름에 연연하지 말고 색과 아름다움을 즐기기 등이다.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반대 방향으로 다시 구경하면 보는 위치에 따라 색과 감동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정원을 거닐다가 반려견 쌀이와 밀이가 뛰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섬이정원은 경상남도 1호 민간정원에 이름을 올렸다. 민간정원은 2015년 개정한 수목원·정원법에 따라 개인이 조성해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정원이다. 섬이정원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무인 자율 개표기를 이용한다. 운영 시간은 일출에서 일몰까지(연중무휴). 금~월요일에 문을 여는 정원 입구 찻집은 목련, 백련초 등 수제 꽃차를 낸다.

유구마을을 지나는 남해바래길 다랭이지겟길의 도착점은 평산항이다. 평산항은 남해군을 다리로 오가기 전, 여수로 가는 여객선이 다니던 포구다. 이곳에 보건소에서 미술관으로 변신한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이 있다. 20여 년간 주민을 치료하던 평산보건진료소는 2011년 폐쇄돼 방치되다가, 2015년 문화 예술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미술관은 5개 전시 공간에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없다(월요일 휴관).

남면 사촌리에 백사장 길이 650m로 오붓한 사촌해수욕장이 있다. 섬이정원과 다랭이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위치다. 마을과 솔숲이 어우러진 사촌해수욕장은 ‘차박’ 캠핑 명소다. 최근에는 허가받지 않은 캠핑은 제한된다. 해수욕장은 야트막한 산이 에워싸고, 바다에는 고깃배가 떠 있어 한가로운 풍경이다. 여름에는 카약 체험이 가능하고, 해변 입구에 폐교를 개조한 보물섬캠핑장이 있다.


남면 덕월리의 구미숲은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370여 그루가 포구와 해변 따라 500m 늘어섰다. 구미마을 주민들이 약 500년 전 태풍과 해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으로 전해진다. 숲 뒤쪽에 마을이 있으며, 숲 초입에 아담한 카페도 문을 열었다. 구미숲 앞바다는 남해에서 일몰이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앞바다에 목도, 마도 등이 있다.

노량대교와 남해대교

남해군 서북쪽으로 되돌아 나올 때는 노량대교와 남해대교를 구경하면 좋다. 1973년 준공해 50년 가까이 된 남해대교 옆으로 2018년 노량대교가 개통했다. 남해군과 하동군을 잇는 노량대교는 세계 최초로 경사 주탑이 적용된 현수교다. 남해대교 아래 유람선 선착장에서 두 다리를 감상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섬이정원→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사촌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섬이정원→사촌해수욕장→구미숲 
둘째 날: 다랭이마을→다랭이지겟길→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노량대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섬이정원 www.seomigarden.com
- 남해군여행 www.namhae.go.kr/tour/main.web

문의 전화
- 섬이정원 010-2255-3577
- 남해관광안내 1588-3415
-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 055)862-5557 

대중교통
[버스] 서울-남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5회(07:10~19:30) 운행, 4시간30분~5시간 소요. 남해공용터미널 정류장에서 남해-가천 농어촌버스 이용, 유구마을 정류장 하차, 섬이정원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남해공용터미널 1688-7102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하동 IC→노량대교→남해읍 방면→남서대로→평산항 입구→유구마을→섬이정원 

숙박 정보
- 남해스포츠파크호텔: 서면 스포츠파크길, 055)862-7900
- 남해편백자연휴양림: 삼동면 금암로, 055)867-7881 
- 아난티 남해: 남면 남서대로1179번길, 055)860-0100

식당 정보
- 해살이(전복물회): 남면 남서대로, 055)863-1555
- 미조식당(멸치쌈밥): 미조면 미조로, 055)867-7837 
- 공주식당(갈치구이·갈치회): 미조면 미조로, 055)867-6728 
- 축항횟집(물회): 서면 남서대로, 055)862-1718 

주변 볼거리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독일마을, 설리해수욕장, 미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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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