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부활 30년' 걸어온 길 가야할 길

풀뿌리 민주주의 이제 꽃피울 차례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흔히 지방자치제도(이하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지난 1991년 재출범된 이래로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이 지났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무늬만 존재한다는 비판도 공존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진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9일 통과됐다. 전부개정안의 통과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지방자치2.0 시대의 막을 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참여 확대
자율성 보장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국회에서 처리하려 했으나 지난해 회기가 만료돼 폐기된 법안이다. 지자체 부활 30주년이라는 시점과 맞물린 상황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을 미룰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관련 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지방의회의 ▲주민참여권 보장 및 강화 ▲지자체 역량 강화 및 자치권 확대 ▲투명성·책임성 확보 ▲중앙과 지방 간 협력관계 정립 등이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주민의 지방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지방자치법에 목적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지방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권이 더욱 보장됐다. 과거에는 조례안을 제정할 경우 단체장에게 제출했지만 법이 수정되면서 주민이 직접 의회에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도 생겼다. 

주민감사와 소송에 관한 부분도 완화시켰다. 기존 19세 이상 주민만 가능했지만 법률의 변경으로 18세로 하향 조정해 참여요건을 완화, 주민 참여가 더욱 쉬워졌다는 관측도 있다. 그 밖에도 단체장 중심으로 획일화돼있던 기관의 구성을 주민투표를 거쳐 기관구성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법이 수정됐다. 

주민들 적극 참여 시스템 마련
지역사회 문제 해결 자체 모색

주민자치기구의 조성은 기존 제도와 차별성과 운영방식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중립성과 주민의 대표기구로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읍·면·동 단위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민자치기구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지자체의 역량 강화도 이뤄졌다. 행정안전부는 자치권을 확대해 중앙정부에 쏠린 권한을 분배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중앙정부의 자의적인 사무배분을 막기 위해 지역의 사무가 지역에 우선 배분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인사권과 관련한 사항도 개정됐다. 기존 시·도지사가 소유한 임용권을 시·도의회의 의장에게 권한을 줘 의회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지방의원의 자치입법, 예산심의, 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의 도입 근거도 정립됐다.


뿐만 아니라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써 특정 업무를 수행한다는 부단체장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둘 수 있는 법적근거가 생겼다. 전문 인력제도를 통해 보좌 인력을 의원 정수의 절반까지 확보가능하다.

이외에도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에는 특례시라는 행정 명칭을 부여해 행정의 특수성을 인정한다. 지자체의 자율성과 역량을 강화해 자치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변경된 법안의 취지다. 

그래도 
갈길 멀다

그러나 현직 도의원은 인사권과 전문 인력과 관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소영 강원도의회 의원은 인사권이 직원 수를 지방 의원의 재정이나 규모, 인구 수에 따라서 조례로 정하도록 돼있지 않다는 점에서 미흡하다고 밝혔다. 인건비를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둔 점은 인사권을 의장에게 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조직의 통제권은 중앙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 인력의 제공을 의원 2명당 1명으로 제공한다는 점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전문 보좌 인력의 확대를 촉구했다. 지방의회의 역량강화를 위해 법안을 개정한 데 비해 제도 도입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점이 있어 사무와 정원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음으로 풀이된다.  

지방의회와 관련된 법안도 바뀌었다.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집행부 조직, 재무 등 지자체의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공개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겠다는 법안도 마련됐다.

더불어 미약했던 처벌을 예방하는 등 지방의회의 윤리와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윤리특별위원회를 설치를 의무화시켰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의원에 대한 징계를 철저히 하겠다는 게 골자다. 시·군·구의 잘못된 사무 처리에 대해 시·도가 조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국가에서 명령을 내려 위법한 행정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강화된다. 

이밖에도 지방의원이 겸직을 할 경우 내역 공개를 의무화해 실효성을 제고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정된 점 의미 있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많아

중앙과 지방의 협력관계 정립과 행정 능률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법률도 제정됐다.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있어 지방의 주요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중앙과 지방의 협력회의가 가능한 법을 제정,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간담회 개최를 제도화했다. 


행정구역과 생활구역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는 절차도 수립됐다.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을 통해 교통과 환경분야에서 지역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촉진을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근거가 신설됐다.

이외에도 단체장 인수원회가 제도화됐고, 행정구역 결정의 절차가 개선되도록 하는 법안들이 시행 예정이다.

32년 만에 법이 전면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지자체의 권한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온다. 지방분권의 가장 큰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완전한 지방분권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율적
독립적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선거와 1995년 동시 지방선거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행정정보 공개, 주민참여 예산제도 등 민주적 제도의 주민 눈높이 지방행정으로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방자치는 실질적 법치제도 확립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있다. 1992년 기초의회에서 지방자치 조례를 제정하면서 정보공개를 통해 주민의 알권리를 제공했다.  


지방자치의 부활은 사회 질서를 확립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있다.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고 가지고 있는 고유 자원이 다른 점을 활용해 각 지역의 개성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방자치와 관련해서 정부가 진보, 보수정권을 막론하고 지방분권을 위해 법을 제정해왔다. 2003년 노무현정부의 지방분권특별법, 2008년 이명박정부의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 2010년 지방행정제체 개편에 관한 특별법, 2013년 박근혜정부의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등을 통해 지방분권의 명맥을 이어갔다. 

그에 따라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시·도의원과 지방공무원의 비리와 기업에 대한 특혜, 중앙정부의 지자체의 자치역량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 등으로 무늬만 자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기관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은 “주민참여 차원에서 볼 때, 많은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주민투표법 등 직접참여제도가 있지만, 현행 주민 발안제를 더욱 실질화하고, 주민소환제 등으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도입 차원인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법안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으로 많은 연구와 실천이 뒤따라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지금도 지방자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했으며 부족한 부분은 즉각 반영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지방정부가 강화된 위상과 권한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의 혁신적 시도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주민에게 
더 가까이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방자치 30년 역사는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이고,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임이 입증됐다”며 “지방자치법의 개정은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혼란의 시대’ 1991년 전 지방자치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 지방자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됐고, 제헌의회는 지방자치법  제정을 논의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즉각적 실시를 주장하는 국회와 1년 이내의 기간에 대통령령으로 실시 시기를 정해 시행하자는 정부의 의견대립으로 지연되다가 1949년 지방자치법이 공포됐다. 

이후 정부는 치안유지와 국가의 안정, 국가건설과업의 효율적 수행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의 실시를 연기하다가 1952년 지방의원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를 시행했다.

당시는 지방의원과 달리 지자체장을 통해 초기에 기초 간선제와 임명제를 적용함으로써 완전한 지방자치가 제도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도입기의 지방자치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제약과 한계가 존재했다.

또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지방자치는 중단이라는 기로에 섰다. 군사혁명위원회는 도입기의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기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했다.

선거를 둘러싸고 발생한 파쟁과 민심 분열, 금품매수, 이권청탁, 정실행정, 예산낭비 등의 문제와 지방의회의 자치단체장 불신임권 남용으로 효율적인 지방행정의 수행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는 지방행정의 능률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의 정립이 필요하고, 지방자치의 구현보다는 지역개발의 추진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결국 군사혁명위원회는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지방의회의 기능을 상급기관장이 대신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제도가 중단됐다.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장의 선거 관련 규정이 삭제됐고, 지방의회의 구성 시기는 법률로 정한다는 부칙 규정이 신설됐다.

개정헌법으로 삼권분립에 근거한 대통령중심제가 채택됨에 따라, 이전의 헌법보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된 중앙집권체제가 마련된 셈이다. 이후 1972년에 또다시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 구성을 보류해, 지방자치의 부활은 1991년이 되기 전까지 불가능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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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