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은 못줄망정…정치보다 어려운 정치인 자식농사 백태

무자식이 상팔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정치인들이 자식들의 일탈로 인해 정치 인생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항상 언행에 신중해야 하는 그들이지만 가족과 친지들까지 일일이 챙길 수는 없는 법. 자식 때문에 고개 숙인 정치인들은 누가 있을까? 

국내 대기업 고위 임원이 마약 밀매와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임원은 재판 중에도 회사에 정상 출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대마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의 사건을 심리 중이다.

떠오르는 
사위 논란

A씨는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국내로 입국하면서 가방 안에 엑스터시 1정과 대마를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9년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 객실에서 B씨와 공모해 엑스터시 1정을 쪼개 먹고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에도 대마를 흡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B씨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필로폰과 대마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구 청담동 소재 클럽 화장실이나 자신의 주거지 등에서 주로 투약했다.


A씨 측은 “외국에서 허용된 마약을 귀국길에 주변 지인들이 몰래 가방에 넣었는데, 이를 미처 알지 못하고 가져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투약 혐의에 대해선 무죄 추정 원칙을 들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회사에 정상 출근을 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사라 재판이 진행 중인지 몰랐다”면서도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징계위원회 등을 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1월4일 기소돼 지금껏 5차례 재판을 받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을 받은 이유는 A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의 맏사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아직까지 이렇다할만한 입장을 내 놓지 않고 있다.

마약 밀매와 투약…폭행·성추행 ‘가지가지’
떨쳐내기 힘든 꼬리표…정치 인생 끝나기도

정치인의 사위가 마약사건에 연루됐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마약 혐의로 구속된 클럽 ‘버닝썬’ 직원이 과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C씨에게 마약을 판매하고 함께 투약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서울동부지법은 2015년 2월 C씨의 마약 혐의 재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C씨는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총 15차례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등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의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과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큰 실수로 이미 처벌을 받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반 국민이 정치인의 사위라는 이유로 전 국민 앞에서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다”며 “자신과 무관한 일로 계속해서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는 공인의 입장과 지난날을 반성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과 어린 자녀들의 입장을 부디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5월6일 국회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총리 사위의 라임펀드 관련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김 총리가 사위가 가입한 고액의 맞춤형 펀드를 ‘특혜’라고 규정하며 맹공을 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 총리 가족들도 피해자”라며 김 총리를 감쌌다. 

구설수에 
특혜까지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낳은 라임 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김 총리의 둘째 딸과 사위를 위해 12억원 상당의 고액 맞춤형 특혜 펀드, ‘테티스11호’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테티스11호’는 투자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 환매가 가능했고, 운용사 몫으로 가져가는 수수료가 없어 특혜 시비가 일었다. 김 총리는 “저와 사위는 경제단위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테티스11’호에 이 전 부사장의 영향력 아래 있던 기업이 전체 설정액의 95%를 투자한 정황이 나왔다. 해당 업체는 정부 보조금 14억원도 수령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사위의 논란은 그나마 다행이다. 2017년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군인 시절 후임병을 상대로 폭행과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장남이 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정치 인생에 큰 위기가 드리워졌다.

장남의 마약 파문에 당시 독일 출장 중이던 남 전 지사는 급거 귀국해 “아버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들이 또래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피해 학생과 학부모님, 학교 측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아들이 SNS 등을 통해 조건만남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 아들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도록 아버지로서 더 노력하고 잘 지도하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아들, 딸… 
골고루 말썽

당시 바른정당 소속이던 장 의원은 당 대변인과 부산시당위원장에서 사퇴를 하기도 했다.

국회 최다선인 8선의 전 한나라당 대표도 자식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웃지 못했다. 서 전 대표의 아들은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대학 후배와의 폭행사건에 연루돼 폭행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막내아들이 SNS에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미개하다”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고, 결국 정 이사장은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다.

또 고승덕 전 한나라당 의원도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지만 “딸이 자식교육을 방치한 사람은 서울시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자 “딸아 미안하다”는 발언을 남기고 교육감 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1997년 이회창 전 국무총리의 아들 병역기피 의혹은 한국 정치사를 바꾼 사건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이 전 총리의 아들 두 사람이 모두 병역을 부당하게 면제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총리의 지지율은 폭락했고 이는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의 출마로 이어졌다.


여러 조건이 겹치면서 3파전 끝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1.6% 포인트 차이로 이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전 총리 아들의 병역문제 의혹은 다음 대선인 2002년에도 다시 불거졌는데, ‘병풍(兵風)’이라고도 불렸다. 재차 이 의혹을 폭로한 김대업은 명예훼손과 무고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 전 총리는 다시 대선에서 패했다.

전 대통령들 아들 문제로 사과까지
“정치판서 성공하려면 꽁꽁 숨겨야”

2003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해 청문회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다. 진 전 장관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2006년에 다시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장남이 국적을 회복해 군대에 가겠다’고 밝혀 선거용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 선거에서 진 전 장관은 결국 낙선했다.

대통령들도 자식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남 김현철씨의 국정 개입 의혹 등으로 국민여론이 들끓자 1997년 2월25일 카메라 앞에 서서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로 여기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집권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들로 인해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삼남 홍걸씨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구속된 데 이어 차남 홍업씨마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자 2002년 6월21일 “지금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못했다”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부터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2017년 대선을 기점으로 더욱 뜨거운 쟁점이 됐다. 2007년 감사 결과, 당시 채용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해 징계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준용씨의 채용 과정에선 위법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문 대통령은 딸 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와 관련해서도 이주 사유에 대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선거 방해
발목 잡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소위 잘나가는 정치인들이 자식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정치는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식농사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씁쓸함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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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