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꾸라지' 김오수 검찰총장 흙탕물 생존법

체면은 살았는데…다큐? 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문재인정부 요직마다 이름을 올렸던 그의 종착지는 검찰총장. 친정으로 돌아온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방탄 총장’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란의 길’을 갈 것이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19년 7월25일 취임 이후 지난 3월4일 퇴임 때까지 당(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정(법무부)·청(청와대)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갈등은 극에 달해 ‘추·윤 대전’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추·윤 대전은 지난 한 해 정치권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윤석열 실패
확실한 내편

윤 전 총장은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카드를 들고 나오자 이에 반대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의 사의 표명 직후 수용 의사를 밝혔고 법무부는 후임 총장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친정부 인사’가 차기 검찰총장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윤 전 총장로 인한 학습효과였다.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과 검찰인사를 비롯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추·윤 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검찰과 법무부에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추 전 장관 이전까지 딱 한 차례만 발동됐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4번이나 이뤄졌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검찰총장 징계를 위한 검사징계위원회 개최 등이 연달아 터졌다. 윤 전 총장이 이에 불복하면서 행정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추·윤 대전의 결과는 윤 전 총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로 체급이 커진 것은 물론 지지율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선례를 경험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검찰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을 꼽았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의 발언에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유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다. 

이성윤 낙마하면서 1순위로
정부 요직마다 하마평 나와

이 고검장은 문정부 들어 가장 꽃길을 걸었던 검사다. 검찰 내 요직으로 꼽히는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검찰 안팎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 고검장은 끝까지 ‘친정부 검사’의 길을 걸었다.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이 이 고검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 고검장은 사상 최초로 ‘피의자 서울중앙지검장’ ‘피의자 서울고검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결정될 것 같았던 차기 검찰총장 자리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 순간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당시 전 법무부 차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으로 결정됐다. 이 고검장이 탈락한 후보군에서 김 총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떠올랐다.

실제 김 총장은 4명 가운데 가장 적은 표를 얻었지만 결국 박범계 장관의 제청,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검찰총장 후보자에 올랐다. 

김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낙점된 이유로는 ‘친정부 인사’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감사위원, 공정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권익위원장 등 후보에 거론됐다”며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친정부 성향
최고 장점

김 총장은 요직마다 하마평에 오를 만큼 문정부의 신임을 받았다.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됐으나 최재형 감사원장의 반대로 임명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김 총장이 공직 후보에 수차례 올랐던 점은 청와대가 그를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박 장관 이전 3명의 법무부 장관과 차관으로서 호흡을 맞춘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문정부가 임기 초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시시때때로 갈등을 빚었던 추·윤 때와는 달리 박 장관과 김 총장이 손발을 맞출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과거 김 총장의 언행도 이 같은 예측이 힘을 실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이 한창 불거졌을 무렵,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김 총장은 윤 전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팀 구성을 검찰에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크게 반발했고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김 총장의 행동을 두고 ‘윤 전 총장을 수사에서 빼려 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총장은 지난달 26일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건 맞지만, 윤 전 총장을 배제하자고 한 적은 없다는 것. 앞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진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2019년 10월 조 전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취임 35일 만에 낙마하자 이듬해 1월 추 전 장관 취임 전까지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과 이성윤 고검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대면 보고를 받으며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때 김 총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받아쓰기를 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받아쓰기 검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정부 ‘긍정’
검찰 ‘부정’

검찰 내부에서 김 총장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것도 그의 친정부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할 시절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것.

실제 한 언론 칼럼은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김 총장에 대해 말한 것을 두고 그가 ‘어떤 압력이 가해지면 잠시 버티는 듯하다 결국 윗선의 의지대로 갔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처음에는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끝까지 뜻을 고수하진 않는다는 평가다.


김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방탄 총장’ ‘문정부 마지막 호위무사’ 등의 평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완성’을 강조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도 최소한으로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손발을 맞추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러면서도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은 보장해 주겠다”며 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검찰개혁과 조직안정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최근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김 총장의 태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김 총장이 반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정부와 청와대의 뜻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 총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일종의 ‘쇼’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일 대검은 일선 검찰청·지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고, 일선 검찰청 검사들도 대부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제개편안 두고 반대 의견
버티는 척 하다 결국 수용?

법무부에서 내놓은 직제개편안에는 원칙적으로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면서, 일선 검찰청 형사부나 지청은 ‘검찰총장·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검은 지청의 경우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검의 강경한 발언은 김 총장이 검찰 안팎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총장의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패싱 논란’이 불거진 터라 반전 카드로 직제개편안 반대 의견을 들고 나왔다는 것.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검찰 조직을 다잡으려는 김 총장의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김 총장이 꼬리를 내릴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해 검수완박을 완성하려는 것은 법무부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의 의지이기 때문에 김 총장이 끝까지 버티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총장과 박 장관 사이에 이미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있는 상태라는 의견 등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대검 입장에 대해 “법리에 대한 견해 차가 있다. (대검의 반응이)상당히 세다”고 말했다. 이후 박 장관의 제안으로 두 사람이 만나 직제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은 “어제(8일) 김 총장을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법리 등 견해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직제개편안 확정 이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직제개편안 확정 여부에 따라 중간간부 인사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후속 인사가 있어야 하니까 직제개편이 가능한 한 빨리 돼야 한다”며 “그러나 방향과 내용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형사부 직접수사 시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부분을 제외하기로 협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협의는 계속해왔고 심야에도 만나뵀다”며 “지금도 검토 중이고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검찰개혁 중 수사권 개혁의 큰 틀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1년
차기 정부 1년

지난 1일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다. 문정부에서 1년, 차기 정부에서 1년 검찰총장으로 지내는 셈이다. 앞선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들은 행보에 따라 정권 몰락, 정권 재창출의 시발점이 됐다. 김 총장이 문정부의 기대대로 발맞춰 걸을지, 뒤돌아 걸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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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