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산책 ③수원 광교호수공원

빌딩 숲 어우러진 호숫가 산책

때로는 인공적인 것도 자연과 어울린다. 드넓은 공원, 아름다운 호숫가 주변에 들어선 빌딩 숲이 그렇다. 공원과 호수는 클수록 좋다. 그래야 빌딩 숲에 주눅 들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으니. 뉴욕 센트럴파크나 수원 광교호수공원처럼 말이다. 일산호수공원의 1.7배,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광교호수공원은 2013년에 문을 열었다. 90여년 전 농업용 저수지로 처음 생겨나 해방 이후 유원지로 수원 시민들의 사랑을 받다가, 광교신도시 건설과 더불어 호수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광교호수공원은 이웃한 두 호수가 8자를 이룬 모양이다.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를 따라 총 6.5km에 이르는 수변 산책로를 만들고, 6가지 테마 공간으로 다양한 재미를 더했다. 수변 공간 ‘어번레비’를 중심으로 ‘신비한 물너미’ ‘재미난 밭’ ‘행복한 들’ ‘커뮤니티 숲’ ‘조용한 물숲, 향긋한 꽃섬’ 등을 꾸며,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2014대한민국경관대상에서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

바닥분수와 공연장,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원천호수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조금 떨어진 신대호수에선 더 여유 있는 산책을 즐기기 좋다. 둘 사이에는 숲속 쉼터와 광교푸른숲도서관, 스포츠클라이밍장 등이 자리 잡았다.

가족이라면 원천호수가, 연인이면 신대호수가 좋겠다. 종일 두 호수를 쉬엄쉬엄 둘러봐도 괜찮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좀 더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가족캠핑장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광교호수공원 제1주차장에서 원천호수로 들어서면 중심 테마 공간 어번레비가 시작된다. 어번레비(Urban Levee)는 ‘도시의 일상과 축제를 모두 수용하는 새로운 도시 제방’을 뜻한단다. 고층 아파트를 따라 이어지는 1.6km 수변 공간에 전망덱과 레비브리지, 바닥분수 등을 배치했다.


걸으면서 변하는 풍경을 즐겨도 좋고,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쉬어도 좋다. 아이가 있다면 바닥분수를 반길 만하다.

어번레비 곳곳에 색다른 공간도 눈에 띈다. 갖가지 수원 여행 관련 자료를 갖춘 ‘수원 여행 스테이션’, 벤치에서 쉬는 동안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간이 도서관 ‘빨간 책꽂이’, 관상수를 여러 가지 동물 모양으로 다듬은 정원도 있다. 다리가 아플 만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벤치와 그네 의자에 앉아 호수 풍경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어번레비 맞은편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가 자리 잡았다. 수원시가 세계적인 환경 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자매결연을 하면서 그곳의 상징인 전망대를 도입한 시설이다. 나무로 마감한 외양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 전망대에 오르면 바로 앞 원천호수와 조금 먼 신대호수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펼쳐진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옆 광교생태환경체험교육관에선 광교호수공원의 다양한 생태 자원을 활용해 환경 교육을 한다.

두 호수 사이에 있는 광교푸른숲도서관도 놓치기 아까운 공간이다. 2018년에 문을 연 광교푸른숲도서관은 이름처럼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외관에 1~2층을 튼 계단식 열람실에서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이 보이는 전망도 멋지다.

도서관 곁의 ‘푸른숲 책뜰’은 아담한 펜션처럼 독립된 공간에서 가족끼리 책을 보는 시설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누구나 오붓한 숲속 서재를 즐길 수 있다.

신대호수는 원천호수보다 사뭇 한가한 분위기다. 덕분에 아름다운 수변 산책로를 따라 여유 있는 산책이 가능하다. 아담한 다리와 6개 원형 덱으로 꾸민 조용한 물숲, 향긋한 꽃섬은 신대호수를 대표하는 테마 공간이다.


다리 좌우로 희고 둥근 조명 기구가 거대한 물방울처럼 호수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광교호수공원은 야경도 아름답다. 수변 공간과 주변 고층 아파트를 색색으로 물들이는 조명이 물에 비쳐 환상적이다. 보름달이라도 뜨면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 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광교호수공원 밤하늘을 원색으로 밝히는 불꽃놀이도 펼쳐졌다.

내년, 아니 빠르면 올해 안에 광교호수공원의 불꽃놀이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4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 
이웃한 두 호수가 8자를 이룬 모양

광교호수공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수원광교박물관이 있다. 1층 광교역사문화실은 광교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출토된 유물을 중심으로 꾸몄고, 2층 소강실과 사운실은 우리 근현대사와 수원화성 관련 기증 유물을 전시 중이다.

수원광교박물관이 자리 잡은 광교역사공원에는 조선 초기 문신이자 세종대왕의 장인인 심온의 묘와 태종의 여덟째 아들인 혜령군의 묘 등이 있다.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면 수원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수원화성(사적 3호)으로 가자. 6km에 가까운 성곽이 부담스럽다면 화성행궁(사적 478호)만 봐도 괜찮다. 행궁이란 왕이 임시로 머문 별궁을 말한다.

정조가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에 올 때 머물기 위해 지은 화성행궁은 전국의 행궁 가운데 가장 큰 규모와 격조 높은 전각을 자랑한다.

일제강점기에 병원과 경찰서로 쓰이면서 대부분 파괴됐으나, 〈화성성역의궤〉 〈정리의궤〉 등에 남은 건립 당시 모습을 토대로 복원했다.

정문인 신풍루와 좌익문, 중앙문을 지나면 화성행궁의 중심 건물인 봉수당이 나온다. 원래 이름은 장남헌으로 고을 수령이 나랏일을 살피는 동헌으로 지었으나,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화성행궁에서 치르며 봉수당으로 바꿨다.

이어지는 장락당은 혜경궁홍씨가 회갑연 기간에 머문 처소다. 장락당 한쪽에는 당시 회갑 잔칫상을 재현한 모형이 있는데, 탑처럼 쌓은 적이며 포, 과일 등이 눈길을 끈다.

팔달문시장


화성행궁에서 가까운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만든 시장’을 표방한다. 정조가 화성에 상업을 육성하기 위해 팔달문에 시장을 만들고, 해남에서 무역업을 하는 고산 윤선도의 후손을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갈비와 함께 수원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옛날 통닭을 맛볼 수 있는 수원통닭거리도 팔달문시장 구역이다. 이밖에 가구거리와 패션거리 등 특화된 구역과 다양한 먹거리가 손님을 맞이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광교호수공원→수원광교박물관→팔달문시장→화성행궁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광교호수공원→수원광교박물관→팔달문시장→화성행궁 
둘째 날: 수원화성→해우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광교호수공원 www.gglakepark.or.kr
- 수원관광 www.suwon.go.kr/web/visitsuwon/index.do
- 수원광교박물관 ggmuseum.suwon.go.kr/index.do
- 화성행궁 www.suwon.go.kr/ web/visitsuwon/pages/hs02/list.do
- 팔달문시장 www.suwon.go.kr/web/visitsuwon/course06/course06-01/pages.do?seqNo=220

문의 전화
-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공원관리과 031)228-4198
- 수원관광정보센터 031)228-4672
- 수원광교박물관 031)228-4175
- 화성행궁광장관광안내소 031)241-2703
- 팔달문시장 031)251-5153 


대중교통
[버스] 신분당선 상현역 2번 출구 상현역 정류장에서 55번 일반버스 이용, 광교호수공원 제2주차장 정류장 하차, 광교호수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7-2번·19번·80번·88-1번·670번 일반버스 이용, 원천호수사거리·광교센트럴타운 62단지 정류장 하차, 광교호수공원까지 도보 약 14분. 
*문의: 신분당선고객센터 031)8018-7777 수원교통정보 its.suwon.go.kr 수원교통정보 031)228-4435

자가운전
용인서울고속도로 광교상현 IC→광교호수로 광교호수공원 방면 고가도로 옆 도로 진입, 155m→광교호수로 오른쪽 도로, 1.8 km→광교호수공원 방면 우회전, 51m→광교호수공원

숙박 정보
- 호텔 벨라스위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수원시 팔달구 권광로180번길, 031)231-2121
- 코트야드메리어트 수원: 영통구 광교호수공원로, 031)267-5600
- 광교호수공원가족캠핑장: 영통구 광교호수로, 031)548-0075
- 호텔아르떼: 팔달구 인계로108번길, 031)8067-6600

식당 정보
- 정돈 갤러리아광교점(돈카츠): 영통구 광교중앙로, 031)5174-7912 
- 행궁정찬(한정식): 영통구 광교중앙로, 031)303-6915
- 진미통닭(통닭):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031)255-3401

주변 볼거리
수원화성박물관, 화성 융릉과 건릉, 플라잉수원, 한국민속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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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