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판 희대의 간첩 사건 내막

충북동지회, 누구냐 너희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간첩은 이적활동으로 국가를 위태롭게 만든다. 국정원은 이를 막기 존재하는 첩보기관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밝혀진 간첩 사건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해당 사건이 국가보안법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청주의 시민활동가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충북동지회라는 ‘지하조직’을 만들어 북한으로부터 노동단체 등의 포섭을 지시받아 실행했다는 의혹에서다. 이들의 활동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F-35A 뭐길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지난 5일, 간첩 혐의로 일당 중 3명을 구속했다. 지난 5월 이들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지령 문건이 담긴 USB를 확보한 상태다. 국정원에 따르면 USB에는 북한의 지령이 담긴 84건의 암호화 파일이 존재한다.

해당 문서들은 디지털 암호화 기법인 ‘스테가노그래피(이미지나 MP3 파일 등을 통해 기밀정보를 암호화하는 기법)’가 적용돼있다. 특정 코드가 없다면 해독이 불가능한 기법이기 때문에 계획적이며 체계적인 간첩 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북한에게 충북 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명을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아 활발히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노동운동가, 간호사 등 개인 이력을 살려 역할을 나눠 포섭활동을 했다는 게 국정원의 주장이다.


현재 국정원은 북한 공작원과 이들이 접선부터 주도면밀했다고 보고 있다. 구속된 인물 중 한 명인 A씨는 접선 당일 사전에 정한 대로 신문과 생수병, 검정 가방을 매고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또 북한 공작원은 A씨를 지나쳐간 뒤 간격을 두고 걸으며 감시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후 함께 택시에 탑승해 A씨와 대화를 나눴다.

함께 구속된 B씨는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과의 접선을 시도했다. 국정원은 B씨가 북한 공작원과 둘만의 신호를 보내며 움직인 뒤 호텔에서 만났다고 보고 있다.

함께 혐의를 받는 C씨는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한에게 공작금 2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북한 공작원이 현지 대형마트 사물함에 돈을 넣어놓은 뒤 C씨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조직을 결성한 뒤 꾸준히 해외로 건너가 북한 공작원과 만나왔다. 이들은 국내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10차례 이상 지령문을 수령했다는 게 국정원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령문의 주요 내용으로는 ▲각 지방 정치권 동향 조사 및 보고 ▲노동자 의식화 대중문화 행동 거점 구축 ▲통일 분위기 고조 위한 대중 투쟁 전개 ▲한국타이어 법정투쟁, 노동자 인권 옹호 방향으로 전개 ▲F-35A 스텔스기 도입 반대 투쟁 등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F-35A 스텔스기를 도입하려 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비슷한 시점 지난해 청주에서도 미국 F-35A 스텔스기 도입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종일 전투기 연습 소음으로 불안감이 커진다는 게 이유다. 


시위를 주관한 충북동지회는 F-35A 스텔스기 도입이 주민 생존 문제의 자기결정권을 유린하는 행위라며 규탄했다. 충북동지회가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을 펼친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F-35A 도입 예산을 감액하는 등 국방비 예산이 5600억원가량 줄었다. 어느 정도 북한의 바람대로 이뤄진 셈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정부는 재난지원금 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F-35A 도입 예산을 감액하는 등 국방비 예산을 5600억원가량 줄였다”며 “간첩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청주 시민활동가 4명 국보법 위반 혐의
‘지하 조직’ 만들고 북한 지령 받은 의혹

그 뿐만 아니라 이들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특보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4명은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해당 의혹 제기에 대해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특보를 청와대가 어떻게 다 책임지나”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간첩 사건이 정치 게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사례들로 간첩이 정치권 인사에게 접근해 정세를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이 국내 정세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려 한 정황은 지령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국정원에서 밝힌 지령문 속 내용에는 ‘총선에서 자한당(자유한국당)을 참패에 몰아넣고 책임을 황교안에게 들씌워야 한다’ ‘박근혜 동정론 확산’ 등이다. 실제로 야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내주며 참패를 당했다.

정계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이슈를 우선 선점해 대남 전력과 연계하려는 북한의 바람대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번에 붙잡힌 이들은 과거 적발된 간첩과 다르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비정규직, 검찰개혁 등 정치와 관련된 사안을 통해 간첩활동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북한이 간첩활동을 펼치던 국가 기밀 유출, 선전 활동과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혐의를 받는 이들은 국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4조와 7조, 8조를 적용받았다. 국가보안법상 4조는 가장 처벌 수위가 높아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혐의를 받는 이들은 국정원과 경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충북동지회 측은 “100% 조작된 사건”이라며 “우리가 접촉했다는 북한 공작원들은 가공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간첩이 잡힌 이유를 국정원 내부 사정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범여권은 연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으로 인해 오는 2024년부터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다.

다급해진 국정원이 간첩단 사건을 내세워 대공수사의 중요성을 과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정원은 이 사건의 관련 정보를 오랜 기간 취합해오다가 최근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고 전해진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국정원 같은 수사가 사실상 불가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원은 국회에 국가보안법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정원의 발표로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박지원 국정원장이 발표한 이유가 만일 수사 상황을 감췄다면 후폭풍을 맞이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후폭풍 예고


정치권에서는 간첩이 나온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 정치 싸움이나 할 게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간첩이나 북한에 포섭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서는 순간 대북정책이 왜곡되고,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 여야를 떠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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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