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동 제비’ 하루가 털어놓은 호빠의 세계

“화류계 착한 선수도 많아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화류계 종사자에 대한 대중의 편견은 부정적이다. ‘몸 팔아서 남의 등쳐먹고 다니는 인간’ 정도가 사회 전반에 깔린 인식이 아닐까. 실제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러한 편견에 정공법으로 부딪히는 이가 있다. 서울 장안동 호스트바 10년 경력의 ‘왕제비’라 밝힌 유튜브 채널 ‘제이비TV’의 하루다. 그는 불건전한 사회 인식을 깨고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누구나 이상을 꿈꾸지만, 계획한 대로 인생이 펼쳐지지는 않는다.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그게 인생이겠는가.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가 있다. 정말 믿는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신체·정신적 피해는 물론, 감당할 수 없는 금전적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일생일대
소용돌이

혹자는 누군가를 두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아?’라며 쉽게 손가락질하기도 하는데, 타인의 인생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않고 하는 발언은 꽤 오만한 발상일 수 있다. 누구나 누가 봐도 멋진 삶을 꿈꾸지, 사회의 통념에 벗어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유튜브 채널 제이비TV를 운영하고 있는 하루 역시 본인이 제비가 돼서 유튜버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 있다. 학벌이 좋은 부모님의 자제로 태어나 중국에서 요리사 유학까지 했고, 커피 분야에서도 금세 실력을 발휘했다. 

지금도 매우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의 슈퍼바이저였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커피숍 강의 분야에서는 늘 1순위였다. 워낙 강의를 재밌게 해 하루만 떴다 하면, 강의실이 꽉 찰 정도였다고 한다. 

커피 업계에서 경력이 쌓인 그는 커피숍 컨설턴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무실과 차 등에 빚을 지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 되던 사업이 갑작스럽게 경기가 나빠지면서, 빚이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리 직원 월급이나 벌러 가자면서 시작했던 호스트 일이 자신의 본업이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150만원만 벌려고 나갔어요. 당장 시작하자고 하더라고요. 두 번째 나간 날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좋은 손님을 만난 거죠. 매달 큰돈을 줄 테니 주기적으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선수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지도 잘 알려줬어요. 일종의 선수 교육을 받은 거죠. 사업한다고 빚이 적지 않았는데, 꽤 수입이 좋아졌어요.”

사람들은 화류계 종사자들을 쉽게 무시한다. 연예인이 말 한 마디만 잘못해도 구설에 오르는 건 대중의 기저에 ‘연예인은 나보다 낮은 서열’이라는 무의식이 작동해서다. 화류계 종사자는 그런 연예인보다도 낮은 서열에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화류계 종사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천함에 가까이 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커피 사업가서 호스트가 되기까지…
“유튜브 효과요? 한예슬 덕 봤죠” 

이 같은 시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게 화류계 종사자들이다. 어떻게서든 화류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을 뿐이다. 하루 역시 화류계를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생활했다. 화류계를 벗어나려고 하면 일이 꼬였다.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어요. 억 단위의 사기였죠. 제가 욕심이 있었던 것도 있고, 무지했던 것도 있죠. 그 돈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화류계에 머무르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가 10년 차거든요. 장안동에서만요. 웬만한 사장님들보다 더 경력이 길어요.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화류계에 계속 있는 이유는 빚 때문이었어요. 빚을 갚겠다는 책임감이죠. 매달 수백만원이 깨지는데, 이 돈을 어디서 버나요. 저희 사람 중에 이런 사연 없는 사람이 없죠. 여자들도 보면 부모님 잘못 만나서 돌봄센터 돌고 돌다가 화류계로 들어온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제는 빚을 다 갚았다. 하지만 여전히 선수로 머물러 있는 건 새로운 사업을 위한 발판을 삼기 위해서다. 인제 와서 다른 회사에 들어갈 경력도 없다. 선수로서 생명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자기 객관화도 분명하다. 떠나고자 하는 화류계지만, 고마움은 분명히 남아있다. 

“사실 제가 거지가 많이 됐었어요. 정말 남은 거 하나 없는 그런 수준으로요. 그때마다 저를 받아준 곳이 화류계예요.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예요. 이상한 날파리 같이 사기 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좋은 사람들도 있어요. 화류계가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싶어요.”

국내에서 화류계를 담은 영화 중 유일무이한 작품이 <비스티 보이즈>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하정우, 윤계상, 윤진서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화류계 종사자들로부터 ‘다큐멘터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완벽에 가까운 취재와 함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훌륭히 표현한 배우들의 덕이다.

특히 하정우가 연기한 재현은 나쁜 놈 중에 나쁜 놈이다. 도박에 빠져 버는 돈마다 도박에 탕진한다. 대출받은 돈으로도 도박해 늘 빚 독촉에 시달린다. 그때마다 여자들을 만나서 돈을 요구한다. 이른바 ‘공사’에 해당한다. 화류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재현이 전부로 보인다. 

제비와
호스트

어찌 됐든 제비라 하면 여성들의 돈을 받고 연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일인데, 하루 역시 재현처럼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하정우처럼 공사치는 건 하수”였다. 

“영화에서 하정우처럼 하면 문제가 생기죠. 오리지널 제비는 1:1 만남만 추구해요. 호스트는 여러 명의 손님을 관리하는 방식이고, 제비는 제일 센 여성분 한 명만 관리해요. 저는 제비라서 한 명한테만 몰두하죠. 그러다 만약 저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여성이 나타나면, 기존에 만나던 분에게 물어봐요. ‘A라는 여성이 돈을 이만큼 준대. 너 어떻게 할래?’라고요. 돈을 더 줄 건지 아니면, 여기서 끝을 낼 건지 선택권을 주는 거죠. 그러면 여자가 결정해요. 더 주는 게 부담이면 그만하는 거고, 저를 놓아주기 싫으면 더 내는 거고요. 이렇게 하면 탈이 안나요.”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호스트의 세계에도 낭만이 존재한다. 후배는 선배에 예우를 다하고, 후배는 선배의 여자를 만나도 되지만 선배는 후배의 여자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이 불문율이 깨지면 선배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위‧아래 관계에서 분명한 존중이 존재한다. 후배가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게 철저히 잡아주는 그들만의 체계도 있다. 

“제가 어쩌면 운이 좋은 케이스인 건 좋은 선배들을 만난 거예요. 교육을 잘 받았어요. 절대로 두 명 이상 만나지 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건 하류나 하는 거라고요. 그래야 큰 여성이 왔을 때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요. 어쩌면 고상하게 배운 거죠. 그리고 초반에 신입일 때 굉장히 우울한 여성이나, 여성 화류계 종사자들은 못 만나게 벽을 쳐 주셨어요. 제가 자칫 잘못된 사람들 만나고 멘탈 깨지고 할까 봐요. 이 업계에 잘 된 형님들 보면 누구보다 매너가 있고 젠틀해요.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겸손해요. 저도 사실 그런 면들을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웠어요. 카사노바 훈련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하하”

한국판
카사노바

하루는 연예인들도 터를 잡기 어려운 유튜브 세계에 제비라는 직업으로 수많은 구독자를 유지하고 있다. 5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있으며, 최근 연예계에 호스트 관련 이슈가 터진 뒤로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편견이 강한 직업군에 속해 있음에도, 하루 특유의 긍정적인 힘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호스트를 만나는 여성들의 고민이나 호스트가 되고 싶은 남성의 고민,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 호스트 세계의 장단점, 제비를 만나는 여성들이 알아야 할 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현실적이고 유익한 내용이 많다. 

“제가 유튜브를 1년 넘게 고민한 거 같아요. 가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90%는 반대했어요. 욕먹는다고요. 그래도 계속 이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저를 한 번 낭떠러지로 밀어 보고 싶었어요.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뭐든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죠.”

제이비TV의 댓글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응원한다. 때가 되면 선물을 보내주기도 하고 댓글에는 항상 하루를 향한 존중의 글들이 담긴다. 유튜브를 시작했을 처음부터 응원을 받은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시청자의 조롱이 적지 않았다. 긍정의 힘으로 극복한 셈이다. 

“8개월 동안은 효과가 없었어요. 한예슬로 이슈가 터진 뒤로 갑자기 구독자가 확 늘었어요. 이제 매달 수십만원씩 들어와요. 저에게도 처음에는 욕이 많았어요. ‘몸 파는 놈’이라고 많은 분들이 무시했죠. 사실 그런 글들 보면 저도 사람인데 좋지 않아요. 저도 욕으로 싸우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게 제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예쁘게 봐주세요’ ‘잘 할게요’라면서 늘 웃었죠. 저를 싫어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하다 보니까 많은 분이 저를 좋게 봐주셨어요. 지금은 정말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밤의 세계에도 낭만이 존재합니다”
“사기당하는 이유는 신용등급 때문”

하루의 콘텐츠를 듣다 보면 솔깃해지기도 한다. ‘나도 여자 만나면서 돈을 벌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하루에게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자문하는 30대 남자가 정말 많다고 한다.

“선수를 하고 싶어 하는 남자분들이 많은데, 전 되도록 하지 말라고 해요. 제가 좋은 것만 말해서 그렇지, 화류계 정말 쉽지 않아요. 여기는 일반 회사와 같은 곳이 아니에요. 정말 정글이에요. 경쟁이 극에 차 있습니다. 연예인처럼 잘생긴 데다가 절실함이 있어야 해요.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한데요. 이상한 여자들도 정말 많습니다. 수치심은 말도 못 하죠. 더는 도망칠 곳이 없는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데,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왕과 거지, 기생은 역사가 깊은 직업군이다. 누구나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기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존재해왔다. 남자가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유흥업소를 찾는다면, 여성은 연애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유흥업소를 찾는다.

재미를 위한 예도 있지만, 여성 고객들의 주 목적은 연애 감정이다. 따라서 호스트나 제비나, 극한의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다. 때로는 술에 취해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는 ‘진상’을 만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도 남자나 여자나 연애를 하고 싶어해요. 여자 중에 돈은 많이 벌었는데 나이가 많이 들면 좋은 남자 찾기가 어려워져요. 이미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들은 어린 여자들을 만나거든요. 그렇다고 젊은 남자 만나기도 어렵고요. 연애의 감정은 느끼고 싶은데, 괜찮은 사람들이 없는 거죠. 그래서 연애의 설렘을 느끼려고 저희를 찾는 거예요. 저희는 그것에 맞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거고요. 물론 그만큼 돈도 받죠.”

윤리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지만, 연애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많지 않다. 결혼 생각은 없는데, 연애는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혹은 매력 면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 능력이 되지 않아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화류계인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정책적인 지원이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화류계
양지화

“전 화류계의 양지화를 꿈꿔요. 화류계 종사자들이 평생 이곳에 머무르고 싶어하지는 않아요. 결국은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해요. 힘들게 돈을 모으는 거죠. 문제가 뭐냐면 신용이 없다는 거예요. 집을 사든 장사를 하려고 임대를 하든 목돈이 필요한데, 대출을 받을 수 없어요. 그 지점을 악용한 사람들로부터 사기를 당해요. 저도 그렇게 당했고요. 화류계 사람들도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들도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거거든요. 정부는 세금을 거둘 수 있죠. 정치인들은 화류계를 모르나요. 기생의 역사가 정치랑 연관이 돼있는데. 정작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화류계를 소비만 할 뿐 구제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세상이 공평해지고 있다고 봐요.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요.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양지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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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