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판 희대의 간첩 사건 내막

충북동지회, 누구냐 너희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간첩은 이적활동으로 국가를 위태롭게 만든다. 국정원은 이를 막기 존재하는 첩보기관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밝혀진 간첩 사건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해당 사건이 국가보안법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청주의 시민활동가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충북동지회라는 ‘지하조직’을 만들어 북한으로부터 노동단체 등의 포섭을 지시받아 실행했다는 의혹에서다. 이들의 활동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F-35A 뭐길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지난 5일, 간첩 혐의로 일당 중 3명을 구속했다. 지난 5월 이들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지령 문건이 담긴 USB를 확보한 상태다. 국정원에 따르면 USB에는 북한의 지령이 담긴 84건의 암호화 파일이 존재한다.

해당 문서들은 디지털 암호화 기법인 ‘스테가노그래피(이미지나 MP3 파일 등을 통해 기밀정보를 암호화하는 기법)’가 적용돼있다. 특정 코드가 없다면 해독이 불가능한 기법이기 때문에 계획적이며 체계적인 간첩 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북한에게 충북 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명을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아 활발히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노동운동가, 간호사 등 개인 이력을 살려 역할을 나눠 포섭활동을 했다는 게 국정원의 주장이다.


현재 국정원은 북한 공작원과 이들이 접선부터 주도면밀했다고 보고 있다. 구속된 인물 중 한 명인 A씨는 접선 당일 사전에 정한 대로 신문과 생수병, 검정 가방을 매고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또 북한 공작원은 A씨를 지나쳐간 뒤 간격을 두고 걸으며 감시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후 함께 택시에 탑승해 A씨와 대화를 나눴다.

함께 구속된 B씨는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과의 접선을 시도했다. 국정원은 B씨가 북한 공작원과 둘만의 신호를 보내며 움직인 뒤 호텔에서 만났다고 보고 있다.

함께 혐의를 받는 C씨는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한에게 공작금 2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북한 공작원이 현지 대형마트 사물함에 돈을 넣어놓은 뒤 C씨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조직을 결성한 뒤 꾸준히 해외로 건너가 북한 공작원과 만나왔다. 이들은 국내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10차례 이상 지령문을 수령했다는 게 국정원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령문의 주요 내용으로는 ▲각 지방 정치권 동향 조사 및 보고 ▲노동자 의식화 대중문화 행동 거점 구축 ▲통일 분위기 고조 위한 대중 투쟁 전개 ▲한국타이어 법정투쟁, 노동자 인권 옹호 방향으로 전개 ▲F-35A 스텔스기 도입 반대 투쟁 등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F-35A 스텔스기를 도입하려 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비슷한 시점 지난해 청주에서도 미국 F-35A 스텔스기 도입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종일 전투기 연습 소음으로 불안감이 커진다는 게 이유다. 


시위를 주관한 충북동지회는 F-35A 스텔스기 도입이 주민 생존 문제의 자기결정권을 유린하는 행위라며 규탄했다. 충북동지회가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을 펼친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F-35A 도입 예산을 감액하는 등 국방비 예산이 5600억원가량 줄었다. 어느 정도 북한의 바람대로 이뤄진 셈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정부는 재난지원금 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F-35A 도입 예산을 감액하는 등 국방비 예산을 5600억원가량 줄였다”며 “간첩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청주 시민활동가 4명 국보법 위반 혐의
‘지하 조직’ 만들고 북한 지령 받은 의혹

그 뿐만 아니라 이들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특보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4명은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해당 의혹 제기에 대해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특보를 청와대가 어떻게 다 책임지나”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간첩 사건이 정치 게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사례들로 간첩이 정치권 인사에게 접근해 정세를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이 국내 정세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려 한 정황은 지령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국정원에서 밝힌 지령문 속 내용에는 ‘총선에서 자한당(자유한국당)을 참패에 몰아넣고 책임을 황교안에게 들씌워야 한다’ ‘박근혜 동정론 확산’ 등이다. 실제로 야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내주며 참패를 당했다.

정계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이슈를 우선 선점해 대남 전력과 연계하려는 북한의 바람대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번에 붙잡힌 이들은 과거 적발된 간첩과 다르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비정규직, 검찰개혁 등 정치와 관련된 사안을 통해 간첩활동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북한이 간첩활동을 펼치던 국가 기밀 유출, 선전 활동과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혐의를 받는 이들은 국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4조와 7조, 8조를 적용받았다. 국가보안법상 4조는 가장 처벌 수위가 높아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혐의를 받는 이들은 국정원과 경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충북동지회 측은 “100% 조작된 사건”이라며 “우리가 접촉했다는 북한 공작원들은 가공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간첩이 잡힌 이유를 국정원 내부 사정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범여권은 연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으로 인해 오는 2024년부터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다.

다급해진 국정원이 간첩단 사건을 내세워 대공수사의 중요성을 과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정원은 이 사건의 관련 정보를 오랜 기간 취합해오다가 최근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고 전해진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국정원 같은 수사가 사실상 불가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원은 국회에 국가보안법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정원의 발표로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박지원 국정원장이 발표한 이유가 만일 수사 상황을 감췄다면 후폭풍을 맞이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후폭풍 예고


정치권에서는 간첩이 나온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 정치 싸움이나 할 게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간첩이나 북한에 포섭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서는 순간 대북정책이 왜곡되고,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 여야를 떠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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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