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적대적 공생관계 내막

적의 적은 동지…숙명의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야 대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립각이 점점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면서 서로를 키우고 있는 그림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여야에서 각각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면서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 지사라는 막강한 주자가 있고, 야권의 대항마인 윤 전 총장이 그를 추격하는 형국이다.

대항마 추격
의도된 충돌?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진행한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는 32.4%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 중 1위다. 보수 야권 주자들 중에서는 윤 전 총장이 33.2%로 1위를 지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는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풀려나 기사회생했다. 사법적 족쇄가 풀린 후 그는 여권 대선 후보들을 맹추격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선제조치, 재난기본소득 보편지급, 수술실 CCTV 도입 등으로 화끈한 행정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반면 윤 전 총장은 현 정권과 대립하면서 성장했다. ‘때리면 때릴수록’ 강해진 그는 보수 진영 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고 다시 세우겠다”며 대권에 도전한 상태다.


정계에서는 두 인물을 공생관계로 보고 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공방이 계속될수록 타 후보들이 조명을 받지 못해서다. 필요에 따라 서로를 때리거나 옹호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이야기다. 

그간 정치권은 서로를 향한 적대적 에너지를 동력 삼아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각 진영의 지지자들은 가장 ‘센 놈’에게 힘을 실어줬다. 따라 서로가 ‘지렛대’ 역할을 해줌으로서 집안 싸움에서 더 유리한 상황을 전개할 수 있는 셈. 

둘이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리스크 큰 여야 대권후보 ‘치고 박고’
‘​​​​센 놈’에 힘 실어주는 지지자들 동향

상대 후보의 지지율이 낮은 것도 좋지 않다. 만약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 지사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사람이 해도 이길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냐”는 기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다.

따라 이들은 공세에 대한 수위를 조절할 전망이다. 두 인물 모두 당의 ‘성골’ 세력보다는 중도 민심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불필요한 공방을 벌일 경우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 지지율이 동반 하락할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이 지사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언급을 자제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이 5·18과 관련된 메시지를 냈을 당시에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당시 윤 전 총장은 5·18을 ‘살아있는 역사’라고 표현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국민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각종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5·18 정신을 들먹이기 전에 목숨을 건 저항과 함께하려는 대동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진심으로 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달리 이 지사는 “그 분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5·18에 대해서 나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메시지에 대해서 난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민주당 분위기와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 ‘때리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그는 “그 분이 나름의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과거의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는 일을 원칙에 따라 잘하셨다. 그 점 때문에 우리 국민들께서 높이 평가하신다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둘의 분위기
달라진 양상

그런 둘의 분위기가 최근 달라지는 양상이다. 서로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던 두 사람이 계속 충돌하고 있다. 수세 국면 탈출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사는 당내 경선에서 노골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대선 경선 열기가 점점 가열되면서 범친문계 후보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아서다. 이 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은 물론 여배우 스캔들도 재소환됐다.

윤 전 총장 역시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X파일’ 논란이 터졌고, 장모 최씨가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부인 김건희의 논문 연구 부정 의혹도 불거졌다. 김씨가 지난 2008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논문에서 부정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는 사안이 엄중하며 특별 조사에 착수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배경이다.

둘은 최근 팽팽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진영에서 인정받으려는 심산으로 읽힌다. 파열음의 발단은 역사관이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 당시)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데 대해 윤 전 총장이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느냐”고 일침을 놓으면서다.

이후 이 지사는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구태 색깔 공세라니 참 아쉽다”고 재반박했다.

경쟁자 관심
흡수하는 효과


둘의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색깔론, 이념 논쟁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적어도 국가의 최고 공직자로서 국가의 중요한 것을 결정할 지위에 있거나 희망하는 분들이라면 그래도 현실적으로 실용적인 역사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고 재차 이 지사를 겨냥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 사건을 거론했다. 이 지사는 “6년 전에는 기소도 안 됐던 분(최씨)이 이제야 구속된 과정에 윤 전 총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며 “이번 논란이 누구의 장모냐보다 사무장 병원의 폐해를 밝히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이다.

일각에선 이를 ‘의도된 충돌’로 보고 있다. 서로를 때리면서 시선을 돌리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선 1·2위 주자 간 직접 충돌이 정치권의 핫이슈가 되면서 이 지사에 대한 당내 경쟁자들의 견제가 주목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활로를 뚫었다. 최근 이 지사의 기본소득 논쟁이 정체돼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슈를 꺼낸 것. 여야의 유력 후보 간의 대결로 각자 진영 내의 다른 경쟁자들에게 돌아갈 관심을 두 사람이 흡수하는 효과를 본 셈이다.


민주당 강훈식 대선경선기획단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이)가족 악재를 색깔론으로 터닝해서 공격하는 모양새”라며 “(시선을)밖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때리기로 국면 전환
시선 돌리기…시작된 공방

이 지사의 경우 앞으로 당내 입지가 좁은 만큼 이 구도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 형수 욕설 논란이나 여배우 스캔들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특히 친문과의 대립각은 이 지사에게 큰 약점이다.

당의 주류 세력인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이 지사에 대한 비토 감정이 짙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친문 세력이 이 지사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세력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 레이스에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의 지지가 필요하다. 최근 이 지사는 친노·친문 진영 인사를 포용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 여권 내부에서도 이 지사와 친문 세력과의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친문 세력과 이 지사의 갈등은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이루면서, 친문 세력과 감정의 골이 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에 불거진 ‘혜경궁 김씨’ 사건은 치명타였다.

친문 진영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의 계정 주인이 이 지사 아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아내 김씨가 맞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친문계에선 “이 지사가 거짓말을 했다”며 지사직 사퇴와 출당을 요구했다. 이후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친문 진영과 앙금은 여전히 가시질 않은 상태다.

사적문제?
이심전심?

두 사람의 공방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약점이 노출될 수도 있는 네거티브 공방이지만 당장은 양측 모두에게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이 지사만 해도 ‘윤석열 때리기’로 당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또 상대의 맞수가 자신이라는 점을 진영 내부에 과시할 수 있다. 양강 대결구도가 형성되면 자신에 대한 일방적인 공세를 희석시키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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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