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배제? '정부 고리' 국세청 코드 인사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2 13:24:00
  • 호수 1331호
  • 댓글 0개

여전히…연줄 있는 사람만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세청은 지난 1일 고위공무원 가급 4자리와 나급 14자리에 대한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지역 안배 등 조직 내 현실 여건을 반영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관례를 무시한 ‘문재인 정부’ 코드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1급 인사는 단순한 고위직 인사가 아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국세청장 후보자를 뽑는 자리다. 국세청 인사는 특정 시기, 단 한 번의 기회다. 능력은 물론 행정고시 기수·출신 지역까지 고려한다. 각 출신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국세청 안팎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각 출신에
골고루 기회?

대통령 탄핵 이슈 전인 5년 전, 고위직 인사에는 이 같은 고민이 없었다. 집권당인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 지역은 TK(대구·경북)였고, TK 등 영남 출신 행시 36회 인재가 전면에 부상했다. 반면, 행시 34회, 35회, 36회, 37회 비 TK 인사들이 주목받지 못했다.

호남은 노골적으로 배제됐었다. 지난 정부에서는 단 한 명의 호남 출신 1급 승진자도 나오지 않았고 국세청 최고 요직 중 하나인 본청부 조사국장의 경우 2018년 7월 김명준 국장(전북 부안)이 나오기 전까지 15년간 호남 출신 조사국장이 없었다.

단순히 경합에서 진 것이 아니라 인사 후보군 자체에 넣지 않았다는 소문도 들렸다. 


현 정부 출범 후 국세청 인사는 ‘균형’ 기조로 돌아왔다. 행정고시 기수 서열 측면에서는 행시 35회 김현준 국세청장, 행시 36회 김대지 현 국세청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내년 차기 국세청장 후보에 행시 37회, 행시 38회가 올라가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국세청장을 제외하고 최선임 행시 기수인 37회 인사는 네 명이 있다. 예상대로 임광현 서울국세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임성빈 부산국세청장이 서울국세청장으로 임명됐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인사’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 불문율처럼 여겨져 오던 1급 1년이면 후진을 위한 용퇴라는 관행에 따라 문희철 국세청 차장은 용퇴했으나,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이 다시 1급으로 복귀한 뒤 나온 말이었다. 

1급 1년이면 후배 위한 용퇴
불문율 깬 인사…뒷얘기 무성

임광현 차장은 임성빈 청장보다 기수는 하나 내려간 행시 38회지만, 한발 앞서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 정부에서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활동한 인재들이 밀려나고, 비 TK 34~37회 인물들이 조명을 받지 못한 틈을 타 부상했다.

임광현 차장은 박근혜 대통령 제 2의 고향인 충청도 사람이기도 했다. 

임광현 차장은 사무관 임관 시기부터 특별한 재능과 능력으로 주목받았고, 지역 색깔을 막론하고 국세청 핵심 간부들의 제안을 받아 늘 조사 분야 핵심인재로 활동해왔다.


국세청 최고 요직이라는 서울청 조사4국장-국세청 조사국장-서울청장을 거쳤는데 현 정부 인사를 통틀어 이 같은 경력을 가진 것은 한승희 전 국세청장 외에 임광현 차장이 유일하다.

지난 정부에서 선배 기수가 대거 밀려났지만, 임광현 차장이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지난해 9월 현 보직인 서울국세청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불과 9개월 만에 국세청 차장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때문일까.

임광현 차장의 탄탄대로 ‘관운’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관운도 업무능력이 탁월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국세청이 배포한 고위공무원단 인사명단 자료에 따르면 임광현 차장은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국세청 내 엘리트로 평가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조사국장을 두루 역임한 ‘조사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임성빈 청장도 서울국세청 조사 4국장 이력이 있다. 그의 경쟁자는 김창기 중부지방국세청장, 강민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었다. 현 정부가 처음 뽑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이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급에 승진했고, 늘 국세청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입맛 따라
누가 뽑나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정권을 막론하고 늘 능력 중심 인사가 단행된다. 대규모 탈세 조사를 담당하기에 검찰과 경찰 등 각 주요 사정당국 정보가 오갔다. 본청 조사국 외에 별도로 조사수집부서를 가진 유일한 부서기도 하다. 

사정당국으로서 국세청 권위를 상징하는 부서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며 국세청 요원 중 최고 인재가 이곳에 배치된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청와대와 여당까지 능력과 특히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임명이 가능하다. 현 정부 초대 국세청장인 한승희 국세청장도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이다.

임성빈 청장은 사무관 임관 시절부터 주목받았지만, 이명박정부 출범 후 사실상 강등의 삶을 살았다. 모두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당시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들은 기관과 출신을 막론하고 줄줄이 인사에서 배제됐다. 1급 자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다 기획재정부 2급 국장 지위를 전전한 구윤철 현 국무조정실장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 인사에 대해 불만이 제기됐다. 이들이 ‘귀한 1급’ 직위를 두 번이나 거쳤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고위직일수록 후보들은 많은데 자리는 몇 없는 송곳형 인사 구조기에 한 번 좋은 자리를 간 사람은 특별한 사정없이는 후배를 위해 명예퇴직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현 1급 중 국세청장 후보를 남기더라도 한 명만 남기는 것이 지난 인사 관행이기도 했다.  

타 기관과의 행정고시 기수 균형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행시 35회),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행시 33회), 임재현 관세청장(행시 34회)은 직렬상 국세청장과 동급이다. 


또 김창기 중부국세청장(행시 37회, 경북 봉화)은 현 보직에 내정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부산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김 청장 후임으로는 김재철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세대 4기, 전남 장흥)이 내정됐다.

잇단 파격
희비 갈려

이밖에도 이판식 부산국세청 징세송무국장(세대 4기·전남 장흥)은 송기봉 광주국세청장(행시 38회, 전북 고창)의 뒤를 잇는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 고위공무원단의 인사 기준은 행시와 비고시(세무대) 그리고 현 정부와 인연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대지 국세청장을 필두로 이번 인사에 명단을 올린 (행시 출신)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 등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성빈 청장은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문이다.

또 (세대 출신) 이판식 국장의 경우에는 참여정부 시절(2006년 6월) 사무관 직책으로 청와대에 파견, 불과 2년도 안돼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국세청에 복귀했다. 이후로 2019년 2월 또 다시 청와대에 파견돼 2020년 초,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후 채 1년 남짓한 사이에 고위직 나급(2급) 광주국세청장에 내정된 것은 ‘파격’ 그 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국세청 1급 승진 하마평에서 빠지지 않았던 강민수 본청 법인납세국장(37회·창원)과 정철우 본청 징세법무국장(행시 37회, 경북 경주), 이현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등은 각각 대전국세청장과 국세공무원교육원장 그리고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공교롭게 이들은 모두 참여정부 뿐만 아니라 현 정부 인사와도 인연이 깊지 않아 고배 아닌 고배를 마셨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행시기수 양보와 배려 사라져
인연 없는 인물 퇴출당했다?

이번에 발표된 인사들 중 한경선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박근재 본청 조사기획과장, 이태훈 본청 세원정보과장, 강영진 서울청 조사1국1과장, 이상걸 서울청 국제조사관리과장 등 5명을 콕 집어 분야별 전문가여서 발탁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임명된 박근재 과장의 경우 2014년 통영서장, 2015년 중부청 법인신고분석과장, 2016년 용인서장, 2017년 외교부 파견, 2020년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최근 7년간 조사 파트에 근무한 경력이 없다. 청장을 보좌하다가 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이다.

감찰담당관의 경우 강영진 감찰담당관이 서울청 조사1-1과장으로 가고 윤창복 국세청 조사1과장이 감찰과장 자리로 이동했다.

이번 인사에서 본청 조사국에 세무대학 출신들의 명맥이 끊기면서 그 아쉬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최근 5년간 본청 조사국 과장급 프로필을 살펴보면, 그동안 국세청 조사국에는 세무대학 출신의 과장이 반드시 유지돼왔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세무대학 출신이 사라지게 됐다.

2017년 상반기 이호석 국제조사과장(세대3), 구상호 세원정보과장(세대3), 김진우 조사1과장(세대6), 김운섭 조사2과장(세대1) 등 4명의 세대출신이 있었으나, 2017년 하반기 채정석 조사1과장(세대2), 김진호 조사2과장(세대3) 등 2명으로 줄고, 2018년 상반기 채정석 조사1과장(세대2), 김진호 조사2과장(세대3), 2018년 하반기 김진호 조사1과장(세대3), 백승훈 조사2과장(세대4), 2019년 상반기 김진호 조사1과장(세대3), 백승훈 조사2과장(세대4)까지 계속해서 2명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9년 하반기 백승훈 조사1과장(세대4)으로 1명으로 줄었다가 2020년 상반기 백승훈 조사1과장(세대4), 한경선 조사분석과장(세대6) 2명으로 늘었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세대 6기 출신의 한경선 조사2과장만이 홀로 명맥을 이어오다 이번 과장급 인사에서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세대출신이 자취를 감췄다.

본청 짐입
더 힘들어?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 세대 출신이 본청으로 전입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갈수록 ‘행정고시 천하’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본청으로 들어온 7명의 과장 중 행시는 5명인데 비해 비고시는 2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세무대학 출신이 1명, 7급 공채가 1명이었다. 비고시 출신의 비율이 많은 국세청 조직이지만 결국 고위직으로 향하는 관문은 비고시들에겐 높기만하다는 푸념이 많다. 

김대지 국세청장이 취임 당시 ‘비고시 직원이 빠르게 갈 수 있는 트랙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으나 결국 많은 비고시 출신 국세공무원들에게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인사라는 평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