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 ‘월 1000도 우스운’ 예체능 학원비의 민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2 11:37:57
  • 호수 1331호
  • 댓글 1개

기둥뿌리 뽑아야 ‘특별 레슨’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아이 한 명을 예체능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집 한 채를 날려야 하거나 서서히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예체능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

우리나라 대학교에는 예술·체육과가 셀 수 없이 많다. 고등학생이 좋은 예체능 전공인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듣는 수업뿐 아니라 고액 레슨을 따로 받아야 한다. 이 레슨비는 인문계 학생이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내는 사교육비에 비해 훨씬 더 큰 금액이다. 특히 대학입시 레슨은 대부분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비싸다고 
느껴지지만…

대학 진학을 책임지고 있는 입시 레슨 선생들은 대학 교수와 연이 있어야 학생 유치에 유리하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유명한 학원이나 인맥이 넓은 선생이 있는 곳에 등록한다. 

보편적으로 어린 나이부터 특별 레슨을 받고 그 중에 우수한 학생들이 예체능 중·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된다. 물론 해당 학교에 가지 않고도 학원에서 레슨을 받고 대학에 가는 경우도 많다. 두 경우 모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기간 내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유명 예체능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학부를 졸업해도 그때부터 다시 돈을 들여서 예체능을 공부해야 하고 개인의 열정과 부모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 된다. 석사를 마쳤어도 상황은 마찬가지고 다시 똑같은 이유로 박사 과정 진학까지도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석사와 박사를 마쳐도 지도교수에게 인정받고 잘 보여야만 대학에서 강사라도 할 수 있게 된다. 대학 강사 생활을 하다가 그 중에 아주 극소수만 교수가 된다.

예체능 분야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일어난다. 아무리 예술·체육 분야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의 밥벌이는커녕 계속 돈을 들여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이 되는 예체능 학원비에 대해 정리했다.

▲미술 = 미술학원들은 대학능력수능시험이 끝난 시점부터 대학교 미술 입시가 시행되기 전까지 특강 명목으로 수험생에게 고액의 수강료를 요구한다. 서울 지역의 정시 특강비는 최소 600만원 내외다. 입시 미술로 유명한 곳이 몰려있는 홍대나 강남 지역 특강비는 70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홍대의 입시 학원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한다. 비용은 보통 600만원 안팎이다. 업계에서 미대 입시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기 때문에 적정가로 알려져 있다. 

학교뿐 아니라 고액 학원 따로 다녀
인문계 사교육비 비해 훨씬 더 많아

학원들은 수능 직후부터 주요 예술대학의 정시 실기시험이 끝나는 2월 초까지 ‘집중 코스’ 나파이널’이란 이름을 내걸고 한 달에 몇 백만원에 달하는 실기 대비반을 운영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기 비중이 큰 예체능 계열 특성상 어쩔수 없지 고액 수강료를 지불하고 있다.

수험생의 ‘정시특강 비용이 비싸다’는 내용의 글도 쉽게 볼 수 있다. 입시 전문 사이트에 한 수험생은 “지방 학원인데도 정시특강비가 500만원이다. 이미 수시특강 비용으로 500만원을 냈다. 거의 1000만원이라서 부모님이랑 엄청 싸웠다”고 게시했다.


강남구 한 입시미술학원은 수능 직후인 11월16일부터 1월26일까지 2개월 동안 주 6일 하루 종일 수업하는 조건으로 무려 800만원을 받고 있다. 성북구의 유명 미술학원은 2달도 안 되는 기간 497만원을 받았으나 ‘가장 싼 편’에 속했다. 

▲음악 = 실기 준비를 주로 ‘개인 레슨’으로 하는 예비 음대생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작곡과 전문 입시 학원에서는 수능 직후 두 달간 대략 1000만~1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입시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비용일지라도 ‘입시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 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학부모도 자녀 입시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거액의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자녀 위한
투자라 생각

피아노 전공의 경우 선생님을 돌아가면서 수업을 듣는다. 레슨, 입시 전문학원에서 수업(6만원)을 듣고 대학 강사급에게 수업(10만원)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대학 교수에게 또 한 번 수업(최소 20만원)을 듣는다. 학생이 레슨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경우에는 선생님을 또 초대해야 하는데 한 시간에 5만원에서 8만원 정도가 든다.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 달로 계산하면 레슨비가 약 200만원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이 기간 지방에 거주하는 예체능 계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배로 커진다. ‘방값’까지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남의 한 음악학원 인근 고시원에서 한 달 넘게 살며 실기 준비를 했던 한 음대생은 월세에 부담을 느꼈다. 학원 레슨비는 물론 악기 물품 구입비, 연습장소 대여비까지 합하면 매달 3000만원 이상을 쓰게 된다. 

입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월 학원비는 30만~40만원 정도. 학원 강사로부터 직접 레슨을 받거나 학원으로부터 소개받은 사람에게서 레슨받을 때 레슨비는 한 번에 30만원이다. 이쯤 되다 보면 수시모집을 앞둔 입시철엔 월 200만~300만원은 나간다. 

올해 실용음악과 보컬을 지원한 한 수험생은 “돈도 돈이지만 어느 정도 해야 합격할 수 있는지 좀처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아나운서 = 방송국의 얼굴 아나운서를 배출한 학원들도 고액 강습료를 받는다. 서울 신촌, 강남 등 유명 아나운서를 배출했다는 학원이 즐비하다. 이곳의 비용은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든다. 해당 커리큘럼은 6개월 정규반, 아나운서 정규반, 고급반 등이 있다.

정규반은 4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다. 정규반은 40회 차고 수업 시간은 일주일에 2회,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직장인은 주말에 한 번 여섯 시간을 몰아서 들을 수 있다.


실기 앞두고 
목돈 준비

학원 상담사가 내세운 것은 추천채용과 단독 채용이다. 이들은 공개채용보다 추천채용의 합격률이 더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추천채용이 이뤄지는 과정은 인력이 필요한 기업이 일부 대형 아나운서 학원에게 추천채용을 의뢰한다.

의뢰받은 학원에서는 본원 수강생을 중심으로 서류면접을 진행한다. 최종면접 전까지는 모두 학원 내부에서 이뤄진다. 기업 입장에서 번거로운 채용 과정을 줄일 수 있고 학원 입장에서는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해 더 많은 원생을 모집할 수 있다.

이런 탓에 학원에서는 이른바 추천 전쟁이 벌어진다. 얼마나 많은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지가 학원의 능력을 가르는 중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몇 곱절이다. 신촌과 강남 등에 위치한 아나운서 학원비는 대개 400만원선.

이는 40회 수업 비용이다. 여기에 일대일 개인 지도를 더하면 시간당 15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기본반을 수료하면 고급반, 단과반 등의 과정을 수강해야 합격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되면 학원비로만 거의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알려진 대형 학원 3곳의 학원비도 대체로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세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암묵적으로 책정
시간당 10만원 천정부지

▲체육 = 체대 입시도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실기고사가 복잡한 데다 대학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체대 입시학원비는 월 40만원가량이지만, 정시 전형을 앞둔 3개월간은 월 200~300만원까지 치솟는다.

서울 강남구의 한 체대 입시학원은 1월에 있는 학교별 실기시험 전까지 300만원의 수강료를 내야 했다. 지난해 고3 자녀의 체대 입시 준비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대학마다 시험 과목이 다르고 선택 과목도 있어 학원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체대 자녀를 둔 엄마들은 다들 마지막에 목돈이 든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체대 입시학원은 체인이기 때문에 정보공유 면에서 유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비싸게 느껴져도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등록할 수 밖에 없다. 체대 입시 관련 설명회가 거의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학원이 학부모 사이에서는 정보를 공유해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아카데미가 체대 입시 전문학원 역할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사교육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과 경기도 등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학원 교습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서울, 경기는 물론 충북, 세종 등도 사교육 열풍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 대상 심야 개인 과외와 학원 교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아카데미는 학원이나 교습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적용받지 않는다.

체대학원서 
정보 공유도

학원법의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시도 교육청이 정한 교습비 기준을 넘는 고액 수강료를 받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서울 각 구 교육지원청이 정한 입시·보습 학원 교습비는 1분당 200원을 넘지 않는다. 시간당 12000원 정도인 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